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미스터리 대해부

미궁 속 사건들…"사라진 악마를 찾아라!"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으로 불리는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고(故) 이형호군 유괴사건. 그리고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의 범인들은 이제 잡히더라도 어떤 법적 처벌도 받지 않는다. 세 가지 사건 모두 공소시효가 지난 2006년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세 가지 사건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용의자에 대한 윤곽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 미제사건이라는 오명을 썼다. 2000년대 들어 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속속 개봉했고, 공중파 방송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방송소재로 다룬다. 우리 사회가 세 가지 미제사건에 대해 그만큼 관심 있어 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에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미스터리를 파헤쳐 봤다.

화성연쇄살인사건, 강간으로 시작해 살인 ‘쾌감’
개구리소년 범인, 살해 당시 아이들 고통 즐긴 듯

1986년부터 1991년까지 4년 7개월에 걸쳐 여성 10명이 잔혹하게 살해된 화성연쇄살인사건. 8번째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9건의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 4월 마지막 열 번째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범인은 법 앞에서 자유로워졌다.

연쇄살인의 교과서
화성연쇄살인사건

마지막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2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지금까지 많은 연쇄살인의 교과서로 치부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화성사건은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계속됐다. 1986년 9월15일부터 화성군 태안읍을 중심으로 반경 3km내 4개 읍·면에서 부녀자 10명이 잇따라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됐다.

특히 1990년 11월15일 오후 630분께 태안읍 병점5리 소나무 숲에서 발견된 9차사건 피해자 김모(당시 13세·여)양은 최연소 희생자였던 데다, 범행수법도 가장 잔인해 온 나라를 충격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화성사건의 피해자들은 여중생에서 70대 노파까지 연령대가 다양했으며, 대부분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자 옷가지 등으로 목이 졸렸고, 흉기 등을 사용한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범인은 피해여성의 몸에 엽기적인 흔적을 남겨 주민들을 몸서리치게 했다.

전대미문의 사건인 만큼 경찰사에 남을 수사 진기록도 이어졌다. 수사에 동원된 경찰은 연인원 205만여 명으로 단일사건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다. 또 수사 대상자는 2만1280명, 지문 대조 4만116명, 모발 감정은 180명이었고 화성사건의 용의자로 수사를 받다 다른 범죄가 드러나 붙잡힌 사람도 1495명에 이른다.

4, 5, 9, 10차 사건에서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확인된 범인의 혈액형은 B형이었다. 7차사건 이후 목격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몽타주가 그려졌고, 9차와 10차사건 범인의 유전자는 확인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1년 4월3일 발생한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2006년 4월2일로 만료되는 바람에 범인의 처벌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 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대한민국 3대 미스터리 중 화성사건에 대해 집중보도하고 범인의 현재 모습을 그려낸 몽타주를 공개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끝내 범인이 잡히지 않은 화성사건의 모든 자료를 미국의 범죄수사 전문가들에게 보냈다. 그 결과 미국 전문가들은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 연쇄살인사건의 1차 사건이 가장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처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1차사건처럼 시체를 기괴한 모습으로 유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제작진이 1차살인이 있기 전 화성지역의 유사한 사건을 취재한 결과 사건 발생 7개월 전부터 유사한 수법으로 강간당한 피해자가 7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강간당했던 피해자들이 진술한 범인의 인상착의가 모두 7차 사건의 목격자가 진술한 인상착의와 일치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여성을 강간하고 나아가 살인의 즐거움을 느꼈을 악마는 지금도 우리와 섞여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풀리지 않는 의문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실종된 줄로만 알았던 초등학생 5명이 무참히 살해돼 유골로 돌아온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역시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지난 2006년 4월 공소시효 15년이 만료됐다.

1991년 3월26일 당시 대구성서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우철원(당시 13세)군을 비롯해 조호연(당시 12세), 김영규(당시 11세), 박찬인(당시 10세), 김종식(당시 9세)군은 집 뒤편인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와룡산에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

하지만 아이들은 와룡산에 오르기 전 인근 마을에 사는 학교친구와 마을주민들에게 모습을 보인 것을 끝으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실종되자 부모들은 생업을 포기한 채 전국을 돌며 아이들을 찾아 나섰고, 개구리소년들을 주제로 한 영화와 노래가 제작되는가 하면 전국 초등학생들은 ‘대구 개구리친구 찾기 운동’을 펼치는 등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찰은 당시 노태우 대통령 특별지시로 대구지방경찰청 차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구성, 와룡산 일대는 물론 전국을 이 잡듯이 뒤졌다.

전국 새마을중앙회 등 각종 사회단체들 역시 700여만 장의 전단을 전국에 뿌렸고 한국담배인삼공사와 기업체들도 담뱃갑과 상품에 실종 어린이들의 사진을 인쇄, 수색 작업에 동참했다. 이런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수년간 행적은 묘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부모는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실종 11년6개월 만인 2002년 9월26일 ‘개구리소년’ 5명의 유골이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성산고교 신축공사장 뒤편 500미터 떨어진 와룡산 중턱에서 발견됐다. 수사결과 타살로 판명됐으나 현재까지 범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피 말리는 그 놈 목소리 이형호 군 유괴사건 
세 사건 모두 공소시효 만료…여전히 남은 의혹

그런가 하면 이 사건은 경찰의 미흡한 수사 때문에 영구 미제가 된 사건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1992년 8월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병을 고치기 위해 아이를 유괴해서 죽였다는 뜬소문을 믿고 한센병 환자 정착촌을 강압적으로 수사하여 항의를 받았으며, 1996년 1월에는 김종식군의 아버지가 아이들을 죽여 집에 묻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김군의 집 마당과 화장실을 임의로 발굴하는 등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개구리소년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아이들>이 개봉되면서 다시 한 번 사회적 관심을 끌었지만 용의자의 존재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편,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지난 14일 방송에서 당시 아이들을 살해한 살인무기와 매장 방법, 유골의 손상 등을 근거로 ‘프로파일링’ 해 범인의 윤곽과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추정했다.

목격자도 생존자도 없어 화성사건처럼 몽타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범인의 심리와 범죄 행위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사건 당시인 1991년에는 프로파일링이라는 기법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기시였기 때문에 범인에 대한 윤곽조차 나올 수 없었다.

프로파일러들을 찾아 그날의 범행을 분석한 결과, 범인은 살인을 즐기는 계획적인 연쇄살인범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프로파일러들은 "개구리소년사건의 경우 단독범행일 가능성이 크고, 아이들 두개골에 난 흔적으로 미뤄봤을 때 범인은 죽이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고통을 즐기는 타입"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 "범인은 그 후에도 살인을 멈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해 충격을 줬다.

잊을 수 없는 그놈 목소리
이형호 군 유괴사건

2007년 영화 <그놈 목소리>의 소재로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하고 많은 실종가족의 공감을 얻어냈던 이형호군 유괴·살해사건. 이 사건 역시 지난 2006년 1월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1991년 1월29일 오후 5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놀이터에서 친구들에게 마지막으로 목격된 형호(당시 9세)군은 유괴 후 44일이 지난 3월13일 잠실대교 부근 한강고수부지 일명 토끼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형호군은 스카프와 나일론 끈으로 손이 뒤로 묶여 있었으며 입과 눈은 테이프로 막혀 있는 등 잔혹하게 살해된 모습이었다. 부검 결과 위에서 나온 현미, 오곡밥, 숙주나물 등이 유괴 당일 친구 집에서 먹은 점심으로 판명 나 형호군은 유괴 직후 살해된 것으로 추정됐다.

형호군의 유괴범이 더욱 비난을 받는 이유는 유괴 직후 형호군을 살해해놓고 44일 동안 형호군의 부모에게 60여 차례의 전화와 10차례의 메모를 남겨 끊임없이 협박한 데 있다.

아들이 살아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44일을 버텨온 부모에게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아들의 사망 사실을 전한 것.

또 범인은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듯 경찰의 통화추적을 피하기 위해 공중전화를 이용해 전화를 걸었고, 이조차 4분 이상 통화시간을 길게 끌지 않았다. 또 형호군 부모에게 차 안에 카폰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후, 약속 장소를 수시로 바꿔가며 경찰의 미행을 따돌렸다.
철두철미한 범인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딱 한 차례. 유괴·살해 후 약 한 달 뒤인 2월20일 상업은행 상계동 지점에서 700만원을 인출하려던 범인은, 담당 여직원이 범행과 관련된 계좌임을 알고 당황한 표정을 짓자 이상한 낌새를 차리고 곧바로 달아난 뒤 연락을 끊었다.

명확한 단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5년간 범인은 오리무중인 상태로 지나갔고, 결국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됨에 따라 범인은 이제 어딘가에서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