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동거 박근혜-홍준표 궁합 보기

활짝 열린 박근혜당, 홍준표 진짜 보완재 될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나라당 홍준표 신임 대표가 지난 4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대권 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와 내년 총선을 책임질 파트너가 됐다. 한나라당은 지난 4·27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의 무게중심이 갈수록 박 전 대표에 쏠리는 양상이다. 과거 비주류이기는 했지만 친이계였던 홍 대표가 당을 장악한 것은 얼핏 ‘불안한 동거’로 보이기도 한다. 홍준표 체제로 돌입한 한나라당, 내년에 치러질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신주류 박근혜와의 궁합은 어떨지 짚어봤다.

전당대회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 박근혜 파워
지도부 친박3-중도2-친이1 대권행 날개 다나?

지난 4일 열린 12차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친박의 유승민 최고위원이 2위로 당당히 지도부에 입성했고, 반면 친이계의 지원을 받은 원희룡 전 사무총장은 4위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최고위원 자리를 차지 한 것이다. 이로써 한나라당의 지도부는 친박3, 중도2, 친이1로 재편돼 박 전 대표의 입지가 더욱더 확고해 졌다는 평가다.

특히 친박으로 분류된 3인중 2명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차지해 단순 수치 뿐 아니라 그 영향력은 더욱더 큰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의 날선 공방
이젠 지나간 얘기?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당 대표, 최고위원의 지도부 구성은 완료됐다. 이제 남은 것은 내년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을 승리해 정권 재창출을 이룬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최종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차기 대권주자와 당 지도부와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홍 대표는 경선 전에 이미 “지금은 박근혜 시대이고, 나는 박근혜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고 했고, 출마 선언 후 “야권의 공세로부터 박 전 대표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이겠느냐”며 ‘박심’에 대해 노골적인 구애를 펼쳤다.

전당대회 마지막 정견발표에서도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대선주자들에 대한 음해공격이 시작된다. 이것을 막을 사람은 홍준표 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박근혜 보완재’를 자처하며 친박계에 한걸음 다가서 표를 흡수한 홍 대표지만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박 전 대표를 향해 “자기 소신만 내세우면 혼자 탈당하고 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었다.

2005년 만들어진 당권·대권 분리 당헌·당규 개정안도 홍 대표가 ‘대권주자 박근혜’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당시 당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던 홍 대표는 6월께 혁신위 간사였던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 등과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당권·대권 분리와 9인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당시 홍 대표는 당권·대권 분리를 위해 2006년 지방선거 이전에 박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조기 전당대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불가피한 일이 없는 한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고 맞서면서 두 사람은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걷잡을 수 없는 입담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홍’

그러나 홍 대표는 전당대회가 임박해오자 태도를 급거 바꿨다. 자신의 태도 돌변에 대해 홍 대표는 “(과거에) 정치적 소신을 한마디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사실상 친박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른 후보들 뿐 아니라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홍준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이어서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친박계 초선의원은 “박 전 대표를 엄청나게 궁지로 몰아붙이고 힐난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친박을 하겠다고 하니 기가 막히다”며 “아무리 ‘월박(越朴)’이 대세지만 대표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월박하는 것은 정도에 어긋난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친박계에 다가가기 위해 ‘보완재’까지 자처하고 나선 홍 대표였지만 지난달 3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가 맹종하는 사람들만 데리고 대선이 되겠느냐”고 박 전 대표의 외연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의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신뢰와 정도정치가 좋아 지지하는 이들이 맹종하는 사람이라는 말이냐”며 “홍 후보는 사과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홍 대표는 공식 업무 첫날부터 ‘공천 배제’까지 언급하며 계파해체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큰 틀에서 공감을 표하면서도 홍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걸며 신경전을 벌였다.

가장 불편한 반응을 보인 건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 그는 “친이, 친박 활동한다고 공천에 불이익을 준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면서 “그러면 나부터 공천이 안돼야 한다”고 반박했으며 “친이, 친박 화해는 당사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도 “계파를 해체하려면 계파해체 선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유 최고위원 외에 다른 3명의 최고위원들까지 나서 반발하자 홍 대표는 “친박계는 박 전 대표를 좋아하는 분들끼리 모인 파니까 박 전 대표가 지휘한다, 박 전 대표가 계파 수장이다 이렇게 보기 어렵다”며 한발 물러난 듯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또 “계파활동을 할 경우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전날 발언에 대해서도 “거기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발을 뺐다.

하지만 그는 ‘당이 박 전 대표 체제로 완전 탈바꿈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가 어느 분인지 모르지만 엉터리”라며 “당은 홍준표 체제로 정리가 된 것”이라고 밝히는가 하면, 친박계로부터 지지를 받았을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도 “이번에 저를 지지해준 분들이 친박도 있고 친이도 있고, 소장파도 있고, 쇄신파도 있다. 당내 두루두루 지지를 받은 것이지 친박의 일방적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정 부분 박 전 대표와의 거리를 두려는 이른바 ‘선 긋기’로도 보여 질 수 있는 대목들이다.

하지만 이내 대선후보와 관련해서는 “국민 여론상 방해가 없다면 (박 전 대표가) 후보가 되는 게 확실하다”고 박 전 대표를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걷잡을 수 없는 입담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평소 고착된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근혜 체제가 아닌
 홍준표 체제로 정리”

홍 대표는 이어 “지금 이대로라면 92년도 YS, 97년 DJ와 같은 (일방적인) 경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선 흥행을 위해 다른 대선후보들이 좀 분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내년 대선후보 경선의 관리책임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큰 신임 당대표가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언급하자 한나라당 안팎이 시끄러워졌다.
다른 대선 예비주자 진영은 “내년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해야 할 대표가 벌써부터 한쪽 편을 드는 것 같다”는 불만과 함께 집중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홍 대표의 발언은 박근혜 대세론이 현실이긴 하지만 그 대세론이 대선 승리로 과연 이어질지를 놓고 당내에서 다양한 견해가 터져 나오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한 소장파 의원은 “내년 하반기쯤 야권의 단일후보와 박 전 대표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대안론’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2011년의 대세론으로 2012년의 우세를 점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첫 개혁과제는 ‘계파 타파’” 목소리 높여
과거의 앙금 털어내며 ‘보완재’ 역할 충실히 이행?

홍 대표는 “박 전 대표는 당이 어려울 때는 언제나 정면돌파를 해왔다”면서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이 어려워진다”며 “박 전 대표의 대선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는 안 나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홍 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선대위원장을 제안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한편 홍 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정치스승’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저를 예방해 ‘각하’라 부르며 큰절을 올렸다. 홍 대표는 당선 축하인사를 건네는 김 전 대통령에게 “저희들이 다 ‘YS키즈’다”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민감한 사안이고 내년 대선에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될 지도 모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쿠데타 한 놈’으로 칭했다.

박 전 대표로선 자신의 아버지를 ‘쿠데타 한 놈’으로 칭한 그를 정치적 스승으로 따르는 홍 대표와 어떤 관계를 이어 나갈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여전히 불안한 둘 관계
공동 목표로 하나 되나

예전부터 날 선 공방을 벌였고 지금도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정책면에서는 친서민, 복지강화라는 큰 틀에서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노선 갈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홍 대표는 “이제 한나라당은 참보수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제 홍준표의 한나라당 개혁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서민 속으로 들어가겠다. 그동안 서민특위 위원장을 하면서 추진 못한 과제도 다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최고위원은 홍 대표와 달리 ‘무상급식’과 ‘4대강 예산 축소’에 찬성하고 있어 내홍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친박계 정책통인 이한구 의원은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해당 분야에 전문인 의원들과 협의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충분히 조율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했던 그이기에 친박계 쪽에서는 불안한 시선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지만 대다수 친박계 쪽에서는 홍 대표가 당이 위기인 상황에 중책을 맡은 만큼 당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현했다.

서병수 의원은 “홍 의원이 대표가 아닐 때는 예측불허의 모습을 보였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잘 협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와 홍 대표. 이들은 그간 많은 다툼과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지만 종국에는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고 정권 재창출을 이룬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현시점에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자신을 낮추고 서로 긴밀한 상호 작용이 필요한 것만은 분명하다.
 
홍 대표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직설 화법’을 박 전 대표에게도 사용해 예전의 갈등을 재조장 할지, 최근에 했던 말처럼 박 전 대표의 ‘보완재’ 역할을 할지 두고두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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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