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지키는’ 호위무사 반격카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29 10:26:46
  • 호수 1151호
  • 댓글 0개

'DJ-MH 물고 배수진' 의리 언제까지?

[일요시사 취재2팀] 신승훈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대통령의 자금을 총괄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입을 열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과거 MB정부서 중책을 맡은 이들이 MB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4억원을 불법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김 전 기획관은 그동안 혐의를 부인해 오던 것에서 ‘국정원 자금수수가 MB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탄력 받는
MB 수사

검찰은 자금의 사용처 조사에 수사력을 집중함과 동시에 MB의 소환시기에 대한 구체적 논의에 들어갔다.

MB 소환 일정에 대해 검찰소식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난 23일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늦출 경우 평창올림픽이 개막되고, 바로 이어지는 설 연휴 기간 동안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프레임이 가속화 될 것”이라며 “자칫 이 전 대통령에게 법적대응 준비 등 시간을 벌어줄 여지가 낮다”고 말했다.

검찰의 MB 조기소환 방침에는 영장청구에 이은 구속까지 가능한 만큼 확실한 물증을 확보한 데 따른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김 전 기획관은 물론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통해 확보한 진술만으로 MB의 뇌물죄 성립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뇌물죄로 우선 구속한 후 현재 수사 중인 ‘다스’ 비자금 수사를 마치는 대로 추가 기소도 가능한 만큼 소환조사를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큰형인 이상은씨의 아들인 이동형 전 다스 부사장은 다스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 소환이 예정돼있다.

이 부사장은 다스의 협력업체 IM의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검찰은 이 부사장을 상대로 다스의 자금이 IM 등 협력업체로 흘러들어 간 정황에 대해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다스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면서 계좌추적과 압수수색서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IM 등 협력업체로 비자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 앞선 자리서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다스는 당연히 저희 아버님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실소유주 논란을 전면 부인했다.

소환 임박…진술·물증 확보한 검찰
특활비 수수 의혹…방어·공격 병행

이밖에 둘째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경우 국정원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있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이 전 의원을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의 피의자로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전 의원 측은 준비 부족과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 26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의원은 국회의원 시절인 2011년 초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1억원대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가족으로까지 번지자 이 전 대통령 측도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과거 함께 일한 법조인 출신 청와대 인사 등을 중심으로 국정원 특활비 수수 의혹관련 보도 등에 대한 사실관계 및 법적 쟁점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활비 의혹
포토라인 서나?

검찰이 이 전 대통령과 측근들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 호위무사를 자청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MB정부서 특임장관을 지냈던 친이(친 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늘푸른당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에 대해 “지금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서 “포토라인에 세운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표적해 놓고 기획해 정치보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이게 과연 문재인정부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국가 대사를 앞두고 무리하게 보복하려고 기획해 포토라인에 세우는 일은 없을 것이고 없어야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특활비 상납 지시 의혹에 대해 “어떻게 정상적인 대통령이 국정원에 가서 특활비를 받아오라고 지시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그것은 세 살 먹은 애도 그런 이야기를 안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전 대통령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를 받은 의혹과 관련해 “김백준씨가 김성호 (당시)국정원장에게 받았다는 것도 아주 석연치 않고 2008년 5월이면 정부가 인사도 확인되기 전”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청와대나 국정원의 시스템도 모를 때인데 김백준 일개 비서관이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가지고 돈을 갖고 오라,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상식적으로 가능하겠냐”고 주장했다.

그는 전 정부의 국정원 특활비 문제도 거론했다. 
 

이 대표는 “지금 검찰이 발표한 것을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이미 돈 다 주고 난 다음에 사후에 보고했다는 것 아니냐”며 “그러면 이명박정권의 국정원 특활비를 손을 댈 정도면 국정원 특활비 전부 손을 대야 되니까 노무현정권도 손을 대야 하고, 김대중정권도 손을 대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호위무사 vs 검찰
이전투구 양상


그는 “정치보복의 꼬리를 문재인 대통령이 끊어야지, 정치보복의 고리를 계속 안고 가면 5년 끝나고 문재인정권이 물러섰을 때 다음에 들어서는 정권도 문 정권을 또 심판대에 세우는 것은 불문가지”라며 “이 악순환의 고리를 문재인 정권이 끊어야 한다. 그게 평화주의자”라고 말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MB를 겨냥한 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8일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서 김 전 수석은 “이 사람들이 모이면 대선 전부터 하는 이야기가 ‘MB 두고 봐라. 그냥 안 간다. 반드시 갚아주겠다’라고 하는 걸 직접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 이야기를 하던 사람 중에는)세간서 이야기하는 핵심 멤버 5인, 7인도 있다”며 “(검찰이) 그동안 4대강, UAE, 다스, 국가정보원 특별활동비까지 온갖 것을 다 건드려 보는데 한결같이 MB를 겨냥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구속된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MB와 독대로 보고했다는 자백을 확보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실장 와서 독대하게 내버려 두는지는 모르지만 (당시에는)장관급 이상이 아니면 독대는 급이 맞지 않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김 전 실장)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해 검찰의 회유나 딜에 의한 거짓 자백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특히 노무현정부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이재오·김두우·조해진…포진
문 정부 기획설…패턴이 있다?

그는 “올해가 개띠해라고 저희도 이전투구 한 번 해봐야 하느냐”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 청와대에 있었던 분들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유리알처럼 투명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친이계 인사인 조해진 전 의원도 문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이 전 대통령 옹호에 나섰다. 

조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인 2000년대 중반 서울시장 비서실 정무보좌관을 역임하면서 대표적인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지난 19일 조 전 의원은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금 정권의 검찰이 완전히 도를 넘어섰다고 보는 게 국민들의 상식”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의 보편적 상식과 우려를 부정하고 모욕하는 인식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부분에 분노를 느꼈다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을 비판한 것이다.

또한 “과거 정권서 권력의 손발 노릇을 하면서 정적을 치는 데 앞장서고 도구 노릇을 했던 검찰이 오히려 현 정권 들어와 일탈이 더 심해지고 완전히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걱정되는 것은 오히려 현직 대통령이 그렇게 말해 현 정권이 설정한 잣대에 따라 (검찰이)지난 정권을 공격하고 단죄하게 될 것”이라며 “검찰이 이제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 표적 수사, 편파 수사, 왜곡 수사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 전 의원은 “구체적으로 이 전 대통령을 타깃으로 해 어떻게든 사법 처리를 하기 위해 집요하고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펼치면서 정권적 차원의 수사라는 의혹과 의심이 강해졌다”며 “전·현직 대통령 간 정면 충돌, 양 정권 간 충돌, 더 나아가서 양 진영 간 이런 충돌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걱정이 여권 내부서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적폐청산 패턴
기획설 솔솔∼

MB정권서 정무수석을 지낸 김효재 전 의원은 문 정부 기획설을 언급했다. 그는 한 TV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 정부의 적폐 청산 과정을 보면 패턴이 있다. 친여당 매체의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며 “또 여당의 지도부가 문제를 제기한다. 이어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검찰은 신속한 수사에 착수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에 착수 한 후 중계방송 된다. 이게 하나의 일정한 패턴”이라며 “누군가의 기획과 총괄 조정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일”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에 등돌린 사람들
집사, 측근…가신들의 배신

MB의 오랜 참모들이 등을 돌리면서 MB가 위기에 직면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아울러 일부 혐의를 MB 탓으로 돌렸다. 두 사람은 ‘MB집사‘로 불릴 만큼 MB 집안의 재산과 대소사를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서운했던 감정 표출
특활비 관련 증언 쏟아내

당초 김 전 기획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청와대 기념품 비용이 부족하다’며 특활비 상납을 요구한 사실이 폭로되자 심경의 변화를 보였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조사에서 “MB의 지시로 국정원 특활비를 건네받고, 이에 대한 사용처도 MB가 관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이전보다 발언 수위를 높였다. 김윤옥 여사에게 국정원 특활비가 전달된 사실을 폭로했던 그는 MB 측에서 부인하는 것을 보고 “그런다고 진실이 가려지겠느냐”고 꼬집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