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 평생교육원 야구리그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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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1.22 11:38:27
  • 호수 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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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희망으로”

방학 기간이라 인적이 드문 인천대학교 제물포캠퍼스. 교문 입구서부터 정체모를 비장함이 흘러나왔다.

서형준(21)씨는 야구 명문 대구상원고서 140km/h 중반을 던지던 전도유명한 투수였다. 그러나 부상, 유급 등의 불운이 겹치며 대학진학에 실패했고 이미 21살이다. 군 입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충분히 잘할 수 있는데…부상만 아니었어도…기회만 더 있었어도…”라며 고개를 떨궜다.

갈 곳 없는
체육특기자

문제는 이렇게 선택을 받지 못하고 갈 곳 없는 선수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고등학교 야구부는 75개. 그러나 대학 야구부는 그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28개뿐이다(23개의 4년제 대학교와 5개의 2년제 전문대학이 있으며 서울대학교는 제외한다).

2018년도 대입 야구 종목의 체육특기자 진학 상황을 살펴보면 서울지역 16개의 교교야구팀의 졸업예정자 선수 중 18%가, 전국적으로는 30% 이하의 선수들만이 대학교 야구부로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전국적으로 해마다 700여명의 선수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가운에 이들 중 상급학교인 4년제 종합대학교와 2년제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선수들은 약 200여명에 불과하다.


프로야구단의 지명자(지난해 11월 프로야구단 지명대상자는 954명이었으나 단 110명만이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됐다)를 더해도 야구특기생들을 모두 담아내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나머지 선수들은 야구를 그만두는 것은 물론 ‘청년백수’로 방황하거나 군에 입대해야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들이 이대로 방치될 경우 야구도, 제2의 길도 찾을 수 없는 잉여인력이 돼버린다는 점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엘리트 야구인으로서의 길이 사실상 막혀버린다. 선수생활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지금부터 공부해서 입시를 준비한다거나 취업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기도 소재 모 고등학교서 왔다는 A선수의 어머니는 “이 아이들은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입학에 실패했을 때 뭘 시켜야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선수 출신 학생 매년 700여명
진학 못하면 청년백수로 방황

매년 700여명의 야구특기생 졸업생들이 생겨난다. 따라서 이들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서 나온 대안이 국내 4년제 대학교의 ‘평생교육원 야구부’ 창단이다.

김형기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교학팀장은 “지난 전국체전서 인천시 태권도부가 생긴 이래 10년 만에 은메달을 땄다. 여기에서 모티브가 나왔다. 우리는 그들에게 장학금은 지급하지 못하지만 환경은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은 열심히 해서 인천대학교를 빛내주면 학교와 개인 모두 상생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평생교육원 야구부 창단배경을 설명했다.
 

평생교육원 야구부는 ‘학점은행제’를 기반으로 한다. 정해진 학점을 모두 채우면 특정대학 학위 혹은 교육부장관이 수여하는 정식 학사 학위가 수여된다. 

학위 취득뿐만 아니라 야구도 계속 할 수 있다. 평생교육원 야구부에 소속된 이들은 수업을 모두 듣고 야구부 훈련을 병행하며 4년 후를 기약한다는 점에서 일반 대학교 야구부와 별반 차이가 없다.

사실 평생교육원 야구부 창단은 많은 문제를 감내한 후에야 가능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대학야구연맹팀들의 반대였다. 그들은 평생교육원 야구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식대학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당연히 리그에 편입될 수 없었다. 그런데 반전이 생겼다.

2017년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이 통합되었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세종대, 가천대 등을 클럽으로 등록시켰다. 

클럽으로 등록이 된 후 대학야구연맹에 소속된 팀들과는 경기를 할 수가 없기에 그들은 독자적인 조직을 만들기로 결의했고 한국대학야구협회(KUBA, Korea University Baseball Association)라는 독립적인 단체를 발족시켰다.

세종대, 가천대 등 평생교육원서 창단된 야구부는 한국대학야구협회에 소속되며 대한야구연맹과 별개로 그들끼리 리그를 만들어서 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야구부는 그 5번째 팀이다. 바야흐로 대학야구의 ‘독립리그’가 태동하는 것이다.

대학야구협회 소속 팀들의 리그전이 사실상의 독립리그가 되는 이유는 이 안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선수는 상위대학으로의 편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종신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야구부 감독은 “이 안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면 74학점 이상을 이수하는 3학년 때부터 상위 대학으로의 편입이 가능하다. 학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정규대학이 아니라고 해서 야구 환경도 허술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야구 인프라는 매우 훌륭했다. 일단 학교서 오전에 함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마련해준다. 

인천대학교 평생교육원 정병철 담당교수는 “학생들이 학점이 모자라 졸업을 못하는 일이 없도록 체계적으로 수업 스케줄을 관리해줄 것이다. 특히 야구부는 단체 연습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오전에 수업을 몰아서 많은 단체 훈련시간을 보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년별로 수업 스케줄이 다르기 때문에 모여서 훈련이 힘든 기존 대학야구부들의 단점이 평생교육원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대학야구협회
7∼8개팀 창단 예정

훈련 시설도 이날 입학설명회를 찾은 학생 및 학부모들에게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형기 팀장은 “인천전국체전이 개최되었던 2면의 야구장을 훈련용도로 제공하고 겨울철 몸을 만들기 위한 제물포캠퍼스 내 최신 웨이트트레이닝장, 식당 등 을 야구부를 위해 제공하겠다”며 “인원이 좀 더 보강이 되면 겨울철 훈련을 위한 실내연습장 또한 마련할 것이며 정원이 25명이 초과되면 코치도 1명 추가 충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훈련시설들을 돌아본 학부모들은 훈련 시설에 대해서 상당히 만족해했다. 한 학부모는 “야구부가 없었던 학교인데도 시설이 상당히 잘 구축돼있다. 언제부터 훈련할 수 있느냐”라며 적극성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서 보다 많은 경기를 통해 경기력 향상을 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발표했다. 

김종신 감독은 “이들에게는 기록이 필요하다. 기록이 없는데 스카우터들이 이들을 어떻게 평가를 한단 말인가. 기록은 많은 경기를 뛰어야 만들어진다. 7∼8개 팀이 창단이 되면 토너먼트가 아니라 리그전을 통해 기량 향상을 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디자인고교에서 투수로 뛰었던 전상우(21)씨는 “나는 여러 조건 중 경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흡족해했다.

단지 야구에 대한 것뿐만 아니었다. 인천대학교 야구부 창단 설명회서 중요한 화두는 제2의 길을 위한 준비였다. 

김 감독은 “모두 프로에 가면 좋겠지만 한계가 있다. 당연히 제2의 길을 준비해야 하고, 우리는 그것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평생교육원 야구단의 진정한 가치는 어쩌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
대안으로 평생교육원 야구부

실제 작년 11월 개최되었던 프로야구 2차드래프트 지명자 110인에 포함된 대졸 선수는 단 19명뿐이었다. 상위권 대학 엘리트 선수들에게 조차 프로행은 희박한 확률이다. 평생교육원 야구부도 이점을 인정하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졸업 후 제2의 인생을 걸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형기 팀장은 “야구심판, 체육교사, 다양한 자격증 취득 등 여러 방면서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4년의 시간을 결코 헛되이 보내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스포츠는 엘리트체육서 클럽 및 동호회 중심 생활 체육으로의 방향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아무리 우수한 선수라고 할지라도 일정 학점을 취득하지 못하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는 모두가 공감하는 바람직한 발전 방향이다.

문제는 이러한 법이 시행되고 정착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제 막 엘리트 스포츠에 입문하는 초등학생들이라면 대학진학에 실패해도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왔기에 충분히 제2의 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현 고등학생들은 그 과도기서 상대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엘리트 체육만을 강요받은 환경서 살아왔기에 체육을 그만두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서형준씨는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수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수업은 잠자는 시간일 뿐이었다. 그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10년을 지내오다가 바뀐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며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교실에 앉아있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에 도움에 된다고 보는가.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즉 그들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평생교육원 야구부는 제도적 완충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대학야구협회는 현재 전국의 4년제 종합대학교에서 부설 운영 중인 평생교육원들과 연계해 야구부를 창단한 후 2018년부터 리그를 운영할 예정으로, 현재 약 7∼8개의 대학교서 창단을 본격화해 추진하고 있다. 

7∼8개라면 어림잡아 약 150명 이상의 학생들을 흡수할 수 있고, 그들은 4년의 기간 동안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경기력 향상 위한
체계적인 인프라

야구부 창단 설명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는 “이런 좋은 제도가 있는 줄 몰랐다. 희망이 생기는 느낌이다. 학위 취득서부터 야구까지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 아니냐”며 반가워했다. 

동산고서 4번 타자를 맡으며 주전 1루수로 활약하기도 했었던 이대한(21)씨는 “나에게도 마지막 기회가 열렸다. 부상만 없다면 내 스스로의 잠재력을 믿는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 만큼 이곳에서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보다 더 나은 실력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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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