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재벌가 ‘형제 수=골육상쟁’ 연관론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더니만…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고 했던가. 툭하면 터지는 재벌가 골육상쟁에 딱 맞는 옛말이다. 그룹 경영권을 놓고 형제끼리 서로 물고 뜯는 볼썽사나운 싸움을 들여다보면 죄다 집안에 형제가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피붙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예외 없이 잡음이 들렸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기업 오너일가의 분쟁 사례와 그들의 가족관계를 붙여봤다.
 
오너 2·3세 많을수록 십중팔구 서로 ‘멱살잡이’
형제 3명 이상 집안서 거의 예외없이 ‘물고뜯어’

재벌가 갈등은 창업 세대가 물러나고 경영권이 2·3세로 넘어가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지금까지 골육상쟁으로 홍역을 치른 ‘로열패밀리’들이 그랬다. 여기에 형제가 많으면 십중팔구 서로 멱살을 잡았다.

금호일가가 대표적이다. 고 박인천 창업주는 슬하에 5남(성용-정구-삼구-찬구-종구)을 뒀는데, 아들들에게 각 계열사 경영을 맡겼다.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경영을 맡는 전통이 생긴 시초다. 박 창업주가 1984년 타계하자 장남 고 박성용 명예회장, 고 박정구 명예회장, 박삼구 회장 순으로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금호가의 모범적인 형제경영은 재산 싸움이 툭하면 터지는 재계에 교훈이 됐었다.

금호, 또 혈투

그러나 4남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차례에서 탈이 났다. 2006년 대우건설을 삼킨 대가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책임을 놓고 형제간 불신의 싹이 자라기 시작하더니 결국 2009년 지분 다툼이 벌어졌다. 물고 물린 혈투를 벌인 삼구-찬구 형제는 동반퇴진한 이후 계열사를 쪼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분쟁이 마무리되는 듯 했다.

이도 잠시. 형제는 다시 대치하고 있다. 검찰의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박찬구 회장이 형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며 박삼구 회장을 사기·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금호가 ‘형제의 난’이 2라운드에 들어간 형국이다. 양측의 사이는 전혀 좁혀질 기미가 없는데다 아예 이번에 끝장을 볼 태세여서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 몰락해야 끝날 판이다.

이처럼 그룹 경영권을 놓고 형제끼리 서로 물어뜯는 볼썽사나운 싸움을 들여다보면 죄다 집안에 형제가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보통 피붙이가 3명 이상일 경우 거의 예외 없이 잡음이 들렸다. 삼성이 그랬고, 현대가 그랬다. 또 두산, 한진, 대한전선, 대성, 한화 등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가도 쑥대밭이 됐었다.

삼성그룹은 고 이병철 창업주의 후계자를 두고 맹희-창희-건희 삼형제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3남 이건희 회장에게 대권이 넘어갔다.

‘가지’가 많았던 현대그룹은 옛말대로 바람 잘날 없었다. 고 정주영 창업주는 8남(몽필-몽구-몽근-몽우-몽헌-몽준-몽윤-몽일)을 뒀다. 범현대가는 2001년 정 창업주가 타계하자마자 ‘왕자의 난’과 ‘숙부의 난’, ‘시동생의 난’등의 분란을 잇달아 겪은 뒤 뿔뿔이 흩어졌다.

두산가도 형제들이 많았다. 고 박두병 초대회장은 6남(용곤-용오-용성-용현-용만-용욱)에게 ‘공동소유와 공동경영’원칙을 강조했고, 장-차-3남이 차례대로 그룹 회장을 맡는 형제경영의 전통을 이어갔다. 하지만 4남 때 브레이크가 걸렸다. 고 박용오 전 회장은 2005년 자신을 내몰려는 형제들의 비자금 문제를 폭로한 사건으로 두산가에서 퇴출당했고, 형제들 사이에서 ‘왕따’로 외롭게 지내다 2009년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진가 2세 형제는 4명이다. 이들 4형제는 재계에서 유난히 지지고 볶았다. 고 조중훈 창업주가 2002년 세상을 뜨자 유산배분 절차를 밟던 양호-남호-수호-정호 형제들은 장·3남과 차·4남으로 각각 편을 나눠 갈등을 겪었고, 급기야 법정다툼으로 번졌다. 한진가 형제들은 유언장 진위, 정석기업 주식 양도, 면세점 납품권, 선친 기념관 건립, 김포공항 주유소 등을 두고 소송과 항소를 반복하다 모두 일단락됐지만 단 한 건도 자의적으로 손을 잡은 적이 없다. 모두 법에 의존해야 했다.

대한전선 일가도 4형제다. 고 설경동 창업주는 4남(원식-원철-원량-원봉) 중 후처의 자녀인 3남 고 설원량 전 회장에게 그룹의 적통을 물려주자 이복형제들이 반발하면서 갈라섰다. 오래 전 법적 분쟁이 이미 종결됐지만 앙금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대성가 3형제는 10년째 등을 돌리고 있다. 고 김수근 창업주의 세 아들(영대-영민-영훈)은 2001년 김 창업주의 작고 당시 지분 다툼을 벌인 이후 발길을 끊고 있다. 이들은 2006년 김 창업주의 부인 고 여귀옥씨가 타계하자 어머니의 유산상속을 놓고 또다시 갈등을 빚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형제들은 유산정리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혀 왕래가 없다. 최근엔 ‘대성’사명을 놓고 서로 삿대질을 하고 있다.

달랑 형제가 둘만 있는데도 혈투를 벌인 집안도 있다. 한화가는 1981년 고 김종희 창업주의 타계후 승연-호연 형제의 경영구도에 별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1992년 분가 과정에서 경영권 다툼이 돌출됐다.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이 형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상대로 재산권 분할 소송을 제기한 것. 무려 30여 차례나 공판이 열리는 등 지루하게 흘러간 이 송사는 결국 1995년 모친의 칠순 잔치를 계기로 두 형제가 손을 잡으면서 종결됐다.

LG·효성만 예외

롯데가의 경우 창업세대 형제간 맞붙었다. 신격호 회장과 그의 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1996년 서울 양평동 소재 롯데제과 부지 소유권을 놓고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형제는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4개월 만에 분쟁을 끝냈다. 대림가는 대림통상 경영권을 놓고 ‘배다른’삼촌과 조카 사이인 이재우 대림통상 회장과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이 맞붙은 ‘숙질간 전쟁’을 벌여 그 뒤로 서로 모른 척하고 있다.

재계 서열 30위권(공기업 및 민영화 공기업 제외) 내에서 창업주가 건재하거나 계열분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룹들을 제외하면 SK, LG, 동국제강, 효성, OCI, 코오롱, 영풍 등 7개 그룹만 골육상쟁을 겪지 않았다. 이 가운데 창업주의 자녀가 3명 이상인 그룹은 LG(4남), 효성(3남), OCI(3남)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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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