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인과 언론사가 이른바 ‘맞장’을 뜨는 사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연예인들이 언론사의 좋지 않은 기사에 대처하는 방법이 예전에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부인하는 선에서 끝났다면, 현재는 미니홈피,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거나 소송으로 치닫고 있다. 왜 연예인들은 언론사와 전쟁을 벌이는 것일까.
이인혜 측 “근거 없는 흠집내기…법적 대응할 것”
김민준 ‘서브남주’가 뭐길래…설전 끝에 공식사과
미모와 지성을 모두 갖춘 탤런트로 ‘엄친딸’이라는 수식어를 지닌 배우 이인혜가 PD 모욕 및 책 대필 논란에 휩싸였다.
이인혜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달 28일 한 매체가 지난해 3월31일 방송된 MBC <기분 좋은 날> 촬영과 관련해 외주제작사 PD에게 무릎을 꿇리고 반성문을 쓰게 하는 등 모욕감을 주었으며 지난해 이인혜가 펴낸 <꿈이 무엇이든 공부가 기본이다>의 대필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보도자료 배포에서
소송으로 치닫고 있어
이 매체는 이인혜의 측근을 인용해 “(<기분 좋은 날> 출연 당시) 이인혜는 외주 제작사 PD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고 무릎도 꿇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당시 담당PD 1명, 매니저 3명, 스타일리스트 1명, 현지 가이드 1명과 동행한 가운데 어머니와의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을 떠난 이인혜는 다소 복잡하고 긴 여정으로 기분이 안 좋아지면서 촬영지에 내리자마자 가이드에게 “스케줄표를 똑바로 안 주느냐”고 화를 냈고, 급기야 촬영 중단을 선언했다. 이 같은 돌발 상황에 PD는 촬영 재개를 위한 사과와 2시간가량 설득에 나섰고, 이인혜는 PD에게 반성문 작성을 요구했다. 측근은 “PD가 처음에는 못 쓰겠다고 했다가 다음날 오후 이인혜의 방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울면서 반성문을 썼고 무릎도 꿇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인혜 소속사 도어미디어 측은 같은 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PD 모욕 건은 근거 없는 이인혜 흠집내기성 기사다”며 “아무런 확인 없이 기사화된 부분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로 전 소속사 직원과 현장에서 촬영했던 VJ에 대해 법적 대응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인혜 측은 PD 모욕 논란에 대해 “촬영 전날 전 소속사 매니저와 VJ K씨와의 불미스러운 행동들이 발생한 상태에서 촬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심각해졌고, 그 상황에서 동행했던 이인혜 어머니께 무례하다는 사과문의 쪽지(보유하고 있음)를 본인이 직접 써 준 것일 뿐 이인혜가 무릎을 꿇리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을 뿐 더러 동행한 모든 스태프가 증인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책 대필 의혹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집필한 글을 출판사에서 편집해 발간했고 해당 출판사도 자체 회의를 통해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인혜 측은 끝으로 “소속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번 기사는 연예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였으므로, (최초 보도 매체에서) 적절한 해명 기사가 없을 시 본사도 법적 대응 할 것이다”고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누가 먼저 쓰느냐’
시간싸움 경쟁 과열
이에 앞서 배우 김민준은 한 매체와 호칭으로 인한 설전을 벌였다. 호칭 논란은 한 매체가 지난 6월23일자 기사에서 김민준을 ‘서브남주(남자 조연을 일컫는 말)’로 칭하며 불거졌다. 자신을 ‘서브남주’라고 지칭한 것에 감정이 상한 김민준이 트위터를 통해 해당 기자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민준은 당시 “서브남주란 말은 뭐냐? 난 비록 발연기를 하지만 카메오든 뭐든 대사 한마디 눈빛 한순간 그저 김민준이다. 연기하는 사람들을 조롱합니까. 뭣 같지도 않은 수식어를 붙이고”라고 비판 한 바 있다.
이후 해당 매체도 김민준의 태도를 비꼬는 반박기사를 보도하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김민준은 이에 굴하지 않고 트위터에 해당매체에 대한 비판 의도가 담긴 글을 올리며 맞대응 해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오랜 설전 끝에 김민준은 지난 6월24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공식 사과글을 올렸다. 그는 “야박한 세상에 웃음을 줘야하는 입장에 있으면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뭐 공식입장 올릴 곳도 없어 트위터에 찌질하게 올립니다. 만나서 얘기하면 허물없이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기자님들께도 죄송합니다”라고 사과글을 게재했다.
이외에도 연예인들이 언론사나 기자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하거나 설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관계 확인 않고 오보·비하성 발언 남발
미확인 보도 넘쳐…독자·연예계 모두 피해
“매체의 증가로 기사의 양은 많으나 질이 떨어진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취재하는 각 매체 간의 취재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는 데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국민의 관심사다. 이에 일부 연예매체들이 앞 다퉈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연예인과 관련된 소문과 정보는 여러 매체에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누가 먼저 쓰느냐’의 시간싸움이 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일부 사실이 과장 혹은 왜곡돼 기사화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매체 간 과열 경쟁이 기사의 난무를 부추기고,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최근 양산되고 있는 기사들은 연예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오보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비하성 단어를 남용해 관련 연예인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로 인해 연예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며 연예계 현실을 꼬집었다.
오보 기사나 선정적 기사는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인에게는 큰 타격이다. 연예인들이 강경 대응에 나서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연예인 000를 검색하면, 해당 연예인에 대한 관련 정보를 비롯해 구설수에 휘말렸던 당사자의 이름이 관련 검색어로 함께 등장한다. 이는 연예인 본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오보·선정적 기사
연예인에게 큰 타격
하지만 이런 구설수가 무조건 연예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대처를 하느냐에 따라 더 긍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미지가 창출되기도 한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사실이 아닐 경우에는 이슈가 되면서 이름도 알릴 수 있고 동정표를 얻을 수도 있다”며 “구설수에 안 오르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대처능력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구설수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기에 연예인으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공인이라는 이유로 대중들은 연예인에게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