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다 정성 요리하는 미스터 초밥왕 안효주

"자신에게 주어진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

일식 요리사들 사이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사람이 있다. 일본의 유명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 등장한 한국인 요리사.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초밥 왕으로 불리는 안효주(50) 대표다. 지난 5일 안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 청담동 ‘스시 효’를 찾아 훈훈한 그의 요리 인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스시 효’의 안효주 대표는 지난 2000년 일본 인기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서 수삼초밥을 만든 한국인 요리사의 실제 모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전북 남원 출생으로 1978년 일식에 입문하여 20여년 동안 일식 요리사로 일해 왔다.
“1985년 신라호텔에 입사했어요. 정말 맨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일식 주방장을 거쳐 일식당 총책임자 자리까지 올랐죠. 1998년에는 일식조리 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했고, 서울보건대학 전통조리과와 초당대학교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경기대경영대학원을 수려했어요.”
사람들은 그를 ‘초밥 왕’ ‘초밥의 달인’ 이라고 부른다. 1998년 당시 신라호텔 조리과장 시절에는 ‘초밥 명장’이라는 칭호도 받았다고 한다. 그가 ‘스시 효’를 열었을 때 그를 찾았던 신라호텔 손님들 80%가 옮겨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인생 공부도 마찬 가지지만 요리는 해도해도 끝이 없어요.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정말 많아요”라며 겸손해 한다. 오늘도 그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짜내며 연구한다. 요리도 우리네 인생살이와 같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전에는 초밥을 만들 때 신선하고 살아있는 생선이 제일 좋은 재료인 줄만 알았는데, 생선을 숙성시켜서 만든 초밥이 더욱 맛있는 것도 있더군요. 그 당시 저도 숙성의 개념을 몰랐던 거죠. 생선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잡은 뒤 바로 먹어야 맛있는 생선이 있는 반면 5시간, 10시간 또는 하루를 숙성시켜 먹어야 맛있는 게 있어요. 참치는 7~9일 정도 지나야 제 맛이 나죠. 이런 지혜는 이론만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접 경험을 통해 터득할 수 있는 것이죠”
그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직접 신선하고 맛있는 생선을 구하기 위해 수산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장보기 정도는 아랫사람을 시켜도 될 법하지만, 후배 요리사들에게 부지런함의 모범이 되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안 대표는 젊은 시절 전국 아마복싱대회에서 라이트급 준결승까지 올랐던 복싱 유망주였다. 그런 그가 운동을 포기하고 ‘한국의 초밥 왕’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국학생 복싱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고교 졸업 후 챔피언의 꿈을 품고 무작정 상경했다.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고향선배가 요리사로 있는 명동의 한 일식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운동을 시작했다.
“고향 선배가 있는 식당에서 일을 하다가 군대에 갔어요. 군 제대 후 선배에게 제대 인사를 하러 갔는데 마음이 참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일을 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고 틈틈이 요리학원도 다녔어요.”
그는 요리학원을 수료한 뒤 서초동의 일식집에 취직할 기회를 얻었고, 그곳에서 요리 인생의 스승인 이보경 주방장을 만났다. 안 대표의 인생 가운데 이 주방장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1년 정도 이보경 스승님 밑에서 배웠어요. 그리고 그분께서 저를 신라호텔에 추천해주셨는데, 그 당시 요리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단지 저의 성실함과 됨됨이를 보시고 추천을 해주셨던 것 같아요.”
안 대표는 신라호텔에 입사한 뒤 본격적으로 요리 인생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는 신라호텔에 근무하던 시절 지독하게 일했다. 다른 직원들이 쉴 때 일본어와 영어를 틈틈이 공부하며, 요리 연습에 몰두했다.
“열심히 일했던 것은 다름 아닌 제가 있는 위치와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죠. 3년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저에게는 어릴 적 정신적 지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늘 ‘사람은 신용을 잃어서는 절대 안 되며,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돼라’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일을 하든지 그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있다.
“저도 현재 1남1녀를 둔 아버지로 살아가는데,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지 않아요. 단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되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요. 그동안 경험을 통해 아버지가 저에게 말씀하신 것이 인생의 진리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스시 효’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각계 인사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들은 ‘안효주 초밥’을 고집하는 단골손님들이다. 그중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최태원 SK 회장도 단골이다.
“박태준 회장은 제가 신라호텔에 있을 때부터 모셨던 분으로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어요. 박 회장님은 지금도 반드시 제가 있는지 전화로 확인한 뒤 식당을 찾으세요.”
이렇듯 계속해서 ‘스시 효’에 단골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맛보다 정성’을 먼저 생각하는 안 대표의 요리 철학 때문이다.

“저의 요리 철학은 첫째가 위생, 둘째가 정성, 셋째가 맛 이에요. 깨끗하지 않고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요리는 손님들도 단번에 알아요. 그리고 아무리 비싸고 좋은 재료라도 땅에 한번 떨어진 것은 버리라고 직원들에게 철저히 교육을 시키고 있어요. 요리는 청결과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제 맛을 내지 못하니까요. 음식에 정성이 들어가면 맛은 당연히 나게 되어있지요.”
 안 대표는 초밥을 먹을 때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며 소개한다. 양식처럼 절차가 복잡하지도 까다롭지도 않다.
“간단한 몇 가지 방법만 알면 훨씬 즐거운 식사가 될 수 있어요. 비즈니스와 관련된 식사를 하거나 일행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아니라면 요리사들 바로 앞에 있는 바에 앉는 것이 좋아요.”
흔히 초밥은 3초만에 만들고 3초만에 먹으라고 한다. 짧은 시간에 만든 것을 빨리 먹어야 맛있다는 뜻이다.

“인생 공부도 마찬가지지만 요리 공부도 끝이 없다”
‘신용’ 지키고 ‘군계일학’이 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


“초밥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 록 생선의 무게 때문에 밥이 눌려요. 그러면 밥이 딱딱해지죠. 밥알 사이의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밥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을 때 먹어야 입 속에서 삭 퍼지는 초밥을 먹을 수가 있어요. 그리고 초밥은 손으로 먹는 것이 좋아요. 젓가락으로 먹는다고 뭐라고 하는 요리사는 없지만 다만 손으로 먹으면 요리사는 속으로 ‘아, 이 분은 초밥 먹는 예의를 아시는 분이구나’하고 생각하게 돼요.”
여기에는 요리사와의 교감이라는 측면도 있다. 초밥은 요리사가 맨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요리사의 체온이 녹아 있으니 손으로 집어야 그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4월 그의 요리 인생을 되돌아보는 책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전나무 숲)를 펴냈다. 이 책엔 한국 최고의 초밥장인 안 대표의 요리와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
오랫동안 신라호텔 일식주방장으로 일하다 현재는 초밥전문점의 대표로 명품 초밥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가, 요리 앞에서의 마음가짐, 초밥의 다양한 맛과 매력, 그리고 요리사로써의 인생에 관한 감칠맛 나는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놀랍기까지 한 그의 초밥 만들기와 인생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흥미롭고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책에는 안 대표가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데라사와 다이스케를 만난 일화도 맛깔스럽게 담겨 있다.
“<미스터 초밥왕>에 나온 메뉴를 재현하는 이벤트를 하며 만화 작가를 초청했는데 그분이 ‘일본에는 없는 초밥을 만들어 달라’고 말 하더군요. 그래서 고민 끝에 만든 게 6년근 수삼으로 만든 ‘수삼초밥’이었죠. 1주일 뒤에 데라사와 다이스케 작가가 와서 맛을 보더니 만족해하더군요. 그래서 <미스터 초밥왕> 17권에 제가 등장하게 된 거에요.”

인삼이 쓴맛이라고만 생각했던 작가는 아삭아삭 씹히면서 간장 맛이 스며든 수삼초밥에 감탄했고, 만화에 소개하게 된 것이다.
지금 초밥을 쥔 그의 손은 예전에 권투장갑을 끼던 손이었다. 권투장갑과 초밥이란 그 엉뚱한 조합에 대해서도 안 대표는 이 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초밥을 만드는 일은 운동신경과 반사신경이 필요한 일이라고.
권투선수도 초밥요리사도 눈 깜짝할 새에 맛있는 초밥을 쥐어내기 위해서는 운동선수 이상의 반사신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출판사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저의 삶에 대해서 또 요리 인생에 대해 책으로 내보자고 해서 낸 것이었어요. 얼마나 팔렸는지는 모르지만 주간베스트로도 올랐다고 하더군요. 지금도 주위 분들은 ‘재미있게 잘 읽었다’고 말하곤 해요.”
이외에도 그의 저서로 <이것이 일본요리다> 등 3권이 있다.
‘스시 효’는 올 가을 네 번째 지점을 오픈했다.
“청담점, 서초점, 구로점에 이어 10월에 광화문점을 오픈 했어요. 지점을 늘려나가는 것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늘리는 것이 아니에요. 저와 함께 있는 후배 요리사들을 위해 지점을 늘리는 것인데, 후배들을 잘 양성해서 훗날 지점의 지배인으로 주방장으로 보내려고 해요. 그래야 그들도 더욱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잖아요. 물론 검증 안 된 사람은 절대 지점에 안 내보냅니다.”
안 대표의 직원 모집방법은 좀 남다르다. 그는 ‘스시 효’에 지원한 지원자들의 이력서보다 지원자들의 됨됨이를 먼저 본다고 한다.
“저는 이력서는 잘 안 봐요. 솔직히 이력서는 포장된 것이잖아요. 우선 그 사람이 부모님께 효도는 잘하는지, 인격은 어떤지를 먼저 봐요. 대화를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부모님께 효도를 잘하는 사람은 대인관계도 좋고 사회생활도 잘하지요.”
자신의 식당을 운영해보고 싶었던 그의 꿈은 이뤄졌다. 하지만 안 대표는 지금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스시 학교를 만들어서 품격 있는 요리사들을 양성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요리 실력뿐만 아니라 요리사로서의 인성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교육시키는 학교를 세워서 좋은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어요.”
안 대표는 지금까지 오로지 ‘요리’ 하나만을 위해서 살았다. 그런 그가 요즘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소홀했던 친구들을 생각하며 먼 훗날, 깊은 산 속에 황토로 지은 일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안 대표.
“친구들에게 소홀했던 시절, 미안한 마음으로 산속에 식당을 지어서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 도심에서 일본음식 맛보기

동부이촌동 초밥과 우동을 한번에
홍대 댕구우동 면발이 끝내줘요

서울에서 일본 음식을 느껴볼 수 있는 맛집이 있다. 특히 초밥은, 국내의 맛 전문가들은 신라호텔 아리아케[有名]를 으뜸으로 친다. 하지만 그곳 못지않은 곳들이 있다. 동부이촌동 하나[花]도 추천할 만하다. 기본에 충실한 집이다. 가격도 비교적 착하다. 3만원 정도. 낮에는 싸고 저녁에는 조금 더 비싸다. 주인이자 주방장을 맡고 있는 전병화씨는 같은 곳에서 20여년 초밥 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딱 한번 확장했다. ‘하나’처럼 저녁 시간에도 초밥을 먹을 수 있는 집은 서울에서도 드물다. 이곳은 일본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데다 주방장이 초밥을 고집해서 가능한 듯. 동부 충현교회 뒤편에 있다. (02)793-7733
동부이촌동의 아지겐[味原]도 권할 만하다. 메뉴는 일본라면, 볶음면, 짬뽕 등과 일본식 이자카야에서 만날 수 있는 가지구이, 시사모, 군만두, 고등어구이, 고등어 초절임 등 각종 사시미류와 생선구이류가 가득하다. 식사는 1만원 선, 안주는 5천원부터 1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일본 맥주 청주 종류도 다양하다. 화요일은 쉰다. (02)790-8177
달싹하고 따뜻한 국물과 간단한 김밥, 유부초밥을 먹고 싶다면 동부이촌동의 보천을 가볼 만하다. 달콤한 국물이 좋고, 더불어 주문한 초밥도 그럭저럭 괜찮다. 가격은 냄비우동이 8천원 선. 초밥도 더불어 먹자면 1만원 정도는 필요하다. (02)795-8730
우동집은 우선 사누키우동을 취급하는 두 집을 추천한다. 하나는 홍대(동교동 청기와예식장) 부근의 댕구우동이다. 간판에는 일본 카가와[香川] 사누키우동 대사라고 적혀 있다. 사누키우동의 면발로는 으뜸이다. 물론 면은 직접 만든다. 가격은 자루우동(모밀 먹듯이 국물에 찍어 먹는 것을 말한다)이 5천원 선. 추가로 돈까스 등을 덧붙여도 좋다. 추가 비용은 1천원 선. (02)333-9242
또 하나는 분당 오리역 인근 구미동의 야마다야[山田屋]다. 사누키(카가와 현의 옛 이름이다)에서 제면 법을 배워 왔다고 한다. 면의 상태도 좋고 국물도 퍽 좋다. 사누키우동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면 꼭 한번 가볼 만하다. 가케우동이 6천원 선. 한두 가지를 첨가하면 1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031)713-5242
(투어커플닷컴 자료제공)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