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 연기 변신 전익령

“이젠 진짜 제 이름 알리고 싶어요”

배우 전익령은 드라마PD와 영화감독이 인정하는 연기파 배우이다. 단막극, 아침드라마, 미니시리즈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탁월한 연기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얼굴은 낯익은데 이름이 낯설다. MBC 일일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에 출연하며 예명 전예서를 버리고 본명 전익령으로 활동을 시작한 그녀를 드라마 촬영장인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에서 만나 보았다.    

<불굴의 며느리>는 번성과 풍요의 상징에서 사연 많고 팔자 사나운 여자들의 집합소가 되어 버린 만월당 종부들의 파란만장 도전기를 담은 드라마이다.

“모든 게 다 합쳐져 있는 드라마예요. 가족적이고, 멜로도 있고, 막장도 있고 다양한 소재들이 버무려져 있는 드라마죠.”

전익령은 <불굴의 며느리>에서 퀸스그룹의 며느리 박세령을 연기한다. 박세령은 단아하고 이지적인 외모로 도도하며 자기중심적이다. 아버지 그늘 아래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남편이 실망스러워 이혼을 요구하지만 씨도 안 먹힌다. 결국 박세령은 이혼을 위한 계략을 꾸미게 된다.

“자존심은 강하나 자아는 약한 캐릭터예요. 남편한테 사랑이 없는 건 아닌데 벗어나고 싶어하죠. 사랑으로 결혼을 했지만 지금은 사랑을 모르는 것 같아요. 역할 자체가 예민한 역할이라 한 신 한 신이 정말 어려워요. 간혹 대본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중앙대 연극영화과 재학 중이던 2001년 MBC 30기 공채 탤런트로 방송에 발을 들인 전익령은 원하는 배역을 맡기 힘들어 연극으로 눈을 돌려 연극 <냉정과 열정사이>에 출연했다.

“신인 배우들이 단역으로 시작하는 것은 맞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어 연극으로 눈을 돌렸어요. 연극을 하며 연기의 맛을 알게 됐어요. 이후 공연을 보신 감독님들이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고, 2004년 안내상, 이선균 선배님과 함께 출연한 드라마시티 <반투명>으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죠.”

전익령은 대중에게 이름을 널리 알린 배우는 아니다. 매 작품마다 너무나 다른 얼굴로 등장하는 그녀를 알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멸의 이순신>, <고향역>, <마왕>, <아름다운 시절>, <행복합니다>, <거상 김만덕>, <전우>, <싸인> 등 어느 것 하나 같은 색을 발하지 않는 캐릭터로, 각자의 기억에 다른 색으로 기억되고 있다.

“캐릭터와 내가 일치가 되려고 노력해요. 어떤 사람들은 어떤 역을 소화할 때 배우가 보이는 사람이 있지만 난 아직은 내 것보다는 캐릭터를 더 살리려고 해요.”

매 작품마다 너무나 다른 얼굴로 등장…“‘천의 얼굴’ 가진 배우”
<불굴의 며느리>서 도도하고 자기중심적인 며느리 박세령 연기

안방극장에 매진하던 그녀는 잠시 대본을 놓고 연극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번으로 끝나는 일회성 연기에 반동처럼 생기는 목마름이 컸었다. 2006년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6개월여에 걸쳐 장기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연극에 미쳐있으니 신기하게 보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제 고향은 무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저 연기가 좋고 타이틀보다 영역을 넘나드는 연기를 배우고 싶었을 뿐이었죠.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을 했어요.”

몇 년간 끝없는 스케줄에 지친 그녀는 잠시 휴식에 들어간다. 지친 심신을 달래고 싶었다.

“그냥 쉬고 싶었어요. 그래도 쉬는 중간 미니시리즈, 아침드라마, 단막극 등에 출연했어요.”

1년 6개월의 충전을 마친 전익령은 MBC 일일드라마 <불굴의 며느리>에 캐스팅 되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써왔던 예명 전예서를 버리고 본명 전익령도 되찾았다. 여기에는 이제 이름을 알리고 싶은 소망도 깔려 있다.

“‘천의 얼굴’ 전예서로 많이 기사가 나왔어요. 주위에서 모든 분들이 예명이 어둡다고 하셨는데 그 때문인지 어두운 역할이 많이 들어왔죠. 부모님들도 시집 못 갈까봐 걱정하세요. 배우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할 수 있어야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다음에는 보다 활동적인 역할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웃음)

전익령은 바쁜 촬영에도 불구,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배우들의 봉사모임 길벗과 국제구호기구 JTS가 함께 하는 거리 모금에도 나섰고 주영훈, 김태형과 함께 봉사 단체 컴패션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누굴 도와준다는 느낌이 아니라 제 자신을 채워 가는 느낌이 들어요. 삶의 방향에 대한 생각과 중심을 놓지 않기 위해서 하는 거죠.”
배우로서 자신만의 색으로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 전익령. 그녀는 자신 안의 여러 색을 캐릭터마다 매 번 바꿔가며 보여주는 배우다. 앞으로 그녀가 보여줄 또 다른 색의 연기가 기대되어 진다.

“배우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멋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해 목표는 MBC 연기대상에서 상을 받는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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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