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확실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글로벌 프레지던트’…세계가 ‘반’하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연임의지를 공식 발표했다. 세계의 뜨거운 지지 행렬이 이어졌다. 취임 초 들려오던 비판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다. 격려와 찬사만이 있을 뿐이었다. 모두 반 총장의 리더십과 재임 중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다보니 이변이 없는 한 연임은 떼 놓은 당상이다. 대체 세계가 반한 반 총장의 매력은 무엇일까.

각국 뜨거운 지지 행렬에 반 총장 눈시울 붉어져
가난한 국가의 인도주의적 일에 양팔을 걷어붙여

지난 6일 유엔 본부가 술렁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식적으로 연임에 출사표를 던진 데 따른 것이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중적인 범세계적 위기 속에 유엔이 직면해 있는 여러 현안을 완수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지지해 준다면 영광된 마음으로 5년 더 이 위대한 기구를 이끌고 싶다”며 연임 출사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지난 4년 반을 돌이켜보면 유엔과 국제사회에 큰 도전의 시간이었으나 우리가 함께 이룬 성취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의제 선도, 미얀마·아이티·파키스탄 위기에 대한 대처 등을 성과로 뽑았다.

“현안 완수 위해 5년 더 이끌겠다”

반 총장은 또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인권과 국제 정의를 향상시키며, 기아와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며 “ 모든 국가와 유엔 가족들이 함께 일해야 유엔의 고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며 함께 일해야 세상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변화속의 통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과 아시아 주요국 등이 잇따라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반 총장의 연임 출마 발표를 환영한다”며 “미국은 그의 출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리바오둥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반 총장의 재선 도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매우 환영할 만한 뉴스”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역시 반 총장에게 연임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전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시아그룹 조찬회의에서도 53개 회원국 가운데 중국, 일본, 인도,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아프가니스탄 등 30여개국 대사들이 앞다퉈 발언하는 등 회원국들의 지지 의사 표시가 이어졌다.

심지어 북한도 반 총장의 연임을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반 총장과 인사말을 나누는 자리에서 “우리는 총장님의 재선을 적극 지지합니다. 그러나 공개 지지 연설은 안 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지지 행렬에 반 총장은 눈시울까지 붉혔다는 후문이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반 총장이 연임에 성공하리란 게 외교국의 공통된 견해다. 유엔사무총장 인선의 키를 쥐고 있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모두가 반 총장의 연임을 찬성하고 있는데다 다른 경쟁 후보도 없기 때문이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투명성이 부족하고 책임감도 결여됐다”는 등의 비판에 시달리던 취임 초와는 180도 달려진 상황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인류의 미래 위협하는 기후변화에도 엄청난 집념
겸손함, 특유의 친화력으로 ‘적 없는 사람’ 통해

반 총장이 2007년 1월 1일 임기를 시작한 이래 2009년 6월 30일까지 2년6개월 간 출장을 다닌 거리는 무려 116만2635Km다. 지구를 30바퀴나 돈 셈이다. 이 기간 중 장관급 이상 회담이 880회, 이동거리가 45만Km, 각국 정상 및 총리를 포함한 장관급 이상 면담 350회, 정상과의 전화통화만 해도 400회다.

192개 회원국을 아우르는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자리다. 반 총장을 옆에서 지켜본 유엔 관계자들은 “지난 4년 동안 정말 꾹 참고 열심히 일했다”고 입을 모은다. 반 총장은 특히 가난한 국가의 인도주의적 일에 양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08년 5월 서남아시아의 미얀마에 열대폭풍 나르기스가 덮쳤을 때의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나르기스는 14만5000여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그럼에도 미얀마의 군부는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게 두려워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다. 세계의 어느 나라도 가난한 독재국가의 재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반 총장은 아시아 각국 대사들을 관저로 불러 미얀마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고 국민의 재난에 무심한 미얀마의 군부를 설득하기 군부 실세와 직접 만나 죽어가는 당신들의 국민을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결국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였다.

반 총장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엄청난 집념을 보였다. 2007년 발리 기후변화회의가 주요국의 이견으로 좌초할 위기에 처하자 회의 일정을 미리 끝내고 동티모르에 가 있던 반 총장이 유엔의 털털거리는 프로펠러기를 타고 다시 회의장을 찾았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지난 2009년에는 전 세계 150개국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적 기후변화 문제 대처에 따른 ‘제3세계 기후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반 총장은 “기후변화는 폭넓은 경제적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무공해 에너지 절약형 방안을 내놨다.

설득력 있는 반 총장의 설명에 이 자리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현재 각국은 ‘녹색성장’이란 국가적 슬로건 내걸고 공해 없는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등 ‘친환경 경제성장’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1년에 지구 12바퀴
장관급 회담 880회

반 총장은 겸손함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적이 없는 사람’으로 통한다. 특히 그의 외모는 지극히 부드럽다. 미소 띤 얼굴과 신사다운 행동은 어린아이를 연상시킬 정도다. 하지만 한 번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이뤄 내는 강한 의지를 가졌다는 게 주변인들의 평가다.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겸비한 ‘외유내강형’ 인물인 것이다.

반 총장은 또 ‘일에 미친 사람’으로 통한다. 취미도 없고 오로지 일에만 몰두한다고 해서 내려진 평가다. 전형적인 워커홀릭이다. 특별히 휴가를 가지도 않는다. 일요일 출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게 몸에 배어 있다. 미국과 유럽?중동?아프리카 출장의 경우 시차를 감안, 이동하는 시간에 비행기에서 숙박하는 일정을 잡는 게 다반사다.

반 총장의 이런 기질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실제, 반 총장은 “대학 시절 바둑에 취미를 가져보려 했지만 그보다는 학습에 시간을 더 집중하고 싶어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대학 친구들은 그를 늘 공부만 하는 ‘범생이’로 기억할 정도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릴 적부터 꿈꿔온 외교관의 길 때문이다.

반 총장은 어릴 적부터 외국어 실력이 남달랐다. ‘영어신동’으로 통할 정도였다. 그러던 지난 1962년 충주고 재학 시절 미국 정부가 주최하는 영어 웅변대회에서 입상, 부상으로 미국을 방문할 기회를 갖게 됐다. 그리고 대회를 주최한 미국 적십자사의 주선으로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그는 서슴없이 자신의 장래 희망은 외교관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지금도 당시를 회상하면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을 때 외교관의 꿈을 다졌다”고 말한다.

“평화·안정·개발·인권
위해 노력할 것”

이후 반 총장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제3회 외무고시에 합격, 1970년 5월 외무부에 들어와 40년 가까이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외교부내에서 그는 상하좌우의 모든 인사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그러다보니 선배들은 의례 반 총장을 가까이 두고 싶어 했다. 관운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차관보, 차관과 청와대의 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외교보좌관, 외교통상부 장관 등의 요직을 두루 꿰찰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반 총장의 능력이 빛나기 시작한 건 지난 2001년 당시 한승수 외교부 장관이 겸임했던 제56차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면서부터다. ‘9·11 사태’로 유엔 차원의 테러방지에 적극적이던 때, 그는 각 국가 간 이견 조율 업무를 훌륭히 수행해 명성을 쌓았다. 특히 장관답지 않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학자적 외모로 대중에게 탁월한 외교술을 선보였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김선일씨 피살사건’이 벌어졌을 때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져 한때 입지가 흔들리긴 했지만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난 2006년말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이후 반 총장은 4년6개월간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지금 첫 임기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재임이 확정적이다.

두 번째 임기의 중점 과제에 대해 반 총장은 “국제 사회가 직면한 다중적인 도전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평화·안정·개발·인권을 위한 노력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15년까지 계획돼 있는 새천년개발목표 달성을 위해 애쓰고 새천년개발목표를 넘어서는 포괄적이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 의제를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내년에 열릴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도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무엇보다 여성 지위 향상, 핵 없는 세상, 대규모 재난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유엔의 인도적 지원 능력제고 등을 중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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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