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다 정성 요리하는 미스터 초밥왕 안효주

"자신에게 주어진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

일식 요리사들 사이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는 사람이 있다. 일본의 유명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 등장한 한국인 요리사.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초밥 왕으로 불리는 안효주(50) 대표다. 지난 5일 안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 청담동 ‘스시 효’를 찾아 훈훈한 그의 요리 인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스시 효’의 안효주 대표는 지난 2000년 일본 인기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서 수삼초밥을 만든 한국인 요리사의 실제 모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전북 남원 출생으로 1978년 일식에 입문하여 20여년 동안 일식 요리사로 일해 왔다.
“1985년 신라호텔에 입사했어요. 정말 맨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일식 주방장을 거쳐 일식당 총책임자 자리까지 올랐죠. 1998년에는 일식조리 기능장 자격증을 취득했고, 서울보건대학 전통조리과와 초당대학교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경기대경영대학원을 수려했어요.”
사람들은 그를 ‘초밥 왕’ ‘초밥의 달인’ 이라고 부른다. 1998년 당시 신라호텔 조리과장 시절에는 ‘초밥 명장’이라는 칭호도 받았다고 한다. 그가 ‘스시 효’를 열었을 때 그를 찾았던 신라호텔 손님들 80%가 옮겨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인생 공부도 마찬 가지지만 요리는 해도해도 끝이 없어요.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정말 많아요”라며 겸손해 한다. 오늘도 그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짜내며 연구한다. 요리도 우리네 인생살이와 같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예전에는 초밥을 만들 때 신선하고 살아있는 생선이 제일 좋은 재료인 줄만 알았는데, 생선을 숙성시켜서 만든 초밥이 더욱 맛있는 것도 있더군요. 그 당시 저도 숙성의 개념을 몰랐던 거죠. 생선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잡은 뒤 바로 먹어야 맛있는 생선이 있는 반면 5시간, 10시간 또는 하루를 숙성시켜 먹어야 맛있는 게 있어요. 참치는 7~9일 정도 지나야 제 맛이 나죠. 이런 지혜는 이론만으로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접 경험을 통해 터득할 수 있는 것이죠”
그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직접 신선하고 맛있는 생선을 구하기 위해 수산시장을 찾는다고 한다. 장보기 정도는 아랫사람을 시켜도 될 법하지만, 후배 요리사들에게 부지런함의 모범이 되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안 대표는 젊은 시절 전국 아마복싱대회에서 라이트급 준결승까지 올랐던 복싱 유망주였다. 그런 그가 운동을 포기하고 ‘한국의 초밥 왕’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전국학생 복싱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고교 졸업 후 챔피언의 꿈을 품고 무작정 상경했다.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고향선배가 요리사로 있는 명동의 한 일식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운동을 시작했다.
“고향 선배가 있는 식당에서 일을 하다가 군대에 갔어요. 군 제대 후 선배에게 제대 인사를 하러 갔는데 마음이 참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일을 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고 틈틈이 요리학원도 다녔어요.”
그는 요리학원을 수료한 뒤 서초동의 일식집에 취직할 기회를 얻었고, 그곳에서 요리 인생의 스승인 이보경 주방장을 만났다. 안 대표의 인생 가운데 이 주방장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1년 정도 이보경 스승님 밑에서 배웠어요. 그리고 그분께서 저를 신라호텔에 추천해주셨는데, 그 당시 요리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단지 저의 성실함과 됨됨이를 보시고 추천을 해주셨던 것 같아요.”
안 대표는 신라호텔에 입사한 뒤 본격적으로 요리 인생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는 신라호텔에 근무하던 시절 지독하게 일했다. 다른 직원들이 쉴 때 일본어와 영어를 틈틈이 공부하며, 요리 연습에 몰두했다.
“열심히 일했던 것은 다름 아닌 제가 있는 위치와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죠. 3년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저에게는 어릴 적 정신적 지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늘 ‘사람은 신용을 잃어서는 절대 안 되며,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돼라’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일을 하든지 그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있다.
“저도 현재 1남1녀를 둔 아버지로 살아가는데,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지 않아요. 단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되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요. 그동안 경험을 통해 아버지가 저에게 말씀하신 것이 인생의 진리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스시 효’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각계 인사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들은 ‘안효주 초밥’을 고집하는 단골손님들이다. 그중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최태원 SK 회장도 단골이다.
“박태준 회장은 제가 신라호텔에 있을 때부터 모셨던 분으로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어요. 박 회장님은 지금도 반드시 제가 있는지 전화로 확인한 뒤 식당을 찾으세요.”
이렇듯 계속해서 ‘스시 효’에 단골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맛보다 정성’을 먼저 생각하는 안 대표의 요리 철학 때문이다.

“저의 요리 철학은 첫째가 위생, 둘째가 정성, 셋째가 맛 이에요. 깨끗하지 않고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요리는 손님들도 단번에 알아요. 그리고 아무리 비싸고 좋은 재료라도 땅에 한번 떨어진 것은 버리라고 직원들에게 철저히 교육을 시키고 있어요. 요리는 청결과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제 맛을 내지 못하니까요. 음식에 정성이 들어가면 맛은 당연히 나게 되어있지요.”
 안 대표는 초밥을 먹을 때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며 소개한다. 양식처럼 절차가 복잡하지도 까다롭지도 않다.
“간단한 몇 가지 방법만 알면 훨씬 즐거운 식사가 될 수 있어요. 비즈니스와 관련된 식사를 하거나 일행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아니라면 요리사들 바로 앞에 있는 바에 앉는 것이 좋아요.”
흔히 초밥은 3초만에 만들고 3초만에 먹으라고 한다. 짧은 시간에 만든 것을 빨리 먹어야 맛있다는 뜻이다.

“인생 공부도 마찬가지지만 요리 공부도 끝이 없다”
‘신용’ 지키고 ‘군계일학’이 되라는 아버지의 가르침


“초밥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 록 생선의 무게 때문에 밥이 눌려요. 그러면 밥이 딱딱해지죠. 밥알 사이의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에 밥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을 때 먹어야 입 속에서 삭 퍼지는 초밥을 먹을 수가 있어요. 그리고 초밥은 손으로 먹는 것이 좋아요. 젓가락으로 먹는다고 뭐라고 하는 요리사는 없지만 다만 손으로 먹으면 요리사는 속으로 ‘아, 이 분은 초밥 먹는 예의를 아시는 분이구나’하고 생각하게 돼요.”
여기에는 요리사와의 교감이라는 측면도 있다. 초밥은 요리사가 맨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요리사의 체온이 녹아 있으니 손으로 집어야 그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4월 그의 요리 인생을 되돌아보는 책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전나무 숲)를 펴냈다. 이 책엔 한국 최고의 초밥장인 안 대표의 요리와 인생 이야기를 담았다.
오랫동안 신라호텔 일식주방장으로 일하다 현재는 초밥전문점의 대표로 명품 초밥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가, 요리 앞에서의 마음가짐, 초밥의 다양한 맛과 매력, 그리고 요리사로써의 인생에 관한 감칠맛 나는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놀랍기까지 한 그의 초밥 만들기와 인생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흥미롭고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책에는 안 대표가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데라사와 다이스케를 만난 일화도 맛깔스럽게 담겨 있다.
“<미스터 초밥왕>에 나온 메뉴를 재현하는 이벤트를 하며 만화 작가를 초청했는데 그분이 ‘일본에는 없는 초밥을 만들어 달라’고 말 하더군요. 그래서 고민 끝에 만든 게 6년근 수삼으로 만든 ‘수삼초밥’이었죠. 1주일 뒤에 데라사와 다이스케 작가가 와서 맛을 보더니 만족해하더군요. 그래서 <미스터 초밥왕> 17권에 제가 등장하게 된 거에요.”

인삼이 쓴맛이라고만 생각했던 작가는 아삭아삭 씹히면서 간장 맛이 스며든 수삼초밥에 감탄했고, 만화에 소개하게 된 것이다.
지금 초밥을 쥔 그의 손은 예전에 권투장갑을 끼던 손이었다. 권투장갑과 초밥이란 그 엉뚱한 조합에 대해서도 안 대표는 이 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초밥을 만드는 일은 운동신경과 반사신경이 필요한 일이라고.
권투선수도 초밥요리사도 눈 깜짝할 새에 맛있는 초밥을 쥐어내기 위해서는 운동선수 이상의 반사신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출판사에서 지금까지 살아온 저의 삶에 대해서 또 요리 인생에 대해 책으로 내보자고 해서 낸 것이었어요. 얼마나 팔렸는지는 모르지만 주간베스트로도 올랐다고 하더군요. 지금도 주위 분들은 ‘재미있게 잘 읽었다’고 말하곤 해요.”
이외에도 그의 저서로 <이것이 일본요리다> 등 3권이 있다.
‘스시 효’는 올 가을 네 번째 지점을 오픈했다.
“청담점, 서초점, 구로점에 이어 10월에 광화문점을 오픈 했어요. 지점을 늘려나가는 것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늘리는 것이 아니에요. 저와 함께 있는 후배 요리사들을 위해 지점을 늘리는 것인데, 후배들을 잘 양성해서 훗날 지점의 지배인으로 주방장으로 보내려고 해요. 그래야 그들도 더욱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잖아요. 물론 검증 안 된 사람은 절대 지점에 안 내보냅니다.”
안 대표의 직원 모집방법은 좀 남다르다. 그는 ‘스시 효’에 지원한 지원자들의 이력서보다 지원자들의 됨됨이를 먼저 본다고 한다.
“저는 이력서는 잘 안 봐요. 솔직히 이력서는 포장된 것이잖아요. 우선 그 사람이 부모님께 효도는 잘하는지, 인격은 어떤지를 먼저 봐요. 대화를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부모님께 효도를 잘하는 사람은 대인관계도 좋고 사회생활도 잘하지요.”
자신의 식당을 운영해보고 싶었던 그의 꿈은 이뤄졌다. 하지만 안 대표는 지금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스시 학교를 만들어서 품격 있는 요리사들을 양성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요리 실력뿐만 아니라 요리사로서의 인성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교육시키는 학교를 세워서 좋은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어요.”
안 대표는 지금까지 오로지 ‘요리’ 하나만을 위해서 살았다. 그런 그가 요즘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소홀했던 친구들을 생각하며 먼 훗날, 깊은 산 속에 황토로 지은 일식당을 차리고 싶다는 안 대표.
“친구들에게 소홀했던 시절, 미안한 마음으로 산속에 식당을 지어서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고 싶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서울 도심에서 일본음식 맛보기

동부이촌동 초밥과 우동을 한번에
홍대 댕구우동 면발이 끝내줘요

서울에서 일본 음식을 느껴볼 수 있는 맛집이 있다. 특히 초밥은, 국내의 맛 전문가들은 신라호텔 아리아케[有名]를 으뜸으로 친다. 하지만 그곳 못지않은 곳들이 있다. 동부이촌동 하나[花]도 추천할 만하다. 기본에 충실한 집이다. 가격도 비교적 착하다. 3만원 정도. 낮에는 싸고 저녁에는 조금 더 비싸다. 주인이자 주방장을 맡고 있는 전병화씨는 같은 곳에서 20여년 초밥 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딱 한번 확장했다. ‘하나’처럼 저녁 시간에도 초밥을 먹을 수 있는 집은 서울에서도 드물다. 이곳은 일본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데다 주방장이 초밥을 고집해서 가능한 듯. 동부 충현교회 뒤편에 있다. (02)793-7733
동부이촌동의 아지겐[味原]도 권할 만하다. 메뉴는 일본라면, 볶음면, 짬뽕 등과 일본식 이자카야에서 만날 수 있는 가지구이, 시사모, 군만두, 고등어구이, 고등어 초절임 등 각종 사시미류와 생선구이류가 가득하다. 식사는 1만원 선, 안주는 5천원부터 1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일본 맥주 청주 종류도 다양하다. 화요일은 쉰다. (02)790-8177
달싹하고 따뜻한 국물과 간단한 김밥, 유부초밥을 먹고 싶다면 동부이촌동의 보천을 가볼 만하다. 달콤한 국물이 좋고, 더불어 주문한 초밥도 그럭저럭 괜찮다. 가격은 냄비우동이 8천원 선. 초밥도 더불어 먹자면 1만원 정도는 필요하다. (02)795-8730
우동집은 우선 사누키우동을 취급하는 두 집을 추천한다. 하나는 홍대(동교동 청기와예식장) 부근의 댕구우동이다. 간판에는 일본 카가와[香川] 사누키우동 대사라고 적혀 있다. 사누키우동의 면발로는 으뜸이다. 물론 면은 직접 만든다. 가격은 자루우동(모밀 먹듯이 국물에 찍어 먹는 것을 말한다)이 5천원 선. 추가로 돈까스 등을 덧붙여도 좋다. 추가 비용은 1천원 선. (02)333-9242
또 하나는 분당 오리역 인근 구미동의 야마다야[山田屋]다. 사누키(카가와 현의 옛 이름이다)에서 제면 법을 배워 왔다고 한다. 면의 상태도 좋고 국물도 퍽 좋다. 사누키우동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면 꼭 한번 가볼 만하다. 가케우동이 6천원 선. 한두 가지를 첨가하면 1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031)713-5242
(투어커플닷컴 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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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