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사체 수색견 조련사 김윤상 경장

긍정의 힘으로…"김 형사, 잘 할 수 있지?"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다리 관절을 위해 글루코사민을 챙겨 먹는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잊지 않고, 조금이라도 무리를 한 것 같은 날은 어김없이 소고기로 영양 보충을 한다. 매끼 식사는 최고급 영양식. 잘 나가는 대한민국 1% 남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 사체 수색견 킴(애칭 김형사)의 이야기다. 킴의 럭셔리 일상 뒤에는 벌써 2년째 애지중지 킴을 보살피며 훈련시켜 온 김윤상(40) 경장이 있다. 경찰특공대에서 폭발물 탐지견을 조련한 적 있는 김 경장은 2009년 돌연 평택경찰서로 전출을 신청했다. 우리나라에 전무했던 사체 수색견 조련을 위해서였다. 국내 유일무이한 사체 수색견 킴과 킴의 영원한 동반자 김 경장을 만나봤다.

새로운 분야 개척으로 고충 많지만 킴과 함께 보람 느껴
범죄자에 경각심 심어주고, 잃어버린 가족 찾아주고 싶어

지난 14일 취재기자는 우리나라 최초 사체 수색견 김윤상(40) 경장을 만나기 위해 평택경찰서 산하 팽성파출소로 향했다. 검게 그을린 피부의 김 경장을 마주한 순간, 사체 수색견을 조련해온 지난 2년 간 그의 노력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듯 했다.

사체 수색견은 외국에는 사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킴이 유일하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사체 수색견을 조련시킬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김 경장은 "국내 경찰견은 경찰특공대에 소속된 폭발물 탐지견이 유일하다. 하지만 폭발물 탐지견을 조련하면서 마약 탐지견 범인 추적견 테러인지범 공격견 등 수사견으로서 필요한 용도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실종자와 시체 유기가 늘어난 현 시점에서 시신을 찾지 못해 범죄자를 검거하지 못하는 사건이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해결점을 찾고 싶었다. 개의 후각능력을 이용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고 사체 수색견 조련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개의 후각능력 활용

2년간의 훈련을 받는 동안 킴이 최초로 수색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아직까지 수사에 도움이 된 성과나 실제로 사체를 찾아낸 적은 없지만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조바심을 내지 않겠다는 김 경장.

실제 수색을 나선 사건에는 단순 실종사건이 많았기 때문에 수색 지역에서 사체가 발견될 가능성은 사실상 적었던 것이 사실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김 경장은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성과는 아직 없지만 훈련 성과라면 목적물 200g을 최고 30cm 깊이의 땅에 묻어 킴이 이를 찾아낸 적이 있다"면서 "200g이면 적은 양이지만 평균 사람의 몸무게가 50kg이라고 가정했을 때 무게에 비례해서 묻히는 깊이가 깊어지더라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체를 유기하려는 범죄자들의 경우,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해 1m 이상 땅을 파기가 힘들기 때문에 충분히 사체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어 김 경장은 사체 수색과 실종자 수색에 있어 기초 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범죄의 기초 수사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이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실종자 혹은 사망자의 신상정보를 제대로 파악해야 수색 반경 등을 쉽게 유추해낼 수 있다고 판단 경험을 쌓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김 경장은 앞서 살짝 언급했다시피 경찰특공대에서 폭발물 탐지견을 조련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2년 전국 지방경찰청을 대상으로 한 폭발물탐지견 운영부분 전술평가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7년 첫해 3위를 기록하고 2008년과 2009년 연달아 1위를 차지한 것.

하지만 폭발물 탐지견과 사체 수색견의 훈련 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목적물의 차이는 물론이고, 땅속에 묻힌 사체의 경우 바람의 영향을 받아 땅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바람에 씻겨버린다. 때문에 폭발물 탐지견에 비해 후각적인 정보가 적을 수밖에 없어 땅에 코를 박을 듯이 바짝 붙이고 신경을 후각에 집중시켜야 한다.

또 폭발물 탐지견은 실제 폭발물을 가지고 훈련을 하기 때문에 목적물의 냄새에 익숙하다. 하지만 사체 사색견의 경우 실제 사체를 가지고 훈련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 경장은 바로 이점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내 피를 뽑아 공에 묻혀 훈련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 사체를 찾기 위해서는 사체와 유사한 냄새를 이용해 훈련을 해야 했기 때문에 사체와 비슷한 냄새 찾기에 골몰했다. 그 결과 어느 날 우연히 여성의 생리혈이 사체의 냄새와 유사하다는 정보를 얻었다"면서 "국과수 유전자분석실에 문의한 결과 생리혈은 인간 구성세포로 구성되어 있어 생리혈을 부패시켰을 때 시체가 부패한 것과 대동소이하다는 확답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범인 검거에 도움을

이후 킴의 훈련에 가속이 붙었다. 그럴수록 김 경장의 수고도 배가 됐다. 훈련 초기에는 많은 양의 생리혈이 필요해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했다고.

그런가 하면 김 경장은 ‘가람 경찰견 연구회’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고 있다. 170여명의 현직 경찰관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김 경장은 이들과 함께 그 동안 경찰특공대에서 근무하면서 전경대원들을 교육시켰던 경험을 살려 수색견에 관심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및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그 결과 경찰청 2010년 상반기 현장연구모임 연구과제 공모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김 경장은 “앞으로 동아리를 일반인들에게도 오픈시켜, 개훈련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등 수색견 훈련을 활성화 시키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경장은 “킴의 수색 성과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실종자 혹은 사망자 가족에게 일어버린 가족을 찾아주는 일”이라면서 “그들에게 행복을 돌려줄 수는 없겠지만 아픔을 나누고 포용해주고 범죄자들에게는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다. 나아가 킴과의 훈련과 성과를 통해 경찰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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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