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양생명 사기보험판매 시스템 충격 내부고발

짭짤한 ‘돈맛’에 알면서도 ‘먼산’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최근 한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동양생명 영업직원이라고 밝힌 제보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동양생명이 고객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이상 선의의 고객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양심고백을 결심한 이 직원의 입을 통해 동양생명에서 자행되고 있는 충격적인 비리의 전모를 낱낱이 파헤쳐 봤다.

해약할 수밖에 없는 상품’ 가입시킨 뒤 더 나쁜 상품 전환
‘저축’이라고 속여 종신 가입시켜…소비자 2년 지나야 인지


최근 제보자 최용호(가명)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동양생명의 사기성 영업행태를 빠짐없이 공개했다.
동양생명의 수법은 이렇다. 우선 POM(TM)팀은 텔레마케팅을 통해 이자율이 높다는 점을 내세우며 비과세복리형 저축에 고객을 가입시킨다. 그러나 이 상품은 해약이 보장된 ‘미끼’다. 5년이 지나야 원금이 보장되는 데다 저축의 모양새를 갖추는 데 꼬박 10년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저축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종신 정보 숨겨

POM팀은 이 ‘저축’에 가입한 고객들의 데이터베이스(DB)를 동양생명 하이브리드(영업)팀에 넘긴다. 하이브리드팀은 이 정보를 활용, 고객들이 기존의 상품을 해지하고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한다.

문제는 새로운 상품의 질이 기존의 것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데 있다. 변액종신보험과 일반종신보험이 주로 이용되는데 원금을 보장받는 데만 무려 20년이 걸린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이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모두 이들의 홍보방식 때문이다. 먼저 이들은 문제의 상품들을 ‘저축’으로 소개한다. 상품의 카탈로그도 저축상품인 것처럼 꾸민다. 종신과 관련된 정보는 철저히 숨긴다. 계약서상 관련 정보가 포함된 페이지 위쪽에 상품설명서를 끼워 넣는 등의 ‘반칙’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주요 타깃은 사회 초년병이나 주부다. 금융정보에 어둡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어리숙한’ 고객들은 영업맨들의 ‘세치 혀’에 속수무책으로 농락당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영업에 가깝다.

교육시스템은 한 술 더 뜬다. 아예 종신특약에 대한 설명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질 나쁜 영업방식이 시스템화 돼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행태에 환멸을 느끼고 동양생명을 박차고 나간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후문이다.

이것이 문제가 많은 영업방식임은 동양생명 내부자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일부 영업맨들은 이 같은 영업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문제의 상품들이 전체 가입된 상품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업맨들이 챙겨갈 수 있는 수수료가 다른 상품의 3~4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a’의 짭짤한 부수익까지 챙길 수 있다. 당연히 변칙 영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 같은 영업을 통해 보험왕에 까지 오른 이도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아차린 일부 고객들은 속속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에 불과하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애초 POM팀은 18개월(지난 3월기준, 기존 24개월) 이상 납입한 고객의 정보만 하이브리드팀에 넘기고 새로 가입시킬 상품에 그간 집어넣은 돈을 선납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고객들이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는 건 적어도 가입일로부터 18~24개월이 지난 후가 된다. 가입으로 부터 2년이 지난 시점의 환급율은 고작 10~20%정도. 연금의 2년 환급율이 70~8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다. 하지만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 고객들은 나머지 80~90%의 돈을 고스란히 떼이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상품과 관련한 논란은 이미 예견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폭탄을 안고 가고 있는 셈이다. 금호생명도 이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벌이다 부실에 빠진 바 있다.

그럼에도 동양생명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제보자 최씨는 “동양생명 본사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방치하고 있다”며 “6개월 전부터 건의를 해왔지만 동양생명은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씨는 최근 본사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그제야 본사는 감사를 내려 보내겠다고 했다. 모든 일이 바로 잡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는 최씨의 착각에 불과했다. 감사를 나온 직원이 준법감시팀이 아닌 영업관리팀 직원들이었다. 사실상 개선의지가 없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같은 영업방식으로 동양생명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실제, 동양생명 본사 직원들 사이에선 ‘추후 민원이 발생해서 법적인 절차를 통해 환불을 해주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말이 공공연히 오간다고 한다.

업계서 악명 높아

동양생명의 ‘변칙영업’은 뿌리가 깊다. 과거 화제가 된 상품인 ‘여성시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동양생명은 이 상품도 환급율이 나쁜 상품으로 갈아 태우는 식으로 주머니를 불렸다. 동양생명의 ‘막장영업’은 이미 업계에서 악명이 높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흑자를 올렸다. 2조916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81%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67.82% 증가한 1257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세운 최대 흑자 기록(당기순이익 1051억원)을 불과 1년 만에 갈아 치운 것이다. 금융위기에도 아랑곳 않고 흑자행진을 이어온 지 벌써 12년째다. 지난 2009년 10월에는 생보업계 최초로 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다. 동양생명은 업계 1위인 신한생명을 따라잡는 날도 머지않았다며 잔뜩 부풀어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는 사기에 가까운 영업을 바탕으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동양생명이 최대 흑자를 올렸다며 축배를 드는 사이 고객들의 한숨과 업계의 혀 차는 소리가 주변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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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