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확실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글로벌 프레지던트’…세계가 ‘반’하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연임의지를 공식 발표했다. 세계의 뜨거운 지지 행렬이 이어졌다. 취임 초 들려오던 비판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다. 격려와 찬사만이 있을 뿐이었다. 모두 반 총장의 리더십과 재임 중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다보니 이변이 없는 한 연임은 떼 놓은 당상이다. 대체 세계가 반한 반 총장의 매력은 무엇일까.

각국 뜨거운 지지 행렬에 반 총장 눈시울 붉어져
가난한 국가의 인도주의적 일에 양팔을 걷어붙여

지난 6일 유엔 본부가 술렁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식적으로 연임에 출사표를 던진 데 따른 것이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중적인 범세계적 위기 속에 유엔이 직면해 있는 여러 현안을 완수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지지해 준다면 영광된 마음으로 5년 더 이 위대한 기구를 이끌고 싶다”며 연임 출사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지난 4년 반을 돌이켜보면 유엔과 국제사회에 큰 도전의 시간이었으나 우리가 함께 이룬 성취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의제 선도, 미얀마·아이티·파키스탄 위기에 대한 대처 등을 성과로 뽑았다.

“현안 완수 위해 5년 더 이끌겠다”

반 총장은 또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인권과 국제 정의를 향상시키며, 기아와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며 “ 모든 국가와 유엔 가족들이 함께 일해야 유엔의 고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함께 일해야 세상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변화속의 통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아시아 주요국 등이 잇따라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반 총장의 연임 출마 발표를 환영한다”며 “미국은 그의 출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리바오둥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반 총장의 재선 도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매우 환영할 만한 뉴스”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역시 반 총장에게 연임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전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시아그룹 조찬회의에서도 53개 회원국 가운데 중국, 일본, 인도,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아프가니스탄 등 30여개국 대사들이 앞다퉈 발언하는 등 회원국들의 지지 의사 표시가 이어졌다.

심지어 북한도 반 총장의 연임을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반 총장과 인사말을 나누는 자리에서 “우리는 총장님의 재선을 적극 지지합니다. 그러나 공개 지지 연설은 안 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지지 행렬에 반 총장은 눈시울까지 붉혔다는 후문이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반 총장이 연임에 성공하리란 게 외교국의 공통된 견해다. 유엔사무총장 인선의 키를 쥐고 있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모두가 반 총장의 연임을 찬성하고 있는데다 다른 경쟁 후보도 없기 때문이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투명성이 부족하고 책임감도 결여됐다”는 등의 비판에 시달리던 취임 초와는 180도 달려진 상황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인류의 미래 위협하는 기후변화에도 엄청난 집념
겸손함, 특유의 친화력으로 ‘적 없는 사람’ 통해

반 총장이 2007년 1월 1일 임기를 시작한 이래 2009년 6월 30일까지 2년6개월 간 출장을 다닌 거리는 무려 116만2635Km다. 지구를 30바퀴나 돈 셈이다. 이 기간 중 장관급 이상 회담이 880회, 이동거리가 45만Km, 각국 정상 및 총리를 포함한 장관급 이상 면담 350회, 정상과의 전화통화만 해도 400회다.

192개 회원국을 아우르는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자리다. 반 총장을 옆에서 지켜본 유엔 관계자들은 “지난 4년 동안 정말 꾹 참고 열심히 일했다”고 입을 모은다. 반 총장은 특히 가난한 국가의 인도주의적 일에 양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08년 5월 서남아시아의 미얀마에 열대폭풍 나르기스가 덮쳤을 때의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나르기스는 14만50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그럼에도 미얀마의 군부는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게 두려워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세계의 어느 나라도 가난한 독재국가의 재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반 총장은 아시아 각국 대사들을 관저로 불러 미얀마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국민의 재난에 무심한 미얀마의 군부를 설득하기 군부 실세와 직접 만나 죽어가는 당신들의 국민을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결국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였다.

반 총장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엄청난 집념을 보였다. 2007년 발리 기후변화회의가 주요국의 이견으로 좌초할 위기에 처하자 회의 일정을 미리 끝내고 동티모르에 가 있던 반 총장이 유엔의 털털거리는 프로펠러기를 타고 다시 회의장을 찾았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지난 2009년에는 전 세계 150개국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적 기후변화 문제 대처에 따른 ‘제3세계 기후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반 총장은 “기후변화는 폭넓은 경제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무공해 에너지 절약형 방안을 내놨다.

설득력 있는 반 총장의 설명에 이 자리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현재 각국은 ‘녹색성장’이란 국가적 슬로건 내걸고 공해 없는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등 ‘친환경 경제성장’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1년에 지구 12바퀴
장관급 회담 880회

반 총장은 겸손함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적이 없는 사람’으로 통한다. 특히 그의 외모는 지극히 부드럽다. 미소 띤 얼굴과 신사다운 행동은 어린아이를 연상시킬 정도다. 하지만 한 번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이뤄 내는 강한 의지를 가졌다는 게 주변인들의 평가다.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겸비한 ‘외유내강형’ 인물인 것이다.

반 총장은 또 ‘일에 미친 사람’으로 통한다. 취미도 없고 오로지 일에만 몰두한다고 해서 내려진 평가다. 전형적인 워커홀릭이다. 특별히 휴가를 가지도 않는다. 일요일 출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미국과 유럽?중동?아프리카 출장의 경우 시차를 감안, 이동하는 시간에 비행기에서 숙박하는 일정을 잡는 게 다반사다.

반 총장의 이런 기질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실제, 반 총장은 “대학 시절 바둑에 취미를 가져보려 했지만 그보다는 학습에 시간을 더 집중하고 싶어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대학 친구들은 그를 늘 공부만 하는 ‘범생이’로 기억할 정도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릴 적부터 꿈꿔온 외교관의 길 때문이다.

반 총장은 어릴 적부터 외국어 실력이 남달랐다. ‘영어신동’으로 통할 정도였다. 그러던 지난 1962년 충주고 재학 시절 미국 정부가 주최하는 영어 웅변대회에서 입상, 부상으로 미국을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리고 대회를 주최한 미국 적십자사의 주선으로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그는 서슴없이 자신의 장래 희망은 외교관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금도 당시를 회상하면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을 때 외교관의 꿈을 다졌다”고 말한다.

“평화·안정·개발·인권
위해 노력할 것”

이후 반 총장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제3회 외무고시에 합격, 1970년 5월 외무부에 들어와 40년 가까이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외교부내에서 그는 상하좌우의 모든 인사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그러다보니 선배들은 의례 반 총장을 가까이 두고 싶어 했다. 관운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차관보, 차관과 청와대의 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외교보좌관, 외교통상부 장관 등의 요직을 두루 꿰찰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반 총장의 능력이 빛나기 시작한 건 지난 2001년 당시 한승수 외교부 장관이 겸임했던 제56차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면서부터다. ‘9·11 사태’로 유엔 차원의 테러방지에 적극적이던 때, 그는 각 국가 간 이견 조율 업무를 훌륭히 수행해 명성을 쌓았다. 특히 장관답지 않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학자적 외모로 대중에게 탁월한 외교술을 선보였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벌어졌을 때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져 한때 입지가 흔들리긴 했지만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난 2006년말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이후 반 총장은 4년6개월간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지금 첫 임기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재임이 확정적이다.

두 번째 임기의 중점 과제에 대해 반 총장은 “국제 사회가 직면한 다중적인 도전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평화·안정·개발·인권을 위한 노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15년까지 계획돼 있는 새천년개발목표 달성을 위해 애쓰고 새천년개발목표를 넘어서는 포괄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 의제를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에 열릴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도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무엇보다 여성 지위 향상, 핵 없는 세상, 대규모 재난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유엔의 인도적 지원 능력제고 등을 중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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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