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주역 김영진 민주당 의원

“5월정신이 세계적으로 공인받아 긍지와 보람 느낀다”

[대담=이주현 기자] ‘5·18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의 주역으로 평가 받고 있는 민주당 김영진(광주서구을·5선) 의원은 “5월 정신이 세계적으로 공인 받았다는 신호탄이다”며 “광주가 민주화운동의 세계적인 성지이자 명실상부한 국제 인권도시임을 65억 지구촌 시민들에게 인정받게 된 쾌거”라고 감회를 나타냈다. 이번 등재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층 드높인 역사적 순간이었다는 김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선정까지의 생생한 과정을 들어봤다.

“광주가 민주화운동의 세계적인 성지이자 명실상부한
국제 인권도시임을 65억 지구촌에 인정받게 된 쾌거”

김영진 의원은 국회 헌정사상 4선을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한 유일한 의원이다. 13대 초선  당시 농수산위원회에 발을 들여 놓으며 ‘시대의 약자인 농어민들을 대변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농어민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유권자의 권유와 뜻을 받들어 교육과학기술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긴 것이 유네스코와 인연의 시작이었다. 2009년 의장권한대행 이후 2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5월 24일 최종 확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제 9월 5일 공식 선포만 남은 것이다.

이번 등재의 주역으로 평가 받는 김 의원이지만 “등재위원장과 위원회가 잘 한 것도, 정부가 노력해서 된 것도 아니다”며 “5월영령들의 위대한 헌신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민주주의에 바치며 투쟁하며 싸운 비폭력 저항운동, 가족이 받은 고통과 아픔이 유네스코 위원들을 감동시킨 결과다”며 등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광주가 세계 속의 민주인권 평화의 성지가 되었다. 모든 영광과 감사를 5월영령과 140만광주시민 여러분께 바친다”고 겸손해 하는 김 의원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한민국 국격
드높인 쾌거!

- ‘5·18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5·18 세계기록유산’이 9월 5일 공식 선포되는데 이번 등재가 가지는 의미는?
▲ 이번 등재 결정은 5·18이 광주시민들의 5월, 피해자들만의 5월이 아니라, 5월 정신이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는 신호탄이다. 무엇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를 위해 노력한 모범사례로써 65억 지구촌 인류의 교과서로 길이 기억되어야 함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광주는 이제 민주화운동의 세계적인 성지이자 명실상부한 국제인권도시로서 인정받게 됨으로써 우리의 국격까지 드높인 쾌거라고 본다.

-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계기는?
▲ 2009년 유네스코 아태지역교육의원연맹 의장권한대행 자격으로 업무보고를 받는데 세계기록유산에 넬슨만델라 형사재판기록,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인권문서, 심지어 5·18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1986년 필리핀 민중혁명 자료도 등재돼 있었다. 당연히 5·18 기록물도 있겠거니 싶었는데 아예 등재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해 12월 지역원로이신 조비오 몬시뇰 목사, 강신석 목사, 지선스님을 상임고문으로, 5·18단체 대표자와 광주시장, 교육감 등을 위원으로 등재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 등재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과 애로사항이 있었다면?
▲ 지난해 11월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까지 찾아왔다. 이 인사가 ‘5·18은 정권탈취를 위한 김대중 추종세력과 폭도들이 일으킨 반란’이라며 반대 청원서를 제출하는 바람에 심사가 보류됐던 적이 있어 힘들었다. 이후 유엔/유네스코 총회 의장과 직접 면담하며 주한미대사관, 국가기록원 등을 돌아다니며 5·18 기록물 세계유산 등재 기록물 확인서를 받아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또한 국회에서는 대정부질문을 자처해 김황식 총리로부터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결국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심사에서 등재권고 결정이 내려졌고 5월24일 최종 확정됐다.

- 확정 소식을 듣는 순간 심정은 어떠했는지?
▲ 북받쳐 오르는 감격과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동안 광주가 어떤 길을 걸어왔나? 폭도에서 민주투사로, 폭동에서 민주화운동으로 공인되기까지 31년이라는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거쳤다. 그동안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던, 살아남은 자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한꺼번에 울컥 쏟아져 나왔다.

“낭보에 감격과 기쁨
이루 말할 수 없어”

- 정부 지원 없이 민간 NGO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이 관심을 받고 있다.
▲ 순수한 시민들의 힘으로 등재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5월정신에 합당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정부가 추진했더라면 보수단체들의 극심한 반대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 그렇게 진행했다면 더욱 더뎌졌고 중단의 위기도 맞았을 것이다. 5·18관련 단체들의 열정어린 참여와 5·18 연구소를 갖고 있는 대학 총장들의 정책자문, 광주시의 재정지원이 큰 힘이 됐다.

- 보완점이 있다면?
▲ 이제 5·18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이다. 65억 세계인들이 배우고 익히도록 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5·18의 세계화를 위해 관련 내용을 인정교과서에 싣도록 해야 하고, 금남로 카톨릭센터에 5·18 기록보존소를 설치해 기록유산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함으로써 광주를 찾는 세계인들에게 쉽게 보급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미완의 과제들을 풀어야 한다. 발포명령자에 대한 확인과 진상규명, 365명에 달하는 행방불명자의 명예회복, 채택이 보류된 국회 광주청문회 결과보고서 등이 그것이다.

- 향후 과제와 활동계획은 어떠한가?
▲ 아울러 유네스코 5·18국제평화센터도 설립해서 명실상부한 세계적 인권도시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오는 2013년 제11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회의 광주 유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인류 보편적 가치와 세계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유네스코와 광주시가 공동으로 수여하는 5·18국제평화대상을 제정하기로 했다. 기금은 시민들의 모금으로 운영된다.

- 최근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이슈였다. 무상급식에 대한 견해는?
▲ 나는 ‘무상급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번 서울시 주민투표를 통해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확실해졌다. 이제 무상급식의 당위성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설득이 필요한 시기는 사실상 지났다. 무상급식정책은 보수나 진보의 이념적 문제가 아니라 헌법정신에 충실하려는 움직임이자, 우리나라가 보편적 사회복지정책 프로그램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 서울시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입장은?
▲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양극화된 한국사회에서 보편적 복지를 ‘망국 포퓰리즘’으로 치부하던 한나라당에 대한 냉엄한 민심의 반영이자 시민을 위한 실질적 정책을 외면한 오세훈 시장에 대한 반감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실상 얼마든지 타협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특히 180여억원의 혈세를 들여 투표를 하고 시장직 사퇴 조건으로까지 갈 만한 사안조차 아니었다고 본다.

-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는 어떻게 보는가?
▲ 서울시민들이 민주주의 투표로 오 시장을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라 본다. 오 전 시장은 오기를 부렸다. 그리고 끝내 무릎 꿇고 우는 장면까지 연출하며 시민들을 사생결단의 투표율 경쟁과 시정 분열로 내몰았다. 다시 한 번 서울시와 한나라당이 이성적 기준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

서울시민들의
준엄한 심판

- 노태우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 5·18은 신군부가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국민을 학살한 명백한 반역행위요, 오욕의 역사다. 그럼에도 5·18양민학살의 주범인 노태우씨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광주사태의 진범은 유언비어였다’며 진실을 호도하고 역사를 왜곡해 분노가 끓어올랐다. 따라서 이번 노태우씨의 망언은 역사왜곡을 통한 제2의 쿠데타라고 판단내리고, 더 이상 군사쿠데타 세력의 역사왜곡이 노골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절한 심정에서 이 같은 조치를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 노 전 대통령 측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 차원의 법률지원단 구성을 촉구하였고, 등재추진위원회 긴급회의를 통해 합당한 조치가 없으면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발함과 아울러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9월에 유엔유네스코 헵번 의장이 광주를 직접 방문하여 5·18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확정짓고, 이를 만방에 선포하게 된다. 그런데 돌연 노태우씨가 이 같은 망언을 함으로써 광주 시민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죽이고 있다. 개탄스럽고 분노스럽다.

노태우 회고록 “개탄스럽고 분노 치밀어 올랐다”
예향과 의향의 도시 광주, 과학명품도시로 만들 것


- 불공정, 불공평한 과학벨트 평가, 짜맞추기식 정략적 심사에 대해 항의단식을 했는데?
▲ 과학벨트처럼 국민적 관심이 높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국책사업을 진행할 때는 반드시 공정하게 사업 추진이 전제되어야 한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특정 대선주자에 대한 정치적 배려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정략적 행태를 무효화하고 원점에서 공정하게 시작해야 한다.

- 2015 광주U대회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 2015 광주U대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인류 3대 제전으로서 지구촌 175개국에서 3만여명이 참여하는 ‘지구촌 청년대학생 올림픽’이다.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하여 출전한다면, 인류 평화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이번 등재와 더불어 광주U대회를 민주·인권·평화의 청년제전으로 성사시켜 광주의 국제적 위상과 도시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반값등록금’에 대한 입장은?
▲ 정부 내에서 교과부와 기재부의 입장이 다르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입장 정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군복무기간 동안 대출이자 면제 정도에만 합의에만 이르렀다. 올해 말 각 대학 총학생회 선거를 거쳐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여당이 반값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석이 반 토막 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전국지역신문협회로부터 2011 의정대상을 수상하셨는데, 비결이 있다면?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5·18기록물이 등재될 수 있도록 의정역량을 총결집시킨 것, 광주전남지역 대학 및 과학기술 예산의 증액에 힘써 왔던 것, 친환경 무상급식 제도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했던 것 등을 지역신문협회 측으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다. 지역현안 해결과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던 것인데 기대 이상의 큰 상을 받아 기쁘다.

“5선 중진의원으로
역할에 최선 다할 것”

- 내년 총선과 대선을 전망하신다면?
▲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유권자들은 교만하고 방심하고, 나사 풀어진 모습을 굉장히 싫어한다. 국민의 뜻을 섬기고 받들며 겸허한 마음으로 민심에 다가가야 한다. 온 힘을 다해 민심의 바다를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야당 10년, 여당 10년 의정활동을 하며 야권이 16개 광역도지사중 9개 지역을 확보 한 적은 없었다. 초석은 깔려 있다. 내년의 정권교체는 야5당이 당리당락을 버리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의 심판을 호소 할 때 표를 밀어 주실 것이라 믿는다. 승리를 확신한다.

- ‘통합’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 현재 추진 중인 야권통합과 연대는 ‘살얼음판’과 같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역할이다. 다른 야당 및 시민사회와 연대·연합·통합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1:1 구도가 될 때 비로소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당의 5선 중진 의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 할 것이며, 아마도 야권을 하나로 묶어내는 메신저 임무가 주어질 것으로 본다. 최선을 다하겠다.

- 앞으로의 각오는?
▲ 5선의원이지만 ‘초선 같은 중진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힌바 있다. 예부터 광주는 예향과 의향의 도시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명품도시로 만들고 싶다. 중진의 경륜과 나 자신의 성심과 열정을 가지고 광주를 명품과학도시로 거듭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내년 정권교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민주희망21’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데 정권교체의 초석이 되도록 하겠다.



<김영진 의원 프로필>

• 기독청년회 전국회장(기청·EYC 7대 회장)
• 유신반대 광주YWCA사건 및 5.18 민주화운동으로 2회 투옥
• 국회의원(제13·14·15·16·18대 - 5선)
• 제53대 농림부 장관
• UN/유네스코 아태지역교육의원연맹 수석부의장(현)
•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W-KICA) 상임대표(현)
•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장(현)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광주유치 공동위원장(현)
• 민주희망 2012(구 쇄신연대) 상임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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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