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판결>경쟁사 직원 폭행한 조폭들 ‘징역형’

나 ‘파’ 있는 남자야~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도시 중심가에는 어김없이 이들이 있다. ‘서방’ ‘지존’ ‘칠성’과 같은 이름부터 ‘OB’ ‘타이거’ ‘재건20세기’ 등의 상징성 있는 문패는 이 세계의 필수 아이템. 이들은 활동영역도 부동산, 인신매매, 사채, 유흥, 연예계 등dmfh 다양하다. 개중에는 김태촌, 조양은, 이동재 같이 ‘전국구’ 주먹으로 이름을 날린 이들도 있다. 바로 주먹 하나로 지하 세계를 주름 잡아온 조직폭력배들이다. ‘조폭’은 예전의 화려함을 잃은 지 오래지만, 매년 그 수는 늘어가고 있다. 이로써 발생되는 폭행, 살인, 협박 등 범죄발생건수도 적지 않다.

“내 후배 왜 괴롭혀” 경쟁업체 찾아가 폭행
수감된 후엔 “동료 수감자 머슴처럼 부려”


‘빗나간 특권의식인가. 충성경쟁인가’ 그들만의 의리(?)로 똘똘 뭉친 남자들이 있다. 수원북문파 조직원인 구모(27)씨 등은 수원의 유흥가지역에서 주차문제로 갈등을 빚던 경쟁업체 직원들을 집단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구씨는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데도 후배의 다툼을 대신 해결해주겠다며 발 벗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는 또 수원구치소에서 만난 김모(31)씨와 함께 자신들이 조직폭력배임을 과시하며 동료 수감자들에게 자신의 옷을 세탁하게 하고 안마를 시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패거리지어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며 자립을 위해 때로는 과도한 폭력성향을 나타낸다”며 “또 ‘아랫세대를 지배하겠다’는 논리로 피해자를 폭행하고 모멸감을 주어 잠시나마 느끼는 우월감을 즐긴다”고 전했다.

빗나간 ‘조폭의 삼류의리’

사건은 지난해 9월 수원시 인계동 유흥가에서 시작됐다. 인계동은 ‘인계동 박스’라 불리는 유흥업소 밀집지로, 술집, 노래방은 물론이고 안마시술소, 호스트바 등 없는 게 없는 곳이다. 또 이러한 유흥상권과 맞물려 인계동 내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이 자가용을 이용한 불법 택시영업, 이른바 ‘콜뛰기’이다.  

조직폭력배 구씨의 후배도 이곳에서 콜뛰기 영업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구씨는 후배로부터 영업을 하던 중 자동차 주차문제로 경쟁업체 직원과 다툼이 있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 소식을 접한 구씨는 ‘수원북문파’ 후배 조직원 강모(26)씨와 한모(26)씨 외 3명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후배를 위해 경쟁업체로 달려간 구씨 일행은 세차를 하려는 콜뛰기 업체 직원들에게 무릎을 꿇게 한 다음 “사장을 불러오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윽고 직원들의 연락을 받은 피해자 조씨가 도착하자 구씨는 무차별적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구씨일행은 합세하여 주먹과 발로 조씨의 얼굴과 온몸을 수차례 때렸고, 세차장 내에서 넘어진 조씨의 머리채를 잡고 10여 미터 가량을 끌고 다니기도 했다. 또 조씨가 무릎을 꿇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을 더 했으며 이 사건으로 조씨는 비골골절, 각막파열상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직원들의 연락을 받고 온 또 다른 피해자 이씨 역시 안면부위가 긁히고 입술 안쪽이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

사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폭행혐의로 지난해 12월 수원구치소에 입감된 구씨는 광주 유영이파의 조직원인 김씨를 만나게 된다. 구씨는 나이 순서에 따라 김씨를 “형님”이라 칭하며 깍듯이 예의를 갖춰 수용자들에게 조직폭력배들 사이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과시했다.

또 이들은 온 몸에 새겨진 용, 잉어 문신을 수시로 드러내고 자신들의 상의에 조직폭력배임을 표시하는 노란색 명찰이 붙어있음을 과시하면서 다른 수용자들이 자신들에게 저항할 수 없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후 구씨와 김씨는 피해자 최씨에게 자신의 속옷을 세탁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를 거부하면 신체에 어떠한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고 협박했다. 겁을 먹은 최씨는 매주 화요일 목욕시간마다 이들의 속옷을 세탁했다.

또 김씨는 매일같이 최씨에게 자신의 등과 팔을 안마해줄 것을 요구했고, 볼펜을 사용하여 최씨의 얼굴에 수염을 그린 후 “지우지 마라”고 지시하면서 다음날 아침까지 수염을 지우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교도소에서도 ‘위력 과시’

수원지법 형사제5단독 손삼락 판사는 일명 콜뛰기(자가용으로 대리운전 영업)를 하면서 경쟁업체 직원들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구모(27)씨 등 경기 수원북문파 조직원 3명과 광주 유영이파 조직원 김모(31)씨 등 4명에 대해 징역 6월~2년을 선고했다.

손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구씨 등의 공동상해범행은 조직적으로 저질러져 행위태양에 있어서 위험성이 크고, 피해자들의 피해정도도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들은 모두 이전에도 폭력행위 또는 범죄단체가입으로 인한 형사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동종 또는 유사한 유형의 범행을 다시 저지를 우려 또한 적지 않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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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