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정치권이 벌써부터 내년 4월 19대 총선 준비로 술렁이고 있다. 반값 등록금, 감세 철회 등 선거를 겨냥한 정책들이 쏟아지는가 하면 물밑에선 공천용 줄서기에 분주한 형국이다. 의정은 뒤로 한 채 표심을 향한 지역구 챙기기에 혈안인 의원도 적지 않다. 그런데 때 이른 총선 분위기가 재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기업인 출신들 내년 4월 총선 대비 ‘텃밭 다지기’
각 지역에 출마설 무성…고배 마시고 재도전 칼날
배은희, 김세연, 이용경, 김성회, 배영식, 강석호…. 2008년 4월 18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기업인 출신 의원들이다. 초선 기준으로 기업인 출신이 17대 국회 때 5명 정도에서 18대 땐 십 수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들은 기업인이면 실물경제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오랜 경험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란 유권자들의 기대로 금배지를 달았다. 현대건설 사장을 역임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몽준 의원, 풀무원 창업자 원혜영 의원 등도 그랬다.
대거 뛰어들 듯
정치권에서 내년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기업인 출신들이 각광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여야 지도부도 전략공천이란 명분을 내세워 기업인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18대와 마찬가지로 현 경제 상황이 엉망인 게 그 이유다.
때문일까. 벌써부터 재계 쪽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치권과 발맞춰 총선 모드에 들어간 모양새다. 재계 인사들이 총선에 대거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업인들은 경영 행보와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총선 출마설이 무성하다.
총선 출마가 유력시되는 모 기업 A회장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그러다 보니 경영은 뒷전. 전문경영인들에게 회사를 맡기고 ‘표 냄새’를 맡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A회장이 출사표를 던질 곳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그의 고향이다. 해당 지역에서도 A회장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A회장은 일찌감치 지역의 굵직굵직한 감투들을 쓰고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요즘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지방행이 잦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내려간다고 한다. 그럴싸한 사무실까지 마련해 지역 유지들을 만나는 등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조만간 고향에 집을 얻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A회장은 요즘 ‘은둔의 경영자’란 닉네임이 무색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어찌 보면 경영자 신분보다 더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A회장의 때 이른 정치 행보를 두고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A회장은 모 단체장을 맡고 있는데, 그 일을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크고 작은 내홍을 겪고 있다. 조직 내부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A회장이 이를 추스르기보다 개인의 정치 야망만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에 뜻을 품고 있는 중견기업 B회장도 총선 출마 예상자로 꼽힌다. 정치권과 재계는 그의 인맥을 주목하고 있다. B회장은 A회장과 달리 지역이 아닌 ‘사람’에 공을 들이고 있다.
B회장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여러 번 출사표를 던졌지만, 번번이 공천 과정에서 미끄러졌다. B회장이 정치인들과 친분 쌓기에 주력하는 이유다. 특히 튼튼한 ‘동아줄’을 단단히 잡기 위해 열중이다. 그는 그동안 선거를 준비하면서 기반을 탄탄히 다졌다. 지역민원과 숙원사업 해결에 앞장서는 등 꾸준히 민심을 얻어와 지역민의 신뢰가 두텁다. 골수 지지자들도 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번에도 공천이 넘어야 할 산이다. B회장이 노리는 곳은 여당 텃밭으로 공천만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쟁쟁한 후보군들과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여 정치 야망을 현실화하기 위해 부지런히 텃밭을 가꿔온 B회장의 재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회장은 지난 18대 총선에 출마했었다. 기업 활동을 하면서 정치인의 길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당시 그는 “기업을 하는 동안 정치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었다. 경영자로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 삼아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동아줄’ 잡기 열중
그는 자신의 고향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기존 의원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접전 끝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C회장은 낙마 뒤 두문불출했다. 수십년 넘게 기업을 경영하면서 정치의 꿈을 품은 만큼 낙선의 충격도 컸다. 앞서 선거에 전념하기 위해 CEO직에서 물러나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칩거하던 그가 최근 다시 외부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면서 다음 총선에 재도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C회장은 쓴 맛을 본 지역에서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어 ‘재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최근 회사에 사표를 던진 D 전 사장도 총선을 통한 정계 진출설이 제기되고 있다. D 전 사장은 사직 후 지방 한 지역에 자주 드나들고 있다고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을 찾아 얼굴 도장을 찍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이 지역에서 내년 총선에 나가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회사 측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회사에서 쫓겨나 듯 물러난 D 전 사장이 만약 당선이라도 된다면 회사에 좋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부에선 D 전 사장이 출마를 위해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관측도 있다.
기업인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지역의 현역 의원들은 ‘회장님’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모 의원 보좌관은 “지역구에 기업인이 출마한다는 소문이 돌아 알아보니 실제로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18대 총선 때 비교적 손쉽게 당선됐는데, 이번엔 소문의 상대가 만만치 않아 지역구 사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