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가상세계로 이탈’ 유화수

동양 감성을 서양 표현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사이가 작가 유화수의 개인전 ‘유화수 산수’를 진행 중이다. 유화수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현실서 비현실 세계로의 이행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습관, 불합리한 상황 등 작가의 삶의 구성하는 모든 환경서 이탈해 새로운 세계를 창출하는 과정서 드러난다. 유화수가 선사하는 가상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작가 유화수의 작품은 마치 동화 속 산수(山水)를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일반적으로 산수라고 하면 동양미를 떠올리지만 그의 작품은 다양한 패턴의 패브릭과 유화를 재료로 사용했다. 작품서 나타나는 동양의 감성을 동양화가 아닌 서양화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유화수의 작품은 특별하다.

동양+서양

유화수는 그림을 통해 가상세계로의 이탈을 꿈꾼다. 개인의 체험이나 현실세계를 바탕으로 한 소재는 작가의 주관적인 해석을 만나 캔버스 위에 가상세계로 표현된다. 유화수는 “나의 작업은 사각 또는 원형의 캔버스를 주요 매체로 하고, 그 위에 그리기와 오브제를 덧붙이는 행위를 통해 허구와 환상으로서의 가상세계 만들기를 시도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실세계서 수많은 제도와 관념 사이에 지쳐버린 이들을 소년소녀로 위장해 유희를 찾아가도록 만든다. 유화수가 지향하는 지점은 상상적 공간이자 유토피아다. 그곳에서 꽃과 말, 그리고 아이들은 작가의 유토피아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다. 

아이들은 각자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말을 채집하면서 유희를 위해 이곳저곳으로 여행한다. 말은 자기 자신을 주변 환경으로부터 위장하면서 쉽게 잡히지 않으려 한다.


그림은 비현실세계로 가는 매개
꽃·말·아이는 유토피아 장치

유화수는 다른 세계로의 이행과 갈망을 일종의 도피심리로 봤다. 현실에 대한 불만족한 심리상태에서 드러나는 심상, 자기 자신을 심리적으로 확대해 현실의 외부세계를 축소시키는 방법으로 도피는 이뤄진다. 

상상 속에서는 현실서 이루지 못했거나 혹은 이루기 힘든 욕망이 실현 가능하다. 유화수는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 수 있는 생각이 생성될 수 있길 기대했다.
 

가상세계는 실재하지 않는 풍경과 나르시시즘적 환상으로 드러난다. 유화수는 “캔버스서 공간성 없이 표현된 야생화와 식물, 풀, 꽃들은 인공적이고 생명이 없는 아름다움일 뿐”이라며 “캔버스 위에 평면적으로 펼쳐진 것들은 사물의 껍질이기에 그림의 표면에선 실재하지만 실체없는 세계를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유화수의 작품은 다양한 이야기로 개개인에게 전달된다. 관람객 각자가 해석을 달리할 순 있지만 그들은 유화수의 작품에 친숙함을 느낀다. 심지어 너무 익숙해 느끼지 못하는 감성을, 그렇기에 소중함을 잃어가고 정체성의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떠올린다.

한옥공간에 서양화 전시
낯선 작품이 친숙함 불러

황정민 갤러리사이 디렉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전통 한옥공간서 인위적인 배합물을 배제하고, 실험적인 낯선 작품으로 친숙한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 디렉터가 말하는 한옥공간은 서울 종로구 북촌에 소재한 갤러리사이를, 낯선 작품은 서양화를, 친숙한 것은 동양적 감성을 의미한다.


유화수의 작품에는 특유의 재미가 있다. 자유로운 상상과 경험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색과 리듬 등 즐거운 감각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작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요소 외에도 또 다른 감각을 확장시키는 점은 유화수의 작품이 가진 큰 장점이다.
 

갤러리사이는 작가의 개인인 ‘유화수 산수’를 가리켜 새로운 무엇을 발견하고 더 나은 가치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시라고 말했다. 또 전통 철학과 정신을 현대의 언어와 몸짓으로 새롭게 재해석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고유의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사이와 사이

갤러리사이 관계자는 “자연적으로 물 흐르듯 정화되거나 더불어 꽃을 피울 수 있는 생명력을 지니는 게 삶의 조화를 이루는 기초가 아닐까”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와 작품 사이, 공간과 작품 사이, 건강한 호흡을 통해 서로에게 동화되고 가치 있는 영향을 주며 통합돼 가는 즐거운 상상의 시너지 과정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 “잊혀가는 것들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들을 다독여 다양함의 사이를 매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5월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유화수는?]

▲학력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졸업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유화수 산수’ 갤러리사이 by creative art group SAI 공간사이(2018)

▲그룹전
‘아시아프 특별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2017)
‘바람이 짓는 집’ 블루미 아트페어 2016, 신세계 갤러리(2016)
‘이건 동화가 아니야’ 4LOG art space(2016)
‘아시아프’ 동대문디자인플라자(2016)
‘아시아프’ 문화역서울 284(2015)
‘침묵 속으로’ JJ 중정갤러리(2015)
‘Still me Steal me’ aA디자인뮤지엄(2014)
‘Global Drawing Interface Archive’ 사이아트갤러리(2014)
‘아시아프’ 문화역서울 284(2014)
‘야생화나라에서 말사냥’ 국민아트갤러리(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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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