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미스터리 대해부

미궁 속 사건들…"사라진 악마를 찾아라!"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으로 불리는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고(故) 이형호군 유괴사건. 그리고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의 범인들은 이제 잡히더라도 어떤 법적 처벌도 받지 않는다. 세 가지 사건 모두 공소시효가 지난 2006년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세 가지 사건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용의자에 대한 윤곽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미제사건이라는 오명을 썼다. 2000년대 들어 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속속 개봉했고, 공중파 방송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방송소재로 다룬다. 우리 사회가 세 가지 미제사건에 대해 그만큼 관심 있어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미스터리를 파헤쳐 봤다.

화성연쇄살인사건, 강간으로 시작해 살인 ‘쾌감’
개구리소년 범인, 살해 당시 아이들 고통 즐긴 듯

1986년부터 1991년까지 4년 7개월에 걸쳐 여성 10명이 잔혹하게 살해된 화성연쇄살인사건. 8번째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9건의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 4월 마지막 열 번째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범인은 법 앞에서 자유로워졌다.

연쇄살인의 교과서
화성연쇄살인사건

마지막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2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지금까지 많은 연쇄살인의 교과서로 치부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화성사건은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계속됐다. 1986년 9월15일부터 화성군 태안읍을 중심으로 반경 3km내 4개 읍·면에서 부녀자 10명이 잇따라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다.

특히 1990년 11월15일 오후 630분께 태안읍 병점5리 소나무 숲에서 발견된 9차사건 피해자 김모(당시 13세·여)양은 최연소 희생자였던 데다, 범행수법도 가장 잔인해 온 나라를 충격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화성사건의 피해자들은 여중생에서 70대 노파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으며, 대부분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자 옷가지 등으로 목이 졸렸고, 흉기 등을 사용한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범인은 피해여성의 몸에 엽기적인 흔적을 남겨 주민들을 몸서리치게 했다.

전대미문의 사건인 만큼 경찰사에 남을 수사 진기록도 이어졌다. 수사에 동원된 경찰은 연인원 205만여 명으로 단일사건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다. 또 수사 대상자는 2만1280명, 지문 대조 4만116명, 모발 감정은 180명이었고 화성사건의 용의자로 수사를 받다 다른 범죄가 드러나 붙잡힌 사람도 1495명에 이른다.

4, 5, 9, 10차 사건에서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확인된 범인의 혈액형은 B형이었다. 7차사건 이후 목격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몽타주가 그려졌고, 9차와 10차사건 범인의 유전자는 확인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1년 4월3일 발생한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2006년 4월2일로 만료되는 바람에 범인의 처벌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 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대한민국 3대 미스터리 중 화성사건에 대해 집중보도하고 범인의 현재 모습을 그려낸 몽타주를 공개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끝내 범인이 잡히지 않은 화성사건의 모든 자료를 미국의 범죄수사 전문가들에게 보냈다. 그 결과 미국 전문가들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 연쇄살인사건의 1차 사건이 가장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처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1차사건처럼 시체를 기괴한 모습으로 유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제작진이 1차살인이 있기 전 화성지역의 유사한 사건을 취재한 결과 사건 발생 7개월 전부터 유사한 수법으로 강간당한 피해자가 7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강간당했던 피해자들이 진술한 범인의 인상착의가 모두 7차 사건의 목격자가 진술한 인상착의와 일치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여성을 강간하고 나아가 살인의 즐거움을 느꼈을 악마는 지금도 우리와 섞여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풀리지 않는 의문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실종된 줄로만 알았던 초등학생 5명이 무참히 살해돼 유골로 돌아온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역시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지난 2006년 4월 공소시효 15년이 만료됐다.

1991년 3월26일 당시 대구성서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우철원(당시 13세)군을 비롯해 조호연(당시 12세), 김영규(당시 11세), 박찬인(당시 10세), 김종식(당시 9세)군은 집 뒤편인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와룡산에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

하지만 아이들은 와룡산에 오르기 전 인근 마을에 사는 학교친구와 마을주민들에게 모습을 보인 것을 끝으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실종되자 부모들은 생업을 포기한 채 전국을 돌며 아이들을 찾아 나섰고, 개구리소년들을 주제로 한 영화와 노래가 제작되는가 하면 전국 초등학생들은 ‘대구 개구리친구 찾기 운동’을 펼치는 등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찰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 특별지시로 대구지방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구성, 와룡산 일대는 물론 전국을 이 잡듯이 뒤졌다.

전국 새마을중앙회 등 각종 사회단체들 역시 700여만 장의 전단을 전국에 뿌렸고 한국담배인삼공사와 기업체들도 담뱃갑과 상품에 실종 어린이들의 사진을 인쇄, 수색 작업에 동참했다. 이런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수년간 행적은 묘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부모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실종 11년6개월 만인 2002년 9월26일 ‘개구리소년’ 5명의 유골이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성산고교 신축공사장 뒤편 500미터 떨어진 와룡산 중턱에서 발견됐다. 수사결과 타살로 판명됐으나 현재까지 범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피 말리는 그 놈 목소리 이형호 군 유괴사건 
세 사건 모두 공소시효 만료…여전히 남은 의혹

그런가 하면 이 사건은 경찰의 미흡한 수사 때문에 영구 미제가 된 사건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1992년 8월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병을 고치기 위해 아이를 유괴해서 죽였다는 뜬소문을 믿고 한센병 환자 정착촌을 강압적으로 수사하여 항의를 받았으며, 1996년 1월에는 김종식군의 아버지가 아이들을 죽여 집에 묻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김군의 집 마당과 화장실을 임의로 발굴하는 등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개구리소년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아이들>이 개봉되면서 다시 한 번 사회적 관심을 끌었지만 용의자의 존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편,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지난 14일 방송에서 당시 아이들을 살해한 살인무기와 매장 방법, 유골의 손상 등을 근거로 ‘프로파일링’ 해 범인의 윤곽과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추정했다.

목격자도 생존자도 없어 화성사건처럼 몽타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범인의 심리와 범죄 행위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사건 당시인 1991년에는 프로파일링이라는 기법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기시였기 때문에 범인에 대한 윤곽조차 나올 수 없었다.

프로파일러들을 찾아 그날의 범행을 분석한 결과, 범인은 살인을 즐기는 계획적인 연쇄살인범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프로파일러들은 "개구리소년사건의 경우 단독범행일 가능성이 크고, 아이들 두개골에 난 흔적으로 미뤄봤을 때 범인은 죽이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고통을 즐기는 타입"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 "범인은 그 후에도 살인을 멈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해 충격을 줬다.

잊을 수 없는 그놈 목소리
이형호 군 유괴사건

2007년 영화 <그놈 목소리>의 소재로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하고 많은 실종가족의 공감을 얻어냈던 이형호군 유괴·살해사건. 이 사건 역시 지난 2006년 1월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1991년 1월29일 오후 5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놀이터에서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형호(당시 9세)군은 유괴 후 44일이 지난 3월13일 잠실대교 부근 한강고수부지 일명 토끼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형호군은 스카프와 나일론 끈으로 손이 뒤로 묶여 있었으며 입과 눈은 테이프로 막혀 있는 등 잔혹하게 살해된 모습이었다. 부검 결과 위에서 나온 현미, 오곡밥, 숙주나물 등이 유괴 당일 친구 집에서 먹은 점심으로 판명 나 형호군은 유괴 직후 살해된 것으로 추정됐다.

형호군의 유괴범이 더욱 비난을 받는 이유는 유괴 직후 형호군을 살해해놓고 44일 동안 형호군의 부모에게 60여 차례의 전화와 10차례의 메모를 남겨 끊임없이 협박한 데 있다.

아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44일을 버텨온 부모에게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아들의 사망 사실을 전한 것.

또 범인은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듯 경찰의 통화추적을 피하기 위해 공중전화를 이용해 전화를 걸었고, 이조차 4분 이상 통화시간을 길게 끌지 않았다. 또 형호군 부모에게 차 안에 카폰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후, 약속 장소를 수시로 바꿔가며 경찰의 미행을 따돌렸다.
철두철미한 범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딱 한 차례. 유괴·살해 후 약 한 달 뒤인 2월20일 상업은행 상계동 지점에서 700만원을 인출하려던 범인은, 담당 여직원이 범행과 관련된 계좌임을 알고 당황한 표정을 짓자 이상한 낌새를 차리고 곧바로 달아난 뒤 연락을 끊었다.

명확한 단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5년간 범인은 오리무중인 상태로 지나갔고, 결국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됨에 따라 범인은 이제 어딘가에서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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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