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화제 뿌린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총결산

‘별들의 침묵’은 ‘달구벌의 저주’ 때문?

[일요시사=류도경 기자] 지난달 27일 성대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9일 간의 열전을 펼친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9월4일 폐막식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많은 우려와 기대 속에 진행된 이번 대회는 기존의 절대강자들이 실격으로 추락하는 등 이변이 속출하며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후커, ‘인간탄환’ 우사인 볼트, ‘미녀새’ 이신바예바 등이 그 주인공. 이들은 우승이 무난할 것이라는 당초의 기대를 저버리고 예선과 결선에서 탈락해 이른바 ‘달구벌 저주’의 제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장대높이뛰기 후커, 예선에서 3차례 시도 끝에 탈락
‘인간탄환’ 우사인 볼트, 결승전 부정출발 실격 충격

이변은 대회 첫째 날부터 시작됐다.

지난 2009년 베를린대회에서 5m90을 넘으며 우승을 차지, 이번 대회 2연패가 유력했던 스티븐 후커는 남자 장대높이뛰기 예선에서 5m50에 세 차례나 도전했으나 연거푸 바를 넘어뜨리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세 번째 시도에서는 점프조차 하지 못했다.

부진의 원인으로 훈련부족이 지적됐다. 후커는 올시즌 7월말이 돼서야 본격적인 훈련에 임했으며, 다소 이른 13일에 선수촌에서 현지 적응에 나섰으나 계속되는 우천으로 오히려 컨디션 회복에 지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스타 선수들의 잇따른 실격
신기록 부재의 원인은?

한편, 바뀐 규정에 의해 자메이카의 육상영웅 우사인 볼트도 실격의 고배를 마셨다.


국제육상연맹은 지난해부터 부정출발 규정을 강화해 첫 번째 부정 출발 시 경고를 주고 두 번째 적발된 선수만을 실격시키던 이전과는 달리, 단 한번의 부정출발도 바로 실격 처리했다.

남자 100m 결승전이 있던 지난달 28일, 우사인 볼트는 어이없는 부정출발로 실격을 당해 전 세계인들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단 한차례의 실수로 실격당한 볼트는 자신의 훈련 파트너였던 요한 블레이크에게 100m 왕좌를 내줬다.

이에 관해 영국의 <가디언>지는 “블레이크의 작은 움직임이 볼트의 부정출발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됐다.

볼트의 부정출발 영상을 통해 6번 레인에 위치한 블레이크의 왼쪽 다리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장면이 포착됐고, 그 순간 5번 레인에 위치한 볼트의 몸이 반응하며 스타팅 블록을 튀어나갔다는 것이다.

국제육상연맹의 스타트 규정에 따르면 세트포지션에 들어간 선수가 움직일 경우 실격된다.

때문에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블레이크 역시 실격의 대상이라고 주장하지만, 볼트는 블레이크에게 축하메시지를 전하는 등 자메이카 영웅으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110m허들 류시앙 제친 로블레스, 비디오 판독결과 실격
이신바예바,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41cm 낮은 초라한 기록


29일 남자 허들110m 결승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현 세계랭킹 1위의 올리버, 세계기록 보유자 데이런 로블레스, ‘황색탄환’이라 불리는 류시앙의 치열한 경쟁으로 주목받는 경기답게 마지막 허들을 남기고서야 승부가 결정됐다.

세계랭킹 1위 올리버는 세 번째 허들에 발이 걸리며 일찌감치 순위에서 멀어졌고 류시앙과 로블레스, 복병으로 꼽히던 리차드슨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류시앙이 조금씩 앞으로 치고 나오며 황색탄환의 진가를 드러내는 듯했으나, 마지막 허들에 발이 걸리며 급격히 처졌고 로블레스가 리차드슨을 간발의 차이로 꺾으며 13초14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경기가 끝난 뒤 로블레스의 실격을 발표했다.

류시앙 측의 항의로 비디오 판독에 들어간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옆 레인의 로블레스가 류시앙의 레이스를 방해했다는 결론을 내리며, 로블레스를 실격처리, 금메달을 박탈했다.

그 결과 복병으로 평가받던 미국의 리차드슨이 13초16의 기록으로 생애 첫 메이저대회 금메달을 목에 거는 행운을 누렸으며, 4년 만에 타이틀 제패를 코앞에서 놓친 류시앙은 13초27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러시아의 미녀새’라 불리며 뛰어난 미모와 함께 세계기록을 27차례나 갱신한 장대높이뛰기의 여신 이신바예바 또한 대구의 저주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30일 열린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이신바예바는 결선 첫 번째 시기인 4m30과 이후 4m45와 4m55를 모두 건너뛰며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4m75의 도전에서부터 시작됐다. 한 차례 실패 후 ?긴 이신바예바는 4m80으로 올려 두 번 뛰었지만 모두 바에 걸리며 경기를 마쳤다.

이처럼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각종 이변을 일으키며 막을 내렸다.

가장 특이한 점은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모델을 장식한 선수들이 하나같이 실격을 당하거나 탈락을 하는 불운을 맛봤다는 것이다.


데일리 프로그램은 대회조직위원회가 매일의 경기 일정과 기록 등을 정리해 소개하는 책으로, 해당 일에 출전하는 선수 중 가장 확실한 우승후보자나 스타, 매스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선수를 소개하고 있다.

데일리 프로그램 표지모델 선수
잇따른 탈락·실격 이변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데일리 프로그램을 제작·배포하는 조직위 입장에서는 표지를 장식한 유력한 우승후보들이 줄지어 나가떨어지자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대구의 저주’ 혹은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라 부르며,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를 장식할 다음선수를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표지를 장식했던 선수를 떨게 했던 저주도 닷새를 넘기지는 못했다.

31일 표지모델을 장식했던 카니스키나는 여자 20km 경보에서 1시간 29분 42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끈질긴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를 봉인했다.

이변이 속출한 이번 대구 대회는 교통, 숙박, 급식 대란에다 취재진 감금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미숙한 대회운영과 부실한 경기장 음향시스템으로 총체적 부실을 노출하며 관람객들의 불쾌지수까지 동시에 높아져 아쉬움이 남았다.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 방송사 관계자 90여명은 대구스타디움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주에서 출퇴근 했고, 주관방송사인 KBS도 대구 동구 율하동 미디어촌과 경북 경산시의 한 연수원에 분산 투숙했다.

일부 외신기자들은 숙소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었다.

내외신기자만 3000여명이나 되지만 미디어촌 수용 인원은 650명에 불과, 18개 호텔(1,855실)은 선수, 임원 등 대회관계자들이 일찌감치 다 차지했고, 모텔은 식사와 언어소통 문제로 외신기자들이 이용하기 어려웠다.

조직위가 미디어촌 아파트단지(14개동 651가구 2,000명 수용) 중 5개동 223가구 650여명 규모만 확보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취재진들이 27, 28일 이틀 연속으로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빠져 나오다가 출입문이 잠겨 우왕좌왕하는 대소동도 벌어졌다.

조직위는 지난달 28일 오후 8시45분에 열린 남자 100m 결승을 끝으로 경기가 끝나자 27일 개회식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오후 11시 스타디움 출입구를 걸어 잠그고 철수했다.

당시 MPC에는 국내외기자 수 백명이 기사 송고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막무가내였다.

취재진은 조직위 관계자를 수소문해 겨우 개구멍을 열고 나갔으며, 당시 경기장 내외부에는 안내요원이나 보안요원도 찾아볼 수도 없었다.

대구스타디움 직원과 취재진, 프리미어석 이용자들을 위한 구내식당은 더 큰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대구스타디움에는 인터불고호텔이 운영하는 직원용 구내식당과 미디어식당, 프리미어석 관중과 VIP를 위한 식당이 있지만, 가격은 비싸고 질은 형편없었다.

더구나 주변에는 이렇다 할 식당가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직원용 구내식당 한 끼 가격은 7000원. 하지만 메뉴는 밥과 콩나물국, 김치, 오이무침, 오징어볶음, 닭고기찜이 전부로 직원들은 "시내 식당의 4000원짜리도 안 된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미디어식당 한끼 식대는 무려 1만3000원. 하지만 식사 질은 대구시내 7000원짜리 정도에 불과했다는 평이다.

세계대회 운영 미숙
부실한 경기시설도 한몫

일부 지역에서 빚어지는 교통대란과 불합리한 셔틀버스 운행도 불만을 샀다.

교통통제 해제시각을 잘못 정해 수성구 범어네거리 등 일부 지역에 교통대란을 초래 한 반면, 교통통제 해제시각을 믿고 나온 운전자들은 낮 12시30분까지 50분이나 차 안에 갇혀 있어야만 했다.

더구나 셔틀버스 운행은 너무 부실해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42억원이나 들여 교체한 경기장 음향시설은 "클래식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는 조직위 주장과 달리 장내 멘트조차 알아듣기 어렵고, 경기장 안에는 여성경기운영요원이 부족, 여자선수들이 트랙에서 탈진하자 남자요원들이 허둥지둥하다 안고 나오기도 했다.

한 외신기자는 "OECD국가에서 열리는 대회라곤 믿어지지 않는다"고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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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