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헌 프라임 회장 좌불안석 속사정

조용하다 싶더니…또 시끌시끌

400억원 횡령…대우건설 인수청탁…한명숙 사건 연루 의혹…국세청과 세금소송…동아건설 박 부장 사건… 그동안 발목을 잡아온 굵직한 사건 사고들이 마무리되면서 ‘불도저 경영’에 재시동을 건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모든 악재를 뒤로 하고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백 회장이 또 다시 걸림돌을 만났다. 이번에 맞닥뜨린 돌발 상황들도 하나같이 예사롭지 않아 백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뱅크런 등 프라임저축 사태 커지자 직접 진화
안정화 위해 구조조정 시급…한류우드도 부담

지난 13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이 기자들을 모았다. 그리고 대규모 예금인출로 이어진 프라임저축은행과 관련된 부실과 부정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백 회장은 “SPC(특수목적법인)를 만든 적도 없고 대주주 불법 대출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부실이 드러난 부산이나 삼화 등 저축은행과 다른 것은 그 저축은행들은 본업이 저축은행이고 대주주가 직접 경영하지만 프라임저축은행은 전문경영인이 경영한다”고 해명했다.

부실·부정 의혹 부인

자신을 둘러싼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들이 마무리되면서 ‘불도저 경영’에 재시동을 건 백 회장이 또 다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의 불똥이 프라임저축은행에도 튀었기 때문이다.

프라임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프라임개발(91.77%)로, 프라임개발은 백 회장(63.25%)이 대주주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5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업계 20위권 저축은행이다. 1984년 호프주택건설이란 소형 주택업체로 출발해 테크노마트 등 복합 상업시설을 개발·운영해 엄청난 자금을 손에 쥔 백 회장은 1998년 프라임저축은행(당시 서은상호신용금고)을 인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프라임저축은행 검사에서 불법 초과대출 사실을 적발, 지난 3월 이같은 사실을 검찰에 고발했다. 프라임저축은행은 지난 8일 불법대출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13일까지 무려 132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뱅크런’에 크게 당황한 백 회장은 결국 직접 불을 끄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자청, 사태 해결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백 회장은 “1998년 인수 이후 자본확충이 필요하면 300억원이든 400억원이든 증자를 하고 배당도 받지 않고 경영해왔다”고 자부했다. 그는 이어 “우선순위를 저축은행의 안정화에 두고 저축은행을 우량 서민금융기업으로 키우는 것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200억∼300억원 정도 증자를 하고 1500억원에 달하는 소액신용대출 채권을 매각하는 등 자산 처분을 해서라도 안정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회장의 바램대로 프라임저축은행은 기자회견 하루 만에 정상화됐다. 더 이상 대규모 예금인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백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백 회장은 한숨을 돌릴 여유가 없다. 당장 프라임저축은행 사태가 해결됐다고 해서 긴장을 풀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백 회장의 고민은 또 있다. 한류우드 사업이다.

한류우드는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장항동 일대 99만4000㎡에 ‘한류’를 테마로 한 복합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5조9400억원(공공 1조440억원, 민간 4조8960억원)에 달한다. 1∼3구역에 나눠 진행되는데, 1·2구역을 프라임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이중 4500억원이 투입되는 1구역은 한류월드의 핵심으로 지난 2008년 5월 기공식을 했으나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막히면서 지난 3년간 공사가 중단됐다. 최근 경기도가 사업 완료시기와 미납한 토지대금의 납부기한을 연장하면서 급한 불은 꺼진 상태다.

재무구조 개선 주력

한류우드는 백 회장이 유독 공들이는 사업이다. 백 회장은 한류우드 조성사업의 주간사인 ㈜한류우드 대표를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프라임그룹은 한류우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수년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그룹 측은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해 한류우드 등 현재 추진 중인 개발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백 회장의 또 다른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류우드 난항에 프라임저축은행 사태까지 겹치면서 구조조정이 한시가 급하게 됐다. 프라임그룹은 프라임저축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이 발생하자 “강변 테크노마트 등을 매각해 프라임저축은행 증자를 추진할 것”이라며 “매각이 완료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지속적으로 8% 수준으로 맞출 계획”이라고 진화에 나섰었다.

안 그래도 ‘문어발식’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온 프라임그룹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프라임그룹은 이미 한글과컴퓨터에 이어 신도림 테크노마트 오피스, 강변 테크노마트 사무동 등을 매각한 상태. 또 강변 테크노마트 오피스와 국내 최고 엔지니어링 업체인 삼안 등도 처분해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백 회장의 경영 여정은 순탄치만 않았다. 수백억원을 횡령해 구속되는가 하면 이주성 전 국세청장과 한명숙 전 총리 등 거물들 사건에 휘말려 진땀을 흘렸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동아건설 박 부장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지난 몇 년간 집중적으로 산전수전, 우여곡절을 다 겪은 백 회장. 그가 이번에 맞닥뜨린 돌발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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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