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성민과 박승대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개그맨 성민이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방송정지를 받은 지 2년째’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무명 개그맨의 발언에 사람들의 귀가 쏠린 것은 성민의 방송정지를 시킨 장본인으로 같은 개그맨 박승대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과연 이 둘 사이에는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이번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살펴본다.
성 민 “방송정지 이유 도무지 모르겠다”
박승대 “성민이 불성실해서 그랬을 뿐”
SBS 8기 공채개그맨 성민은 지난 4일 인터넷에 자신이 방송정지를 당한 사연을 공개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성민은 글을 통해 자신이 방송정지를 당한 이유가 2009년 SBS 개그프로그램 <웃찾사>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박승대가 기획작가로 영입되었는데, 그가 자신을 굉장히 싫어했고 그 때부터 횡포가 시작돼 방송출연까지 정지당하게 됐다고 폭로했다.
성민과 박승대의 진실공방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성민이 왜 방송출연 정지가 되었느냐는 점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서로 간의 입장차가 확연하다. 성민은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이고 박승대는 “성민이 불성실했고 행사만 쫓아다녔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하며 성민의 주장에 반박했다. 성민은 이에 대해 “누구보다 방송에 성실히 임했고 연습도 한 번 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둘은 법적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는 입장이다. 이들 외에도 양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속속 나오며 또 한 번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당시 <웃찾사>의 제작진이었던 신정관 CP는 “성민이 연습시간에 자주 불참했으며 늘 핑계를 대곤 했다”며 “특히 본업인 방송보다는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행사에만 관심이 높았다”고 말해 박승대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반면 SBS 7기 공채개그맨 이동규는 “성민은 연습시간에 늦은 적이 없으며 오히려 30분 정도 일찍 와서 대본을 정리했다”고 성민을 옹호했다.
이렇듯 방송출연 정지에 대한 서로간의 공방만 계속되는 가운데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갈수록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박승대가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번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도에는 자신의 소속사 개그맨들이 “박승대와의 계약기간이 10~15년에 계약금은 거의 없다시피 했었다”는 충격적인 ‘노예계약’ 사실을 폭로하며 갈등을 빚은 적이 있었다.
이같은 사건에 휘말린 박승대는 200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개그계의 ‘마이더스 손’으로 통할만큼 대단한 능력을 가진 개그기획자였다. 당시 개그계의 3대 파벌로 ‘갈갈이패밀리’의 박준형, ‘스마일매니아’의 박승대, ‘컬투’의 김태균·정찬우가 있다고 할 정도로 박승대의 위력은 대단했다. 박승대의 스마일매니아 소속 연기자들도 <웃찾사>의 황금시대를 점령했었던 윤택, 김형인, 김신영, 정만호, 권성호, 김태현, 이종규 등이 있었다.
개그계 철저한 위계질서
이렇게 개그계의 ‘큰손’인 박승대와 무명 개그맨 성민 간의 얽혀진 사건을 통해 개그계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다. 개그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스텝은 보통 일반 프로그램과 같이 PD와 작가 등이 참여한다. 그러나 박승대가 2009년 <웃찾사> 기획작가로 참여한 것처럼 개그맨 출신이 제작진으로 참여한 경우는 거의 드물다.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개그프로그램으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의 제작진들도 KBS 소속 제작진들이지 개그맨 출신들이 아니다.
KBS 개그맨들은 이 제작진들에게 매주마다 직접 짜온 코너를 선보이고 통과가 되면 방송에 출연하게 된다. 이렇게 KBS는 매주 공개 오디션을 통해 모두가 평등한 조건에서 선·후배 관계없이 더 재미있는 코너를 내보내는 시스템을 통해 신인 개그맨들에게도 방송 출연의 희망을 준다.
반면 노예계약 파동 이후 몇 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다시 <웃찾사>의 기획작가로 복귀한 박승대의 파워는 제작진들보다도 엄청났다. 명칭만 기획작가이지 <웃찾사>에서의 영향력은 PD 이상이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개그계의 선후배 위계질서는 철저하고 깍듯하다. 개그계 대선배이면서 <웃찾사>의 제작진으로 참여하게 된 박승대의 말 한마디는 제작진은 물론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든 개그맨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게 일각의 의견이다.
이러한 개그계의 철저한 위계질서는 잦은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2005년 KBS 개그맨 김진철이 “개그맨들의 군기를 잡겠다”는 명목 아래 후배 개그맨인 김지환을 각목으로 폭행해 전치 6주의 중상을 입힌 경우가 한 예이다.
성민 “더 두려울 게 없다”
개그계의 어두운 면을 맛 본 성민은 현재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성민은 2년 만에 이 사건을 세상에 폭로한 이유도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지만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양산되지 않게 하기 위해 내가 먼저 총대를 멘 것”이라며 “박승대에게 피해를 당한 몇몇 사람들이 나중에 나와 같은 문제에 닥치게 됐을 때 지금보다는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밝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성민은 무엇보다 “박승대가 자신을 불성실하다고 한 말에 대해서는 내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더 이상 개그에 대한 미련은 남아있지 않아 앞으로는 다른 길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민은 “이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박승대에게서 전화가 먼저 왔지만 사과는 커녕 ‘평생 안 볼 거 아니지 않느냐 도와주겠다’는 식의 말만 했다”며 더 이상 그의 전화를 받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현재는 수신거부를 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박승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아무것도 말 할게 없다”면서 2년 만에 성민이 이 사건을 폭로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태의 결말이 박승대의 ‘제2의 악어의 눈물’로 결말을 맺을지 아니면 성민의 명예회복과 방송 복귀로 막을 내릴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