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집결> 7·3 전대 관전포인트 9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6.26 10:44:32
  • 호수 11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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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냐? 다른 사람이냐? 벼랑끝 치킨게임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7·3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이하 한국당 전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07석의 국회의석을 가진 제1야당 지도부가 어떤 성향으로 꾸려질지에 따라 정국은 급변할 것이다. <일요시사>는 곧 개봉될 한국당 전대에 앞서 관전포인트를 정리해봤다.
 

대진표는 정해졌다. 당 대표에는 신상진, 홍준표, 원유철 등 3명의 후보가 왕좌의 게임을 벌이고 있다. 최고위원에는 이재만, 박맹우, 김태흠, 류여해, 이성헌, 이철우, 김정희, 윤종필 등 8명의 후보가 붙었다. 

이들은 여성 포함 4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직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석인 청년최고위원에는 이재영, 황재철, 김성태, 박준일, 이용원 등 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최종 승자는 다음달 3일 결정된다.

윤곽 드러내는
다음 권력들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게임의 틀이 변한 점이다. 한국당은 이번 전대서 첫 모바일투표를 도입했다. 모바일투표는 확장성을 중요시하는 진보 정당서 자주 사용되던 방식이다. 보수 정당인 한국당서 모바일투표를 도입한 데는 투표율을 끌어올려 흥행몰이에 나서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투표는 오는 30일 하루 동안만 진행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서 선거인단 스마트폰으로 고유 URL(인터넷상의 주소)을 전송하면 이를 클릭해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날 모바일투표를 놓친 선거인단은 다음달 2일 전국 시·군·구 투표소서 실시되는 현장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쳐 모바일 사전투표와 현장투표가 진행되기에 당일 현장투표는 실시되지 않는다.

한국당 민경욱 전대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전면적 모바일투표는 과거에 도입한 적 없는 획기적 변화”라며 “전대를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더운 현장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현장투표를 없애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두 번째는 ‘체육관 전대 탈피’다. 그간의 전대는 잠실실내체육관 등 대규모 체육관을 빌려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체육관을 대관하지 않고 개표 결과를 당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알 수 있도록 했다.

대신 국회 헌정기념관에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안상수 전대 의장 직무대행, 이인제 선거관리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 및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후보별 캠프 관계자가 참석해 개표를 진행한다.

세 번째는 ‘봉사활동’과 ‘기부’다. 한국당은 전대 당일 오전부터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민생 현장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수천명의 대의원과 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전 행사와 정견 발표, 투표, 개표 결과 발표 등을 진행하던 방식서 탈피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은 봉사활동 현장서 자신의 당락 여부를 알게 된다. 당선자는 결과 발표 즉시 서울로 상경해 수락연설 등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더불어 한국당은 체육관 전대를 탈피하면서 절약한 비용 중 3억원을 전대 당일부터 순차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저소득층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 같은 변화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통해 굳어진 수구보수 이미지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로 읽힌다. 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당 지지율에서 변곡점을 찾고자 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2∼16일 전국 유권자 253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53.6%로 1위, 이어서 한국당 14.7%, 국민의당 6.8%, 정의당 6.4%, 바른정당 5.7% 순으로 나타났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1.9% 포인트). 

1위와는 근 40% 포인트 차로 벌어진 것이다. 지지율이 당 목소리의 파괴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국당 입장에선 탄핵정국 전으로의 회귀가 지상과제일 수밖에 없다.

체육관 탈피
봉사활동도

네 번째는 ‘진흙탕 싸움’이다. 당대표 후보 3명은 지난 17일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들이 지방순회와 TV토론을 벌이면서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는 추세다.

원유철 후보는 후보등록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이번에 열리는 7·3전대는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견제하고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그런 책임 있는 지도부가 돼야 한다”며 “우리 당이 지금의 홍준표 후보의 한계를 뛰어넘고 내년 지방선거서 2030세대와 여성 또 전국적으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대표가 누구인지를 부각하겠다”고 말했다.

신상진 의원도 후보등록을 마친 뒤 기자에게 “구태 청산 없이는 한국당의 새로운 재건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비장한 각오로 등록했다”며 “한국당이 몰락의 위기서 다시 살아나려면 새로운 인물을 다시 세워야 하고 또 구태를 말끔히 청소해야 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홍준표 후보는 여의도 당사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과 보수의 위기 앞에서 나에 대한 여러분의 기대는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보수우파의 재건을 바라는 절실한 열망이자 준엄한 명령이라는 것을 잘 안다”며 “한국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보수우파를 재건하고 혁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의 레이스는 전대가 가까워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제주를 찾은 후보들은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로 포문을 열었다. 

홍 후보는 “원 후보가 이 당의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가지 치고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중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원 후보는 “그럼 지금 사퇴하시라”며 “(홍 후보는) 최근 (당대표를) 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나온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것은 한국당의 미래를 위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쏘아붙였다.

첫 모바일투표 도입 흥행은 ‘글쎄’
봉사활동에 기부도…기존 틀 깼다

다섯 번째는 친박(친 박근혜)계 청산에 대한 입장이다. 홍 후보와 원 후보는 친박계 청산에 대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원 후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친박을 희생양, 먹잇감으로 삼아 선거에 활용하는 것은 정치를 떠나 인간적으로 도리가 아니다”며 “보수는 그래도 따뜻한 인간미서 출발해야 하는데 이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자기의 정치적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활용하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가 과거 대선주자였을 때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에 대해 징계를 해제했으면서 지금에 와서 친박계를 공격하는 건 옳지 못하다는 논리였다.
 

홍 후보는 여의도 당사 출마 기자회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친박의 권력투쟁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국정 파탄세력과 결별하지 않고는 당이 살아날 길이 없다. (당을) 궤멸시킨 장본인이 설치는 것은 후안무치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친박계인 원 후보가 당대표로 나온 것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홍 후보의 톤은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 앞에서 무뎌졌다.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초·재선의원 초청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국정 지지 세력과 국정 파탄에 관여한 사람은 구분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1월 초부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운영하고 공천을 2번이나 했는데 이 당에 친박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 친박을 청산하면 나 혼자 당 대표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비박(비 박근혜) 성향의 신상진 후보는 같은 자리서 “한국당의 제일 큰 문제는 계파분열”이라며 “당 대표가 되면 계파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네거티브 공방
열기는 후끈

여섯 번째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다. 3명의 후보 중 홍 후보의 발언 수위가 가장 높다. 그는 문재인정부를 주사파 운동권 정부라고 규정한 뒤 “오래 못 간다고 본다”며 “떠난 민심을 담을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 이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의 정체성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하고 나선 것이다.

원 후보와 신 후보는 인사 청문회라는 보다 구체적인 부분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가 닥통(닥치고 통과)정권이 될 것 같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인사5대 원칙을 세워놓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다”고 지적했다.

신 후보는 BBS <아침저널>에 출연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40일밖에 안 됐는데 협치의 정신을 다 잊어버렸다”며 “코드인사, 보은인사를 하다 보니 이런 인사 참패를 가져오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일곱 번째는 친홍(친 홍준표) 대 비홍(비 홍준표) 구도다. 한국당 내에서는 “홍준표로는 안 된다”는 기류가 적지 않다. 

이런 비홍 흐름을 업고 출마한 원 후보는 지난 12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대선서) 홍 후보가 선전했지만 수도권서 3위했다”며 “한국당의 정치영토를 보다 더 젊은 층으로, 지역적으로는 중부권과 수도권으로 확장하지 않고는 한국당의 미래도 없고, 내년 지방선거서도 절망적”이라고 밝혔다. 

원 후보는 ‘대결원(대표는 결국 원유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비홍 결속을 주창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뿐 아니라 최고위원들도 친홍 대 비홍의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이철우·류여해 후보는 친홍계로, 나머지는 비홍계로 분류된다. 당내 주류인 친박계가 비홍 그룹을 조직적으로 지원할 것이란 얘기가 당내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문정권은 주사파” 막말 여전
친홍 vs 비홍…변수는 친박

여덟 번째는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의 선택이다. 한국당 107명 중 초선 의원은 44명, 재선 의원은 30명으로 당내 70% 이상이 초·재선으로 구성돼있다. 즉, 이들의 목소리가 당권 레이스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초·재선 의원들이 정풍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초선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서 워크숍을 열고 당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정우택 지도부 사퇴를 포함한 청문회 전략팀 구성, 야당으로서 전략 부재 등의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 의원들은 지난달 28~29일 경기도 이천서 워크숍을 갖고 계파주의 청산과 혁신을 위한 정풍운동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7·3전대로 선출될 새 지도부가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들 초재선 의원들은 최근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서 ▲정국 상황에 대한 전망 ▲당 대표로서 당을 이끌 방향 ▲제1야당으로서의 대응 전략 ▲당 혁신 방안 ▲지방선거까지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한 전략 등에 대해 묻는 등 후보자 검증에 심열을 기울였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수도권과 영남권의 대결 구도다. 홍 후보는 지역 기반이 영남권이다. 경남 창녕 출신인 그는 경상남도지사를 지냈다. 지난 19대 대선서 홍 후보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흩어졌던 영남권 민심을 결집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원 후보와 신 후보는 모두 지역 기반이 수도권이다. 원 후보는 경기도 평택서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4선의 신 후보도 지역구가 경기 성남 중원이다.

초재선 정풍
얼마나 통할까

최근 원 후보는 ‘젊은 수도권 대표론’을 펼치며 홍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홍 후보가 대선주자였을 당시 수도권과 젊은 세대로부터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지를 받은 점을 파고든 것이다. 

홍 후보가 영남권에 기반을 가진 만큼 기존 지지층의 성원을 받을 순 있겠지만, 외연 확장이 필요한 한국당 대표로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과연 홍 후보는 이러한 원 후보의 공세를 어떤 식으로 돌파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문자 스캔들
하는 일마다 ‘꼬이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정재 의원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공격하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파장을 낳고 있다. 김 의원은 한국당 원내대변인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안경환(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건 계속요. 집요하게 오늘은 그냥 조국 조지면서 떠드는 날입니다”라며 “문정인(통일외교안보특보)은 무슬림인지 ‘반미 생각’ 가진 사람이 특보라니”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 찍혔다.

이는 김 의원이 오후에 열릴 국회 운영위원회서 사용할 의사진행발언 원고를 작성하고자 자신의 보좌관과 발언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일 조국 때리기
전략 노출로 구설

김 의원은 “보좌관에게 보내는 문자라 편한 표현을 한 것”이라며 후폭풍으로 욕설 문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동 회의에 있었던 같은 당 민경욱 의원의 문자메시지도 화제다. 그는 “한국당이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국회 밖으로 나와 전원 삭발하고 장외 단식투쟁 돌입해야 한다”며 “전원 의원직 사퇴하고 하루빨리 노숙 단식투쟁하셔야 한다. 그리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말 듣겠습니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민 의원은 상대방에게 “그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고 답해 의원직 사퇴와 단식투쟁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의원과 민 의원은 모두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들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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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