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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30일 18시01분

청와대


한눈에 보는 청와대 권력지형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7.17 10:25:34
  • 호수 1123호
  •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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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전병헌’ BH 서열 바뀌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지난 5월10일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이로써 문재인정권이 출범한 지도 2개월이 지났다. 인수위 없이 출발한 문정권이기에 이 기간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는 단연 ‘인사청문회(이하 인청)’였다. 정치권은 인청 정국을 거치며 청와대 내부서 권력지형의 변화가 감지된다고 입을 모은다. 과연 청와대 인사들 중 어떤 사람에게 힘이 실리고 있는지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고 하루가 지나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청와대 조직을 기존 1실장-10수석-41비서관 체제서 2실장-8수석·2보좌관-41비서관 체제로 재편한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서 청와대의 몸집을 키워 내각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몸집 키운 BH
공백 최소화

가장 큰 변화는 장관급인 정책실장 자리의 신설이다. 문 대통령은 장하성 전 안철수 후보 캠프 국민정책본부장을 초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했다. 그 밑으로 경제·과학기술 보좌관, 일자리·경제·사회 수석을 떼어줬다.

따라서 ‘왕실장’으로 군림하던 기존 비서실장의 지분은 줄었다. 정책조정·정무·민정·홍보·경제·미래전략·교육문화·고용복지·인사·외교안보 수석 등 10개 수석실을 관장하던 것에서 정무·민정·사회혁신·국민소통·인사 수석 등 5개 수석실만 관장하는 것으로 전환됐다.

비서실장의 지분은 줄었지만 청와대 내 영향력은 여전하다. 정치권은 문정권의 2인자로 임종석 비서실장을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문 대통령과 임 비서실장의 인연은 대선 전으로 올라간다. 지난해 10월14일 문 당시 후보 측에 전격 합류한 임 비서실장은 당시 경선 캠프인 ‘더문캠’에 들어가 후보 비서실장이란 중책을 수행했다.
 

문 후보는 임 비서실장 영입 초부터 사실상 캠프의 전권을 줬다. 사안에 대해 캠프 내 이견이 있으면, “임 비서실장이 결정했으니 밀어주자”고 말했다고 한다. 전권을 잡은 임 비서실장은 자신의 주특기인 정무 분야뿐 아니라 문 후보의 일정, 정책 결정에도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인 임 비서실장은 곧 청와대로 직행했다. 문 대통령은 본인의 공식 임기를 임 비서실장 임명으로 시작했다. 청와대 춘추관에 모습을 드러낸 문 대통령은 “임 비서실장 임명을 통해 젊은 청와대, 역동적이고 탈권위적인,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로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왕실장은 옛말? 그래도 '실세'!
문, 임종석 믿고 국당과 협상

문 대통령의 발표가 있기 전 청와대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정치권 인맥을 갖고 있어 청와대와 국회 사이의 대화와 소통의 중심적 역할이 기대된다”며 “관용적이고 합리적 성품에 개혁주의자로서 민주적 절차에 의한 결정과정을 중요시해 청와대 문화를 대화와 토론, 격의 없는 소통과 탈권위 청와대 문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임 비서실장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임 비서실장은 재선(16·17대) 의원 출신이다. 당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서만 6년을 활동, 정무뿐 아니라 외교 분야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곧 정상 외교에 나서야 했던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임 비서실장의 외교 분야 전문성도 고려 대상 중 하나였던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임 비서실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뢰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추경안’ 등 막힌 정국을 뚫기 위해 지난 13일 임 비서실장을 국회로 급파했고 국민의당의 국회 일정 복귀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초 가장 힘줘 추진하는 것을 하나 고르라면 단연 일자리 추경안 통과다. 지난달 13일 있었던 문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서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난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연설을 끝냈을 정도다. 

30분간 이어진 국회 시정연설서 일자리라는 단어만 무려 44번 언급했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파워포인트로 수치와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이 나오면서 정국은 얼어붙었다. 추 대표가 한 라디오와 인터뷰서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와 안철수 전 의원이 (문준용씨 제보조작 사건을) 몰랐다고 하는 건 머리 자르기”라고 비판한 것이다.

추 대표의 발언에 국민의당은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사퇴와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추가로 추 대표 발언의 배후에 청와대의 ‘야당 죽이기’ 음모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서열 2위 임종석
흔들림 없는 입지

중대한 사안서 문 대통령은 임 비서실장을 선택했다. 지난 13일 오전 국회를 찾은 임 비서실장은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을 만나 추 대표의 발언에 대해 ‘대리 사과’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곧 이은 의총에서 “청와대가 추 대표 발언이 잘못됐다며 사실상 사과하고 유감 표명을 했다”며 임 비서실장의 사과를 전했다.

“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을 조성했는지 청와대로선 알 수 없다. 국민의당에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다.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임 비서실장이 말했다는 내용이다.

임 비서실장은 제보조작 사건 수사에 대해 “(문)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에선 ‘수사 개입을 해선 안 된다’고 단연코 이야기한다”며 “정치권이 이것(제보조작 사건)의 시시비비를 다툴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추 대표의 발언이 사실상 검찰에게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국민의당 주장에 적극 해명한 셈이다.

이에 국민의당은 입장을 전향적으로 바꿔 국회 일정에 협조 입장을 밝혔다. 중간에 임 비서실장이 추 대표 발언에 대해 언급한 바가 없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이 전해져 한차례 파장을 낳았지만 임 비서실장이 “추 대표 발언을 사과한 게 맞다”며 재확인 했고 사태는 수습됐다.

문 대통령과 임 비서실장의 실리를 챙기는 결단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제보조작 사건으로 정치적 위기에 놓인 국민의당에게 사과는 물론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를 자진 사퇴케 해 국회로 복귀할 충분한 명분을 줬다는 평가다. 청와대가 추경안 심사 개시라는 실리를 챙긴 건 말할 것도 없다.

국민의당의 국회 복귀는 임 비서실장만의 작품이 아니다. 최근 청와대 권력서열 3위로 올라섰다고 평가받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지원사격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임 비서실장이 국회를 방문하기 앞서 전 수석은 지난 12일 저녁 박 비대위원장과 긴급 회동을 가지고 세부사항을 조율했다. 이후 13일 오전 국회로 출발하기에 앞서 추 대표에게 “추경안의 시급한 처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임 비서실장이 국민의당 지도부를 만나 사과할 때는 함께 동석해 힘을 실어줬다.

힘 실린 전병헌
서열 3위 우뚝

인청 정국을 맞아 전 수석은 동분서주했다. 청문회가 시작된 이후 정무라인을 풀가동해 전방위로 여야 인사들과 만나 설득했다. 일례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때 전 수석은 주말을 반납하고 야당과 접촉해 인준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인청 정국서 현재까지 낙마한 사람은 2명, 조 전 후보자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다. 조 전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일자리 추경안과 ‘딜’을 한 성격이 강하다. 그만큼 문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반면 안 전 후보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각종 논란 속에서 사퇴 압박을 받던 안 전 후보자는 문 정권에 부담이 되는 존재였다. 민주당 의원들까지도 전 수석을 통해 안 전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을 전할 정도였다.

당시 인사검증 부실에 따른 ‘조국 책임론’이 대두됐다.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청와대에 입성, 서열 3위로 불렸다. 인청을 앞두고 있는 상황서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에게 힘이 실리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청문회서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며 조 수석의 입지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대부분의 후보자가 문 대통령이 밝힌 이른바 5대 인사원칙(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인사는 공직 배제)을 위배해 부실 검증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5대 인사원칙 위배 논란이 일자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서 인사원칙 준수 의지를 밝히고 위배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지만, 이후에도 원칙을 위배하는 후보자는 계속 등장했다.

조 수석의 과거 발언도 그의 입지를 약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조 수석은 지난 2010년 8월 ‘위장과 스폰서의 달인들’이라는 <한겨레> 칼럼서 이명박정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사례들에 대해 “맹모삼천지교? 맹모는 실제 거주지를 옮긴 실거주자였기에 위장전입 자체가 거론될 수 없다”며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전 지원사격, 정무감각 '빛나'
부실검증 도마 오른 조 '흔들'

위장전입에 대해 이같이 강경한 발언을 했던 조 수석이 정작 청와대에 입성한 후 위장전입 후보자들을 잡아내지 못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자연스레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인사검증 기준과 관련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현 (인청) 정국을 풀기 위해 문 대통령이 직접 5대 원칙을 위배한 것에 대한 사과와 조 수석의 부실 인사 검증에 대한 규명과 조치, 새 장관 내각서 추경안 재편성 등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에 대한 책임론은 안 전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야3당은 일제히 조 수석 사퇴를 주장하며 들고 일어났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인사 검증 부실 책임이 큰 조 수석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국민의당 초선 의원 10명은 성명을 통해 “인사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검증 시스템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검증 시스템은 있지만 직무를 유기한 것인지 철저히 따지겠다”고 불을 지폈다.

더욱이 조 수석과 안 전 후보자가 특수 관계임이 알려지면서 안 전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안 전 후보자가 지난 2000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으로 일할 때, 조 수석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으로 호흡을 맞췄으며 2001년 12월 조 수석이 동국대서 서울대로 교수직을 옮겼을 때 안 전 후보자의 도움을 받았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자가당착’
조국 흔들

정치권서 권력은 권력자와의 거리에 비례한다. 이는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도 해당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는 문 대통령이다. 

그와 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운 사람은 지척의 거리서 보좌하는 임 비서실장이며,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은 인청 정국을 주도하는 전 수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 두 사람에게 강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임 비서실장과 전 수석을 서열 2, 3위로 꼽는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무-조대엽 엇갈린 희비
희생양 조, 구사일생 송

‘청문회 동기’의 희비가 교차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운명이 엇갈렸다. 조 전 후보자는 결국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반해, 송 후보자는 바로 뒤 국방부장관에 임명됐다.

조 전 후보자는 지난 13일 복수의 언론을 통해 “본인의 임명 여부가 정국 타개의 걸림돌이 된다면 기꺼이 장관 후보자 사퇴의 길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음주운전과 사외이사 의혹으로 논란을 빚어왔던 조 전 후보자는 청문회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형식은 자진사퇴지만, 사실상 지명 철회로 풀이된다. 일자리 추경안 통과를 위해 국민의당 설득에 나선 청와대는 조 전 후보자를 내주며 국민의당의 국회 복귀 명분을 만들어줬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그러나 함께 논란을 빚었던 송 장관은 조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한지 1시간 반 뒤 국방부장관에 전격 임명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송 장관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후보자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철저히 검증하고자 한 국회의 노력을 존중한다”면서도 “엄중한 국내외 상황서 흔들림 없는 국가 안보를 위해 국방부장관 임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입장을 이해하여 주실 것을 요청 드린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국가의 안전을 걱정하는 국민 여러분을 이제는 안심시켜 드려야 할 때”라고 송 장관 임명 강행 사유를 밝혔다.

야당은 송 장관 임명 강행에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두 분(조대엽·송영무)이 다 부적격자”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국민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방산비리 의혹까지 제기된 인물에게 국방개혁을 맡길 수 없다”며 송 장관 임명에 반대했다. 그러나 조 전 후보자를 지명 철회한 청와대가 송 장관을 사퇴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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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문정부 부동산 정책 대해부

'백기 든' 문정부 부동산 정책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의도는 선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정치인들이 정책을 시행할 때 이런 경우를 많이 겪는다.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정부는 서민들의 집값 걱정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부동산 정책을 다양하게 시행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오히려 집값이 역대 최고로 뛰었다. <일요시사>는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됐는지 짚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을 반년 남겨놓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아픔을 달래주겠다며 등장한 문재인정부는 집권 후 국민의 바람을 하나둘 이루며 임기 내내 높은 국정 지지를 받았다. 높은 지지율은 반짝 사라지지 않았다. 끝까지… 아킬레스건 문정부는 5년 차 2분기 여론조사에서 39%의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레임덕 없는 최초 정부’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과거 정부들이 같은 분기에 평균 10% 안팎의 지지율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그러나, 이렇게 인기 높은 문정부도 한 가지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는데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문정부를 평가하는 정계 전문가들은 외교와 안보, 경제 분야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로 치열하게 다투지만,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에서만큼은 이구동성으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조차도 그간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지난 21일 문 대통령은 KBS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 출연해 국민들로부터 26개의 질문을 받았다. 질문 하나하나를 차분히 대답하던 문 대통령은 15번째 패널에게 청년 실업과 부동산 대책에 대한 질문을 받자 멋쩍게 웃으며 “드디어 어려운 문제로 들어갔다”고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송구스럽다는 사과를 했다”며 “조금 더 부동산 주택 공급에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국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앞서 2019년 <‘국민이 묻는다’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에 자신 있다. 꼭 주택 가격을 잡겠다”고 호기롭게 말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음을 직접 시인했다. 실제로 문재인정권 출범 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다만, 상승률 변동 폭은 조사기관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조사됐다.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의하면, 문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6월 이후, 올해 11월까지 서울의 아파트값은 약 16%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은 17년 6월 87.9%(21년 6월 100%기준)였던 아파트 가격이 21년 11월, 103.7%까지 올랐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서 완패 어디서부터 어디가 잘못인가 김진광 한국부동산원 통계부 팀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자료는 표본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고, 실거래가와 여러 가지 참고자료를 비교해 작성한다. 구체적인 가격은 밝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이하 경실련) 측의 자료를 보면, 변동 폭은 많이 달라진다. 경실련에 따르면, 2017년 30평형 아파트 평균값은 약 6억2000만원에서 올해 1월에 11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약 78% 오른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올해 11월)과는 달리 올해 초까지만 반영한 수치인데도 약 62%의 차이가 난다. 정택수 경실련 부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가격은 서울 주요 지역 표본 아파트들의 시세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가격은 평균치라고 보면 된다”며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와 차이 나는 점은 우리도 잘 모르겠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는)현실 물가와 동떨어진 수치라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의 말대로 현실 물가는 경실련 자료에 더욱 가깝다.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은 매우 가파르고, 이는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0일 관훈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며 “3기 민주당정부가 100% 잘한 건 아니다. 문재인정부, 민주당 정부에 실제로 참여한 일원으로서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현 정부와 거리를 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왜, 어떻게 집값 폭등을 야기했을까? 정확한 인과관계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실과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동안 문정부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총 24개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고, 그때마다 집값은 계속 상승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발표한 공약이 하나도 먹혀들지 않은 셈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구매 욕구를 너무 쉽게 본 게 패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집값 안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책의 방향성과 이념이 섞여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 부의 불평등을 개선하고 싶었겠지만, 문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고,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가 아닌 강남 등 고가 주택 지역 우선 규제 같은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투기꾼들과 맞섰다”고 총평했다. “가격 잡겠다” 2년 만에 만세 김 소장이 말하는 문정부의 첫 단추는 2017년 6·19 부동산 정책을 말한다. 이 대책은 문정부에서 내놓은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이었다. “집값을 잡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온 문 대통령이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이었기에 대중은 큰 관심을 가졌지만, 후에 규제 자체도 강하지 않고 실효성도 떨어진 점을 알고 혹평을 쏟아냈다. 6·19는 쉽게 말해 ‘집을 사고 팔기 어렵게’ 만들기 위한 대책이었다. 투기 규제지역을 확대(경기도 광명, 부산 기장군·진구 추가)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였다. 수요를 줄게 해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였지만, 결과는 정부의 예상을 빗나갔다. 특정지역에 대한 대책만 내놓으면서 사람들은 6·19 대책을 ‘핀셋 규제’라 조롱했고, 규제를 피해간 지역에는 역으로 투기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일부 지역은 오히려 규제 전보다 집값이 더 상승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문정부는 두 달이 지난 8월2일, 더욱 강력한 규제를 담은 두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6·18 대책’이 예고편이었다면, ‘8·2 대책’은 본편이었다. 이때 문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를 명확히 했다. ‘8·2 대책’은 6·18 대책과 결을 같이 했지만, 정도가 훨신 강했고 규제 종류도 더 다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규제 카테고리의 세분화다. 기존엔 ‘조정대상지역’이라는 항목 하나만 도입해 규제를 일괄적으로 적용했었지만, 문정부는 ‘투기지역과 투기 과열지구’란 항목을 추가 도입해 규제를 세분화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가 투기지역에, 서울 14개 구와 경기도 과천시가 투기 과열지구에 들어갔다.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도 시행됐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고 논란이 된 항목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부활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란 살던 집이 재건축돼 시세가 올라 돈을 벌었을 경우, 그 시세차익만큼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8·2 대책 후 조금씩 호평 예를 들어, 지금 살고 있는 6억원짜리의 집이 재건축돼 10억원으로 가격이 올랐다면, 집 주인은 4억원에 대한 세금을 내야한다. 세율은 최대 5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양도세를 대폭 강화한 것도 8·2 대책의 주요 특징이다. 8·2 대책을 기점으로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에 ‘2년 이상 거주’라는 조건이 추가됐다. 기존엔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주택을 2년 이상 보유만 하면 9억원 이하까지는 비과세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실거주를 2년 이상 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8·2 대책 시행 직후, 문정부는 호평을 받았다. 꼼꼼하고 광범위한 정부 규제로 집값이 한동안 안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뒤 잠깐의 안정이 일시적인 착시효과였다는 게 드러났다. 착시효과를 깬 사람들은 지방의 유지들이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은 지방의 집을 팔거나 담보대출을 받아 서울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등장한 용어가 바로 ‘갭투자’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집값이 올랐고, 지방은 집값이 내려갔다. 이때 서울 지역의 부동산 매매가 평균값은 1년 새에만 평균 6%가 올랐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로 인해 주택 공급이 줄어든 것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규제로 재건축 사업성이 없어진 건설업자들은 공사를 중단하거나 작업을 뒤로 미뤘고, 시행일인 18년1월 이후에 서울 시민들은 주택 공급 절벽을 마주했다. 이후 1년간 서울의 집값은 계속 상승했다. 정부는 7개의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집값 그래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24전 24패’ 모두 자책골 공급확대 방향 틀어 호평 그러던 집값이 소폭 하락한 시점은 2018년 9월21일과 12월19일 대책이 발표된 직후였다. 큰 폭은 아니지만 서울의 집값은 이때 처음 하락했다. 정부가 그전과 달리 구체적인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9·21 대책에서 정부는 5년간 수도권 지역에 “주택 3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고, 12·19 대책에서는 15.5만호 추가 공급 계획과 광역 교통망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실수요자들이 반응했다. 장래에 공급될 주택에 안심하고 수요를 멈춘 것이다. 비록 발표 얼마 후 입맛에 정확히 맞는 지역과 시기, 규모가 아니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집값은 다시 상승곡선을 탔지만 문정부 ‘최초’의 공급 대책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해 8월4일, 더욱 정교한 주택 공급 방안이 나온다. 정부는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협업으로 26.2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했고, 공급 대상을 실수요자에 집중시켰다. 방법도 구체적이었다. 정부 부지(군부지, 이전 기관 부지)를 최대한 발굴하고, 도심 내 낙후된 지역에 재건축을 시행하겠다는 주장이다. 상암과 마곡, 천왕2가 개발될 정부부지 후보로 떠올랐다. 그후 6개월이 지난 올해 2월4일, 25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일명 ‘2·4 대책’이라 불리는 이 대책은 압도적인 물량 공급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정부는 ‘25년까지 서울에만 32만호, 전국에는 83만 호의 주택 부지를 추가공급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의 공급 대책의 배가 넘는 규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요즘의 집값 안정세가 2·4 대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분석한다. 2·4 대책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정책이 어느정도 진행된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정리하자면, 문정부는 처음 내놓은 6·19 대책과 8·2 대책의 방향대로 지난 4년간 수요 억제를 통해 집값을 잡으려 애썼다. 25전째 1승 기대 하지만 갭투자나 풍선 효과 같은 부작용을 낳으며 집값이 치솟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에 공급 확대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다. 이제 6개월가량 남은 임기에서 나온 늦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다음 정부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만큼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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