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수사 총정리>검찰 공소장에 비친 담철곤 두 얼굴

과자 판 회삿돈으로 뻔뻔한 ‘황제생활’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3개월 동안 이어진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수사가 일단락됐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결국 쇠고랑을 찬 채 재판에 넘겨졌다. 담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금액은 수사 초기 의심됐던 40억원에서 구속 당시 100억원대로, 다시 최종적으로 이를 훌쩍 넘어선 300억대로 늘어났다. 혐의를 들여다보면 더 기가 막히다. 하도 뻔뻔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담 회장의 두 얼굴이 담긴 검찰의 공소장을 펼쳐봤다.

3개월 스피드 조사 종료…담 회장 쇠고랑 찬 채 재판
비자금 40억서 300억대로 불어 “그림유용 혐의 추가”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 같습니다."

오리온그룹 측은 검찰이 지난 3월22일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만 해도 관련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특히 비자금에 대해선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226억원 빼돌리고
74억원 손해 끼쳐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회장님은 절대로 그럴 분이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검찰이 오해한 것 같다. 내 자리를 걸고 확신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오리온그룹 측의 과한 자신감은 본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일요시사>는 검찰의 수사 시작과 동시에 오리온그룹과 담철곤 회장 등이 받고 있는 의혹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에 오리온그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공동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새빛을 통해 본지 기자 등을 상대로 총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언론 기사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먼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요구를 거치기 마련이지만, 오리온그룹은 이를 무시하고 곧바로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입막음용’으로 풀이됐다.

오리온그룹은 소장에서 “<일요시사>가 오리온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해 그룹의 오너가 횡령, 배임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했다”며 “이는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추측성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사에 그룹 오너들의 사진 2장을 게재해 독자들에게 보도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오해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3개월이 흐른 지금, 오리온그룹의 당찬 기세는 다소 누그러진 모양새다. 믿었던(?) 담 회장이 구속되면서 오히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딱히 할 말도 없는 듯한 표정. 그저 재판에서 모든 게 밝혀질 것이란 기대만 하는 분위기다.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수사가 일단락됐다. 담 회장은 결국 쇠고랑을 찬 채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지난 13일 담 회장을 3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구속 기소했다. 담 회장의 비자금 조성을 도운 조경민 그룹 전략담당 사장도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와 함께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오리온그룹의 위장계열사인 포장재 인쇄업체 I사의 김모 대표와 옛 계열사 온미디어의 김모 전 대표, 김 전 대표에게 청탁 명목으로 부정한 돈을 건넨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김모 대표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또 I사 전 중국 대표 신모씨의 신병을 추적 중이다.

관심을 모았던 담 회장의 부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사장은 구속되지 않았다. 담철곤-이화경 부부가 함께 처분을 받는 재계 초유의 일이 벌어질지 세간의 시선이 쏠렸었다. 이 사장은 부동산 매각을 통한 40억원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의혹 등을 받아왔다.

하지만 검찰은 남편 담 회장이 구속된 점과 경영공백이 우려되는 점, 본인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입건유예했다. 보통 부부가 비슷한 혐의일 경우 한 명은 입건하지 않거나 불구속 기소하는 것이 관행이다. 입건유예는 일부 범죄 혐의가 있으나 여러 상황을 참작해 입건과 기소 등 사법절차를 유예하는 처분이다.

담 회장은 회삿돈 226억원을 빼돌리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임원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주는 것처럼 가장하거나 차명지분을 페이퍼컴퍼니에 이전하면서 비용을 허위·과다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 회장은 포장재 납품업체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지분을 오리온의 홍콩 현지법인에 헐값 매각하는 등 회사에 74억원의 손해도 입혔다.

담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 금액은 수사 초기 의심됐던 40억원에서 구속 당시 100억원대로, 다시 최종적으로 이를 훌쩍 넘어선 300억대로 늘어났다. 담 회장 자택에 있던 100억원이 넘는 미술품들의 가격이 횡령액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회삿돈으로 구입한 개인 소장 미술품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이 밝힌 담 회장의 ‘회삿돈 쓰기’는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 하도 뻔뻔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해외 유명작가의 고가 미술품들을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매입해 서울 성북동 자택에 설치하는 수법으로 회삿돈 140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화경은 입건유예
남편 구속 등 감안

담 회장이 회사 소유의 그림을 대여료 없이 자신의 집에 걸어놓는 작품은 모두 10점이다. 담 회장은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이 가운데 6점을 경기도 양평 그룹 연수원으로 옮겨 놨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담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머지 4점이 인테리어 용도로 설치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작품으로, 담 회장이 대표로 있던 계열사들이 이미 구속된 이화경 대표의 서미갤러리에서 구입했다.

담 회장은 회사가 구입한 프란츠 클라인(1919∼1962)의 시가 55억원짜리 그림 ‘Painting 11’을 자택 식당에 걸었다. 클라인은 미국 뉴욕 출신의 대표적인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자신의 그림 중에서 한 부분만을 확대해 작품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주방 천장엔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28억원짜리 모빌 ‘Three White Dots and One Yellow’를 매달았다. ‘모빌의 창시자’칼더는 철사 틀에 다양한 크기와 무게의 물체를 매달아 균형을 이루면서 계속 흔들리는 모빌을 발명한 미국의 조각가다.

담 회장은 독일 출신의 신표현주의 화가 안젤름 키퍼(1945∼)의 작품 ‘Rock and Lead Books’도 자택에 설치했다. 이 작품의 가격은 14억원에 이른다.

현대 미술의 거장인 영국 설치미술가 데미안 허스트(1956∼)의 설치미술 작품 ‘After Stubbs Cigarette Butts Wall Mounted Cabinet’도 있었다. 이 작품은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에 출품된 것으로 오리온 계열사가 약 2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산 그림 집에 걸고,
회사가 돈 준 가정부 두고,
회사가 지은 건물 딸 주고,
회사가 빌린 외제차 굴렸다!

검찰은 “담 회장 자택에 걸린 작품들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오리온그룹 계열사 4곳의 법인자금으로 사들인 것”이라며 “미술품의 경우 소유자를 공시하지 않는 만큼 지속적으로 집에 걸어뒀다면 소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담 회장이 회삿돈으로 고가의 외제 고급 슈퍼카를 굴린 사실도 밝혀냈다. 담 회장은 2002∼2006년 계열사에서 법인자금으로 사들이거나 리스한 ‘포르쉐 카레라 GT’,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쉐 카이엔’, ‘벤츠 CL500’등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계열사가 리스료와 차량보험료, 자동차세 등 비용을 모두 부담했다.

검찰은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량을 리스해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무상사용, 해당 계열사에 2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전했다.

담 회장이 ‘공짜’로 몰고 다녔던 차량들의 가격은 웬만한 집 한 채보다 비싼 고가다. ‘스포츠카 황제’로 불리는 ‘포르쉐 카레라 GT’는 수입가가 8억8000만원에 달한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는 3억5000만원, ‘포르쉐 카이엔’과 ‘벤츠 CL500’은 각각 2억원대를 호가한다.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황제 같은 생활’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담 회장은 1999년부터 최근까지 자택에 집사와 가정부 등 관리자 8명을 두고 연간 2억원씩 10여년 동안 총 20억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들은 각각 사택 관리, 세탁, 청소, 자녀보육, 주방요리, 차량운전, 경비 등을 맡았다.

하지만 담 회장은 자택 관리 인력의 월급을 계열사 돈으로 지급했다. 다시 말해 오리온그룹 소속 인력들이 담 회장 일가에 파견돼 봉사한 것이다.

담 회장은 또 위장계열사 I사가 매입한 터에 건물을 세우고 가족들의 공간으로 사용했다. 담 회장은 2003년 자택 인근의 대지 1319㎡(약 400평)를 39억원에 사들였고, 이듬해 3억원의 웃돈을 얹어 I사에 되팔았다. 2005년 갤러리를 설립한 I사는 이 자리에 18억원을 들여 지상 1층·지하 2층짜리 건물을 신축했다. 이 건물은 I사가 운영하는 갤러리로 신고됐다.

기소 내용 보니…
혀 내두를 수준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담 회장 가족들의 체력단련실, 외제차 보관소 등으로 사용된 것. 담 회장은 지난해 6월 다시 딸의 사진작업실로 만들어줬다. 당시 사용된 공사비 3억원도 I사가 대신 부담했다. 검찰은 이 건물의 관리비 5억원과 임대비 3억원 등을 담 회장의 횡령액으로 잡았다.

검찰은 “담 회장은 I사가 소유한 서울영업소 부지와 건물을 자신의 딸 침실과 화실 등으로 무상사용해 회사에 8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설명했다.

담 회장은 혐의를 딱 잡아떼고 있다. 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같은 의혹 등 혐의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의 변호인단도 비자금 조성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선 순환출자구조와 배당금, 변제 등의 이유를 들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벌어질 재판에서 검찰과 담 회장 사이에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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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