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철면피’ 50대 제비의 엽기행각

모녀가 함께 사랑한 남자…알고 보니 ‘유부남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모녀를 농락한 인면수심의 파렴치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자신을 유명 건설회사의 사장이라 속이고 이혼여성에게 접근한 뒤 수천만원을 뜯어낸 것도 모자라 그 여성의 딸과 동거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피의자는 버젓이 가정을 둔 가장이었다.  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엽기적인 사건. 그 기막힌 전말을 들여다봤다.

엄마와 사귀고 딸과는 동거해 ‘경악’
화려한 언변술로 모녀마음 사로잡아


지난 8월 11일 서울 중랑경찰서. 40대의 한 여성이 끓어오르는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여자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한 남자가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한 때 그가 이혼의 상처를 잊을 만큼 열렬히 사랑했던 남자. 둘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사건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수기 판매사업을 하던 김모(47·여)씨는 자신을 유명 건설회사 회장이라고 소개한 이모(51·남)씨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이씨는 키가 작은데다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오는 등 호감 가는 외모는 아니었지만, 이혼한 남편과 달리 다정다감했고 지적이었다.

이씨에게 눈이 먼 김씨는 그가 “우리 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를 하고 국가유공자 자격이 있으면 48평형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고 한 말에도 속아 넘어갔다. 김씨가 이씨에게 지난 2008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취득세, 등록세,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총 9차례에 걸쳐 건넨 돈만 5300여만원.

경찰은 “이씨는 버젓이 가정을 둔 가장이었는데도 집에서 출·퇴근 하는 척하며 김씨와 만나다가 나중에는 아예 집을 나와 버렸다”고 전했다.

딸, 정체 알고도 “인생의 멘토”

이씨의 거짓 행각이 들통 난 것은 갑자기 집을 나간 딸(24)이 이씨와 동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김씨가 알게 된 후였다.

이씨는 김씨를 만나는 과정에서 김씨의 딸을 알게 됐으며 이후 모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던 김씨 딸에게 자신이 “대통령과 친척관계”라고 주장하며 “청와대 비서실에 들어가게 해주겠다”고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김씨의 딸은 어머니가 이씨와 사귄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거를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김씨는 결국 이씨를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이씨는 딸과 동거를 하던 서대문구의 한 원룸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딸은 기가 막히게도 이씨의 거짓 행각을 알게 된 후에도 그를 ‘인생의 멘토, 영적인 리더’라며 옹호하고 유치장에 수감된 이씨를 매일 찾아가 사식과 속옷, 책 등을 넣어 주는 행동을 서슴지 않아 엄마의 가슴을 치게 만들었다.

경찰은 “김씨의 딸은 이씨가 그랬을 리 없다며 오히려 어머니 김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이씨의 사기행각을 끝까지 부정했다고 말했다.

이쯤에서 두 모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씨의 매력(?)이 궁금해진다. 볼품없는 외모에 특별한 직업도 없었던 그가 어떻게 이 같은 엽기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먼저 그는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언어의 마술사’였다. 이는 사기꾼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꼽히기도 하는데 이씨 역시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는 화술과 적절한 지식으로 김씨뿐 아니라 딸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달콤한 감언이설로 피해자를 혹하게 만든 것이다.

또 하나 이씨는 피해자의 약점을 철저하게 파고들었는데, 상대방이 무엇을 바라는지 부족한지 사전에 많은 정보를 갖고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혼 후 세자녀를 키우며 가장역할을 해 온 김씨에게는 ‘아파트 분양권’을 딸에게는 ‘청와대 비서실이라는 직업’을 내세워 접근한 것도 그 이유다.

언어의 마술사, 모녀마음 홀랑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기범들의 수법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선 사전예방 교육 강화와 함께 사기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꼽았다. 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감언이설을 경계하고 꼼꼼히 따져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8월 23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특별한 직업도 없으면서 유명 건설회사 사장을 사칭해 이혼여성 김씨에게 접근해 수천만원의 돈을 뜯어낸 이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통상적인 경제사범의 경우,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기 위해 피의자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할 것을 권장하지만 이씨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키로 한 것이다. 돈을 갚을 능력도 없을 뿐더러 그의 엽기적이고 비윤리적인 행각이 함께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재판부가 사기를 친 5300여만원의 액수보다 홀로된 여성과 그 딸을 동시에 농락하고도 반성을 하지 않는 이씨의 죄질을 매우 나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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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