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왕’ 등극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선진 기부문화 이끌어 낼 전도사 될까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워렌 버핏, 빌 게이츠, 마이클 블룸버그, 마크 저커버그….’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이라는 것이다. 단지 돈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부의 상속’을 자녀들이 아닌 사회에 환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을 높이 산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 기업의 기부문화는 많이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다. 사재가 아닌 기업차원의 기부가 대부분인 데다 그마저도 ‘보여주기식’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자신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화제다. 금액은 무려 5000억원. 사상 최대 규모다. 이처럼 ‘통 큰 기부’에 세간의 관심은 정 회장이 존경 받는 부자 대열에 낄 수 있을지, 나아가 우리 기업의 기부문화에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5000억원 상당 주식 해비치재단에 출연 ‘사상 최대’
‘통 큰 기부’ 소식에 여야 불문하고 정치권 박수갈채


지난달 28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5000억원 상당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그룹 사회공헌재단인 해비치 재단에 출연키로 했다.

정 회장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접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해 저소득층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또 “앞으로도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충분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쉽게 낙심하지 않도록 기회, 즉 교육의 사다리를 튼튼하게 세워 우리 사회의 미래 건강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저소득층 자녀에
교육기회 제공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교육을 통한 우리 청소년들의 다양한 미래 희망 실현의 기회 확대에 평소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몽구 회장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사회 기여 방안을 오랫동안 고심해 왔으며, 저소득층 인재 육성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중요하고, 본인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분야라고 판단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해비치 재단은 ‘저소득층 인재지원’을 재단의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세부적인 실행 프로그램으로는 ▲저소득층 우수인재 육성 전문 프로그램 운영 ▲문화·예술·체육·분야 저소득층 우수인재 양성 ▲국가 유공자 자녀 교육 지원 ▲미래 첨단분야 과학영재 발굴 등이 있다.

정 회장은 특히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아 신용 불량 등 어려움에 처한 저소득층 대학생 지원 방안도 강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받아 힘들어 하는 사연들이 가슴 아프다”며 “이 같은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통 큰 기부’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갈채를 보냈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몽구 회장이 저소득층 자녀 교육을 위해 사재 5000억원을 쾌척키로 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뜻 깊다”며 “특히 ‘참 나쁜 진보’ ‘부패한 진보’의 썩은 냄새나는 뇌물 뒷거래로 온 나라가 시름을 앓던 차에 들려온 훈훈한 소식으로 국민의 마음 한켠에 청량감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빈부격차 축소와 따뜻한 사회 실현은 정부의 복지재정 뿐 아니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통해서도 추진해야 할 일”이라며 “이번 정 회장의 기부는 대기업의 기여와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도 재계의 기부문화 활성화에 자극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지분 하락에 따른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현대글로비스 보유주식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한 정 회장의 희생적인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며 “정 회장의 기부는 마중물이 되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기부가 이처럼 환영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들의 기부는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연말연시나 재난 때 적지 않은 돈을 내놨지만 대부분 기업 차원의 기부였다. 게다가 이마저도 ‘보여주기’나 ‘생색내기’용이라는 게 세간의 평이다. 그러나 정 회장은 자신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었다. 당연히 돋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인 기부 규모로는 사상 최대 액수였다. 그간 사재출연 규모는 이종환 삼영그룹 창업주 3000억원 사재 출연,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가족명의로 기부한 3500억원 그리고 최근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의 2000억원 수준이었다.

정 회장의 사재 출연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것도 그의 기부를 빛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정 회장은 2007년 600억원, 2008년 300억원, 2009년 900억원 등 총 세차례에 걸쳐 글로비스 주식 1500억원 상당을 해비치 재단에 기탁했다. 여기에 이번 출연까지 더해지면서 해비치재단의 출연금은 총 65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 수사되던 당시 2013년까지 사재 8400억 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절반 이상 지킨 셈이다.

정 회장 사재출연
어느 정도 예견

사실 정 회장의 사재출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17일 범현대가 총수 일가가 5000억원을 출연해 아산나눔재단을 발표했지만 정작 장자인 정 회장은 참여하지 않아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정 의원은 “형님(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별도로 (재단을) 하니까”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현대차그룹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있기 때문에 중복해서 재단을 설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가의 장자인 정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사회공헌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왔으며 이번 추가 출연을 통해 구체화된 것이다.

정 회장의 기부 배경과 관련해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광복절 축사를 통해 ‘공생발전’을 새로운 국정화두로 삼은 것에 대한 응답의 성격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계열사 몰아주기 논란 속에서 정 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율을 낮춰가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기로 한 데 대한 이행 차원이라는 평가도 있다.

총 6500억원…2013년까지 8400억원 기부 약속도 
우리 기업 기부문화 변화 이끌어 낼지에 관심 집중


그러나 이유를 불문하고 정 회장의 기부는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기부는커녕 세금을 더 깎아달라고 아우성치는 부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과 기업인에게 영향을 주리란 점도 정 회장의 기부가 반가운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조원 규모의 기부에 나설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고, 다른 기업 총수들도 어떤 식으로든 공생발전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정 회장의 기부가 우리 기업의 기부문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은 보유 중이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3.51%(131만5790주)를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에 증여했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정 회장이 당초 약속한 금액(5000억원 · 지분 7.02%)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 관계자는 “증여세법 탓에 어쩔 수 없이 지분의 절반을 먼저 증여하고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상속 ·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이라도 특정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지분 5%를 초과해 보유하면 초과분에 대해 최고 60%의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편법 증여를 차단하려는 취지다.

증여법 때문에
절반만 먼저 증여

2007년 해비치재단 설립 이후 정 회장은 1500억원 규모의 글로비스 지분을 기부했다. 재단은 지분의 상당 부분을 판 돈으로 복지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1.37%(51만2821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이 이번에 증여한 지분 3.51%를 합치면 4.88%다. 해비치재단이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이 5%를 넘지 않아 증여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현대차그룹 측 관계자는 “정 회장이 약속한 지분을 한꺼번에 증여하면 많은 돈이 사회공헌에 쓰이지도 못한 채 세금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재단이 앞으로 글로비스 주식을 처분해 현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분이 낮아지면 그때 정 회장이 나머지 지분(3.51%)도 순차적으로 증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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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