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집결> 7·3 전대 관전포인트 9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6.26 10:44:32
  • 호수 1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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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냐? 다른 사람이냐? 벼랑끝 치킨게임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7·3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이하 한국당 전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07석의 국회의석을 가진 제1야당 지도부가 어떤 성향으로 꾸려질지에 따라 정국은 급변할 것이다. <일요시사>는 곧 개봉될 한국당 전대에 앞서 관전포인트를 정리해봤다.
 

대진표는 정해졌다. 당 대표에는 신상진, 홍준표, 원유철 등 3명의 후보가 왕좌의 게임을 벌이고 있다. 최고위원에는 이재만, 박맹우, 김태흠, 류여해, 이성헌, 이철우, 김정희, 윤종필 등 8명의 후보가 붙었다. 

이들은 여성 포함 4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직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석인 청년최고위원에는 이재영, 황재철, 김성태, 박준일, 이용원 등 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최종 승자는 다음달 3일 결정된다.

윤곽 드러내는
다음 권력들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게임의 틀이 변한 점이다. 한국당은 이번 전대서 첫 모바일투표를 도입했다. 모바일투표는 확장성을 중요시하는 진보 정당서 자주 사용되던 방식이다. 보수 정당인 한국당서 모바일투표를 도입한 데는 투표율을 끌어올려 흥행몰이에 나서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투표는 오는 30일 하루 동안만 진행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서 선거인단 스마트폰으로 고유 URL(인터넷상의 주소)을 전송하면 이를 클릭해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날 모바일투표를 놓친 선거인단은 다음달 2일 전국 시·군·구 투표소서 실시되는 현장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쳐 모바일 사전투표와 현장투표가 진행되기에 당일 현장투표는 실시되지 않는다.

한국당 민경욱 전대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전면적 모바일투표는 과거에 도입한 적 없는 획기적 변화”라며 “전대를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더운 현장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현장투표를 없애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두 번째는 ‘체육관 전대 탈피’다. 그간의 전대는 잠실실내체육관 등 대규모 체육관을 빌려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체육관을 대관하지 않고 개표 결과를 당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알 수 있도록 했다.

대신 국회 헌정기념관에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안상수 전대 의장 직무대행, 이인제 선거관리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 및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후보별 캠프 관계자가 참석해 개표를 진행한다.

세 번째는 ‘봉사활동’과 ‘기부’다. 한국당은 전대 당일 오전부터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민생 현장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수천명의 대의원과 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전 행사와 정견 발표, 투표, 개표 결과 발표 등을 진행하던 방식서 탈피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은 봉사활동 현장서 자신의 당락 여부를 알게 된다. 당선자는 결과 발표 즉시 서울로 상경해 수락연설 등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더불어 한국당은 체육관 전대를 탈피하면서 절약한 비용 중 3억원을 전대 당일부터 순차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저소득층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 같은 변화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통해 굳어진 수구보수 이미지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로 읽힌다. 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당 지지율에서 변곡점을 찾고자 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2∼16일 전국 유권자 253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53.6%로 1위, 이어서 한국당 14.7%, 국민의당 6.8%, 정의당 6.4%, 바른정당 5.7% 순으로 나타났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1.9% 포인트). 

1위와는 근 40% 포인트 차로 벌어진 것이다. 지지율이 당 목소리의 파괴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국당 입장에선 탄핵정국 전으로의 회귀가 지상과제일 수밖에 없다.

체육관 탈피
봉사활동도

네 번째는 ‘진흙탕 싸움’이다. 당대표 후보 3명은 지난 17일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들이 지방순회와 TV토론을 벌이면서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는 추세다.

원유철 후보는 후보등록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이번에 열리는 7·3전대는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견제하고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그런 책임 있는 지도부가 돼야 한다”며 “우리 당이 지금의 홍준표 후보의 한계를 뛰어넘고 내년 지방선거서 2030세대와 여성 또 전국적으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대표가 누구인지를 부각하겠다”고 말했다.

신상진 의원도 후보등록을 마친 뒤 기자에게 “구태 청산 없이는 한국당의 새로운 재건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비장한 각오로 등록했다”며 “한국당이 몰락의 위기서 다시 살아나려면 새로운 인물을 다시 세워야 하고 또 구태를 말끔히 청소해야 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홍준표 후보는 여의도 당사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과 보수의 위기 앞에서 나에 대한 여러분의 기대는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보수우파의 재건을 바라는 절실한 열망이자 준엄한 명령이라는 것을 잘 안다”며 “한국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보수우파를 재건하고 혁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의 레이스는 전대가 가까워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제주를 찾은 후보들은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로 포문을 열었다. 

홍 후보는 “원 후보가 이 당의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가지 치고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중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원 후보는 “그럼 지금 사퇴하시라”며 “(홍 후보는) 최근 (당대표를) 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나온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것은 한국당의 미래를 위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쏘아붙였다.

첫 모바일투표 도입 흥행은 ‘글쎄’
봉사활동에 기부도…기존 틀 깼다

다섯 번째는 친박(친 박근혜)계 청산에 대한 입장이다. 홍 후보와 원 후보는 친박계 청산에 대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원 후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친박을 희생양, 먹잇감으로 삼아 선거에 활용하는 것은 정치를 떠나 인간적으로 도리가 아니다”며 “보수는 그래도 따뜻한 인간미서 출발해야 하는데 이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자기의 정치적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활용하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가 과거 대선주자였을 때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에 대해 징계를 해제했으면서 지금에 와서 친박계를 공격하는 건 옳지 못하다는 논리였다.
 

홍 후보는 여의도 당사 출마 기자회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친박의 권력투쟁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국정 파탄세력과 결별하지 않고는 당이 살아날 길이 없다. (당을) 궤멸시킨 장본인이 설치는 것은 후안무치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친박계인 원 후보가 당대표로 나온 것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홍 후보의 톤은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 앞에서 무뎌졌다.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초·재선의원 초청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국정 지지 세력과 국정 파탄에 관여한 사람은 구분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1월 초부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운영하고 공천을 2번이나 했는데 이 당에 친박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 친박을 청산하면 나 혼자 당 대표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비박(비 박근혜) 성향의 신상진 후보는 같은 자리서 “한국당의 제일 큰 문제는 계파분열”이라며 “당 대표가 되면 계파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네거티브 공방
열기는 후끈

여섯 번째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다. 3명의 후보 중 홍 후보의 발언 수위가 가장 높다. 그는 문재인정부를 주사파 운동권 정부라고 규정한 뒤 “오래 못 간다고 본다”며 “떠난 민심을 담을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 이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의 정체성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하고 나선 것이다.

원 후보와 신 후보는 인사 청문회라는 보다 구체적인 부분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가 닥통(닥치고 통과)정권이 될 것 같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인사5대 원칙을 세워놓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다”고 지적했다.

신 후보는 BBS <아침저널>에 출연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40일밖에 안 됐는데 협치의 정신을 다 잊어버렸다”며 “코드인사, 보은인사를 하다 보니 이런 인사 참패를 가져오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일곱 번째는 친홍(친 홍준표) 대 비홍(비 홍준표) 구도다. 한국당 내에서는 “홍준표로는 안 된다”는 기류가 적지 않다. 

이런 비홍 흐름을 업고 출마한 원 후보는 지난 12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대선서) 홍 후보가 선전했지만 수도권서 3위했다”며 “한국당의 정치영토를 보다 더 젊은 층으로, 지역적으로는 중부권과 수도권으로 확장하지 않고는 한국당의 미래도 없고, 내년 지방선거서도 절망적”이라고 밝혔다. 

원 후보는 ‘대결원(대표는 결국 원유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비홍 결속을 주창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뿐 아니라 최고위원들도 친홍 대 비홍의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이철우·류여해 후보는 친홍계로, 나머지는 비홍계로 분류된다. 당내 주류인 친박계가 비홍 그룹을 조직적으로 지원할 것이란 얘기가 당내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문정권은 주사파” 막말 여전
친홍 vs 비홍…변수는 친박

여덟 번째는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의 선택이다. 한국당 107명 중 초선 의원은 44명, 재선 의원은 30명으로 당내 70% 이상이 초·재선으로 구성돼있다. 즉, 이들의 목소리가 당권 레이스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초·재선 의원들이 정풍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초선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서 워크숍을 열고 당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정우택 지도부 사퇴를 포함한 청문회 전략팀 구성, 야당으로서 전략 부재 등의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 의원들은 지난달 28~29일 경기도 이천서 워크숍을 갖고 계파주의 청산과 혁신을 위한 정풍운동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7·3전대로 선출될 새 지도부가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들 초재선 의원들은 최근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서 ▲정국 상황에 대한 전망 ▲당 대표로서 당을 이끌 방향 ▲제1야당으로서의 대응 전략 ▲당 혁신 방안 ▲지방선거까지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한 전략 등에 대해 묻는 등 후보자 검증에 심열을 기울였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수도권과 영남권의 대결 구도다. 홍 후보는 지역 기반이 영남권이다. 경남 창녕 출신인 그는 경상남도지사를 지냈다. 지난 19대 대선서 홍 후보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흩어졌던 영남권 민심을 결집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원 후보와 신 후보는 모두 지역 기반이 수도권이다. 원 후보는 경기도 평택서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4선의 신 후보도 지역구가 경기 성남 중원이다.

초재선 정풍
얼마나 통할까

최근 원 후보는 ‘젊은 수도권 대표론’을 펼치며 홍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홍 후보가 대선주자였을 당시 수도권과 젊은 세대로부터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지를 받은 점을 파고든 것이다. 

홍 후보가 영남권에 기반을 가진 만큼 기존 지지층의 성원을 받을 순 있겠지만, 외연 확장이 필요한 한국당 대표로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과연 홍 후보는 이러한 원 후보의 공세를 어떤 식으로 돌파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문자 스캔들
하는 일마다 ‘꼬이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정재 의원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공격하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파장을 낳고 있다. 김 의원은 한국당 원내대변인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안경환(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건 계속요. 집요하게 오늘은 그냥 조국 조지면서 떠드는 날입니다”라며 “문정인(통일외교안보특보)은 무슬림인지 ‘반미 생각’ 가진 사람이 특보라니”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 찍혔다.

이는 김 의원이 오후에 열릴 국회 운영위원회서 사용할 의사진행발언 원고를 작성하고자 자신의 보좌관과 발언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일 조국 때리기
전략 노출로 구설

김 의원은 “보좌관에게 보내는 문자라 편한 표현을 한 것”이라며 후폭풍으로 욕설 문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동 회의에 있었던 같은 당 민경욱 의원의 문자메시지도 화제다. 그는 “한국당이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국회 밖으로 나와 전원 삭발하고 장외 단식투쟁 돌입해야 한다”며 “전원 의원직 사퇴하고 하루빨리 노숙 단식투쟁하셔야 한다. 그리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말 듣겠습니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민 의원은 상대방에게 “그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고 답해 의원직 사퇴와 단식투쟁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의원과 민 의원은 모두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들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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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