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빠진’ 정보경찰 딜레마

“국가 위해 뛰었는데 필요 없으니 팽?”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찰이 정보경찰 개혁에 칼을 빼들었다. 그간 꾸준히 제기돼온 민간인 불법사찰 우려를 해소하고 진정한 민주경찰, 인권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 메스를 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정보경찰 개혁이 정보력 부재로 인한 치안공백 우려도 있어 개혁의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 정보기능 폐지론까지 나와 향후 정보경찰 개혁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정보경찰 업무 축소 방안이 전해지자 일선 정보경찰들의 불만이 일고 있다. 그간 정보경찰은 공공기관을 비롯해 기업, 시민사회단체, 대학, 언론사, 병원 등을 출입하며 정보수집 활동을 진행해왔다. 이는 국가정보원과 검찰도 정보를 수집하지만, 지역 곳곳서 밑바닥 민심까지 들을 수 있는 정보경찰의 활동은 그동안 경찰 조직 힘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대대적 손질
비판 반영

경찰이 정보기능에 대한 대대적 손질에 나선 것은 불분명한 직무 범위 탓에 자의적 정보수집이나 사찰 우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정보경찰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관한 치안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국민안전 및 사회갈등과 관련된 상황정보, 지자체나 부처의 치안정책을 포함한 각종 정책정보, 공직임용, 비밀취급, 보안시설출입 등 대상자에 대한 신뢰성 등을 확인하는 신원조사 등 크게 세 가지가 정보경찰 업무다. 

업무특성상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 업무내용도 비공개여서 국민 기본권 침해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보기능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있다. 과거 잘못한 일을 반성하는 정도가 아니라 회개하는 수준으로 가야 한다”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개편,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환골탈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일각서 제기되는 정보기능 폐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최근 “경찰이 동향정보, 정책정보라는 이름으로 사찰을 하고 있는데 그게 사찰인지도 모르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경찰개혁안을 의결했다. 

개혁안에는 정당, 언론사, 학교, 종교기관, 시민사회단체, 기업 등 민간조직에 대한 경찰 정보관(IO)의 상시출입 중단, 국가 정책 관련 민심 등을 파악하는 정책정보 수집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업무 조정, 집회·시위 관리 관련 기능을 정보국서 경비국으로 이관, 정보경찰 인력 감축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담당업무 축소…시민단체·대학·언론 출입중단
수사권 조정 염두에 둔 포석? 내부선 불만 고조

경찰 정보활동의 구체적인 직무 범위와 권한, 권한남용에 대한 형사처벌 등을 법으로 규정하고, 경찰 정보보고를 ‘열람 후 폐기’ 방식이 아닌 ‘전부 보관’ 원칙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보를 수집·작성·배포한 경찰관의 실명을 기록하는 ‘정보실명제’ 시행 등도 언급됐다. 


개혁안의 초점은 과거 정보 수집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진 불법 사찰의 근절이다. 경찰도 정보 수집 업무의 개혁을 통해 과거 잘못된 관행서 벗어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책정보 수집이라는 미명하에 불법 사찰성 정보를 모아온 일부 관행을 없애는 게 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수사권 때문에?
내부 불만 폭주

일각에선 이번 개혁안은 정보경찰의 업무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정보경찰이 민간인 불법 사찰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만큼 개혁안을 통해 정보수집이라는 칼은 내려놓는 대신 수사권을 받기 위한 복안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폐지 요구가 거셌던 경찰청 정보국은 명칭을 바꿔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는 대테러 등 치안정보 수집활동에 집중하게 된다. 

경찰이 개혁 의지를 밝히면서도 전면 폐지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정보력 부재에 따른 치안공백 우려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이 국내정보 수집 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서 경찰까지 정보 수집을 하지 않으면 치안 유지에 필요한 정보 역량이 크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범죄정보뿐만이 아니라 사회갈등 중재 역할, 치안정책에 대한 비판 역할 등 기능을 하지 못해 궁극적으로 국민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미연에 범죄를 방지하는 예방적 활동 미비로 사회안전망 구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경찰 관계자는 “정보는 국민들 치안과 관련된 문제로, 각 부처서 스스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겠느냐. 경찰의 정책정보 기능이 없으면 각 부처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할 수 없다”며 “정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우리가 할 게 아니지만 보충성 측면서 채널 역할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면폐지 난색 
치안공백 우려

하지만 이번 개혁안을 두고 경찰 내부에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 내부 논란은 물론 정보관들도 “국가를 위해 일한 죄밖에 없는데 정권이 바뀌니 적폐로 몰렸다”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보국 조직 및 업무를 축소하는 방안이 본격 거론된 뒤로는 정보국 경찰들이 현장 활동에 손을 놓았다는 말까지 나와 실제로 경찰청에 올라오는 정보 보고도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책정보 기능을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으로 넘긴다 해도 정보국 경찰 3200여명이 담당했던 업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대입제도 개편이나 재활용 쓰레기 대란 같은 굵직한 현안에 대한 여론을 파악하려면 밑바닥 분위기까지 확인해야 하는데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이 전담하기엔 무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책정보 수집 기능이 국무총리실로 넘어가도 결국 경찰이 총리실 협조 요청을 받는 식으로 업무를 대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경찰청의 한 정보관은 “아직까지는 확정된 것이 없어 관망세지만, 정보 업무만 축소하는 것은 문제 있다고 본다”며 “정책 보고나 민간기관서 나오는 민심 동향 파악은 정보관이 하는 주요 업무인데 무조건 줄이는 것이 과연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퇴직 경찰도 “정부정책이 잘 되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와 밑바닥 민심을 알 수 있는 것은 경찰 조직서만 가능한 데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국회는 자치경찰제도를 하루 속히 도입해 현실정에 맞는 경찰업무가 시행되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보기능 폐지론까지
“아직 결정된 것 없다”  

경찰개혁위원회 정보경찰개혁소위원회가 만든 ‘경찰의 정보활동 개혁안’ 초안은 아직 경찰과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고 경찰청은 밝혔다. 이 초안은 이날 오후 경찰개혁위 전체회의에 상정되는 보고서다. 

지난 13일 경찰청은 “‘경찰의 정보활동 개혁안’이 온라인상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며 “전체회의서 확정된 안이 아니라 소위원회 민간 위원들이 개혁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하기 위해 마련된 초안”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방안을 놓고 위원들과 협의하고 있지만 해당 초안은 경찰청서 수용하기 어렵거나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다는 것이 경찰 측 답변이다.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개혁위의 요구를 경찰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개혁위가 내놓은 초안은 아직 경찰과 합의되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경찰청 입장은 (정보국)폐지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20년 넘게 경찰 ‘정보라인’에 있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불법 사찰 등의 문제는 이미 오래전 일로 요샌 그런 정보 수집은 거의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 경찰개혁 과정서 일부 정보 업무가 제한될 순 있겠지만 기존에 하고 있던 치안정보 수집 업무에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일선서 정보과 경찰도 “정보관들이 특권을 누리고, 특권의식이 강하다는 건 다 옛말”이라며 “요새는 민간기관에 마음대로 출입해 정보 캐내는 일 자체가 이미 많이 제한된 상태다”라고 주장했다. 

“결정 아니다”
확대해석 경계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서 일각서 경찰개혁 일환으로 주장하는 정보국 폐지 등 정보경찰 개혁과 관련 “사찰로 자꾸 오해되는 부분이 있는데 어디까지가 정보경찰 업무 영역인지 개념정리가 안 돼있어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한 다음 (논의)해야할 문제”라며 “내외부적인 통제를 강화하는 것 저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폐지나 명칭을 바꾸는 안도 있는데 경찰개혁위원회와 협의해 구체적 안이 나오면 설명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