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호’ 출범에 민주당 당권주자들 ‘꿈틀’ 내막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내가 홍 맞수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한나라당이 ‘박근혜당’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모양새다. 친박을 자처한 홍준표 신임 대표를 필두로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됐기 때문.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 독주레이스는 당분간 청신호가 유지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젊은 지도부 구성은 향후 민주당의 지형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점쳐진다. 아울러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첨예하게 맞붙을 여야 지도부의 불꽃 튀는 ‘혈투’도 볼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나라 젊은 수도권 지도부에 민주도 세대교체론
‘독설가’ 홍준표 당선에 맞수로 떠오르는 박지원

한나라당은 지난 7월 4일 전당대회를 통해 홍준표 신임 대표와 함께 유승민, 나경원, 원희룡, 남경필 의원을 각각 최고위원으로 선출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했다. 이로써 홍 대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여야를 진두지휘하는 ‘수장’으로 맞붙게 됐다. 여기에 두 사람의 인연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지붕 시절 형님.아우
민주당 차기 ‘맞수’ 물색

지난 1999년 15대 국회 당시 두 사람은 각각 의원직 상실과 경기도지사 낙선 후 워싱턴에서 함께 생활하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남다른 우정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 홍 대표가 사석에서 손 대표를 ‘형님’으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손 대표가 통합민주당 대표였던 2008년 5월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홍 대표는 취임 인사차 손 대표를 찾아 “형님을 모시고 내가 원내대표를 했으면 했는데…”라며 농담을 건넸고, 손 대표는 “나를 모시고 원내대표가 아니라, 총리를 했어야 한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권재창출을 위해 필승 의지를 불태우는 여당과, 정권교체를 단단히 벼르는 야당의 사령탑으로 만난 상황이라 워싱턴에서 동고동락했던 우정을 과시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홍준표호’ 출범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 민주당 내부는 적잖이 놀란 눈치다. 저돌적이고 강한 추진력을 보유한 홍 대표의 독설에 맞설 대항마 역할이 현 민주당 지도부에선 없다는 자체평가 때문이다.

또 지역색이 배제된 젊은 지도부로의 세대교체, 개혁과 쇄신바람, 여기에 민주당이 주장하는 ‘친서민 드라이브’까지 내세우며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더욱이 일거에 박근혜당화하며 깔끔해진 당권.대권 구도의 합작은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탄력을 붙이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한나라당은 역대 전당대회 당시 친이,친박간에 서로 경쟁을 펼치며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민주당의 큰 역할 없이도 계파간의 갈등으로 서로 간의 ‘흠집내기’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민주당에도 조기 전당대회 쪽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독설가 홍 대표의 대야 공세를 방어할 전투력 갖춘 차기 당 대표를 조기 선출해 대권주자에 가해지는 흠집을 최소화하며, 선거 대비체제로의 전환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전당대회는 당 대표의 사태 후 약 2달뒤에 치러진다. 손 대표가 9월부터 진행되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사퇴하고 대권체제로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11월 조기 전대론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저격수’ 박지원 급부상
문희상 거론, DJ시절로?

이에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들의 이름이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거론되고 있다. 차기 당 대표 후보군에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필두로 박주선.이인영 최고위원, 김부겸.박영선.추미애.문희상 의원, 정대철 상임고문, 김태랑 전 국회사무총장, 정균환 전 최고위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홍 대표의 ‘맞수’로는 박 전 원내대표가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를 역임하며 여당 저격수의 면모를 과시했고, 지도력을 검증받았으며 노련미까지 더해져 현재 ‘홍준표 대항마’ 영순위로 꼽히는 것. 홍 대표도 전대 과정에서 자신이 ‘박지원에 맞설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선거를 앞두고 홍 대표의 공세와 압박이 심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특유의 돌파력을 지닌 박 전 원내대표가 해답이라는 의견이 급부상하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박 전 원내대표는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이라는 대업을 이루는데 핵심세력이었다”면서 “이미 원내대표를 거치며 지도력과 통솔력을 인정받았고, (향후 당 대표가 된다면)야당의 선명성과 투쟁성, 정체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균 당권 선회 시
민주당 당권구도 급변

또 다른 인사는 “홍 대표의 독설에 응수할 수 있는 사람은 저격수 박지원 전 원내대표 뿐이다”라며 “차기 당 대표는 막중한 임무를 띤다. 내년 총선도 지휘해야 하고, 대선주자도 적극 방어해야한다. 상대편의 흠집내기를 방어하려면 리더십과 정보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여기에 적임자는 박 전 원내대표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원내대표 자신도 언론이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해석에 “언론의 해석은 대개 맞더라”는 말로 당권 도전의사를 내비쳤다. 실제로 그는 동교동계와의 소원한 관계를 풀고 전폭적인 호남지지를 얻기 위해 애쓰며 당권을 위해 이미 물밑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 조기전당대회 열고 대선 밑그림 그릴까?
2012총,대선 큰 판 앞두고 불꽃 튀는 ‘난장’ 예고 


또 다른 당권주자로는 ‘영원한 DJ맨’이라고 불리는 문희상 의원이 떠오르고 있다. 그 역시 국민의 정부시절 소통령으로 불렸고, 참여정부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민주정부 10년을 함께 한 내공을 높이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계 한 관계자는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로 박지원과 문희상이 거론되는 것은 두 사람 모두 DJ사람들로 정권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정권교체에 대한) 염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한나라 지도부가 젊은 수도권 의원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수도권 유권자에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우자는 주장도 당내에서는 거세게 일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전 원내대표로는 이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나라의 젊어진 지도부가 수도권과 젊은 층의 표를 흡수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젊은 이인영 최고위원이 나와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실제로 지난해 10·3전당대회에서는 수도권 출신이자 40대인 이인영 후보가 중진들을 제치고 4위에 오른 바 있다. 이에 따라 비교적 젊은 층에 속하는 차기 후보들도 선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또 김부겸 의원이 당내 최대 주주로 꼽히는 손 대표를 등에 업고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의 당,대권 합작으로 손 대표 역시 자신의 대권가도에 유리한 인사를 후임 당 대표로 지지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 의원은 ‘통합연대’를 출범시키는데 앞장서며 전국조직망 정비에도 앞장서 당권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대의 변수는 대권 주자들의 당권으로의 선회다. 가장 유력시 되는 후보는 정세균 최고위원이다. 물론 정 최고위원은 확고한 대권의사를 내비쳤다. 이미 당권을 역임한 마당에 또 다시 당권을 잡을 이유가 없다는 것.

하지만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상황과 맞물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제3의 인물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떠오르며 더욱 더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의 486인사들 역시 손 대표 쪽으로 대다수 옮겨간 상태이다. 

이에 따라 주위에선 정 최고위원에 당권으로 선회하라는 압박이 가해지고 있으며 그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최고위원이 당권에 출격할 경우 당권구도 자체가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여타 주자들이 그의 출마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는 것도 그가 당권을 잡는데 있어서는 여전한 강자임을 증명하는 것. 현재로서는 대권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낮은 지지율이 고착화될 경우 당권으로 선회한다는 시각이 꾸준히 제기되며 그의 향후 행보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번 전대에서 개혁과 쇄신 이미지를 보여준 이상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변화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계 한 관계자는 “한나라가 비주류인 홍 대표를 선택한 것은 혁신에 가깝다”라며 “이에 민주당이 이보다 더한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야 모두 쇄신바람
변화의 요구에 부응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치루고 당 대표가 확정될 경우 향후 홍 대표와의 대결구도는 불꽃 튀는 ‘난장’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치의 운명을 가르는 총선과 대선이 내년으로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에 여야 사령탑 모두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이들이 벌일 승부는 그야말로 ‘혈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의 조기 전당대회가 예측되는 가운데 선출된 각각의 여야 신임 지도부가 어떤 통솔력을 선보이며 민심을 사로잡아 선거를 승리로 이끌지에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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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