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임신녀 살인사건 전말

뱃속 아이까지 물귀신 만든 잔혹한 조폭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수억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죽인 조폭이 4년 만에 덜미를 잡혔다. 돈에 눈멀어 임신 중인 여자를 꼬여 결혼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 무참히 살해했다. 이 사건은 의문을 품어온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밝혀졌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 했던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했다.

2007년 6월20일 오후 3시30분께 나주경찰서와 나주소방서에 한 사고가 접수됐다. 다급하게 전화를 건 양모(30)씨는 “전남 나주시 남평읍 남성리 드들강에서 투망을 던져 고기를 잡다가 우연히 강에 빠진 승용차를 발견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사고 장소로 출동해 드들강 수심 4m지점에 추락해 있던 광주 1누 xxxx호 세피아 승용차를 인양했다. 망가진 차량 운전석에서 임신 5개월 된 김모(당시 26세)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광주 S파 조직원

경찰은 “광주 동구에 살고 있던 김씨가 6월7일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했으나 별다른 단서를 잡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사체 부검도 의뢰했지만 타살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가 막 운전을 시작해 연수를 했다.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당한 것 같다”는 남편 박모(30)씨의 진술에 따라 운전연습을 하던 김씨가 실수로 강으로 미끄러지면서 추락해 숨진 것으로 보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경찰은 김씨의 사인을 단순 사고사로 결론 냈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선 강변의 경사도가 낮아 추락 가능성이 적었다. 강 주변에 사고 흔적도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남편 김씨가 의심스러웠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지역 조직폭력배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광주 S파’조직원이다. 채무에 시달렸고, 보험사기 전과까지 있었다.

당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통신수사 등 김씨를 집중 수사했지만, 이렇다 할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채 사건을 마무리하게 됐다. 경찰은 “박씨의 범행이 확실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며 “사고 신고자도 찾을 수 없어 결국 사건을 사고사로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지난 1월. 자칫 미궁에 빠질 뻔 했던 이 사건은 의문을 품어온 경찰의 끈질긴 수사로 전말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단서는 목소리였다. 조폭 관련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드들강 변사사건으로 거액의 보험금이 지급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재수사에 나섰고, 김씨의 사고를 최초 신고했던 양씨가 평소 박씨와 가깝게 지내온 친구란 첩보를 입수했다.

보험금 노리고 급결혼 아내 사고사 위장 살해
친구 사주해 신고…목소리 추적 4년만에 덜미

경찰은 김씨와 양씨의 통화내역을 녹음한 뒤 119 신고 당시 목소리와 일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음성분석 결과 양씨가 신고자의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경찰에 통보했고, 경찰은 곧바로 양씨를 체포해 추궁한 끝에 미궁에 빠졌던 범행의 전모를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7년 2월26일 이혼 뒤 인터넷 미혼모 사이트에 ‘자신의 두 딸을 키워 줄 보모를 구한다’는 허위광고를 게재했다.

당시 내연남과의 관계로 임신 5개월이었던 김씨는 이를 보고 박씨를 찾아갔고, 박씨는 “이혼남, 미혼모끼리 행복한 가정을 꾸리자. 함께 살아주면 생활비와 임신한 아이도 보살펴 주겠다”며 김씨를 꼬드겨 사귄지 한 달도 되지 않은 5월23일 혼인신고를 했다.


결혼을 서두른 박씨의 머리엔 치밀한 범행계획이 짜여 있었다. 박씨는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김씨의 명의로 3개 보험사에 4억4000만원 상당의 사망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혼인신고 10여일 만인 6월6일 오후 11시께 김씨에게 “운전연습을 시켜주겠다”며 드들강변 도로로 유인, 김씨가 타고 있는 세피아 승용차의 기어를 중립상태에 놓고 차량을 강으로 밀어 수장시켰다. 김씨는 차량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사망했다. 경찰에 발견될 당시 특별한 외상없이 익사한 상태였다.

완전범죄를 노린 박씨는 범행 5일 뒤인 6월11일 관할 지구대를 방문해 태연히 김씨의 가출 신고를 했다. 가입한 보험이 휴일에 사망하면 보험금을 더 받는 사실을 알고 범행 날짜를 6월6일 현충일로 정하는 용의주도한 면도 보였다. 박씨는 김씨의 사망보험금 총액 4억4000만원 가운데 교통사고보험금 2억원을 수령했다.

차량 강으로 밀어

특히 박씨는 사고 차량이 발견돼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점과 김씨가 운전미숙으로 강에 추락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범행 6일 뒤인 6월12일 교도소 동기로 만난 친구 양씨에게 800만원을 주고 김씨 차량을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양씨는 6월20일 발신자번호가 제한된 전화로 경찰서와 소방서에 신고를 했다. 박씨는 4년 만에 경찰 수사가 재개되자 양씨에게 목소리 변형 수술과 도피를 종용하기도 했다.

경찰은 “처음부터 보험 살인을 목적으로 법적 배우자를 물색해 위장결혼한 뒤 사고사로 꾸민 극악무도한 중대범죄”라며 “박씨의 치밀한 각본에 따라 하마터면 묻힐 뻔 했지만 수상히 여긴 경찰의 집요한 추적으로 119 신고 전화 음성이 유일한 단서가 돼 미제사건을 풀었다”고 말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8일 부인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강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보험사기)로 박씨를 구속했다. 또 박씨의 범행을 숨겨주고 도와준 혐의(살인방조 및 범죄은닉)로 공범 양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양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지만, 박씨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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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br> 연결고리 추적

‘집사 게이트’ 김건희·대기업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이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수사는 ‘집사 게이트’다.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김예성씨가 연관된 부실기업에 다수의 대기업이 투자한 게 핵심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가치까지 과대 해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은 해당 기업에 투자한 대기업 오너들을 전부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집사 게이트’ 의혹의 중심에 선 업체는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이하 IMS)다. 이 기업은 렌터카 업체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수백억원대 빚더미에 앉았지만 복수의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투자’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IMS 설립에 관여한 김예성씨가 김건희씨의 최측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고 있다. 투자 강행 로비용으로? 특검팀은 지금까지 신한은행과 경남스틸, JB우리캐피탈, 유니크, 중동파이낸스 등 투자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과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조사했고, 21일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만이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22일 “조현상 부회장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신속히 귀국해 출석 일자를 밝히고 조사에 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번 2차 조사 기업은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설립에 참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에 2023년 6월 무렵 5000만~10억원을 투자한 곳들이다. 1차 조사 대상이었던 한국증권금융, HS효성, 카카오모빌리티, 키움증권으로부터도 10억~50억원씩 총 184억원 투자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투자(오아시스3호펀드)를 통해 투자됐다. 오아시스3호펀드는 선순위 130억원과 후순위 70억원 투자 구조로 결성됐다. 184억원 중 약 46억원은 기존 주식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 방식으로 집행됐다. 이 자금이 김건희씨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이노베스트코리아로 흘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베스트코리아의 유일한 이사는 김예성씨의 아내인 정모씨다. 누적적자가 수백억원대인 기업에 투자를 진행한 점과 김예성씨가 차명 회사를 통해 46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올리던 시기의 자금 흐름이 수상하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특검팀은 “형사사건 및 오너 리스크 등이 존재했던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에 이해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기업들 배임 가능성 실제 IMS는 2023년 1월 기준 자산 556억원에 부채가 1414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런 기업에 ▲한국증권금융 50억원 ▲HS효성그룹 계열사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 30억원 ▲신한은행 30억원 ▲키움증권 1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 중 한국증권금융의 투자가 의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증권금융은 금융위원회 관리 아래 증권시장 유동성 보강과 투자자 예탁금 보호 기능을 수행한다. 최대주주는 한국거래소로 우리은행, 하나은행, NH투자증권 등이 지분을 보유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때는 증권시장 안정화 기능을 담당했을 정도로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역대 사장은 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들이었고 윤 전 사장은 금융위 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역임했다. 현 김정각 사장도 FIU 원장 출신이다. 한국증권금융은 투자 당시 정상적인 내부 심사를 거쳤고,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경위와 투자 근거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IMS, 자본잠식에 부채만 1000억대 한국증권·신한·효성 수 십억 투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에 해당하고 준정부기관이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한국증권금융이다. 공기업이 1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HS효성의 투자 시기는 지난 2024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로 최고 경영진이 경고 처분을 받기 직전이었다. 당시 공정위는 조 부회장의 16년간 차명 주식 보유기업 계열사 신고 누락을 지적했다. HS효성은 또 2024년 상반기 그룹 인적 분할을 앞두고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특검팀은 HS효성이 김건희씨에게 간접적으로 로비하기 위해 투자했다고 의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3년 3월 ‘택시콜 몰아주기’ 행위로 공정위로부터 257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받았다. 같은 해 하반기부터는 가맹사 이중계약을 통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키움증권은 2023년 5월 김 전 회장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에 지분을 대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다. IMS에 투자한 기업들은 대부분 손실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펀드 손실 시 투자자의 투자원금 손실을 우선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계약하기도 했다. ▲한국증권금융 ▲카카오모빌리티 ▲신한은행 ▲키움증권 ▲JB우리캐피탈 등은 선순위 유한책임조합원으로 참여했고, HS효성은 조영탁 IMS 대표, 유니크, 경남스틸 등과 함께 후순위 유한책임조합원이었다. HS효성은 4개 계열사(더클래스효성, 더프리미엄효성, 신성자동차, 효성도요타)를 통해 총 35억원을 투자했다. 통상 후순위 조합원은 조합이나 회사가 청산될 때 가장 마지막에 투자금을 돌려받는다. 먼저 투자한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한 후 남은 금액이 있을 때만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금 회수가 불발될 여지가 있어 리스크가 크다. 기업가치 과대 포장?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받은 투자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등은 최대 4년 이내에 IMS ONE의 IPO(기업공개) 혹은 M&A 실패 시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함께 검토했다. 투자 현황 보고서상 투자 원금 회수는 투자 구조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구조를 보면 오아시스3호펀드 투자 구조상 선순위 조합원에게는 후순위의 우선손실충당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손실충당제도란 투자조합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후순위 조합원이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다. HS효성이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했다는 의미다. 투자 구조 외에 신용보강 조건으로 한국증권금융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상환 청구권(풋옵션) ▲동반 매각권 등 3가지 권한을 확보해 투자 원금 회수 가능성을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위험한 투자는 곧 투자업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시선이다. 특검팀도 앞서 청구했던 압수수색영장에 이들 기업에 대한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해당 압수수색영장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IMS에 대해 수천 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IMS 기업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PS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출, IMS 시가총액을 2177억~2488억원으로 봤다. 하지만 IMS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액 472억원, 당기순손실 2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처리하지 못한 결손금만 1276억원에 달한다. 김예성씨는 정씨의 출국금지가 풀리면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특검에 전달했다. 정씨가 베트남으로 들어와 자녀 돌봄 문제를 해결하면 귀국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특검팀은 정씨의 출국금지를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씨도 아직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잡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전날 정씨를 상대로 김예성씨 부부가 제주도에 마련한 자택의 보증금 출처를 요구하는 등 김예성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되는 ‘46억원’의 행방과 용처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금융정보 제공 동의 등에 대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예성씨 측은 거래 내역 등의 입증 자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 수사 고삐 특검팀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김예성씨가 특검 수사에 대비해 도피했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조처에 나섰다. 이에 압박을 느낀 김예성씨가 태국으로 다시 도주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김예성씨 측은 비자 문제로 잠시 태국을 방문했을 뿐 베트남 거주지를 옮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예성씨 연락처를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