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로 본 북한 미사일 60년 개발사

김정은 깔봤다간 큰 코 다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북한의 미사일 개발 역사는 60여년에 달할 정도로 오래됐다. 이제는 대기권을 재진입하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가장 고난도인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미사일과 핵기술 분야서 강성대국을 눈앞에 둔 셈이다. 과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돼 왔는지 알아보도록 한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역사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이 처음 탄도미사일 보유에 나서게 된 계기는 주한미군의 전술 핵미사일 배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북한은 이에 대응하고자 1960년대 말 옛 소련으로부터 지대함미사일 및 FROG-5/7 미사일을 획득하고 1970년경에는 중국으로부터 지대함미사일, 지대공미사일 및 기술지원을 제공받았다. 

1960년대부터…
자체개발 시작

북한은 1960년대 중반에 소련의 탄도미사일을 획득하려고 했었지만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니키타 흐루시초프’(Nikita S. Khrushchyov)는 스탈린과 같은 개인숭배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던 수정주의자 입장이었기 때문에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해 나가던 김일성의 요청을 거절한 바 있다. 

이후 1971년 북한은 탄도미사일 및 다른 무기체계를 획득, 개발 및 생산할 수 있도록 중국과 합의서에 서명했다.

당시 북한은 러시아와 같은 미사일 기술 선진국으로부터 하드웨어 및 기술의 이전이 필요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사일 기술이전에 부정적이었다. 결국 북한은 역설계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위해 소련제 스커드-B 미사일을 획득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이 한창이던 이집트에 MIG-21 전투기 1개 중대를 파병해주고 그 대가로 이집트로부터 스커드-B 미사일과 발사차량, 정비 매뉴얼과 운용교범까지 넘겨받는 데 성공한 것. 

당시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은 소련의 충분치 않은 원조에 불만을 가지고 파견된 소련 기술자들을 추방하는 등 외교적으로 삐걱거리던 시기였기 때문에 소련제 스커드 미사일을 허락 없이 북한에게 넘겨줄 수 있었다.

1984년경에 북한은 스커드-B 미사일의 독자개발 버전인 화성 5 미사일을 생산하고 비행시험을 수행했다. 1985년에는 미사일 개발 및 생산을 위해 재정적인 지원을 얻기 위해 이란과 합의문에 서명했고 향후 이란은 북한의 미사일을 구매했다. 

당시 이라크와 전쟁을 수행했던 이란에게 탄도미사일을 판매했던 북한은 외화를 벌고 미사일 생산의 경제성을 증진시키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화성 5 미사일의 대량생산 이후에 바로 북한은 화성 6(스커드 C) 미사일의 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1987년과 1989년경에 노동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 이러한 급격한 개발은 놀라운 일이었으며 역사적으로 작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구소련 기술이전 거부
이집트에서 우회 입수

1980년대 후반에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Medium Range Ballistic Missile) 개발을 시작했다. 1990∼1991년경에 화성 6 미사일의 양산이 시작됐고 첫 번째의 노동미사일 시제품이 제작됐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중동 국가들에 기술이전 및 완제품 스커드 공장 등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1990년 5월에 미국의 정찰위성은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장의 발사대에 장착된 노동미사일을 탐지했다. 그러나 당시 영상에선 발사대에 검게 탄 자국만 보였기 때문에 시험의 실패로 추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1993년 5월 말, 북한의 유일한 독자적인 노동미사일 비행시험을 진행했다. 
 

지리적인 이유로 노동미사일의 완전한 사거리 시험을 할 수 없었던 북한이었지만 1995년부터 노동미사일을 전력화 배치하기도 했다.

북한 미사일이 전 세계에 각인된 것은 ‘대포동’ 시리즈부터다. 1998년 8월31일 북한은 노동미사일보다 사정거리가 훨씬 길고 한 차원 높은 대포동1호를 일본 상공을 건너 태평양을 향해 발사하며 대륙간탄도탄(ICBM)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포동미사일은 노동미사일과 스커드미사일을 조합한 3단 로켓으로 3단계 로켓은 첨단기술인 고체연료 로켓으로 제작됐다. 

미사일은 약 1600km를 날아갔지만 최종 단계의 3단계 로켓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미국의 충격은 컸다. 

그동안 북한 미사일 수준에 대해 ‘별 것 아니다’는 인식을 가졌던 미국은 북한의 기술력이 상당하다는 데 경각심을 느꼈고 미사일 잔해 일부가 베링해 알래스카 앞바다까지 날아가면서 미국과 일본을 경악시켰다.

전 세계에 각인
‘대포동’ 시리즈

북한은 2006년 7월 대포동1호를 개량한 대포동2호를 시험발사했다. 그러나 1단 추진체가 분리되기 전 42초 만에 기술적 결함으로 공중서 폭발했다. 대포동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6700km로 미국 알래스카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성능으로 추정됐다. 

북한 외무상은 이 발사를 자체방어를 강화하기 위한 정규적인 군사훈련이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훈련을 지속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6년 7월15일 UN 안전보장이사회(UN Security Council)는 만장일치로 결의안 1695를 통과시켰고 북한이 미사일 관련 행위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UN 회원국은 미사일 관련 소재 및 기술을 북한으로 이전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2000년대 후반 들어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간격은 좁혀진다. 2009년 4월5일 북한은 은하 2호 위성발사체를 발사했다. 이는 대포동 2 미사일을 변경한 장거리 로켓이었다. 비록 북한 언론매체가 위성이 궤도로 발사됐다고 주장했지만 누구도 우주궤도서 북한의 위성 물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3단 로켓의 발사는 1단 로켓이 한반도와 일본 사이의 수역에 낙하되면서 기술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보였다. 탑재체와 함께 나머지 단은 태평양 해역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2012년 4월12일 북한은 김일성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은하 3호 로켓을 이용해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발사를 시도했다. 발사는 1단 엔진의 연소 종료시점에서 실패해 로켓 추진체는 서해 앞바다로 추락했다. 

미사일 기술의 이중용도 때문에 미국과 한국은 이 발사를 장거리미사일을 시험하지 않는다는 UN 결의안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식량 원조를 중단했다. 

3일 후 북한은 평양 시내서 김일성 탄생 100주기를 기념해 군사퍼레이드를 했으며 여기서 KN-08이라는 이동식 ICBM의 목업을 선보였다. KN-08 이동식 ICBM은 6대의 중국제 8축 트럭인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에 실려 전시됐다.

2012년 12월에 북한은 서해발사장서 은하 3호 장거리로켓을 재발사해 성공적으로 위성을 궤도에 올려놨다. 북한이 이 로켓을 우주발사체로 주장했지만 기술은 장거리로켓과 매우 유사했다. 

정치적 목적 위해
여러 가지 실험

핵탄두를 운반하기 위해서 로켓은 재진입체를 추가해야 하는데 이는 첨단기술 및 고급 소재를 필요로 하며 북한은 이러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은 대기권 재진입에 대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2016년 3월15일 스커드 엔진으로부터 내뿜는 배기가스에 견디는 재진입체 형상의 소재 삭마 특성시험을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2013년 2월에는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북한은 2016년 4월 새로운 타입의 ICBM용 엔진 지상연소시험을 수행했다. 엔진은 옛 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R-27의 4D10 엔진과 유사한 것으로 보였다. 이 엔진은 2015년에 무려 8차례나 발사를 시도했던 무수단미사일의 엔진으로 추정되고 있다. 

무수단엔진은 고에너지 추진제를 사용하고 고성능의 엔진성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무수단엔진 탑재 시뮬레이션 결과 250kg의 소형 경량 탄두를 장착해도 최대사거리는 9000km 이하였다. 2015년 9월 북한은 80톤급의 고추력 대형액체로켓엔진을 개발해 지상시험을 수행했다. 1기의 80톤 엔진 및 무수단엔진 탑재 시의 시뮬레이션 결과 1만2000km 이상의 사거리를 얻을 수 있었다.

무수단미사일은 2010년 10월에 외국 언론을 초청한 군사퍼레이드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퍼레이드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노동미사일의 파생 미사일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이란의 가더(Ghader)-1 미사일과 매우 유사한 삼중콘(Triconic Nose-Cone)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대포동 위성 궤도에…늘어가는 기술
ICBM에 놀란 미, 군사 대응 가능성도

2016년 전까지 단 한 차례도 무수단미사일의 시험비행을 수행한 적이 없었던 북한은 2016년 들어 연속적으로 무수단미사일 시험발사를 시도했다. 4월15일 첫 발사에 실패한 이후 13일 만인 4월28일 2∼3차 발사를 시도했다. 

5월31일에는 4차 발사를 시도했으며 6월22일 5∼6차 발사시험을 연속적으로 감행했다. 이 과정서 오직 6차 발사시험 한 차례만 성공했을 뿐이고 나머지 시도에선 모두 실패했다. 

10월15일과 20일에는 발사장소를 강원도 원산 인근서 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평안북도 구성시서 무수단미사일의 7번째와 8번째 발사시험이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결국 북한의 무수단미사일 시험발사가 미사일의 성능 검증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추진한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은 지난 5월14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KN-17)’ 발사에 이어 지난 4일 탄도 미사일 ‘화성-14형’을 쏴 올리며 문재인정부 출범 후 6번째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특히 이번 ‘화성-14형’은 최소 사거리 5500㎞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분석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젠 ICBM 성공을 선언하는 단계에 이른 셈이다. 

화성-14형은 거의 수직으로 발사돼 2802㎞ 상공까지 치솟았고 약 933㎞ 거리를 날아갔다. 국방부는 각도를 조절해 북한 원산 지역서 발사한다면 최소 6000㎞서 최대 1만㎞를 날아가 알래스카(5800㎞)와 하와이(7500㎞)는 물론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미국 서부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운반과 로켓단 분리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자 미국 국방부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이전에 보지 못한 것”이라며 ICBM 개발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했다. 

제프 데이비스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사일 사정거리가 5500km에 달할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미사일이 ICBM이란 뜻”이라고 밝혔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완성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ICBM에 재진입체가 탑재된 것은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동식 평상형 트럭에 미사일을 실어 평안북도 방현 일대 공군기지로 옮겼지만 발사가 트럭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동식 발사대서 즉각 발사할 수 있는 기술이 완성되면 사전에 발사를 감지할 수 없어 한미 양국은 이 부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다른 발사대로 옮기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돼 사전탐지가 가능했다. 

데이비스 대변인은 “북한이 아직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기술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북한을 면밀히 지켜봤다.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우리의 방어능력을 자신한다”고 덧붙였다. 

<폭스뉴스>도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전 연료주입 단계부터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지켜봤다”며 “미 국방부는 역내 미사일방어(MD)시스템을 통해 북한이 발사한 ICBM을 격추하는 결정을 할 수도 있었지만 북미 지역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격추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도발
ICBM까지 성공?

항공우주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의 존 실링 연구원은 이날 북한전문매체 ‘38노스’ 기고를 통해 “우리는 당초 북한이 2020년 초쯤 ICBM 능력을 갖출 것으로 생각했었으나 북한이 가진 시간표는 이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북한이) 미국의 특정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한 위협이 되려면 1∼2년 더 개발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서 미사일을 내려 다른 발사대를 활용한 것에 대해 “발사 시험 실패로 미사일이 폭발할 경우 값비싼 이동식 발사대가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라며 실전에서는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서 즉각 발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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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