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이미자’…잘하지만 참신하지 않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⑪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부자 추가감세에 대해 “벼락 맞을 짓”이라고 격한 감정을 나타냈다. ‘민생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기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다. 그는 취임 후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저축은행 사태’, ‘사법개혁’, ‘반값 등록금’ 등 각종 현안들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하루 다섯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 17일 여의도 국회 본청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그간 소회와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대담= 최민이 편집국장>

부자 추가 감세 “벼락 맞을 짓”…민생 경제가 최우선
물가상승비 등록금인상률 세계 1위 “반값등록금 시급”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13일 재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2위 강봉균 의원과 불과 1표차로 민주당을 이끌 새 원내사령탑으로 당선됐다. ‘수도권 원내대표를 통한 전국정당화’를 모토로 내건 김 원내대표가 정책능력과 개혁바람을 앞세운 호남 출신의 두 후보를 꺾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이는 당내에서 내년 총선·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 호남을 뛰어넘은 전국정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섯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가장 큰 화두인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해 각종 수치와 선진국들의 모범사례를 예로 들며 빠른 시일 내에 반값 등록금이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무산된 검찰 사법개혁에 대해선 “한나라당에 몹시 실망스럽다”며 “이젠 특위가 아닌 법사위에서 사법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대표 재임 기간 중 ‘날치기 없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는 “트집 잡다 보면 발전은 없다”며 “대안 없는 비판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김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재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1표 차이 극적으로 원내대표에 당선 돼 감회가 새로울 것으로 여겨진다. 소회와 각오는.
▲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치란 것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데 원내대표로서 여러 상임위와 의원들 간의 의사와 갈등을 잘 조절하는 역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여야 간 ‘대화정치’를 위해 원내대표의 역할은.
▲ 대화정치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두 가지 필요하다. 첫 번째가 상대방에 대한 신뢰이고 두 번째가 대화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이 마음가짐에 따라 ‘타협’인가 ‘날치기’를 위한 과정인가로 나뉠 수 있다. 여당 원내대표와 신뢰를 쌓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원내대표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 여당 원내대표와의 관계는 어떤가.
▲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신뢰받는 사람이기에 믿는다. 그가 날치기 하면 국회출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FTA나 예산안 등에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대화를 통해 원만히 문제를 풀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한나라당은 청와대 하수인
날치기 없는 국회 만들 것

-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 잘하는 공무원’이라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천거한 유일한 공직자로 알려졌는데 두 정부를 평가한다면?
▲ ‘민주진보정부’ 10년은 역사의 물줄기를 올바르게 흐르게 한 기간이라 생각한다. 선진국을 향한 기본 발판을 마련했다. 10년 동안 안보, 남북관계, 국민 희망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고 균등한 교육기회와 기본적 복지제도의 근간을 만들었다. 나라에 격을 제대로 높였다고 생각한다.

- 이명박 정부를 평가해달라.
▲ 역사흐름을 크게 역류하는 정부다. 언론자유와 남북관계가 역류됐고, 정경유착도 심화됐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양극화도 심화됐다. 지난 독재시절부터 이러한 정책들이 썩고 곪아서 터진 것이 IMF다. 지난 10년간 나라다운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는데 다시 나락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다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정권교체가 필요한 이유다.

-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이 흐지부지 되고 있는데.
▲ 중수부 폐지와 관련해 한나라당에 너무나도 실망스럽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룬 합의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리니 신뢰가 무너진 기분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하수인이나 다름없다. 하수인하고 이야기 할 바에야 청와대와 이야기 하겠다.

나라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데…

- 검찰개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서라도 반드시 해결하겠다. 금주 내 사개특위를 마무리하겠다. 사개특위는 ‘검·경 수사권’까지만 마무리하고 4대 핵심 쟁점을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서 논의해 법사위에 상정하면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이 단연 최대 화두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견해는?
▲ 교육의 경쟁력과 효율을 높이려면 투자가 많아야 한다. 물가상승 대비 등록금인상률이 너무 커 국민들의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세계에서 한국이 압도적인 세계 1위다. 반값등록금은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

- 제도적인 문제점도 많을 텐데.
▲ 대학의 적립금을 쌓기 위해 지금껏 과다한 등록금을 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5조7000억의 고등교육 제정지원교부금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회계운영의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 재정지원을 받기 원하는 대학은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안 된다.

- 6년 전 국립대 등록금을 높여야 한다는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 당시 대학의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인터넷 매체와 ‘고등교육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라는 주제로 3시간 동안 공개인터뷰를 가졌다. 일부 언론사들이 3시간의 인터뷰 중 30초 만 발췌해 확대해석해 이를 여당에서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30초간의 발언 요지도 ‘당시 국공립대는 등록금이 싸기 때문에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였고 지금은 오히려 잘 사는 집안의 아이들이 다니니 등록금을 낮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반값 등록금의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문재인? 너무 선명해 내공 있을까"
"MB는 7~80년대 대통령 했어야"

- 영수회담에 대한 의미는.
▲ 민생경제 파탄이 심각하다. 청와대는 민심을 제대로 못 보고 있다. ‘희망이 없다’고 국민들이 앓고 있는데도 대화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 대통령과 대화를 통해 민생문제를 집중해서 논의해야 한다. 가급적 빨리 만나야 한다. 각종 민생경제 파탄상황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 이번 영수회담을 정치적 전략으로 보는 이들도 있는데.
▲ 억측이다. 우리는 민생경제 파탄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결점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고물가, 고금리, 실업자 대란, 가계부채, 전월세 대란, 일자리 추경 등 민생현안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것이다.

- 내년 총선과 대선을 어떻게 예상하고 준비과정과 대비책은.
▲ 내년에 한나라당은 국민적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대안이 없는 비판은 하지말자”고 정했다. 대안정당, 정책정당으로 나아갈 것이다. 민주당에는 인재들이 많다. 스타플레이어를 홍보하고, 부족한 분야에서는 인재를 영입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 내년 총선에서 150석이 목표다. 장점을 부각시키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인물을 얻을 것이다.

-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대통합은 필수다’라는 관측이 지배적인데.
▲ 통합이 최선이다. 대통합을 위해 다각적 방법으로 노력하고 시스템을 개혁하고 있다. 야당 대표들과 자주 만나 토론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총선이 있으니 늦어도 9월말에서 10월말까지 끝내야 한다. 통합이 안 될 경우 어떠한 상황이라도 1:1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 경선룰 방식에 대한 입장은.
▲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개방형 공천제도가 합리적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자칫 동원선거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동원선거는 곧 돈 선거로 연결될 우려가 있어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전국단위의 선거 즉 대선은 개방형 공천제도가 옳고 지역단위 선거인 총선에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기초로 하되, 폐쇄형 공천제도와 결합되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평가한다면.
▲ 박근혜 전 대표는 한마디로 ‘이미자’에 비유하고 싶다. 이미자가 노래 잘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미자 노래만 듣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참신한 신인가수도 원한다. 이른바 ‘슈퍼스타 K’가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말이다.

-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견해는?
▲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문제였다. 이것은 80년대에나 맞을 법한 정책이다. MB정부는 대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국내로 들어온다고만 생각해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폈다. 대기업은 머니게임만 하고 투자는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사업)에 하고 있다. 정책기조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모든 재원을 대기업에만 몰아줬다. 때문에 만성적 수요부족으로 물가가 뛰고, 소비가 줄었다. 정책기조에 전면적 변화가 필요하다.
 
2012 총·대선 승리엔
‘야권대통합’ 필수

- 한나라당이 부자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한 것에 대한 입장은.
▲ 미국발 금융위기가 왔을 때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나 하던 시절에나 맞을 법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부자에 대한 추가감세는 ‘벼락 맞을 짓’이다. 세탁이나 제빵 등 중소기업 고유 업종 지정이 다시 부활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부자감세 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한다.

- ‘문재인 대망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는데.
▲ 참여정부 시절 가까이서 본 문재인은 깨끗하고 투명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은 그렇게 좋은 사람이 험난한 난관을 극복할 내공이 있을까를 우려했던 발언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문 이사장처럼 깨끗하고, 솔선수범하는 사람이 지도자로 부각되는 것이 선진국가라고 본다. 민주당이 노력한다면 그런 사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 원내대표 재임기간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여야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관련 법안 처리할 것이다. MB정부 들어 3차례나 예산안 날치기를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날치기 대신 치열하게 토론해서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국민에게 거둔 세금을 어떻게 국민에게 돌려주느냐는 것이 예산안이다. 트집만 잡다보면 발전이 없다. 모든 현안을 풀어 낼 수는 없지만 한두 꼭지라도 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야당 지도자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통해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큰 정치를 보이겠다.


정리=이주현, 서형숙 기자


<김진표 원내대표 프로필>

▲1970년 행정고시 13회 합격
▲1971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3년 영월세무서장
▲1988년 미)위스콘신대학 법학과 졸업
▲1998년 세제실장
▲2001년 재정경제부차관
▲2002년 국무조정실장(장관)
▲2003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2004년 제 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5년 미)컴버랜드대 명예박사(행정학)
▲2005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2006년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2008~현재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
▲2011.5∼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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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