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 접수 나선 사채업자들 충격실태

검은 손 함정에 두 번 죽는 나가요 걸

최근 사채업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연예인을 비롯해 일반 사람들도 사채 때문에 자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도 예외가 아니다.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는 현재 생활고에 사채까지 이중고를 겪으면서 고통의 나락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채의 함정에 빠져 자신을 혹사시키고 있는 나가요 걸들의 안타까운 실상을 취재했다.

유흥업소 마이낑 제도 없어진 후 사채업 성행
은행 대출 어려운 나가요 걸 기댈 곳은 사채뿐

최근 몇 년 사이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를 상대로 한 부동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특히 ‘선수촌’이라고 불리는 논현동 인근에는 수십여 개의 부동산업자들이 다른 곳에서는 하지 않는 독특한 형태의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는 부동산업이라기보다는 ‘부동산을 매개로 하는 사채업’이라고 하는 편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또한 논현동 인근의 사채업자들 역시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현행법상 연 66%를 넘지 못하게 하는 대부업법은 아랑곳 하지 않는 채 연 200%가 넘는 고리의 이자를 받고 있다.

논현동 사채업 활개
부동산 탈을 쓴 사채

하지만 아가씨들은 당장 급한 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부동산업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결코 헤어 나올 수 없는 ‘사채의 악순환’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얼마 전 자살한 한 연예인사건이 사채와 연관되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악성 사채업자’들에 대한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물론 일반인들도 사채의 피해를 많이 당하고 있지만 룸살롱에 다니는 나가요 아가씨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IMF와 성매매특별법은 대한민국 유흥가의 지도 자체를 완전하게 바꿔버렸다고 할 정도다.

사실 IMF 이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유흥가에는 ‘마이낑’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아가씨들을 자신의 업소로 데려오기 전에 선불금을 주는 것이다.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돈이 오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IMF 이후 이런 제도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고, 성매매특별법 여파가 밀어닥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강남 최고급 ‘텐프로’ 룸살롱의 ‘초특급 에이스’가 아니면 마이낑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는 기존에 멀쩡하게 잘 일하던 나가요 아가씨들마저 빚에 허덕일 정도라고 한다. 최악의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른바 ‘나가요 부동산업’이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나가요 아가씨들이 업종을 전환하거나 이곳에서 손을 털고 나가는 상황에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신규 아가씨들이 속속 진입하게 된다는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아가씨들은 초기에 방을 얻을 돈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논현동 인근의 원룸 가격은 보증금 5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 월세는 50~8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생활고 끝에 나가요를 선택하는 아가씨들의 경우 이 돈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결국 그들이 향하는 곳은 논현동에 있는 부동산 업소들이라는 것.

한 번 손대면 ‘반복’
늪에 빠진 사채 악순환

이들 업소에서 부동산을 빌미로 사채업을 하는 방식은 참으로 기발하다. 일단 아가씨들은 돈 한 푼 없이 방을 얻을 수 있는 점에서 유혹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보증금과 월세를 바로 사채로 전환해 매일 일수를 찍어 나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500만원 짜리 일수방이라고 하면 100일 동안에 15~20%에 가까운 이율을 지급하게 되고, 하루에 약 6만원 정도의 일수를 찍는다고 했다. 나가요 아가씨들의 경우 매일 테이블차지를 받는 경우가 많아 이런 형태로 ‘일수방’이 돌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나가요 아가씨들은 싼 방을 원하기보다는 도로 인근의 예쁘고 깔끔한 집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일의 특성상 고급스러움을 선호하는 그녀들의 라이프스타일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런 성향들이 그녀들의 발목을 묶는 오랏줄이 되고 만다.

특히 논현동 인근의 원룸들은 거의 대부분 화류계 아가씨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의 80%가 룸살롱의 나가요 아가씨들이, 나머지 20%는 안마시술소나 휴게텔 등지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예 부동산업자들이 사채업자들과 결탁해 ‘일수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월 이자율은 7%. 한 달에 20% 정도라고는 하지만 이는 단순계산 방식이고 실제 이자율은 연 200%를 넘어서게 된다. 실로 엄청난 이자율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업소들은 아예 ‘여성 전용’, ‘여성만 우대’ 등의 홍보를 하고 있다. 아예 나가요 아가씨만을 전문적으로 받겠다는 이야기다. 보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타깃 영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부동산 매개로 한 사채업 강남 논현동 일대 활개     
사채 빚 갚지 못하면 성폭행 당하거나 팔려가기도

그녀들이 이렇게 불법 사채를 쓰게 되는 이유는 뻔하다. 정상적인 직업이 아니고, 밤에 일을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정식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그녀들 역시 어쩔 수 없이 사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화류계에서는 이를 두고 ‘나가요 전용 은행’이라고 부른다는 것.

특히 나가요 아가씨들의 경우 이러한 전용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에 큰 거부감을 갖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왜냐하면 일단 상당수의 아가씨들이 이미 이곳에서 돈을 빌리고 있는 등 그것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만 하는 것도 아니고 함께 근무하는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렇게 사채를 쓰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 저항감이 비교적 적다는 것이다. 강북 G 룸살롱에서 일하고 있는 H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채를 쓰기 시작한지는 1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사채가 무서워 쓰지 않으려고 했으나 이 일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쓸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마이낑이라는 것이 있어 초반에 일을 시작할 때 그리 어렵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막 일을 시작할 경우에는 돈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화장품이며, 메이크업이며, 의상 구입 등 여기 저기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채를 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 사채를 쓸 때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의 ‘악순환’을 뼈저리게 느끼기  마련이라고 한다.

“사채라는 것은 참으로 묘하다. 어느덧 돈을 다 갚아 나갈 때가 되면 또다시 목돈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또다시 사채를 빌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내가 버는 돈의 상당수가 사채업자를 배불리는 일에 불과했다. 결국 나에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뼈빠지게 일하는 것도 결국에는 사채업자에게 돈을 주기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사채를 많이 쓰게 되면 결국에는 벼랑 끝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최종적으로는 그 어느 연예인처럼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일수사채를 연체했을 때는 보다 ‘놀라운 결과’가 기다린다고 한다. 룸살롱 영업이 잘 되지 않아 몇 일간 일수를 밀리게 되면 원금과 이자는 또다시 복리가 되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는 것. 따라서 애초에는 ‘몇년만 일하다가 그만 둬야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사채의 함정에 빠져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아가씨들은 한탄한다.

돈 갚지 못하면
상습강간에 인신매매까지 

논현동 인근에서 10년이 넘게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는 L모씨는 사채와 관련한 다양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물론 내가 사채를 쓰지는 않지만 이곳에 오는 아가씨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참 기가 막힌 이야기들도 많다. 어떤 아가씨들은 사채를 갚지 못해 강간을 당하거나 혹은 업주에게 성매매를 하면서 이자의 일부를 갚는 여자들도 있다고 하고, 또 심한 경우 어떤 아가씨는 진짜 섬으로 팔려가기도 한다. 21세기에 무슨 섬으로 팔려가겠느냐고 하겠지만 ‘신체포기각서’를 쓴 애들은 사채업자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게 팔려가는 게 아니고 뭔가.”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알지 못한 채 아직도 나가요를 꿈꾸는 여대생들도 많다는 점이다. 심지어 전체 화류계 여성의 10%가 대학생들이라는 추정도 있다. 때로 어떤 업소에는 아가씨들이 손님이 기다리는 룸에 ‘초이스’ 들어갈 때 아예 학생증을 목에 걸고 들어가는 진풍경도 벌어진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부끄러운지 모르고 그런 데서 학생증까지 걸고 들어가겠느냐’고 핀잔 섞인 반문을 하기도 하지만 돈에 대한 열망은 그런 부끄러움도 잊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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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