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미술품 뒷거래 미스터리 <추적>

공중에 붕 뜬 40억 주인 누구?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검찰이 ‘오리온 비자금’을 캐기 시작한지 3개월이 흐른 지금, 수사의 초점이 ‘그림’쪽에 맞춰지고 있다. 미술품으로 ‘검은돈’을 조성하지 않았냐는 의혹이다. 앞서 돈을 세탁해준 혐의로 미술계 ‘큰손’이 쇠고랑을 찬 상태. 이제 그 수사망이 ‘최종 타깃’으로 좁혀지고 있다. 막바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검풍’이 담철곤 회장에 이어 누구를 덮칠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검찰 막바지 수사 총력…‘그림매매’에 초점
청담 마크힐스 땅 매각차익 최종 수수처 타깃

국세청이 오리온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횡령과 탈세 등의 의혹을 포착해 검찰에 고발한 지난해 8월. 그 즈음 <일요시사> 편집국으로 우편물 한통이 날아왔다. 익명의 제보였다. 그리 두껍지 않는 서류 봉투 속엔 눈을 의심할 만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재벌-미술상 이상한 관계’란 제목의 오리온그룹과 서미갤러리 간 미술품 거래 의혹이었다.

오리온-서미 거래
수사전 본지 제보

‘오리온그룹과 국내 미술시장 큰손이 운영하는 서미갤러리가 각종 미술품들을 자주 거래하고 있습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금액은 어마어마합니다. 과연 정상적으로 거래를 했을까요. 그 의혹을 풀어줬으면 합니다.’

자신을 고위 공직자의 아내라고 밝힌 제보자는 제보 이유에 대해 “밝고 투명한 사회를 위해서”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제보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근거나 증거가 없었다. 그저 그럴만한 정황만 빼곡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리온그룹에서 별다른 잡음이 들리지 않아 제보 자체를 의심케 했다. ‘부부 경영’으로 유명한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사장이 ‘열린 경영자’ ‘클린 오너’란 그룹 안팎의 평가도 부담이었다.

<일요시사>는 우선 ‘보관 장소로 양평 별장이 의심된다’는 제보자의 힌트에 따라 취재 동선을 잡고 추적에 나섰다. 양평 별장은 오리온그룹 건설 계열사인 메가마크가 시공을 맡아 2008년 오픈한 연수원을 말하는 것이었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대심리 북한강변 경사지에 위치한 연수원은 대지면적 3540㎡(약 1072평)에 지상1∼2층 규모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공간디자인 우수상, 경기도건축문화상 특별상 등을 수상할 정도로 깔끔하고 세련되게 지어졌다.

설계를 담당한 T사 측은 “자유로움과 휴식을 담은 건축을 원하는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뗏목을 물에 띄워 보내는 듯한 자유로움을 건축물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T사는 2000년 서미갤러리 설계도 맡은 바 있다.

제보를 접하고 얼마 뒤 <일요시사>가 취재차 방문했을 당시 연수원의 문은 잠겨 있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내부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무슨 일로 왔냐”며 경계했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구경 좀 할 수 있냐고 하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황급히 모습을 감췄다.

당시 오리온그룹과 서미갤러리는 미술품 의혹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40억원 어디로…}
[오리온]→[시행사]→[서미갤러리]→[?]

회사 관계자는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를 하냐. 그저 소설이고 추측일 뿐”이라며 “직원들 연수원에 그림이 왜 있고, 그림 창고가 왜 있겠냐. 미술품은 없다. 서미갤러리와도 거래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서미갤러리 측도 “오리온그룹과 개인적인 친분은 몰라도 거래 내역을 밝힐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이 ‘오리온 비자금’을 뒤지기 시작했고,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사건과 달리 전례가 없을 정도로 초고속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3월22일 오리온 본사 등 압수수색…5월6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구속…5월11일 조경민 오리온 사장 구속…5월14일 담 회장 자택 압수수색…5월23일 담 회장 소환 조사…5월26일 담 회장 구속…’

16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담 회장을 구속한 검찰의 수사는 현재 ‘그림’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미술품으로 ‘검은돈’을 조성하지 않았냐는 의혹이다.

검찰은 지난 3월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 <일요시사>가 먼저 두드렸던 양평 연수원 등도 뒤져 미술품 창고가 있다는 사실과 여기에 수십 점의 미술품이 보관된 것을 확인했다. 이 미술품들은 그룹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미갤러리를 비롯해 여러 화랑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 확인 취재 당시 “연수원에 무슨 그림이 있냐”며 딱 잡아뗐던 오리온그룹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자 “연수원에 그림창고가 있는 것은 맞다”고 말을 바꿨다. 다만 “이 창고는 회사가 구입한 뒤 미처 전시하지 못한 미술품을 보관해둔 곳으로, 모두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구매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오리온그룹이 양평 창고 등에 보관 중이던 그림의 구입 경위와 출처 파악에 나섰다. 압수한 구매내역과 실제 보유현황, 거래내역 등이 일치하는지 들여다봤다. 또 담 회장의 성북동 자택도 압수수색해 고가의 미술품들을 발견, 비자금 조성에 활용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유통 경로를 추적했다. 동시에 오리온그룹이 주로 거래해온 서미갤러리와 홍송원 대표 집까지 뒤져 미술품 내역 등을 확보했다.

오리온 땅 판 돈
어디로 흘러갔나

홍 대표는 오리온 계열사 등 고객이 위탁판매를 맡긴 고가의 미술품들로 담보 대출을 받아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위탁 미술품 중엔 오리온그룹 미디어 계열사인 미디어플렉스 소유의 미국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스틸라이프’시리즈 중 한 작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라이프는 리히텐슈타인이 1970년대 주로 시도한 정물화 시리즈물로 가격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특히 검찰이 중점을 두고 수사 중인 사안은 오리온-서미갤러리간 거래 여부다. 공중에 붕 뜬 미스터리한 돈은 40억원에 이른다. 이 돈은 담 회장의 혐의엔 일단 포함되지 않았다. 담 회장은 ‘금고지기’조 사장 등에게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 조성된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검찰은 담 회장 건과 별개로 미술품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은 담 회장의 부인 이 사장과 국내 미술계 ‘큰손’홍 대표다. 둘의 거래관계를 밝히는 게 미술품 수사의 관건이다.

홍 대표는 이미 구속된 상태. 검찰은 홍 대표가 미술품 비자금의 실체를 규명하고 이 사장의 개입 여부 확인에 ‘핵심 고리’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홍 대표는 오리온그룹의 청담동 땅을 매각한 차익 40억6000만원을 시행업자로부터 송금 받아 미술품 판매대금인 것처럼 가짜로 꾸며 되돌려 줬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비자금 돈세탁을 도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오리온 비자금 ‘키맨들’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수수처로 이 사장을 의심했다. 이 사장은 미술품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급빌라 ‘마크힐스’부지 매매에 어떤 역할을 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40억원은 어떻게 조성됐으며, 어디로 흘러들어간 것일까.

오리온, ‘양평창고’ 없다더니…
검찰이 뒤지자 “있다” 말 바꿔
이화경-홍송원 관계는?
모종의 ‘빅딜’ 있었나

검찰에 따르면 홍 대표는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허위·이중 매매계약으로 부풀린 40억원을 서미갤러리와 거래한 것처럼 세탁해줬다. 오리온 건설사인 메가마크는 지난해 3월 마크힐스를 완공했다. 19가구 규모의 건물 2개동으로 이뤄진 마크힐스는 분양가만 40억∼70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빌라다.

오리온그룹은 2006년 7월 물류창고 부지로 쓰던 청담동 땅(1755.7㎡·약 530평)을 시행사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금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고 남은 차액이 40억원이란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이 파악한 이 땅의 실거래 가격은 209억원. 이중 169억원은 오리온 쪽에, 나머지 40억원은 미술품 구입 명목으로 홍 대표에게 송금됐다. 실제 미술품은 오가지 않았다.

검찰은 이 돈이 다시 오리온에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화경-홍송원 둘 사이에 모종의 거래를 의심하고 있다. 홍 대표는 돈의 일부를 이 사장의 친언니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 등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 사장과의 돈거래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다.

오리온 땅 매매 차익을 홍 대표에게 보낸 시행업자는 검찰 조사에서 “40억원은 이 사장에게 건네줄 돈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다른 시행사 관계자도 “(40억원은) 오리온 돈”이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홍 대표를 상대로 돈을 입금 받은 경위와 출처, 성격, 사용처 등 자금 흐름과 관련한 사항을 중점 조사하고 있지만, 홍 대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홍 대표는 “40억원 가운데 16억원은 정상적으로 미술품을 판매하고 받은 돈이고, 나머지 24억은 시행업체와 채권채무 관계를 정리한 것”이라며 “오리온 비자금과는 무관하다. 비자금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의 돈거래에 대해선 “개인 간 거래일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장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지난 6일 이 사장을 소환해 서미갤러리를 통해 조성된 것으로 의심되는 40억원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전혀 모른다. 그룹 비자금 조성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는 후문이다.

부부 함께 처벌?
관행상 한 명만?

검찰은 그동안 수사 결과를 검토한 뒤 이 사장의 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담철곤-이화경 부부가 함께 처분을 받는 재계 초유의 일이 벌어질지 세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보통 부부가 비슷한 혐의일 경우 한 명은 입건하지 않거나 불구속 기소하는 것이 관행이다. 담 회장이 이미 구속됐기 때문에 이 사장은 안심(?)해도 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