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의 달인’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갈길 멀고 넘어야 할 산 많다 “어여 가세~”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양승태 전 대법관이 대법원장 후보자에 지명됐다. 청문회를 앞두고 몇가지 쟁점이 떠오르긴 했지만 사실상 임명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 청문회를 무사통과한 전력 덕분이다. 도덕적인 흠결이나 신상과 관련된 의혹을 말끔히 털어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양 후보자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이다.

호주제 최초 위헌제청…행정지원에도 세밀한 면모
타당성을 갖고 해결책 도출해 국민 권리 보호 앞장


9월에 임기가 끝나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후임에 양승태 전 대법관이 지명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목영준 헌법재판관, 박일환 대법관 등을 대법원장 후보로 함께 검토했으나 이념과 판결 성향 등의 측면에서 양 후보자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판단해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에 법원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새다. 양 후보자는 풍부한 사법행정 경험으로 오래전부터 ‘대법원장 1순위’로 거론돼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후배들 사이에서는 ‘사법행정의 달인’으로 통한다는 후문이다.

36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다 지난 2월 대법관에서 퇴임한 양 후보자는 주요 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및 차장 등 법원행정처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양 후보자가 가장
안정적으로 판단

양 후보자가 두각을 드러낸 건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을 맡으면서다. 당시 양 후보자는 파산재판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용불량자 구제제도를 정립했다. 이를 통해 수많은 도산 기업들을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법정관리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지법 북부지원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01년에는 남성 우위의 호주제도에 대해 최초로 위헌제청을 했다. 또 2002년 부산지법원장 시절에는 효율적 청사관리와 민원인 위주의 행정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등 행정지원에도 세밀한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2003년 법원행정처 차장 때는 형사소송법 개정과 국민참여재판 도입 등의 사법 현안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면서 법원 안팎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개별 사건에 있어서도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줬다. 구체적 타당성을 갖고 해결책을 도출해 국민 권리 보호에 앞장섰다는 평가다. 집회 때 꽃마차 행렬을 하겠다고 신고 후 미신고 품목을 사용한 것을 두고 “집회 방법이 신고한 내용의 범위에서 현저히 일탈하지 않으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놓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동생의 교통사고를 목격한 뒤 수면장애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인 9세 아동에게도 질환과 교통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도 유명한 판례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대법관 재직 시절에는 대부분 다수 의견에 동조하거나 보수적인 판결 성향을 보였다. 이른바 ‘남북공동실천연대’ 사건에서 양 후보자는 “남북 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있으나, 적화통일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에 어떠한 실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반국가단체성을 종전의 대법원 판결과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2009년 ‘삼성특검’ 사건과 관련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에 대해 무죄 의견을 냈다. 2009년 ‘용산참사’ 당시 화재를 일으켜 경찰관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철거민 등에게 중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법질서 유지에 무게를 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대법관 퇴임 후에는 이례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대신 히말라야와 로키 산맥 트레킹을 떠났다. 그리고 대법원장 후보자에 지명된 최근에서야 귀국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양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현재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풍부한 사법행정 경험
‘대법원장 1순위’

9월6일에서 7일 사이 예정된 청문회의 주요쟁점은 ▲대법관 증원 ▲과거사 재심 ▲편향판결 논란 ▲국보법 폐지 ▲사형제 ▲간통죄 ▲사면권 등이다. 양 후보자는 앞서 두 차례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도덕성 하자나 신상과 관련된 의혹은 모두 털어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에선 현안과 관련된 공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각 쟁점 대한 양 후보자의 입장은 2005년 대법관 임명 당시 인사청문회와 대법관 재직 시절 표명했던 견해 등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부각될 현안으로는 최근까지 정치권과 사법부가 공방을 벌여온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문제를 들 수 있다. 양 후보자는 2005년 청문회 당시 사법개혁에 대해 “개혁이라는 게 기존 질서를 뒤엎고 전혀 새로운 걸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제도 중 무엇이 잘못됐는지 통찰력과 혜안으로 걸러 제도개선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양 후보자는 “1년에 2만 건이 넘는 사건을 접수·처리하다 보면 정책법원의 역할을 다하기 힘들다”며 “일반 상고사건을 어떻게든 줄여 역할을 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대법관 증원·과거사 재심·편향 판결 등 7대 쟁점
법조일원화·로스쿨 안착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


이용훈 대법원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과거사 청산과 재심 문제에 대해서는 “재판 자체를 내부적으로 다시 점검·조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재판 절차 바깥에서 일어난 일을 재조사하고 그 결과 새 증거가 발견됐을 때 재심을 청구하는 것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달했다.

사법부의 편향 판결에 대한 외부 비판에 대해 유 후보자는 “재판이 이뤄졌을 때 새로운 방향,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건전하게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감정 섞인 것(대응)은 사법부가 입는 상처가 상당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정확히 진단한 다음, 국민 여론을 수렴해 국회가 존폐와 개정 여부를 결정할 문제”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폐지됐으면 좋겠으나 국민 여론이 전체적으로 컨센서스를 이루지 않았다고 본다”며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헌 여부를 심판받게 되는 간통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했지만 입법 정책적 측면을 묻는다면 지금으로서는 큰 타당성이 없는 법률인 것 같다”며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지켰다.

대통령 사면권과 관련해서는 “사면권을 너무 자주 광범위하게 행사하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사법부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경계했다.

양 후보자의 대법원장 임명은 아직 결정 난 게 아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과거 두차례 청문회를 무사통과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기 때문이다.

양 후보자의 첫 번째 과제는 편향성을 극복하는 것이다. 현재 양 후보자의 보수적인 판결 성향으로 사법부 판결 전체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편향인사를 통해 사법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양 후보자의 편향성을 판단할 잣대는 오는 11월 바뀌는 2명의 대법관에 누구를 제청하느냐다. 능력이 떨어지지만 이념적 성향이 강한 인사를 대법관에 제청하면 우려가 현실이 될 심산이 크다. 반면 중도 성향을 가진 능력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제청하면 양 후보자의 보수적인 성향이 일선 법원 판사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위상과 역할의 혼선으로 갈등을 빚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계 조정도 해묵은 숙제다. 현재 대법원과 헌재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통합론’을 두고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태다. 대법원에서는 통합론을 지지하지만 헌재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당연히 양 후보자가 내놓을 해법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양 후보자가 통합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양측의 관계를 봉합하는 게 양 후보자의 임무다.

헌법재판소·대법원
관계 조정해야

현안도 산적해있다. 선결과제는 사법제도 선진화의 도약대가 될 ‘법조일원화’의 안착이다. 법조일원화는 사법연수원생을 법관으로 뽑는 대신 변호사·검사 중 10년 이상 법조경력자를 신규 법관으로 100% 채용하는 새로운 법관임용제도로 2013년부터 단계적 시행에 들어가 2022년에 전면 실시된다. 정치권과의 힘겨운 협상 끝에 로드맵은 마련했지만 세부시행 방안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따라서 양 후보자는 실행단계에 접어든 법조일원화의 초석을 깔아야 한다. 2009년 도입돼 내년이면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로스쿨도 기존 사법연수원생과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탓에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아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법관의 고유 권한인 양형을 국회에서 법으로 정하는 양형기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도 있다. 사법부는 이를 법원의 권위와 독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무시할 수만은 없다. 따라서 양 후보자는 공감할 수 있는 계획과 비전으로 정치권을 설득함으로써 사법부 주도의 개혁을 끌고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입김이 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원만한 대외관계를 유지하면서 마찰 없이 외압을 차단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나가는 게 차기 대법원장의 역할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프로필>


2009.02~2011.02 제16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2005.02~2011.02 대법원 대법관
2003.09 특허법원 법원장
2003.02 법원행정처 차장
2002.02 부산지방법원 법원장
2001.02 서울지방법원 북부지원장
2000.07 서울지방법원 민사수석부장판사
1999.03 서울지방법원 파산수석부장판사
1995.02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1994.07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
1993.10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1991.02 서울민사지방법원 부장판사
1989.09 사법연수원 교수
1986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
1983.09 서울고등법원 판사
1982.09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
1980.09 대구지방법원 판사
1979.09 서울지방법원 영등포지원 판사
1975.11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70.08 제12회 사법시험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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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