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 평생교육원 야구리그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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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1.22 11:38:27
  • 호수 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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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희망으로”

방학 기간이라 인적이 드문 인천대학교 제물포캠퍼스. 교문 입구서부터 정체모를 비장함이 흘러나왔다.

서형준(21)씨는 야구 명문 대구상원고서 140km/h 중반을 던지던 전도유명한 투수였다. 그러나 부상, 유급 등의 불운이 겹치며 대학진학에 실패했고 이미 21살이다. 군 입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충분히 잘할 수 있는데…부상만 아니었어도…기회만 더 있었어도…”라며 고개를 떨궜다.

갈 곳 없는
체육특기자

문제는 이렇게 선택을 받지 못하고 갈 곳 없는 선수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고등학교 야구부는 75개. 그러나 대학 야구부는 그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28개뿐이다(23개의 4년제 대학교와 5개의 2년제 전문대학이 있으며 서울대학교는 제외한다).

2018년도 대입 야구 종목의 체육특기자 진학 상황을 살펴보면 서울지역 16개의 교교야구팀의 졸업예정자 선수 중 18%가, 전국적으로는 30% 이하의 선수들만이 대학교 야구부로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전국적으로 해마다 700여명의 선수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가운에 이들 중 상급학교인 4년제 종합대학교와 2년제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선수들은 약 200여명에 불과하다.


프로야구단의 지명자(지난해 11월 프로야구단 지명대상자는 954명이었으나 단 110명만이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를 더해도 야구특기생들을 모두 담아내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머지 선수들은 야구를 그만두는 것은 물론 ‘청년백수’로 방황하거나 군에 입대해야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들이 이대로 방치될 경우 야구도, 제2의 길도 찾을 수 없는 잉여인력이 돼버린다는 점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엘리트 야구인으로서의 길이 사실상 막혀버린다. 선수생활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공부해서 입시를 준비한다거나 취업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기도 소재 모 고등학교서 왔다는 A선수의 어머니는 “이 아이들은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입학에 실패했을 때 뭘 시켜야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선수 출신 학생 매년 700여명
진학 못하면 청년백수로 방황

매년 700여명의 야구특기생 졸업생들이 생겨난다. 따라서 이들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서 나온 대안이 국내 4년제 대학교의 ‘평생교육원 야구부’ 창단이다.

김형기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교학팀장은 “지난 전국체전서 인천시 태권도부가 생긴 이래 10년 만에 은메달을 땄다. 여기에서 모티브가 나왔다. 우리는 그들에게 장학금은 지급하지 못하지만 환경은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은 열심히 해서 인천대학교를 빛내주면 학교와 개인 모두 상생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평생교육원 야구부 창단배경을 설명했다.
 

평생교육원 야구부는 ‘학점은행제’를 기반으로 한다. 정해진 학점을 모두 채우면 특정대학 학위 혹은 교육부장관이 수여하는 정식 학사 학위가 수여된다. 

학위 취득뿐만 아니라 야구도 계속 할 수 있다. 평생교육원 야구부에 소속된 이들은 수업을 모두 듣고 야구부 훈련을 병행하며 4년 후를 기약한다는 점에서 일반 대학교 야구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사실 평생교육원 야구부 창단은 많은 문제를 감내한 후에야 가능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대학야구연맹팀들의 반대였다. 그들은 평생교육원 야구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식대학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당연히 리그에 편입될 수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생겼다.

2017년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이 통합되었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세종대, 가천대 등을 클럽으로 등록시켰다. 

클럽으로 등록이 된 후 대학야구연맹에 소속된 팀들과는 경기를 할 수가 없기에 그들은 독자적인 조직을 만들기로 결의했고 한국대학야구협회(KUBA, Korea University Baseball Association)라는 독립적인 단체를 발족시켰다.

세종대, 가천대 등 평생교육원서 창단된 야구부는 한국대학야구협회에 소속되며 대한야구연맹과 별개로 그들끼리 리그를 만들어서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야구부는 그 5번째 팀이다. 바야흐로 대학야구의 ‘독립리그’가 태동하는 것이다.

대학야구협회 소속 팀들의 리그전이 사실상의 독립리그가 되는 이유는 이 안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선수는 상위대학으로의 편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종신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야구부 감독은 “이 안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면 74학점 이상을 이수하는 3학년 때부터 상위 대학으로의 편입이 가능하다. 학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정규대학이 아니라고 해서 야구 환경도 허술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야구 인프라는 매우 훌륭했다. 일단 학교서 오전에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마련해준다.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정병철 담당교수는 “학생들이 학점이 모자라 졸업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체계적으로 수업 스케줄을 관리해줄 것이다. 특히 야구부는 단체 연습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오전에 수업을 몰아서 많은 단체 훈련시간을 보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년별로 수업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모여서 훈련이 힘든 기존 대학야구부들의 단점이 평생교육원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대학야구협회
7∼8개팀 창단 예정

훈련 시설도 이날 입학설명회를 찾은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형기 팀장은 “인천전국체전이 개최되었던 2면의 야구장을 훈련용도로 제공하고 겨울철 몸을 만들기 위한 제물포캠퍼스 내 최신 웨이트트레이닝장, 식당 등 을 야구부를 위해 제공하겠다”며 “인원이 좀 더 보강이 되면 겨울철 훈련을 위한 실내연습장 또한 마련할 것이며 정원이 25명이 초과되면 코치도 1명 추가 충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훈련시설들을 돌아본 학부모들은 훈련 시설에 대해서 상당히 만족해했다. 한 학부모는 “야구부가 없었던 학교인데도 시설이 상당히 잘 구축돼있다. 언제부터 훈련할 수 있느냐”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서 보다 많은 경기를 통해 경기력 향상을 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김종신 감독은 “이들에게는 기록이 필요하다. 기록이 없는데 스카우터들이 이들을 어떻게 평가를 한단 말인가. 기록은 많은 경기를 뛰어야 만들어진다. 7∼8개 팀이 창단이 되면 토너먼트가 아니라 리그전을 통해 기량 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디자인고교에서 투수로 뛰었던 전상우(21)씨는 “나는 여러 조건 중 경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했다.

단지 야구에 대한 것뿐만 아니었다. 인천대학교 야구부 창단 설명회서 중요한 화두는 제2의 길을 위한 준비였다. 

김 감독은 “모두 프로에 가면 좋겠지만 한계가 있다. 당연히 제2의 길을 준비해야 하고, 우리는 그것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평생교육원 야구단의 진정한 가치는 어쩌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
대안으로 평생교육원 야구부

실제 작년 11월 개최되었던 프로야구 2차드래프트 지명자 110인에 포함된 대졸 선수는 단 19명뿐이었다. 상위권 대학 엘리트 선수들에게 조차 프로행은 희박한 확률이다. 평생교육원 야구부도 이점을 인정하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졸업 후 제2의 인생을 걸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형기 팀장은 “야구심판, 체육교사, 다양한 자격증 취득 등 여러 방면서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4년의 시간을 결코 헛되이 보내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스포츠는 엘리트체육서 클럽 및 동호회 중심 생활 체육으로의 방향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아무리 우수한 선수라고 할지라도 일정 학점을 취득하지 못하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는 모두가 공감하는 바람직한 발전 방향이다.

문제는 이러한 법이 시행되고 정착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제 막 엘리트 스포츠에 입문하는 초등학생들이라면 대학진학에 실패해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왔기에 충분히 제2의 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현 고등학생들은 그 과도기서 상대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엘리트 체육만을 강요받은 환경서 살아왔기에 체육을 그만두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서형준씨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수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수업은 잠자는 시간일 뿐이었다. 그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10년을 지내오다가 바뀐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며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교실에 앉아있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에 도움에 된다고 보는가.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즉 그들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평생교육원 야구부는 제도적 완충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대학야구협회는 현재 전국의 4년제 종합대학교에서 부설 운영 중인 평생교육원들과 연계해 야구부를 창단한 후 2018년부터 리그를 운영할 예정으로, 현재 약 7∼8개의 대학교서 창단을 본격화해 추진하고 있다. 

7∼8개라면 어림잡아 약 150명 이상의 학생들을 흡수할 수 있고, 그들은 4년의 기간 동안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경기력 향상 위한
체계적인 인프라

야구부 창단 설명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이런 좋은 제도가 있는 줄 몰랐다. 희망이 생기는 느낌이다. 학위 취득서부터 야구까지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 아니냐”며 반가워했다. 

동산고서 4번 타자를 맡으며 주전 1루수로 활약하기도 했었던 이대한(21)씨는 “나에게도 마지막 기회가 열렸다. 부상만 없다면 내 스스로의 잠재력을 믿는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 만큼 이곳에서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보다 더 나은 실력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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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