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집결> 7·3 전대 관전포인트 9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6.26 10:44:32
  • 호수 1120호
  • 댓글 0개

홍준표냐? 다른 사람이냐? 벼랑끝 치킨게임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7·3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이하 한국당 전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107석의 국회의석을 가진 제1야당 지도부가 어떤 성향으로 꾸려질지에 따라 정국은 급변할 것이다. <일요시사>는 곧 개봉될 한국당 전대에 앞서 관전포인트를 정리해봤다.
 

대진표는 정해졌다. 당 대표에는 신상진, 홍준표, 원유철 등 3명의 후보가 왕좌의 게임을 벌이고 있다. 최고위원에는 이재만, 박맹우, 김태흠, 류여해, 이성헌, 이철우, 김정희, 윤종필 등 8명의 후보가 붙었다. 

이들은 여성 포함 4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직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1석인 청년최고위원에는 이재영, 황재철, 김성태, 박준일, 이용원 등 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최종 승자는 다음달 3일 결정된다.

윤곽 드러내는
다음 권력들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게임의 틀이 변한 점이다. 한국당은 이번 전대서 첫 모바일투표를 도입했다. 모바일투표는 확장성을 중요시하는 진보 정당서 자주 사용되던 방식이다. 보수 정당인 한국당서 모바일투표를 도입한 데는 투표율을 끌어올려 흥행몰이에 나서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모바일투표는 오는 30일 하루 동안만 진행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서 선거인단 스마트폰으로 고유 URL(인터넷상의 주소)을 전송하면 이를 클릭해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만약 이날 모바일투표를 놓친 선거인단은 다음달 2일 전국 시·군·구 투표소서 실시되는 현장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쳐 모바일 사전투표와 현장투표가 진행되기에 당일 현장투표는 실시되지 않는다.

한국당 민경욱 전대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전면적 모바일투표는 과거에 도입한 적 없는 획기적 변화”라며 “전대를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더운 현장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현장투표를 없애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두 번째는 ‘체육관 전대 탈피’다. 그간의 전대는 잠실실내체육관 등 대규모 체육관을 빌려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체육관을 대관하지 않고 개표 결과를 당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알 수 있도록 했다.

대신 국회 헌정기념관에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안상수 전대 의장 직무대행, 이인제 선거관리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 및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후보별 캠프 관계자가 참석해 개표를 진행한다.

세 번째는 ‘봉사활동’과 ‘기부’다. 한국당은 전대 당일 오전부터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민생 현장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수천명의 대의원과 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전 행사와 정견 발표, 투표, 개표 결과 발표 등을 진행하던 방식서 탈피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들은 봉사활동 현장서 자신의 당락 여부를 알게 된다. 당선자는 결과 발표 즉시 서울로 상경해 수락연설 등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더불어 한국당은 체육관 전대를 탈피하면서 절약한 비용 중 3억원을 전대 당일부터 순차적으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저소득층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 같은 변화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통해 굳어진 수구보수 이미지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로 읽힌다. 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당 지지율에서 변곡점을 찾고자 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2∼16일 전국 유권자 253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53.6%로 1위, 이어서 한국당 14.7%, 국민의당 6.8%, 정의당 6.4%, 바른정당 5.7% 순으로 나타났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1.9% 포인트). 

1위와는 근 40% 포인트 차로 벌어진 것이다. 지지율이 당 목소리의 파괴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한국당 입장에선 탄핵정국 전으로의 회귀가 지상과제일 수밖에 없다.

체육관 탈피
봉사활동도

네 번째는 ‘진흙탕 싸움’이다. 당대표 후보 3명은 지난 17일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들이 지방순회와 TV토론을 벌이면서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는 추세다.

원유철 후보는 후보등록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나 “이번에 열리는 7·3전대는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견제하고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그런 책임 있는 지도부가 돼야 한다”며 “우리 당이 지금의 홍준표 후보의 한계를 뛰어넘고 내년 지방선거서 2030세대와 여성 또 전국적으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대표가 누구인지를 부각하겠다”고 말했다.

신상진 의원도 후보등록을 마친 뒤 기자에게 “구태 청산 없이는 한국당의 새로운 재건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비장한 각오로 등록했다”며 “한국당이 몰락의 위기서 다시 살아나려면 새로운 인물을 다시 세워야 하고 또 구태를 말끔히 청소해야 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홍준표 후보는 여의도 당사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과 보수의 위기 앞에서 나에 대한 여러분의 기대는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보수우파의 재건을 바라는 절실한 열망이자 준엄한 명령이라는 것을 잘 안다”며 “한국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보수우파를 재건하고 혁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의 레이스는 전대가 가까워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제주를 찾은 후보들은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로 포문을 열었다. 

홍 후보는 “원 후보가 이 당의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가지 치고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중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원 후보는 “그럼 지금 사퇴하시라”며 “(홍 후보는) 최근 (당대표를) 할 사람이 없어서 내가 나온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것은 한국당의 미래를 위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쏘아붙였다.

첫 모바일투표 도입 흥행은 ‘글쎄’
봉사활동에 기부도…기존 틀 깼다

다섯 번째는 친박(친 박근혜)계 청산에 대한 입장이다. 홍 후보와 원 후보는 친박계 청산에 대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원 후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친박을 희생양, 먹잇감으로 삼아 선거에 활용하는 것은 정치를 떠나 인간적으로 도리가 아니다”며 “보수는 그래도 따뜻한 인간미서 출발해야 하는데 이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자기의 정치적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활용하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가 과거 대선주자였을 때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에 대해 징계를 해제했으면서 지금에 와서 친박계를 공격하는 건 옳지 못하다는 논리였다.
 

홍 후보는 여의도 당사 출마 기자회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친박의 권력투쟁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국정 파탄세력과 결별하지 않고는 당이 살아날 길이 없다. (당을) 궤멸시킨 장본인이 설치는 것은 후안무치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친박계인 원 후보가 당대표로 나온 것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홍 후보의 톤은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 앞에서 무뎌졌다.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초·재선의원 초청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국정 지지 세력과 국정 파탄에 관여한 사람은 구분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1월 초부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운영하고 공천을 2번이나 했는데 이 당에 친박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나. 친박을 청산하면 나 혼자 당 대표를 하느냐”라고 반문했다.

비박(비 박근혜) 성향의 신상진 후보는 같은 자리서 “한국당의 제일 큰 문제는 계파분열”이라며 “당 대표가 되면 계파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네거티브 공방
열기는 후끈

여섯 번째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다. 3명의 후보 중 홍 후보의 발언 수위가 가장 높다. 그는 문재인정부를 주사파 운동권 정부라고 규정한 뒤 “오래 못 간다고 본다”며 “떠난 민심을 담을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 이 당을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의 정체성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하고 나선 것이다.

원 후보와 신 후보는 인사 청문회라는 보다 구체적인 부분을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정부가 닥통(닥치고 통과)정권이 될 것 같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인사5대 원칙을 세워놓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다”고 지적했다.

신 후보는 BBS <아침저널>에 출연해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40일밖에 안 됐는데 협치의 정신을 다 잊어버렸다”며 “코드인사, 보은인사를 하다 보니 이런 인사 참패를 가져오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일곱 번째는 친홍(친 홍준표) 대 비홍(비 홍준표) 구도다. 한국당 내에서는 “홍준표로는 안 된다”는 기류가 적지 않다. 

이런 비홍 흐름을 업고 출마한 원 후보는 지난 12일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대선서) 홍 후보가 선전했지만 수도권서 3위했다”며 “한국당의 정치영토를 보다 더 젊은 층으로, 지역적으로는 중부권과 수도권으로 확장하지 않고는 한국당의 미래도 없고, 내년 지방선거서도 절망적”이라고 밝혔다. 

원 후보는 ‘대결원(대표는 결국 원유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비홍 결속을 주창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뿐 아니라 최고위원들도 친홍 대 비홍의 대결 구도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이철우·류여해 후보는 친홍계로, 나머지는 비홍계로 분류된다. 당내 주류인 친박계가 비홍 그룹을 조직적으로 지원할 것이란 얘기가 당내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문정권은 주사파” 막말 여전
친홍 vs 비홍…변수는 친박

여덟 번째는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의 선택이다. 한국당 107명 중 초선 의원은 44명, 재선 의원은 30명으로 당내 70% 이상이 초·재선으로 구성돼있다. 즉, 이들의 목소리가 당권 레이스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초·재선 의원들이 정풍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초선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서 워크숍을 열고 당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정우택 지도부 사퇴를 포함한 청문회 전략팀 구성, 야당으로서 전략 부재 등의 내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 의원들은 지난달 28~29일 경기도 이천서 워크숍을 갖고 계파주의 청산과 혁신을 위한 정풍운동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7·3전대로 선출될 새 지도부가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들 초재선 의원들은 최근 당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서 ▲정국 상황에 대한 전망 ▲당 대표로서 당을 이끌 방향 ▲제1야당으로서의 대응 전략 ▲당 혁신 방안 ▲지방선거까지 국민 신뢰를 되찾기 위한 전략 등에 대해 묻는 등 후보자 검증에 심열을 기울였다.

마지막 아홉 번째는 수도권과 영남권의 대결 구도다. 홍 후보는 지역 기반이 영남권이다. 경남 창녕 출신인 그는 경상남도지사를 지냈다. 지난 19대 대선서 홍 후보는 탄핵 정국으로 인해 흩어졌던 영남권 민심을 결집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원 후보와 신 후보는 모두 지역 기반이 수도권이다. 원 후보는 경기도 평택서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4선의 신 후보도 지역구가 경기 성남 중원이다.

초재선 정풍
얼마나 통할까

최근 원 후보는 ‘젊은 수도권 대표론’을 펼치며 홍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홍 후보가 대선주자였을 당시 수도권과 젊은 세대로부터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지를 받은 점을 파고든 것이다. 

홍 후보가 영남권에 기반을 가진 만큼 기존 지지층의 성원을 받을 순 있겠지만, 외연 확장이 필요한 한국당 대표로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과연 홍 후보는 이러한 원 후보의 공세를 어떤 식으로 돌파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유한국당 문자 스캔들
하는 일마다 ‘꼬이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정재 의원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공격하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파장을 낳고 있다. 김 의원은 한국당 원내대변인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안경환(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건 계속요. 집요하게 오늘은 그냥 조국 조지면서 떠드는 날입니다”라며 “문정인(통일외교안보특보)은 무슬림인지 ‘반미 생각’ 가진 사람이 특보라니”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 찍혔다.

이는 김 의원이 오후에 열릴 국회 운영위원회서 사용할 의사진행발언 원고를 작성하고자 자신의 보좌관과 발언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일 조국 때리기
전략 노출로 구설

김 의원은 “보좌관에게 보내는 문자라 편한 표현을 한 것”이라며 후폭풍으로 욕설 문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동 회의에 있었던 같은 당 민경욱 의원의 문자메시지도 화제다. 그는 “한국당이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국회 밖으로 나와 전원 삭발하고 장외 단식투쟁 돌입해야 한다”며 “전원 의원직 사퇴하고 하루빨리 노숙 단식투쟁하셔야 한다. 그리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말 듣겠습니까”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민 의원은 상대방에게 “그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고 답해 의원직 사퇴와 단식투쟁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의원과 민 의원은 모두 이번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들이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