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야권통합 전도사’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당권, 대권보다 중요한 역할 할 수 있어…‘통합’에 올인”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지금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쇄신바람’이 강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치권의 특징이라면 지역색이 배제된 젊은 정치인들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다크호스로 급부상 중이다. 하지만 전대보다 야권통합에 올인해 정권교체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이 최고위원. <일요시사>에서 직접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대의 위해 작은 차이 극복해야”
“한나라당의 개혁·좌클릭 행보는 ‘헐리웃 액션’에 불과”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과거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전대협 초대 의장출신이다. 그는 민주화에 대한 들끓는 열망으로 가득했던 80년대 치열한 투쟁의 시대를 보냈다. 87년 6월 항쟁당시 직선제 개헌운동으로 구속되기도 하였다. 

그렇게 제도권 정치인과 싸우는 운동권에서 활동하다 정치인의 길을 택한 이 최고위원. 아이러니하게 보이지만 그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시대상황으로는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제도권 정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화’라는 일관된 원칙을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17대 총선에서는 원내진입에 성공했지만 18대 총선에서 낙선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민주당 10·3전당대회에서 손학규·정동영·정세균 등 ‘Big 3’ 다음인 4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돌풍’을 일으키며 최고위원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 정치권에 불고 있는 ‘쇄신바람’을 타고 다시 당내 다크호스로 급부상 중이다. 여기에 ‘40대 기수론’까지 더해지면서 차기 당권 유력주자로까지 탄력을 받은 상태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당권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오로지 야권통합에 매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 실제로 그는 민주당 통합특위 위원장으로 야권대통합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민주당에 통합특위가 결성되었고 위원장이 되셨는데 통합의 명분과 전망은?
▲ 내년 총?대선의 결과가 대한민국의 20~30년의 운명을 결정한다. 따라서 정권교체로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끌고 가 서민층이 진보하고, 집권세력이 진보하여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이 진보하는 길로 가자는 취지다. 이같은 대의를 위해 작은 차이를 넘어 하나가 돼야 한다. 또 정권교체를 이루었을 때 정권을 감당할 수 있는 통합적 수권정당이 필요하다. 이에 ‘단일연합정당’ 형태로 나아가면 어떨까 구상중이다.

- 통합의 시기는 언제쯤 윤곽이 드러날까?
▲ 시기는 올해 말쯤 예정된 전당대회를 생각해서 10월이었으면 한다. 올해 안에 통합이 법적으로 완료돼야 내년 총선 공천작업을 할 수 있다. 따라서 9월말에서 10월까진 윤곽을 잡아야 할 것이다. 성사될 경우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단일정당 창당대회가 될 수도 있다.

- 단일정당 창당대회가 성사될 경우 당 대표가 다른 범야권에서 선출돼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인가?
▲개인적으로는 국민의 뜻이라면 받아들여야 하지만 아직은 섣부른 얘기다. 지금 내 입장에서 대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 4·27재보선을 앞두고 범야권에서 4·13 선언문을 채택했지만 KBS수신료나 한-EU FTA문제로 진보정당들이 민주당을 불신하고 있다.
▲ KBS수신료는 민주당이 빠르게 원칙으로 돌아와서 입장을 취했고, FTA도 휘청한 것이 사실이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이처럼 민주당은 자기원칙을 지킬 정도의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점차 이러한 진동과 요동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그러니깐 안돼’라는 말부터 꺼내는 것이 옳은가? 이보다는 ‘걱정했는데 멈추고 되돌아와 다행이야’ 하는 게 맞다. 이것은 진보정당 쪽에서도 다시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 정파등록제 형태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 단일연합정당화는 정파의 고유한 정치적 가치와 독자성 보장해주며 경우에 따라서는 당내 여러 준교섭단체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당원, 당규에 입각해서 정파를 등록해 대외적으로는 연합정당이면서도 대내적으로는 후보단일화를 실현하는데 효율적이고 연합공천이 훨씬 쉬워진다. 이태리의 경우 이 방식이 정치적으로 보장되고 잘 (운영)되고 있다.


- 선거만을 위한 졸속 연대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 통합을 선거를 위해서라고 정치공학적으로만 보는 입장이 있다.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책연합을 만들었고, 이것이 더 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통합을 통해 보수 대 진보 양당구도를 조성해 선진적 정치질서를 만들 수 있다. (정치 선진국인)미국과 유럽의 경우 보수와 진보의 양자 대결구도 형태를 보이고 있다.

- 수도권 출마를 비롯해 영남행을 택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호남물갈이론’의 시각이 제기됐다.
▲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수도권에 도전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임에 틀림없지만 호남 물갈이나 통합 시 지분 할애한다는 것은 오해이고 별개의 문제다.

- ‘공천룰 최종안’이 기득권 양보를 골자로 해 사실상 공천물갈이로 보고 있다.
▲ 당 개혁특위에서 물갈이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라 과정을 어떻게 해야 개혁성을 띠는지 검토한 것이다. 즉 공천과정을 국민의 뜻에 따라 개방적이고 민주적 절차를 밟도록 연구한 것이다. 기득권구조를 고수하는 것도 아니고, 기득권을 가진 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닌 객관적인 절차다.

- 민주진보정부가 들어서면 어떤 정책을 가장 먼저 제시할 건가?
▲ 현재 민주당의 3+1(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정책과 더불어 비정규직문제와 주거복지를 추가하여 3+3을 제시할 것이다. 그 정도는 기본적으로 실천돼야 한다.
실업구조와 부동산 투기로 실제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이 집을 구하기 어렵다. 때문에 중형·소형·임대 주택을 많이 만들어 주거복지를 확장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보육·교육·의료·복지·일자리·주거 등의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비정규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 비정규직 비율이 51%인 현실을 두고 사회적 통합이 가능하고 잠재적 성장이 가능할까? 너무 방치하면 사회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IMF당시 경제위기에 따라 파견법, 기간제법 등 법에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구멍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IMF때와 다르다. 따라서 ‘사용사유제한’을 도입하여 임신·출산·병해·계절적 사업 등 한시성이 분명한 곳에서만 기간제 일자리를 두고 나머지는 제한해 비정규직 양산 구멍을 막아야 한다. 따라서 동일업종·동일노동·동일임금화가 돼야한다. 우리(민주당)가 집권한다면 공기업 등직접고용 형태를 늘려갈 생각이다.

- 최근 한진중공업, 쌍용차 사태와 관련한 입장은?
▲ 무역 세계 7위, 수출규모 10위 등 조선·자동차·반도체 등 중심산업이 10권내로 경제외양문화는 좋아 보인다. 그러나 기업의 내부문화는 후진적이다. 기술개발보다는 임금을 후려쳐서 가격경쟁력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고, 노동자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는 파트너십보다는 지배하는 구조다. 언제든지 돈벌이가 안되면 노동자부터 해고해 버린다. 쌍용?한진이 회사이윤 극대화를 위해 노동자를 자르는 것은 매우 구시대적이다. IMF시대의 구시대적 방식으로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경제적으로 후진성을 띤다.

- 그렇다면 경제 선진국이란?
▲ 선진적 노사문화가 정착되려면 리스크(위험)를 감당하는 재량이 중요하다. 위기 속에서도 노동자를 배려해서 임금 상승폭을 줄이거나 억제하더라도 해고하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횟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같이 어려움을 안고 가야한다. 이처럼 고용승계와 고용안정화 속에서 전체적으로 경제를 성장·발전시키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 ‘종북진보’를 놓고 당내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 ‘종북’이라고 보는 것은 날조된 인식이다. 그간 우리의 포용정책은 분명한 원칙과 기준이 있다. 북한에 인권신장, 민주화, 개혁개방이 도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핵개발 반대 등 분명한 선이 있다. 서해교전 당시 DJ도 단호하게 대응했다. 지난 10년 동안 DJ정부의 6·15정신과 참여정부의 10·4선언이 즉각 실천돼야 한다. 현재 남북관계가 악화되었지만 인도적 지원과 교류가 필요하다. 이런 신뢰를 밑바탕으로 평화구조를 정착시키자는 것이 포용정책이다.

- 평창동계올림픽을 남북 공동으로 개최하자는 주장에 비판여론이 거센데.
▲ 2018년은 우리 민족사에 있어 절묘한 시점이다. 북한도 정치적 변화를 할 가능성이 있는 시점으로 평화를 거쳐 통일이냐 아예 분단으로 갈 것이냐 갈릴 것이다. 때문에 국제적 올림픽 행사를 남북이 협력으로 치러내는 것은 상징적 조치다. 이는 굉장히 중대한 시기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포츠라는 좋은 촉매로 민족사에 중대한 정기를 만들어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계승할 수 있다.

“노동자 임금 후려치고, 지배하는 기업문화 후진적 발상”
“남북통일의 가교역할과 교육
·복지에서 능력 발휘하고파”

- 한나라당 전대가 끝났고, 소위 좌클릭으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잘할 수 있도록 북돋아 줄 필요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레토닉(수사)에 머물거나 흉내만 내는 수준이라 비판적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 반값 등록금은 자기들 공약이었으나 하는 둥 마는 둥 슬그머니 아주 슬쩍 내린 상태며, 감세 철회에도 우유부단하다. 무상급식을 두고도 주민투표하게 내버려 두고 있다. 이렇게 시늉만하는 헐리웃 액션이 돼서는 안 된다.


- 한나라당의 젊어진 지도부 구성에 민주당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면 낡은 정치문화와 이념을 뛰어 넘는 것이 중요하지 나이는 상관없다. 젊어도 구시대적 사고에 갇혀 있으면 소용없다. 때문에 민주당이 나이에 상관없이 생각이 젊은 민주당이 되었으면 한다.

- 최근 40대 기수론에 탄력 받아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데.
▲ 전당대회보다는 현재로서는 통합에 주력하고 싶다. 내가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통합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통합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임팩트, 그리고 좌클릭 행보를 보인 리프레싱에 대한 효과로 볼 수 있다. 일시적인지 중장기적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일시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민심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다시 점검해보고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 정권 교체를 위해 차기 민주당 대권후보는 누가 적합하다고 보는지?
▲ 대통령은 국민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민심을 얻는 자가 곧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읽는다 해서 도둑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뜻에서 큰 뜻 가지고 열심히 수련해나가야 한다.

- 직접 대선에 도전할 생각은?
▲ 아직 대선을 생각할 입장이 아니다. 정권교체를 위해서 모든 것을 할 생각이지만 감당할 수 있는 능력과 짊어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역할을 할 것이다.

- 최고위원 재임기간 혹은 앞으로 정치생활 하면서 이루고 싶은 것은?
▲ 교육·복지에서 많은 부분 이뤄보고 싶었는데 짧게 해봐 못한 것이 많다. 실제로 복지가 성공적으로 제도화될 수 있게 역할을 성공적으로 잘해내고 싶다. 또 남북이 평화로, 통일로 가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DJ시절은 남북 교류협력 수준이었다. 이제는 평화까지 또 누군가는 통일까지 가야 한다. 나는 통일로 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대통령 아니면서도 중요한 역할이 있는 만큼 이런 일들을 해내는데 기여하고 싶다.

- 지금껏 정치를 하면서 기뻤던 일과 가장 힘들었던 일은?
▲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떨어졌을 때가 힘들고, 당선되었을 때가 가장 기쁘다. 2008년 총선에서 떨어지니 힘들었다. 정치인들이 선거에 연연하면 좀팽이 정치밖에 못해, 당선에만 급급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큰 정치하려면 초연해야 하는데…. 그래도 떨어졌을 땐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힘들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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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