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장 잦은 사고 ‘왜’

찢기고 터지고 ‘스타는 괴로워’

최근 드라마 촬영 중 연예인들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촬영장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와 함께 전반적인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의 문제점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류의 영향과 영상 콘텐츠의 수요 폭발로 외주제작사가 급증하면서 방송 인력과 인프라 확충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한국 드라마의 질을 저하시키고 방송제작 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멜로드라마의 대가이자 스타 PD로 각광받는 A PD는 “드라마 제작 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어 안타깝다”는 탄식 섞인 말을 했다.

이민호 차량반파 사고…주차해 있던 트럭 들이받아
천정명 두 차례 낙마사고…마지막까지 진통제 투혼

탤런트 이민호는 지난 13일 SBS 수목극 <시티헌터>를 촬영하던 중 차량이 반파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소속사 스타우스에 따르면 이민호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경기 고양 일산 호수공원 인근에서 차를 운전하며 이동하는 신을 찍다가 옆에 주차해 있던 트럭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그가 타고 있던 차량은 운전석 쪽이 반파됐지만 이민호는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차에 동승해 이민호를 찍던 PD는 눈가가 찢어져 치료를 받았다.

방송 불과 몇 시간 남기고
끝나는 촬영도 태반

소속사는 “이민호가 사고 직후 인근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 등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귀가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배우 이태곤은 KBS1 대하사극 <광개토태왕> 촬영 중 발목을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홍보대행사 블리스미디어는 “이태곤이 지난 10일 경북 문경의 촬영장에서 달리는 장면을 찍던 도중 왼쪽 발목을 접질려 인대를 다쳤다”며 “이태곤은 부상 직후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태곤은 현재 다친 발목에 깁스를 한 상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월화극 <짝패>로 파란만장한 첫 사극 신고식을 마친 배우 천정명은 두 차례 낙마사고로 경추부상을 당해 마지막까지 진통제를 맞으며 카메라 앞에 섰다. 막바지 촬영을 일주일 앞두고 병원 측으로부터 ‘즉각 입원치료를 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천정명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촬영을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천정명은 독한 진통제를 일주일 넘게 맞아 식욕을 잃고 소변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최악의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제작진이 대역을 쓰려했지만 천정명이 투혼을 발휘해 액션연기까지 강행했다고 한다.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로 인해 드라마 촬영의 안전 불감증과 함께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의 문제점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영화배우 A씨 ‘하루 15신
이상 촬영 안 하기‘ 조건

촬영현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 중 상당수는 안전 불감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배우들은 액션신 촬영에 앞서 리허설에서 몇 차례 합을 맞춰보지만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 리얼한 액션을 하다보면 부상을 당하기 일쑤다. 배우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촉박한 촬영일정으로 인해 충분한 리허설 시간을 주지 못하는 제작진에도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현재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전 제작 시스템이라기보다는 거의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대본은 최소 일주일 전에 나오는 게 정상이다. 정상적인 드라마 제작을 위해서는 연출자, 출연자들이 준비를 위해서도 최소한의 사전 제작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심지어 촬영 직전에야 연기자가 대본을 받아드는 당일치기 제작이 오히려 심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방송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두고 끝나는 촬영도 태반이다. 한류열풍을 이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가 태어나는 촬영현장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전쟁터에 가깝다. 방송을 불과 하루 앞두고 진행되는 드라마 촬영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리허설 등이 필요한 액션 장면 역시 쫓기는 시간에 못 이겨 콘티를 확인 한 뒤 한두 번 호흡을 맞춰본 후 진행되는 게 대부분이다”며 “그러다 보니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은 졸음, 시간과 싸우다 사고를 낸다. 너무나 빡빡한 일정 탓에 자신이 무슨 연기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찍는 경우도 다반사다”고 밝혔다.

외주제작사의 경우 사전 제작을 하고 싶어도 편성이 확정되기 전 제작을 시작할 수 없는 게 대부분 현실이다. 편성과 캐스팅, 작가 섭외를 끝내면 첫 방송이 채 2주도 안 남아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쪽대본 넘어 휴대폰으로 불러주는 줄대본까지 성행
사전제작제 정착이 콘텐츠 질 향상과 안전예방 지름길

또 다른 드라마 제작 관계자도 “안전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여유도 시간도 없다. 작가들의 대본이 ‘쪽대본’을 넘어 휴대폰으로 불러주는 ‘줄대본’까지 나올 정도로 너무 늦게 전달된다”며 시간에 쫓겨 안전 등 다른 부분에 소홀할 수 없는 드라마 제작환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기본적인 자동차 운전까지 전문적인 스턴트 숙련자가 맡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밤샘 촬영에 피로에 치진 스태프 중 한 명이 운전을 하는 경우도 허다해 사고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 드라마는 한류열풍을 이끌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고 있지만 많은 스타급 배우들이 드라마 출연을 회피하고 있다. 특히 영화배우 A씨의 경우 드라마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높은 개런티가 아닌 ‘하루 15신 이상 촬영 안 하기’ 등 제작환경 개선을 요구해 열악한 드라마 제작실태 개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출연자 투혼에만 의지
제도적 장치 뒷받침 되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외주제작 드라마의 문제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 그 외면의 결과는 한국 드라마의 질적 저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며 “연기자뿐 아니라 제작진도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배우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촬영 현실은 개탄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안전 불감증 문제는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 촬영장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배우 이나영은 영화촬영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경찰이 밝힌 사고 원인은 촬영 현장 주변 안전조치 미비. 지난 15일 오후 9시 17분께 청원군 강외면 연제리 인근 편도 2차선 도로에서 J씨가 몰던 카렌스 차량이 영화촬영을 하던 650㏄ BMW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영화 <하울링> 촬영을 위해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이나영이 가벼운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뒤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병원으로 옮겨질 당시 이나영은 구급대원들에게 “크게 아픈 곳이 없다”며 자신의 증상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고는 연제리 방죽 방면에서 옥산 쪽으로 향하던 운전자 J씨가 영화촬영 현장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촬영 현장 주변에 적절한 안전조치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지 않은 배우들이 부상에도 불구, 촬영을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촬영장의 사고를 책임지는 보험이 있어 배우가 부상을 입어 촬영이 지연되면 추가 지출 비용을 부담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제도적 장치의 뒷받침이 없어 연예인의 ‘투혼’으로만 마무리하려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의 질은 출연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는 데서 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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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