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번지는 ‘묻지마 살인사건’

[일요시사=최형호 기자] 세계적으로 ‘묻지마 살인사건’이 유행처럼 터지고 있다. 노르웨이 출신 브레이브 빅은 세상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중국에서는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인해 한해 평균 9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있다. 또한 일본은 도오리마(길거리의 악마)라는 신조어가 증명해주듯 묻지마 살인 사건의 온상이 된지 오래이며, 한국은 묻지마 살인이 2년 새 56% 급증했다. 문제는 묻지마 살인이 단순 살인사건을 넘어 테러수준을 방불케 한다는 것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에 있다.

한국도 묻지마 살인 2년 새 56% 급증
테러수준의 묻지마 살인 대책마련 절실

2011년 7월 22일 오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정부 청사와 오슬로 교외 우토야섬의 노동당 청년 캠프 행사장에서 연쇄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최소 91명이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백인 남성인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으로 정치적으로 우파 성향이 강한 민족주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단독으로 이 같은 만행을 저질렀으며 이슬람과 노르웨이 정치현실에 매우 비판적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평화의 이미지가 강한 노르웨이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혼란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분쟁 없는 평화 도시 오슬로는 정치인이 무방비로 거리를 활보할 만큼 치안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인구 500만명의 노르웨이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은 연 40건으로 한국의 연 1000건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세계 경악시킨 브레이빅

노르웨이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는 나라인 만큼 개방과 평화, 안전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나라로 인식된다. 폭탄 테러가 일어난 정부청사 인근 오슬로시청에서는 매년 12월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리며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이곳에서 상을 받았다.

또한 199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약인 오슬로 협약 체결과 2002년 스리랑카-타밀반군 간 휴전협정, 2005년 남·북 수단 평화협약 중재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나라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이 사건 때문에 오랫동안 쌓아온 개방과 평화, 안전이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얼마 전 중국에서도 여러 건의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온천으로 유명한 랴오닝성 안산시 얼타이쯔촌의 한 공중 목욕탕과 바로 옆 세차장에서 일가족 3명 등 모두 10명이 시신으로 발견 된 것. 희생자는 저우모씨의 부인과 아들, 아버지 등 일가족 3명을 비롯해 목욕탕과 세차장 종업원, 이 건물주인 가족 등 모두 10명에 이른다.

푸젠성 난핑시 난핑실험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보건소 의사 출신인 40대 남성이 무차별적으로 휘두른 칼에 등교 중이던 초등생 8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한 것을 시작으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 지금까지 어린이 15명을 포함해 17명이 사망하고 90여 명이 부상당했다.

‘도오리마’를 아시나요?

일본에서는 ‘무고한 사람을 상처 입히거나 죽이는 끔찍한 범죄’를 일컬어 ‘도오리마(거리의 악마)’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사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묻지마 사건의 온상이 된지 이미 오래다.

도쿄시내에서 전자상가로 유명한 아키하바라 대로에서 2톤 대형트럭을 몰던 20대의 남성이 신호를 무시하고 돌진,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3명을 친 후 차에서 내려 등산용 칼로 행인 등 10여명을 칼로 찔렀다. 이 사건으로 시민 7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중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됐다. 범인은 가토 도모히로(25)라는 시즈오카현 출신의 남성으로, 사건 직후 뒤?아 온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나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아키하바라에 왔다”라며 “이 세상에 산다는 게 지겹다. 누구를 죽이든 상관 없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도쿄 외곽의 한 전철역 버스에서 20대 남성이 역 앞에 세워져 있던 버스 2대에 잇따라 올라타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이 사고로 10여명이 사망하거나 다쳤다. 이 남성은 경찰에 체포된 뒤 "내 인생을 끝내고 싶었기에 상대를 가리지 않고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도오리마 사건은 1998년 이후 80건을 넘어섰다.

묻지마 살인사건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6월 2일에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 인근 골목길에서 류모(여.32)씨가 흉기로 등을 찔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경찰조사에서 류씨의 뒷모습이 아내와 닮아서 홧김에 찔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5개월 전 아내가 딸을 데리고 가출한 데에 앙심을 품고 길에서 아무 여성이나 골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 중구 신당동 주택가에서 어머니가 운영하던 노래방에서 청소 일을 하며 지내던 이모(29)씨가 귀가 중이던 여성을 뒤쫓아가 흉기로 등을 찔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이씨가 현장 주변을 계속 돌아다닌 점, 정신감정 결과 편집증과 자폐적 특성을 보이는 점 등을 감안, 명확한 범행동기가 없는 묻지마 범죄로 판단했다.

이어 서초구 잠원동에서 미국 주립대 심리학과 출신의 박모(23)씨가 집으로 가던 20대 남성을 뒤에서 흉기로 살해했다. 수사진은 박씨가 유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사실과, 그가 평소 판타지게임에 몰두했다는 점, 폐쇄회로(CC)TV에 자신을 노출시킨 행태나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을 죽이겠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이유 없는 살인으로 결론지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검찰청의 2010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우발적 현실불만 등이 이유인 묻지마 살인 사건은 2005년 363건(전체 살인사건의 37%)에서 2008년 532건(53%), 2009년 656건(54%)으로 늘어났다.

한 사회학자는 “폭력성이 짙은 게임을 장시간 오래 하다보면 가상을 현실세계로 착각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확률이 높다”며 묻지마 살인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로 폭력성 짙은 게임을 지적했다. 이런 지적을 뒷받침 해주듯 묻지마 범죄자들 대부분은 게임중독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브레이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평소 폭력적 게임을 즐겨왔던 것으로 진술했으며 한국도 미국 명문대 중퇴생 박씨와 어머니를 살해한 게임중독 중학생 사건 등이 게임과 연관되어 있다.

일본 역시 18명의 사상자를 낸 가토 도모히는 은둔형 외톨이란 뜻인 ‘히키코모리’로 알려졌으며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까지도 하루에 6~7시간 씩 폭력적인 게임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묻지마 범죄가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로 치열해지는 경쟁과 사회적 변화에서 낙오한 사람들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A대학 교수는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는 대부분 내성적이거나 나약한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경쟁에서 낙오할 경우 자신의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억눌러 왔던 감정을 폭발시킨다"고 말했다.

B대학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적 박탈이나 실업 등이 행동유발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자기 자리 상실, 무능력함, 낙인 등 사회 분위기에 충동과 분노를 제어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