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지키는’ 호위무사 반격카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29 10:26:46
  • 호수 1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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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MH 물고 배수진' 의리 언제까지?

[일요시사 취재2팀] 신승훈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대통령의 자금을 총괄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입을 열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과거 MB정부서 중책을 맡은 이들이 MB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4억원을 불법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김 전 기획관은 그동안 혐의를 부인해 오던 것에서 ‘국정원 자금수수가 MB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탄력 받는
MB 수사

검찰은 자금의 사용처 조사에 수사력을 집중함과 동시에 MB의 소환시기에 대한 구체적 논의에 들어갔다.

MB 소환 일정에 대해 검찰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난 23일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늦출 경우 평창올림픽이 개막되고, 바로 이어지는 설 연휴 기간 동안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프레임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자칫 이 전 대통령에게 법적대응 준비 등 시간을 벌어줄 여지가 낮다”고 말했다.

검찰의 MB 조기소환 방침에는 영장청구에 이은 구속까지 가능한 만큼 확실한 물증을 확보한 데 따른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김 전 기획관은 물론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통해 확보한 진술만으로 MB의 뇌물죄 성립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뇌물죄로 우선 구속한 후 현재 수사 중인 ‘다스’ 비자금 수사를 마치는 대로 추가 기소도 가능한 만큼 소환조사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큰형인 이상은씨의 아들인 이동형 전 다스 부사장은 다스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 소환이 예정돼있다.

이 부사장은 다스의 협력업체 IM의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검찰은 이 부사장을 상대로 다스의 자금이 IM 등 협력업체로 흘러들어 간 정황에 대해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다스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면서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IM 등 협력업체로 비자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 앞선 자리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다스는 당연히 저희 아버님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실소유주 논란을 전면 부인했다.

소환 임박…진술·물증 확보한 검찰
특활비 수수 의혹…방어·공격 병행

이밖에 둘째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경우 국정원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 전 의원을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전 의원 측은 준비 부족과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 26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의원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1년 초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1억원대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가족으로까지 번지자 이 전 대통령 측도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과거 함께 일한 법조인 출신 청와대 인사 등을 중심으로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관련 보도 등에 대한 사실관계 및 법적 쟁점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활비 의혹
포토라인 서나?

검찰이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 호위무사를 자청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MB정부서 특임장관을 지냈던 친이(친 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늘푸른당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에 대해 “지금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서 “포토라인에 세운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표적해 놓고 기획해 정치보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이게 과연 문재인정부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국가 대사를 앞두고 무리하게 보복하려고 기획해 포토라인에 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고 없어야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특활비 상납 지시 의혹에 대해 “어떻게 정상적인 대통령이 국정원에 가서 특활비를 받아오라고 지시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그것은 세 살 먹은 애도 그런 이야기를 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전 대통령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를 받은 의혹과 관련해 “김백준씨가 김성호 (당시)국정원장에게 받았다는 것도 아주 석연치 않고 2008년 5월이면 정부가 인사도 확인되기 전”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청와대나 국정원의 시스템도 모를 때인데 김백준 일개 비서관이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가지고 돈을 갖고 오라,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상식적으로 가능하겠냐”고 주장했다.

그는 전 정부의 국정원 특활비 문제도 거론했다. 
 

이 대표는 “지금 검찰이 발표한 것을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이미 돈 다 주고 난 다음에 사후에 보고했다는 것 아니냐”며 “그러면 이명박정권의 국정원 특활비를 손을 댈 정도면 국정원 특활비 전부 손을 대야 되니까 노무현정권도 손을 대야 하고, 김대중정권도 손을 대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호위무사 vs 검찰
이전투구 양상


그는 “정치보복의 꼬리를 문재인 대통령이 끊어야지, 정치보복의 고리를 계속 안고 가면 5년 끝나고 문재인정권이 물러섰을 때 다음에 들어서는 정권도 문 정권을 또 심판대에 세우는 것은 불문가지”라며 “이 악순환의 고리를 문재인 정권이 끊어야 한다. 그게 평화주의자”라고 말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MB를 겨냥한 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8일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서 김 전 수석은 “이 사람들이 모이면 대선 전부터 하는 이야기가 ‘MB 두고 봐라. 그냥 안 간다. 반드시 갚아주겠다’라고 하는 걸 직접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이야기를 하던 사람 중에는)세간서 이야기하는 핵심 멤버 5인, 7인도 있다”며 “(검찰이) 그동안 4대강, UAE, 다스,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까지 온갖 것을 다 건드려 보는데 한결같이 MB를 겨냥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구속된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MB와 독대로 보고했다는 자백을 확보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실장 와서 독대하게 내버려 두는지는 모르지만 (당시에는)장관급 이상이 아니면 독대는 급이 맞지 않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김 전 실장)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해 검찰의 회유나 딜에 의한 거짓 자백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특히 노무현정부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이재오·김두우·조해진…포진
문 정부 기획설…패턴이 있다?

그는 “올해가 개띠해라고 저희도 이전투구 한 번 해봐야 하느냐”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에 있었던 분들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유리알처럼 투명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친이계 인사인 조해진 전 의원도 문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이 전 대통령 옹호에 나섰다. 

조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인 2000년대 중반 서울시장 비서실 정무보좌관을 역임하면서 대표적인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지난 19일 조 전 의원은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금 정권의 검찰이 완전히 도를 넘어섰다고 보는 게 국민들의 상식”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의 보편적 상식과 우려를 부정하고 모욕하는 인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부분에 분노를 느꼈다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을 비판한 것이다.

또한 “과거 정권서 권력의 손발 노릇을 하면서 정적을 치는 데 앞장서고 도구 노릇을 했던 검찰이 오히려 현 정권 들어와 일탈이 더 심해지고 완전히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걱정되는 것은 오히려 현직 대통령이 그렇게 말해 현 정권이 설정한 잣대에 따라 (검찰이)지난 정권을 공격하고 단죄하게 될 것”이라며 “검찰이 이제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 표적 수사, 편파 수사, 왜곡 수사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 전 의원은 “구체적으로 이 전 대통령을 타깃으로 해 어떻게든 사법 처리를 하기 위해 집요하고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펼치면서 정권적 차원의 수사라는 의혹과 의심이 강해졌다”며 “전·현직 대통령 간 정면 충돌, 양 정권 간 충돌, 더 나아가서 양 진영 간 이런 충돌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걱정이 여권 내부서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적폐청산 패턴
기획설 솔솔∼

MB정권서 정무수석을 지낸 김효재 전 의원은 문 정부 기획설을 언급했다. 그는 한 TV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 정부의 적폐 청산 과정을 보면 패턴이 있다. 친여당 매체의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며 “또 여당의 지도부가 문제를 제기한다. 이어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검찰은 신속한 수사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에 착수 한 후 중계방송 된다. 이게 하나의 일정한 패턴”이라며 “누군가의 기획과 총괄 조정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일”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에 등돌린 사람들
집사, 측근…가신들의 배신

MB의 오랜 참모들이 등을 돌리면서 MB가 위기에 직면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아울러 일부 혐의를 MB 탓으로 돌렸다. 두 사람은 ‘MB집사‘로 불릴 만큼 MB 집안의 재산과 대소사를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서운했던 감정 표출
특활비 관련 증언 쏟아내

당초 김 전 기획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청와대 기념품 비용이 부족하다’며 특활비 상납을 요구한 사실이 폭로되자 심경의 변화를 보였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조사에서 “MB의 지시로 국정원 특활비를 건네받고, 이에 대한 사용처도 MB가 관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이전보다 발언 수위를 높였다. 김윤옥 여사에게 국정원 특활비가 전달된 사실을 폭로했던 그는 MB 측에서 부인하는 것을 보고 “그런다고 진실이 가려지겠느냐”고 꼬집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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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