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33>

롤러코스터 인생…“나 김동이 부사장이야”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이름은 YX클럽. 남녀의 성염색체를 딴 이름이었다.
첫날 매출 2000만원을 기록하면서 대박이 터졌다.


■ 무너진 ‘에덴’동산
업주의 판단은 빨랐고 행동은 신속했다. 하지만 기존의 호빠를 나이트 클럽으로 바꾼다니 여기에 따라오지 않는 마담과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마음이 합쳐지지 않으면 함께 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끈질긴 설득을 해도 떠나가는 마담과 선수들은 어쩔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확 끌어당길 수 있는 DJ의 섭외와 다양한 쇼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트랜스젠더, 비보이, 마술사 등을 차근차근 섭외해 나갔고 드디어 모든 준비가 끝났다. 오픈 시간은 저녁 8시. 그간의 호빠들이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문을 연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달라진 시스템이었다.
드디어 개업 첫날, 국내 최초의 여성전용 나이트 클럽이 그 서막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지만 나는 나의 생각을 굳게 믿었다. 하지만 상황은 최악이었다. 초창기의 썰렁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시기를 견뎌내야 성공을 할 수 있는 것이 내가 가진 신념이기도 했다. 손님이 없는 시기에는 홍보에 전념했다.
전단지를 돌리고 길거리에서 홍보를 하고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내면서 하루 빨리 정착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드디어 한통의 문의전화가 왔다. 나는 뛸 듯이 반가웠다. 그것은 일종의 신호였다. 몇 통의 전화가 왔냐가 문제가 아니라 드디어 기존의 호빠에서 새로운 여성전용 음주문화로 바뀌는 물갈이의 신호였던 것이다.
일반인들이 서서히 업소를 방문하면서 그들은 이 새로운 ‘여성전용 음주문화’라는 것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한번 방문한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문화가 좀 더 확산되고 완전히 정착되기까지 인내하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업주가 나를 사무실로 불렀고, 나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됐다.
“동이씨, 미안한데, 이제 더 이상 영업을 하기는 힘들 것 같아.”
함께 사업을 하는 동업 사장이 지분을 팔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결정은 섣불렀다. 하지만 그들 역시 나름의 사업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다. 나에게는 지금의 적자가 ‘미래를 위한 투자’였지만 그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적자’일 뿐이었다. 결과는 생각하지 않고 지금 당장의 몇 푼만 생각하는 동업 사장이 원망스러웠다. 나는 속으로 외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시작인데… 조금만 더 버티면 분명 대박 사업이 될 수 있는데….
하지만 돈의 논리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에덴은 개업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문을 닫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다시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그간 알았던 스폰서들을 찾아다녔다. 아마도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거의 전부를 만나고 다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도 나의 손을 잡아주질 않았다. 아직 그들에게 ‘여성전용 음주문화’는 먼 나라의 이야기이자 ‘돈 안 되는 낭만적인 사업 아이디어’일 뿐이었다.

■ 이번엔 ‘부사장’이다
실망과 좌절을 포장마차에서 소주로 달래고 있을 때였다.
“야, 동이 아니냐?”
일명 ‘성 사장’으로 통하는 호스트빠 업주였다.
“형님!”
당시 강남 최고의 업주 중의 한명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호빠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거처럼 호황을 이루는 것도 아니고 마담들도 마이낑 풀면 도망가기 일쑤니 더는 재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미 내가 했던 에덴에 관한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에덴 자체가 문을 닫았으니 더는 할 말도 없었다.
“그 사업계획서, 나한테 하나 줄 수 있냐?”
이제 더 이상 나에게는 필요가 없는 것이었으니 하나 남은 제안서를 준다 해도 아까울 것도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성 사장에게 한통의 전화가 왔다. 아는 지인인 ‘이 회장’과 함께 있는데 사업 아이템에 대한 브리핑을 받아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은근한 설레임이 밀려들었다. 못 갈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한걸음에 달려가 침이 튀기도록 열정적으로 브리핑을 했다.
초기 자본도 많이 들 것이 없었다. 기존의 업소에 ‘전전세’를 놓으면 초기보증금 5000만원에 첫 달 월세 2000만원, 그리고 마담 추라이에 필요한 5000만원, 여기에 오픈 마케팅 3000만원 정도면 신속한 재오픈이 가능했다.
“초기 자본은 2억이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사장과 지인은 잠시 단 둘만의 시간을 갖더니 다시 나를 불렀다.
“좋아요, 그럼 한번 해봅시다!”
지옥에서 다시 살아난 느낌이었다. 그 2억이라는 돈은 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종자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마담들을 모으는 작업이 시작됐다. 마이낑을 푼다는 소식과 함께 사업적인 비전까지 설명해주자 전국에서 모여든 마담들은 무려 30명, 여기에 선수들을 150명까지 모집할 수 있었다. 다시 거대한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름은 YX클럽이었다. 남녀의 성염색체를 딴 이름이었다. 홍보 또한 전투적으로 전개됐다. 무려 3만여장의 전단지가 강남 일대에 뿌려지면서 대대적인 홍보전이 시작된 것이다. 첫날, 우리는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드디어 오픈을 할 수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여기저기서 예약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신규고객 10개 테이블과 예약으로 정해진 30개의 테이블. 첫날 매출만 2000만원을 기록하면서 한마디로 ‘대박’이 터졌다.
나의 기획력과 마케팅이 그대로 적중했던 것이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사람들은 입장을 하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저녁 10시만 되면 더 이상 자리가 없어서 손님을 못 받을 지경까지 됐다.
나에게는 ‘부사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여졌고 업주로부터 재규어를 선물받았다. 비록 새 차는 아니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나의 꿈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나는 더욱 더 강한 흥분과 열정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야당발 ‘채 상병 특검’ 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19일 사건 발생 10여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반발하며 퇴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합의 처리된 뒤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제출하며 채 상병 특검법 상정을 요구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사건을 초동 조사하고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서 대통령실·국방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경찰 이첩 개입 의혹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해 의사일정 변경동의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재석 168명 전원 찬성표로 가결됐다. 표결에는 야당만 참여했고, 국민의힘은 반발해 사실상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은 원래 본회의 안건에 없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을 우선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번 본회의에 합의되지 않은 법안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반대해 왔다. 당초 김진표 의장도 여야가 합의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서 마지막으로 중재를 시도했지만 5분 뒤 김 의장은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양당의 마지막 협상도 결렬됐고, 국민의힘에서는 유일하게 자리에 남았던 김웅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방청 중이었던 해병대 예비역연대 법률 자문, 김규현 변호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노년의 해병대 예비역들도 연신 눈물을 흘렸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이 강행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서 규탄대회를 열고 “그간 우리 당은 이태원참사특별법에 합의 처리하는 조건으로 의사일정에 동의했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채 상병 특검법을 애초에 처리하겠다고 했으면 저희는 오늘 본회의 의사일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처럼 이태원법 합의 처리를 통해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는데 오늘 의사일정 변경까지 해서 채상병법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 표결 시 본회의장을 퇴장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채 상병이 의사일정으로 상정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규탄대회 뒤 거부권 행사 건의와 관련한 질문에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국힘 퇴장 속 야당 전원 찬성 조각난 협치···대통령 또 거부?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날 본회의는 이태원특별법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로 잡은 일정인 반면, 여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상황서 입법을 강행하기 위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본회의 부의를 시도하겠다는 의도였다. 대통령실은 이날 야당의 강행 처리 예고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서 “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서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면서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실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자체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미 수사 중인 사안에 특검을 도입하는 배경에 정쟁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다음, 그 과정이나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을 당장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대통령실은 무엇보다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 때문에 야권이 주장하는 ‘수사외압’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병대수사단이 기초 조사는 할 수 있겠지만, 관계자 수십명을 소환하고 연루자가 몇 명이고 하는 것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당시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의 ‘월권’ 가능성을 지적한 셈이다. “정치적 의도” 대통령실 발끈 또 과거 공수처 설치와 군사법원법 개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모순을 거론하며, ‘참사의 정쟁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정 실장은 “현재 공수처와 경찰서 철저한 수사를 진행 중이므로 수사 당국의 결과를 지켜보고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공수처와 경찰이 우선 수사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 도입 등의 절차가 논의되고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까지 동원해 설치한 기구다. 당연히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상식이고 정도”라며 “지금까지 13차례 특검이 도입됐지만 여야 합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야당이 단독으로 주도한 이유도 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서 윤 대통령,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수사를 왜곡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관련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나왔다. 국방부는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들의 혐의를 축소하려 했고, 경찰에 넘긴 수사기록도 매끄럽지 않은 과정을 통해 회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조율한 흔적도 엿보였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수처 수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 수사가 1년 가까이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야권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과거 대통령실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고’라고 언급한 사건도 국민적 분노를 유발했다. 지난 3월22일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 매체와 인터뷰서 ‘조그마한 사고’로 표현하고 “전 지휘관이 법적인 문책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실언한 바 있다. 더구나 공수처는 지난해 8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인력 부족, 수사 의지 등을 핑계로 현재까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해병대를 비롯한 국민 여론도 특검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눈물 흘린 해병들 왜?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채 상병 특검법 상정과 통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 옷을 입은 이들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 모여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박정훈 대령 탄압 중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채 상병 특검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같은)이런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집권여당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이 나라의 안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인가.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외쳤다. 해병대예비역연대에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해병대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국민의힘은)처음엔 ‘독소 조항이 있다’고, 지금은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 중이니 그 수사가 끝난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과거 특검 때에는 (앞서)경찰·검찰이 수사를 안 했는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가장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방법은 법정 수사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정해놓고 있는 특검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병대 측은 이날 “3개월이 지나면 우리 군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안보에 전념할 수 있고, 정치권도 채 상병 문제를 일단락하고 지금 산적한 안보, 민생 정책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수사를 기다리며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채 상병 문제로 정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전원 참석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45명은 채 상병 특검법의 상정·통과 여부를 보기 위해 곧장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앞서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지난달 3일 본회의 자동 부의 요건을 충족했다. 여야는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는 합의했지만, 채 상병 특검법과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통한 것이다. 1년 가까이 진척 없는 수사 역풍 뻔한데···용산 선택은? 특검법 통과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수세에 몰린 대통령실이 야당을 지적할수록 부정 여론만 키우는 분위기다. 더구나 대통령실은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되는 사안서 ‘협치’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역풍을 맞게 되는 형국이다. 당장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용산의 뜻을 따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렵사리 여당 의원들을 단속하더라도 다음 달에 시작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궁지에 내몰릴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신중한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은 합의 정신을 존중하는 분”이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선 ‘과도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젊은 병사의 죽음’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데다 야권과 언론이 국가안보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 등 대통령실 연루 의혹을 잇달아 제기한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다. 국회 재표결 시 여당 이탈표도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회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의 적극적인 수용을 요구한 데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도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수사는 진행 중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지난 2일 오전 9시25분쯤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