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정보경찰 딜레마

“국가 위해 뛰었는데 필요 없으니 팽?”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찰이 정보경찰 개혁에 칼을 빼들었다. 그간 꾸준히 제기돼온 민간인 불법사찰 우려를 해소하고 진정한 민주경찰, 인권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 메스를 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보경찰 개혁이 정보력 부재로 인한 치안공백 우려도 있어 개혁의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 정보기능 폐지론까지 나와 향후 정보경찰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정보경찰 업무 축소 방안이 전해지자 일선 정보경찰들의 불만이 일고 있다. 그간 정보경찰은 공공기관을 비롯해 기업, 시민사회단체, 대학, 언론사, 병원 등을 출입하며 정보수집 활동을 진행해왔다. 이는 국가정보원과 검찰도 정보를 수집하지만, 지역 곳곳서 밑바닥 민심까지 들을 수 있는 정보경찰의 활동은 그동안 경찰 조직 힘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대대적 손질
비판 반영

경찰이 정보기능에 대한 대대적 손질에 나선 것은 불분명한 직무 범위 탓에 자의적 정보수집이나 사찰 우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정보경찰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관한 치안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국민안전 및 사회갈등과 관련된 상황정보, 지자체나 부처의 치안정책을 포함한 각종 정책정보, 공직임용, 비밀취급, 보안시설출입 등 대상자에 대한 신뢰성 등을 확인하는 신원조사 등 크게 세 가지가 정보경찰 업무다. 

업무특성상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 업무내용도 비공개여서 국민 기본권 침해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보기능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있다. 과거 잘못한 일을 반성하는 정도가 아니라 회개하는 수준으로 가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개편,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환골탈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일각서 제기되는 정보기능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경찰이 동향정보, 정책정보라는 이름으로 사찰을 하고 있는데 그게 사찰인지도 모르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경찰개혁안을 의결했다. 

개혁안에는 정당, 언론사, 학교, 종교기관, 시민사회단체, 기업 등 민간조직에 대한 경찰 정보관(IO)의 상시출입 중단, 국가 정책 관련 민심 등을 파악하는 정책정보 수집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업무 조정, 집회·시위 관리 관련 기능을 정보국서 경비국으로 이관, 정보경찰 인력 감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담당업무 축소…시민단체·대학·언론 출입중단
수사권 조정 염두에 둔 포석? 내부선 불만 고조

경찰 정보활동의 구체적인 직무 범위와 권한, 권한남용에 대한 형사처벌 등을 법으로 규정하고, 경찰 정보보고를 ‘열람 후 폐기’ 방식이 아닌 ‘전부 보관’ 원칙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보를 수집·작성·배포한 경찰관의 실명을 기록하는 ‘정보실명제’ 시행 등도 언급됐다. 


개혁안의 초점은 과거 정보 수집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진 불법 사찰의 근절이다. 경찰도 정보 수집 업무의 개혁을 통해 과거 잘못된 관행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책정보 수집이라는 미명하에 불법 사찰성 정보를 모아온 일부 관행을 없애는 게 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때문에?
내부 불만 폭주

일각에선 이번 개혁안은 정보경찰의 업무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정보경찰이 민간인 불법 사찰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만큼 개혁안을 통해 정보수집이라는 칼은 내려놓는 대신 수사권을 받기 위한 복안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폐지 요구가 거셌던 경찰청 정보국은 명칭을 바꿔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는 대테러 등 치안정보 수집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경찰이 개혁 의지를 밝히면서도 전면 폐지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정보력 부재에 따른 치안공백 우려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이 국내정보 수집 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서 경찰까지 정보 수집을 하지 않으면 치안 유지에 필요한 정보 역량이 크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범죄정보뿐만이 아니라 사회갈등 중재 역할, 치안정책에 대한 비판 역할 등 기능을 하지 못해 궁극적으로 국민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미연에 범죄를 방지하는 예방적 활동 미비로 사회안전망 구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경찰 관계자는 “정보는 국민들 치안과 관련된 문제로, 각 부처서 스스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겠느냐. 경찰의 정책정보 기능이 없으면 각 부처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없다”며 “정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우리가 할 게 아니지만 보충성 측면서 채널 역할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면폐지 난색 
치안공백 우려

하지만 이번 개혁안을 두고 경찰 내부에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 내부 논란은 물론 정보관들도 “국가를 위해 일한 죄밖에 없는데 정권이 바뀌니 적폐로 몰렸다”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보국 조직 및 업무를 축소하는 방안이 본격 거론된 뒤로는 정보국 경찰들이 현장 활동에 손을 놓았다는 말까지 나와 실제로 경찰청에 올라오는 정보 보고도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책정보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으로 넘긴다 해도 정보국 경찰 3200여명이 담당했던 업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대입제도 개편이나 재활용 쓰레기 대란 같은 굵직한 현안에 대한 여론을 파악하려면 밑바닥 분위기까지 확인해야 하는데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이 전담하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정보 수집 기능이 국무총리실로 넘어가도 결국 경찰이 총리실 협조 요청을 받는 식으로 업무를 대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경찰청의 한 정보관은 “아직까지는 확정된 것이 없어 관망세지만, 정보 업무만 축소하는 것은 문제 있다고 본다”며 “정책 보고나 민간기관서 나오는 민심 동향 파악은 정보관이 하는 주요 업무인데 무조건 줄이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퇴직 경찰도 “정부정책이 잘 되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와 밑바닥 민심을 알 수 있는 것은 경찰 조직서만 가능한 데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국회는 자치경찰제도를 하루 속히 도입해 현실정에 맞는 경찰업무가 시행되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보기능 폐지론까지
“아직 결정된 것 없다”  

경찰개혁위원회 정보경찰개혁소위원회가 만든 ‘경찰의 정보활동 개혁안’ 초안은 아직 경찰과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고 경찰청은 밝혔다. 이 초안은 이날 오후 경찰개혁위 전체회의에 상정되는 보고서다. 

지난 13일 경찰청은 “‘경찰의 정보활동 개혁안’이 온라인상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며 “전체회의서 확정된 안이 아니라 소위원회 민간 위원들이 개혁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하기 위해 마련된 초안”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방안을 놓고 위원들과 협의하고 있지만 해당 초안은 경찰청서 수용하기 어렵거나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다는 것이 경찰 측 답변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개혁위의 요구를 경찰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개혁위가 내놓은 초안은 아직 경찰과 합의되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경찰청 입장은 (정보국)폐지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20년 넘게 경찰 ‘정보라인’에 있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불법 사찰 등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 일로 요샌 그런 정보 수집은 거의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 경찰개혁 과정서 일부 정보 업무가 제한될 순 있겠지만 기존에 하고 있던 치안정보 수집 업무에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일선서 정보과 경찰도 “정보관들이 특권을 누리고, 특권의식이 강하다는 건 다 옛말”이라며 “요새는 민간기관에 마음대로 출입해 정보 캐내는 일 자체가 이미 많이 제한된 상태다”라고 주장했다. 

“결정 아니다”
확대해석 경계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서 일각서 경찰개혁 일환으로 주장하는 정보국 폐지 등 정보경찰 개혁과 관련 “사찰로 자꾸 오해되는 부분이 있는데 어디까지가 정보경찰 업무 영역인지 개념정리가 안 돼있어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한 다음 (논의)해야할 문제”라며 “내외부적인 통제를 강화하는 것 저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폐지나 명칭을 바꾸는 안도 있는데 경찰개혁위원회와 협의해 구체적 안이 나오면 설명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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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