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버티는 MB 진짜 속내는?

말하기 싫다 먹기 싫다 살기도 싫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지난달 26일과 2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두 차례 방문 조사를 거절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고 말했다. 또한 “추가 조사에 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조사를 거절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을 향한 혐의와 의혹에 대해 ‘정치적 보복 수사’라는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행보는 ‘전략’ 또는 ‘자충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는 만큼 향후 다툼의 소지가 있는 혐의에 대해서는 법정서 가리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 스스로 검찰 조사를 부정하며 ‘정치 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놓지 않겠다는 모양새다. 이와 반대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재판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수인번호 716
독방에 수감

지난달 26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찾았다. 구치소 방문 조사를 위해서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조사를 거절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사인 강훈 변호사는 이날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열림’ 사무실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전 접견 때 이 전 대통령과 논의했다”며 “논의 결과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오후 2시경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서울동부구치소(이하 동부구치소)로 첫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일부 검찰 실무진들은 오전에 미리 동부구치소를 찾아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검찰은 예정된 대로 이 전 대통령을 찾아가 설득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끝까지 조사를 거부했다. 이에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은 인사라도 하고 오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검찰은 강 변호사를 통해 조사 거부 입장이 담긴 서면만 받았다.

'입 꾹~' 검찰 방문조사 거부
"정치적 보복 수사" 기조 유지

이 전 대통령은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조사 거부 이유를 밝혔다. 

강 변호사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법을 준수하는 차원서 저번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속 후에도 검찰은 주변 사람을 끊임없이 불러 조사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피의사실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다만 강 변호사는 “검찰 조사를 다 거부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재판은 당연히 와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이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글이 올라왔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그를 대신해 게재한 것으로 보인다. 

글의 내용은 ‘천안함 8주기 추모 메시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통일되는 그날까지 매년 여러분을 찾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어 유감”이라며 “비록 직접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결코 잊지 않고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자들은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묘역에 방문했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을 대신해 방명록에 메시지를 남겼다. 
 

메시지 내용은 이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의 내용과 같았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조화를 헌화했다. 측근들은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전임 대통령의 행보인 만큼 정치적 해석에 대해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안보를 중시하는 태도를 취했고 구속에 대한 불만 역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지층을 비롯한 보수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6일에 이어 28일 검찰은 두 번째로 구치소를 방문했다.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 특수2부장이 방문조사를 시도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다시 거절했다. 

검찰은 아침, 점심, 저녁 총 세 차례 이 전 대통령을 설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직접 만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변호인을 통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거듭된 검찰의 설득에 “도대체 왜 아까 한 얘기를 반복하느냐”며 화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계속해서 이 전 대통령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국민적으로 관심이 많고 중요한 사건인 만큼 변호인단의 충분한 조력을 통해서 입장을 소명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된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을 조사하고, 피의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어 검찰 수사에 ‘정치보복 수사’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조사 거부를 통해 정치보복이라는 당위성을 스스로 부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기자회견서부터 지금까지 정치보복 프레임을 내걸고 있다. 지난 기자회견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며 “최근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지금 역시 그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묵비권 행사
검, 계속 설득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서 무죄를 받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그만큼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공격 내용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의 법정 공방서 승세를 잡아 무죄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은 다소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계속해서 거부할 경우 검찰은 불가피하게 이 전 대통령의 주변인과 가족을 수사할 수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의 가족은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이하 김 여사)는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중 5억여원에 대해 공범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2007년 대선 전후에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현금 3억5000만원과 양복 등 의류 1000여만원 어치를 받아 이 전 대통령에게 건네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1년 이명박정부 시절엔 이 전 회장이 현금 1억원이 담긴 명품 가방을 건네는 데 관여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같은 해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약 1억원을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통해 건네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다음날인 23일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김 여사 측과 접촉했다. 검찰 수사팀은 김 여사 측에게 조사 방식과 장소를 물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비공개 조사방식에 있어서는 합의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전직 영부인 신분이었다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사가 이뤄지는 장소서 서로 엇갈렸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자택인 논현동서 방문 조사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김 여사 측은 자택이 아닌 제 3의 장소를 원했다. 장소에 대한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김 여사에 대한 조사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이미 지난 2월25일 검찰에 한 차례 소환된 바 있다. 
 

시형씨는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으로부터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에스엠(SM)'의 자회사 ‘다온’에 40억원을 무담보 저리로 지원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MB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을 재판에 넘기는 공소장에 시형씨를 배임 혐의와 관련해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구속 하루 전날 새벽에 편지를 썼다. 

편지 내용은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고 있다”며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에 앞서 자신의 가족들에 대해서는 수사가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수사에 적극 임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를 전부 거부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은 현재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건 그의 전략 중 하나겠지만 주변 가족들에 대한 수사의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의 가족들은 이미 범죄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가족에 대한 수사 가능성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향후 재판 과정
불리하게 작용

지난달 23일 오전 12시경 이 전 대통령은 동부구치소에 도착해 독방에 수감 중이다. 서울중앙지검이 구속하는 주요 사건 피의자들 대부분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용된다. 

그러나 서울구치소에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에 결정적인 증언을 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수감돼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곳에 있어 이 전 대통령마저 이곳에 수감된다면 경비 부담이 증가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가 아닌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동부구치소에는 현재 국정 농단의 중심에 있던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다.

구치소에 도착한 이 전 대통령은 교도관에게 인적사항을 짧게 밝히고, 간단한 건강검진과 신체검사를 받았다. 이어 휴대한 소지품을 영치하고 미결수 수의로 옷을 갈아입었다. 미결수 수의를 입은 건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수인번호 716번을 왼쪽 가슴에 달고 머그샷(수용기록부 사진)을 찍었다. 뒤이어 구치소 내 규율 등과 관련해 설명을 듣고 의류와 침구, 세면도구 그리고 식기세트 등을 받았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의 수용실을 배정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동부구치소 12층 독방서 생활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와 안전 등을 고려해 12층은 비웠다. 

수감된 공간은 10.13㎡ 면적으로 약 3평, 화장실 까지 포함하면 13㎡(약 4평) 가까이 된다. 일반 독거실은 약 2평 정도의 크기다. 방에는 TV와 거울, 이불, 매트리스, 책상, 사물함, 싱크대, 청소용품, 선풍기 등이 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았다. 77세로 고령인 나이에 자정이 지날 때까지 입소 절차를 밟았던 것을 고려한 까닭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일반 수감자와 같은 식단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서 공개한 동부구치소 수용자동 주간 식단표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아침에 모닝 빵과 잼, 두유 그리고 양배추 샐러드를 받았다. 

점심에는 돼지고기김치찌개와 마늘쫑중멸치볶음, 조미 김, 깍두기가 제공된다. 저녁에는 감자 수제비국과 오징어젓갈무침, 어묵조림 그리고 배추김치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식사가 끝나면 세면대서 식판과 식기를 씻어 반납해야 한다. 일과 역시 일반 수용자들과 같다. 하루에 45분 정도는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다.

외부인 면회의 경우 하루 한 차례 15분정도 선에서 가능하다. 취침시간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30분까지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딸 주연씨 등은 구치소를 찾았지만 이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이들은 영치금만 넣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 전 대통령은 강 변호사 등과 만나 향후 있을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회가 불발된 건 구치소의 결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구치소를 비롯해 법무부 역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오전 이 전 대통령은 아들 시형 씨 등 자녀들을 만났다. 김 여사는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5일에는 독거실에 종일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논현동 자택서 가져온 성경책을 읽기도 했다. 

휴일에는 변호인 접견이 제한되기에 변호인은 따로 만나지 않았다.

MB주변인들
범죄 의혹도

26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일부 친인척들에 대해 면회금지 등 접견제한 조치를 취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상은 다스 회장과 공범으로 지목된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접견제한 조치를 받았다. 다만 친아들인 시형씨는 해당되지 않는다. 28일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온 아들 시형씨와 만났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신식 교도소에 수감된 MB

이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동부구치소는 작년 9월 새롭게 개소한 곳이다. 동부구치소의 옛 이름은 성동구치소였다. 

동부구치소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회색담벼락에 철조망이 가득한 교도소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 높은 벽 대신 개방형 울타리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또 기존의 실외 운동장 대신 실내 운동장을 설치했다. 

전국 교정 시설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지어져 깨끗하고 시설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 및 검찰청사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수>


<기사 속 기사>MB 구속에 복수의 칼 가는 정진석?

지난달 23일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전 대통령의 구속과 관련된 글을 올렸다.

정 의원은 “이제 다들 속이 후련한가. 역사는 반복된다. 너희들 차례다”라며 특정인을 지목하는 듯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기어코 손에 피를 묻혔습니다. 그의 지지자들은 이 전 대통령의 집 앞에 몰려가 환호작약했습니다. 퇴임한 지 5년 지난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는 것이 사법정의입니까”라며 되물었다.

 이에 24일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논평서 “더 이상 국민들의 화를 돋우지 말고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자중하기 바란다”며 맞받아쳤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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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