성남 단대오거리 총격사건 전말

“도망가면 일단 쏴라?”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총격사건이 실제로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밤중 도심 한가운데에서 경찰과 도난차량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 것. 특히 이 과정에서 경찰은 실탄을 쏴 운전자를 검거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경찰은 왜 단순 도난차량을 향해 총을 쏘았던 것일까? 그 자세한 사건 전말을 성남시 중원구 은행파출소 신재형 경장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뺑소니 차량 검거 위해 공포탄과 실탄 발사 논란
경찰 측 “더 큰 사고 막기 위해 실탄 쐈다” 해명

‘탕! 탕! 탕!’

지난달 28일 밤 8시30분께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단대오거리에서 난데없는 총소리가 울려퍼졌다. 도난차량으로 신고된 그랜저 승용차 운전자 이모(27)씨가 검문 중인 신재형 경장에게 적발됐으나 달아났고, 이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생긴 총격사건이다.

경찰은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쏘며 이씨를 추격했고, 다행히 이씨는 20분 만인 오후 8시50분께 은행동 남한산성 입구 인근에서 붙잡혔다. 이날 밤, 이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버스만 빼지 않았어도…

신 경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한산성 유원지 입구에서 검문검색을 하던 중이었다. 입구에서 나오는 그랜저 승용차의 운전자가 유난히 어려 보여 그는 좀 더 유심히 살펴봤다. ‘수상쩍다’는 느낌에 휴대용 조회기로 차량번호를 조회해 본 신 경장은 해당 차량이 도난차임을 확인했다.

채권채무관계가 얽혀 허위로 도난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 반신반의했지만 일단 확인은 해봐야 했다. 신 경장은 곧바로 순찰차의 경광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며 차량을 뒤쫓았다.

반복해서 “차를 세우라”며 정지신호를 보냈지만, 승용차 운전자 이씨는 이를 무시한 채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골목골목을 돌아 계속되던 추격전은 단대동 단대오거리까지 이어졌다.

이 일대가 교통체증으로 차량흐름이 잠시 멈추자 마음이 급했던 이씨는 버스의 후미를 살짝 들이 받았다. 그 뒤엔 바로 신 경장이 탄 순찰차가 뒤따라있던 상황이었다. 사건은 여기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버스 운전자가 충격을 감지하고 차에서 내려왔고 신 경장은 버스 운전자에게 “이 차가 도난 차량이니 차를 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함께 있던 백모경장은 차량 운전자에게 “차 문을 열고 내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말을 무시한 채 버스 운전자는 차를 뺐고, 공간이 생긴 승용차 운전자는 인도 쪽으로 도주를 시도하다 김모(62)할머니와 그의 손녀(10)를 들이 받았다.

행인을 들이받고도 이씨는 차를 그대로 후진, 중앙분리대를 세게 충격했다. 중앙분리대 사이에 차가 걸리자 신 경장은 시민이 준 벽돌을 이용해 이씨의 차량 앞 유리를 파손시켰다.  

신 경장은 “앞 유리가 부서지면 시야확보가 안돼서 운전을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다시 도로 쪽으로 차를 몰았고, 계속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등 도주 행각을 멈추지 않았다.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심 경장은 결국 하늘을 향해 공포탄 1발을 발사했다.

신 경장은 “경찰이 총기를 사용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하는데, 그 당시 상황이 경찰총기사용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해서 공포탄을 발사했지만 소용이 없어 실탄을 사용해 차량 뒷바퀴와 앞바퀴에 각각 1발씩을 차례로 발사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씨의 도주는 멈추지 않았다. 타이어가 모두 터진 상황에서도 위험한 질주를 계속했다. 도저히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자 신 경장은 소지하고 있던 마지막 실탄 1발까지 모두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경찰이 총기 조준 시 범인의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대퇴부 이하를 조준하도록 돼 있는 안전 수칙에 따라 운전자가 앉아있는 모습을 예측해서 하단부위라고 판단되는 곳에 마지막 실탄을 발포했다. 그러나 발포 후에도 이씨는 도주했고, 신 경장은 마지막 실탄이 빗나갔을 것이라 예측하며 그를 뒤따랐다. 약 2km 가량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다시 시작됐다.

이씨는 더 이상의 도주가 여의치 않자 상대원동 모 아파트 단지에 차를 버린 채 달아났고, 테니스장 옆 창고 안에서 총에 맞은 종아리를 붙잡고 숨어있다 신 경장에게 붙잡혔다.

사건은 종결됐지만 “현명한 대응이었다”는 반응과 함께 총기사용에 관대하지 않은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과잉 진압’이라는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신 경장은 “이번 사건 대응에 대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지만, 그래도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며 “그 자리에서 실탄을 발포하지 않았다면 도망가려는 운전자와 그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인명, 재산피해가 왔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이 안 다쳐서 다행”

또 그는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총을 쏘겠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총을 쏘지 않고도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한다”면서 “경찰은 최소한의 요건이 아니라면 총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 아무리 주의를 한다고 해도 그것으로 인한 다른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엄연히 경찰관 책임이 되고 그로인한 경제적·사회적 부담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현직 경찰들이 총은 소지하고 있지만, 발포를 안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행인 건 운전자가 총을 잘못 맞아서 죽었다든지 심한 부상을 당했다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을 텐데 신경, 뼈 어느 한 곳 손상된 데 없이 깨끗하게 관통해 세척 후 상처만 꿰매면 괜찮다고 해서 안심했다”고 덧붙였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한 밤중의 총격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하지만 경찰들의 총기사용에 대한 견해 차이는 여전히 존재해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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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