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이미자’…잘하지만 참신하지 않다"

<대한민국 이끄는 유력정치인 릴레이 인터뷰>⑪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부자 추가감세에 대해 “벼락 맞을 짓”이라고 격한 감정을 나타냈다. ‘민생경제’를 최우선으로 챙기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다. 그는 취임 후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저축은행 사태’, ‘사법개혁’, ‘반값 등록금’ 등 각종 현안들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하루 다섯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 17일 여의도 국회 본청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그간 소회와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대담= 최민이 편집국장>

부자 추가 감세 “벼락 맞을 짓”…민생 경제가 최우선
물가상승비 등록금인상률 세계 1위 “반값등록금 시급”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13일 재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2위 강봉균 의원과 불과 1표차로 민주당을 이끌 새 원내사령탑으로 당선됐다. ‘수도권 원내대표를 통한 전국정당화’를 모토로 내건 김 원내대표가 정책능력과 개혁바람을 앞세운 호남 출신의 두 후보를 꺾는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이는 당내에서 내년 총선·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 호남을 뛰어넘은 전국정당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섯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가장 큰 화두인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해 각종 수치와 선진국들의 모범사례를 예로 들며 빠른 시일 내에 반값 등록금이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무산된 검찰 사법개혁에 대해선 “한나라당에 몹시 실망스럽다”며 “이젠 특위가 아닌 법사위에서 사법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대표 재임 기간 중 ‘날치기 없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는 “트집 잡다 보면 발전은 없다”며 “대안 없는 비판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김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재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1표 차이 극적으로 원내대표에 당선 돼 감회가 새로울 것으로 여겨진다. 소회와 각오는.
▲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치란 것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데 원내대표로서 여러 상임위와 의원들 간의 의사와 갈등을 잘 조절하는 역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여야 간 ‘대화정치’를 위해 원내대표의 역할은.
▲ 대화정치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두 가지 필요하다. 첫 번째가 상대방에 대한 신뢰이고 두 번째가 대화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이 마음가짐에 따라 ‘타협’인가 ‘날치기’를 위한 과정인가로 나뉠 수 있다. 여당 원내대표와 신뢰를 쌓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원내대표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 여당 원내대표와의 관계는 어떤가.
▲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신뢰받는 사람이기에 믿는다. 그가 날치기 하면 국회출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FTA나 예산안 등에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대화를 통해 원만히 문제를 풀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한나라당은 청와대 하수인
날치기 없는 국회 만들 것

-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 잘하는 공무원’이라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천거한 유일한 공직자로 알려졌는데 두 정부를 평가한다면?
▲ ‘민주진보정부’ 10년은 역사의 물줄기를 올바르게 흐르게 한 기간이라 생각한다. 선진국을 향한 기본 발판을 마련했다. 10년 동안 안보, 남북관계, 국민 희망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고 균등한 교육기회와 기본적 복지제도의 근간을 만들었다. 나라에 격을 제대로 높였다고 생각한다.

- 이명박 정부를 평가해달라.
▲ 역사흐름을 크게 역류하는 정부다. 언론자유와 남북관계가 역류됐고, 정경유착도 심화됐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양극화도 심화됐다. 지난 독재시절부터 이러한 정책들이 썩고 곪아서 터진 것이 IMF다. 지난 10년간 나라다운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는데 다시 나락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다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정권교체가 필요한 이유다.

-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이 흐지부지 되고 있는데.
▲ 중수부 폐지와 관련해 한나라당에 너무나도 실망스럽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룬 합의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리니 신뢰가 무너진 기분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하수인이나 다름없다. 하수인하고 이야기 할 바에야 청와대와 이야기 하겠다.

나라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었는데…

- 검찰개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서라도 반드시 해결하겠다. 금주 내 사개특위를 마무리하겠다. 사개특위는 ‘검·경 수사권’까지만 마무리하고 4대 핵심 쟁점을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서 논의해 법사위에 상정하면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반값등록금’이 단연 최대 화두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견해는?
▲ 교육의 경쟁력과 효율을 높이려면 투자가 많아야 한다. 물가상승 대비 등록금인상률이 너무 커 국민들의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세계에서 한국이 압도적인 세계 1위다. 반값등록금은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

- 제도적인 문제점도 많을 텐데.
▲ 대학의 적립금을 쌓기 위해 지금껏 과다한 등록금을 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5조7000억의 고등교육 제정지원교부금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회계운영의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 재정지원을 받기 원하는 대학은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안 된다.

- 6년 전 국립대 등록금을 높여야 한다는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 당시 대학의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인터넷 매체와 ‘고등교육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라는 주제로 3시간 동안 공개인터뷰를 가졌다. 일부 언론사들이 3시간의 인터뷰 중 30초 만 발췌해 확대해석해 이를 여당에서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30초간의 발언 요지도 ‘당시 국공립대는 등록금이 싸기 때문에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였고 지금은 오히려 잘 사는 집안의 아이들이 다니니 등록금을 낮출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반값 등록금의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문재인? 너무 선명해 내공 있을까"
"MB는 7~80년대 대통령 했어야"

- 영수회담에 대한 의미는.
▲ 민생경제 파탄이 심각하다. 청와대는 민심을 제대로 못 보고 있다. ‘희망이 없다’고 국민들이 앓고 있는데도 대화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직접 대통령과 대화를 통해 민생문제를 집중해서 논의해야 한다. 가급적 빨리 만나야 한다. 각종 민생경제 파탄상황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 이번 영수회담을 정치적 전략으로 보는 이들도 있는데.
▲ 억측이다. 우리는 민생경제 파탄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결점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고물가, 고금리, 실업자 대란, 가계부채, 전월세 대란, 일자리 추경 등 민생현안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것이다.

- 내년 총선과 대선을 어떻게 예상하고 준비과정과 대비책은.
▲ 내년에 한나라당은 국민적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대안이 없는 비판은 하지말자”고 정했다. 대안정당, 정책정당으로 나아갈 것이다. 민주당에는 인재들이 많다. 스타플레이어를 홍보하고, 부족한 분야에서는 인재를 영입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 내년 총선에서 150석이 목표다. 장점을 부각시키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인물을 얻을 것이다.

-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대통합은 필수다’라는 관측이 지배적인데.
▲ 통합이 최선이다. 대통합을 위해 다각적 방법으로 노력하고 시스템을 개혁하고 있다. 야당 대표들과 자주 만나 토론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총선이 있으니 늦어도 9월말에서 10월말까지 끝내야 한다. 통합이 안 될 경우 어떠한 상황이라도 1:1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 경선룰 방식에 대한 입장은.
▲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개방형 공천제도가 합리적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자칫 동원선거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동원선거는 곧 돈 선거로 연결될 우려가 있어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전국단위의 선거 즉 대선은 개방형 공천제도가 옳고 지역단위 선거인 총선에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기초로 하되, 폐쇄형 공천제도와 결합되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평가한다면.
▲ 박근혜 전 대표는 한마디로 ‘이미자’에 비유하고 싶다. 이미자가 노래 잘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미자 노래만 듣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참신한 신인가수도 원한다. 이른바 ‘슈퍼스타 K’가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말이다.

-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에 대한 견해는?
▲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문제였다. 이것은 80년대에나 맞을 법한 정책이다. MB정부는 대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국내로 들어온다고만 생각해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폈다. 대기업은 머니게임만 하고 투자는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사업)에 하고 있다. 정책기조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모든 재원을 대기업에만 몰아줬다. 때문에 만성적 수요부족으로 물가가 뛰고, 소비가 줄었다. 정책기조에 전면적 변화가 필요하다.
 
2012 총·대선 승리엔
‘야권대통합’ 필수

- 한나라당이 부자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한 것에 대한 입장은.
▲ 미국발 금융위기가 왔을 때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나 하던 시절에나 맞을 법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부자에 대한 추가감세는 ‘벼락 맞을 짓’이다. 세탁이나 제빵 등 중소기업 고유 업종 지정이 다시 부활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부자감세 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한다.

- ‘문재인 대망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는데.
▲ 참여정부 시절 가까이서 본 문재인은 깨끗하고 투명한 사람이었다. 그에게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은 그렇게 좋은 사람이 험난한 난관을 극복할 내공이 있을까를 우려했던 발언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문 이사장처럼 깨끗하고, 솔선수범하는 사람이 지도자로 부각되는 것이 선진국가라고 본다. 민주당이 노력한다면 그런 사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 원내대표 재임기간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여야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관련 법안 처리할 것이다. MB정부 들어 3차례나 예산안 날치기를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날치기 대신 치열하게 토론해서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국민에게 거둔 세금을 어떻게 국민에게 돌려주느냐는 것이 예산안이다. 트집만 잡다보면 발전이 없다. 모든 현안을 풀어 낼 수는 없지만 한두 꼭지라도 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야당 지도자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통해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큰 정치를 보이겠다.


정리=이주현, 서형숙 기자


<김진표 원내대표 프로필>

▲1970년 행정고시 13회 합격
▲1971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83년 영월세무서장
▲1988년 미)위스콘신대학 법학과 졸업
▲1998년 세제실장
▲2001년 재정경제부차관
▲2002년 국무조정실장(장관)
▲2003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2004년 제 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5년 미)컴버랜드대 명예박사(행정학)
▲2005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2006년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2008~현재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2008년 민주당 최고위원
▲2011.5∼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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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