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스킨십 간 부은 대통령 사돈기업

[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⑨한국타이어그룹-신양관광개발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조양래 회장 2남2녀 지분 소유 ‘100% 오너 회사’
한국타이어 없으면 지속 불가능 ‘100% 집안 매출’

재계 순위 50위권(공기업 및 민영화 공기업 제외)인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 3월 기준 총 13개의 계열사(22개 해외법인 제외)를 두고 있다. 이중 수상한 거래가 발견되는 회사는 ‘신양관광개발’과 ‘엠프론티어’, ‘대화산기’, ‘프릭사’ 등이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그중에서도 ‘밀어주기’가 심한 곳은 신양관광개발이다. 신양관광개발은 1982년 12월 공장, 창고 등 비주거용 건물 임대·관리 등을 사업목적으로 설립됐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본사가 있으며, 직원수는 54명이다.

신양관광개발은 오너일가의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 조양래 회장의 2남2녀가 100% 지분을 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마케팅본부장)은 44.12%의 지분율로 신양관광개발 최대주주다. 조 회장의 장남 조 사장은 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다.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경영기획본부장)은 32.65%를 갖고 있다. 조 부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로, 3녀 수연씨와 2001년 결혼했다. 조 회장의 두 딸 희경·희원씨는 각각 17.35%, 5.88%의 지분이 있다.

건물 임대·관리 맡아

문제는 신양관광개발의 자생 능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양관광개발은 지난해 계열사와의 거래로 100% 매출을 올렸다. 16억5700만원이 모두 한국타이어에서 나왔다. 한국타이어는 신양관광개발에 건물관리 등을 맡겼다.

그전에도 관계사 의존도는 100%였다. 신양관광개발은 공시를 시작한 2004년 13억9600만원(아트라스비엑스 거래 매출 3900만원 포함)을 비롯해 ▲2005년 14억2800만원 ▲2006년 14억7400만원 ▲2007년 15억1600만원 ▲2008년 16억1400만원 ▲2009년 15억5600만원의 매출을 모두 한국타이어와의 거래로 채웠다.

1941년 5월 설립된 한국타이어는 그룹의 모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조 회장이 15.99%의 지분율로 최대주주다. 이어 그의 자녀들인 조 부사장(7.1%), 조 사장(5.79%), 희원씨(3.57%), 희경씨(2.72%) 등의 순으로 지분이 많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3조3544억원, 영업이익 3684억원, 순이익 4274억원을 기록했다.

신양관광개발은 한국타이어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몸집을 크게 키울 수 있었다. 신양관광개발은 자산이 2004년 183억1100만원에서 지난해 592억4700만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자본도 같은 기간 176억6700만원에서 428억9200만원으로 2배 넘게 불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신양관광개발은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면서 100% 내부 거래로 지속되고 있다”며 “특정 자회사에 물량을 밀어주는 편법 지원이 심한 기업이지만 그동안 ‘블랙리스트’에 오른 더 큰 대기업들에 가려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너의 곳간을 채울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엠프론티어도 일감 몰아주기가 의심된다. 엠프론티어는 한국타이어와 메타넷의 합작투자로 2000년 8월 설립된 한국타이어그룹의 IT 계열사다. 당초 한국타이어와 메타넷이 각각 50%씩 지분을 소유하다 2007년 7월 조 사장(20%), 조 부사장(20%), 희경씨(10%) 등 오너일가가 메타넷의 지분을 매입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엠프론티어의 순이익은 지배주주 일가가 지분 절반을 매입한 후 큰 폭으로 뛰었다”며 “오너 자녀들이 지분을 인수한 후 몰아주기 거래를 해 수익을 늘린 전형적인 지원성 거래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엠프론티어의 순이익은 2006년 7억7700만원에 불과했으나 2007년 14억88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후에도 매년 15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꾸준히 거뒀다.

다른 계열사도 의심

그렇다면 엠프론티어의 관계사 의존도는 얼마나 될까. 엠프론티어는 지난해 매출 514억1200만원 가운데 59%인 302억6500만원을 계열사들로부터 올렸다. 엠프론티어에 일거리를 넘겨준 계열사는 한국타이어(221억5900만원), 헝가리법인(38억4600만원), 중국법인(16억6600만원), 대화산기(10억5900만원), 아트라스비엑스(8억5800만원) 등 11개사다. 엠프론티어는 이들 계열사의 컴퓨터 시스템 구축 및 관리 등을 맡았다.

다만 엠프론티어의 관계사 의존도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2002년 92%(총매출 110억8900만원-관계사 매출 102억4600만원)에 달했던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2003년 78%(252억6300만원-191억3800만원) ▲2004년 67%(274억1700만원-184억4400만원) ▲2005년 72%(340억7000만원-244억7100만원) ▲2006년 66%(406억8100만원-269억900만원) ▲2007년 60%(474억7700만원-285억7100만원) ▲2008년 59%(489억4900만원-288억4100만원) ▲2009년 58%(450억500만원-261억2100만원)로 매년 줄고 있는 추세다.

신양관광개발과 엠프론티어 외에도 내부거래가 발견되는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대화산기와 프릭사다. 고무, 화학섬유 및 플라스틱 성형기 제조업체인 대화산기는 지난해 매출 1174억3800만원 중 94%인 1109억2400만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한국타이어(543억2500만원), 헝가리법인(449억4200만원), 중국 자싱법인(83억2500만원), 중국 장수법인(33억3100만원)에 타이어, 튜브제조기계 등을 납품했다.

브레이크 패드, 라이닝 등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프릭사는 2008년부터 공시를 하지 않고 있지만, 그 전 상황을 보면 한국타이어와의 밀접한 관계를 알 수 있다. 프릭사가 한국타이어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2년 94%(총매출 78억300만원-한국타이어 거래 73억3100만원), 2003년 94%(76억5900만원-72억700만원), 2004년 94%(89억2600만원-83억8100만원), 2005년93%(82억5100만원-76억5400만원), 2006년 87%(84억3300만원-73억7600만원), 2007년 91%(92억3000만원-84억4300만원)로 나타났다.

그러나 두 회사는 오너일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대화산기의 대주주는 한국타이어(95%)다. 나머지 지분은 조 부사장이 갖고 있다. 프릭사는 축전지 제조 계열사인 아트라스비엑스가 100%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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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