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가치(?)의 고집 ‘방이동 기생주점’ 탐방기

色다른 콘셉트~色다른 즐거움 ‘한잔 술에 저고리고름 휘리릭~’

최근 방이동 인근에 이색 ‘기생주점’이 생겨 뭇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룸살롱보다 저가형의 기생주점류의 유흥 콘셉트는 과거에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수질이 낮은 ‘아줌마에 가까운 아가씨들’이 일을 했을 뿐 아니라 서비스 마인드 역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유흥의 대세로까지는 인정받지 못했다. 물론 현재에도 서울 외곽지역 곳곳에서 이런 유형의 업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저 인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간간히 영업을 할 뿐이다. 하지만 최근에 이런 유흥 형태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개발돼 성업 중이다. 과거 기생주점보다는 훨씬 수준 높은 아가씨들, 보다 색다른 복장으로 남성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기생주점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특히 그들의 새로운 콘셉트는 남성들에게 과연 어떤 메리트가 있는 걸까. 취재진이 직접 현장에 잠입 취재했다.

저렴한 가격, 옹골찬 서비스에 손님들 ‘헤벌쭉’
작은 규모…단촐히 자신만의 유흥 즐길 수 있어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 5월 말경. 주당클럽이란 인터넷 유흥관련 사이트의 ‘제보’ 직후였다. 이미 그곳을 ‘답사’해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한 네티즌은 해당 업소를 ‘틈새시장을 노린 신개념 저가형 룸살롱’으로 규정지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현장에서 본 기생주점은 어떤 모습일까.

틈새시장 노린 신개념 저가 룸살롱

일단 현장에 들어서자 ‘저가형 룸살롱’이라는 이미지는 확실해 보였다. 룸살롱의 이미지를 차용하기는 했지만 대형 룸살롱처럼 대리석으로 장식돼 있거나 화려하게 치장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분명 여기에도 메리트는 있다. 같은 룸살롱이면서도 ‘저가형’이라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유흥욕구를 조금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내부에는 룸의 수도 매우 적었다. 많은 경우 50개에 이르는 룸살롱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4개의 룸만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장점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북적거리는 분위기에서 시끄럽게 많은 나가요 아가씨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시장통’에서 술을 마시는 것보다 단촐하지만 소박하게 자신만의 유흥을 즐길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아가씨들의 숫자도 의의로 적은 듯 했다. 전체를 다 합쳐봐야 채 10명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취재진은 영업상무에게 이러한 콘셉트로 영업을 시작한 이유부터 물어봤다.

“사실 유흥이라는 것은 누구든 적은 돈으로도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유흥업소 자체가 너무도 고급스럽고 대형화된다고 본다. 사실 그렇게 고급스러워봐야 그것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고객들이 할 뿐이다. 예를 들어 TV광고를 많이 하는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을 산다는 것은 곧 그 광고비까지 모두 다 소비자들이 부담을 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차라리 그것보다는 제대로 옹골찬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에 제공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업소는 겉만 번지르르한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 아니다. 저렴하고 알차게 먹고 싶고 ‘기생’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좀 막놀면서도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손님들을 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업소를 ‘틈새형’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생각에는 틈새라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으려는 손님에게 제격이 업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복에 가려진 서양 슬립의 반전
 
특히 이 업소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기생주점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여성들이 모두 한복을 입고 나온다는 점이다. 시대는 ‘럭셔리걸’을 요구함에도 이곳은 유독 고집스럽게 ‘기생’이라는 전통적인 가치를 고수하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점잖고 단아하게 술을 먹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취재진과 합류한 도우미 아가씨들은 한두 잔의 술이 오가자 곧 ‘앞 저고리를 풀어 달라’고 말했다. 한복 안에는 섹시한 슬립을 입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퓨전’인 셈이었다. 결국 동서양의 모든 이미지를 충분히 느끼면서 그때부터는 자유롭게 술을 마시며 노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아가씨들의 외모는 중상 정도. 나이는 20대 초반은 아니지만 충분히 싱그럽고 발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잘 노는 아가씨들’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 했다. 특히 슬립 상태에서 남성과 자유로운 스킨십을 하면서 즐기는 시간들은 남성들에게 충분한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을 주는 듯 했다. 취재진은 이곳에 자주 다닌다는 한 남성을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다.

“사실 이곳이 다른 곳보다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꼭 그것 때문에 여기에 오는 것은 아니다. 뭔가 좀 소박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사실 나도 다른 룸살롱에 많이 가봤지만 대부분의 아가씨들은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나는 손님이니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뭔가 2% 정도 인간미가 부족하다고 할까. 그게 바로 가게의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이곳은 룸도 4개 밖에 안 되고 아가씨도 그리 많지 않지만 뭔가 유흥에 있어서도 정이나 인간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어필을 할 것이라고 본다. 거기다가 슬립을 입고 즐기는 편안한 분위기는 충분히 남성들에게 섹시한 매력을 준다. 사실 집에 있는 와이프들하고도 슬립을 입고 함께 술을 먹기는 힘든 일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기생주점은 나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매너만 지키면 초강력 스킨십도 자유롭게
즐겁게 일하는 아가씨들에 고객 ‘대만족’

특히 이곳은 다른 곳보다 스킨십이 훨씬 자유롭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기생이라는 콘셉트 자체에서 느껴지듯이 매너를 지키지만 좀 더 강한 스킨십도 충분히 허락이 된다는 것. 그런 점에서 기생주점은 자신만의 콘셉트를 잘 지켜나가고 있는 듯 보였다.

실제 취재진을 맞은 아가씨들 역시 기존의 일반적인 대형 룸살롱 나가요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도 사실. 한 아가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다른 대형 룸살롱의 경우에는 아가씨들 사이에서도 신경전이 대단하고 때로는 그것 때문에 피곤한 일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영업상무와 아가씨, 아가씨와 아가씨 사이에 충분히 인간적인 교감이 형성되어 있다. 그런 만큼 그러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손님들에게도 전달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돈 벌러 업소에 왔다기보다는 그냥 충실하게 즐기면 돈은 자연히 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돈 벌려고 안달복달 하기보다는 즐겁게 일하면 자연스럽게 그것이 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손님들과도 인간적인 교감을 느끼기에도 좋고 손님들도 충분히 만족하도 돌아가시는 편이다.”

그렇다면 가격적인 면은 어떨까. 이곳은 대략 16만원에서 2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 가격에는 모든 것이 다 포함되어 있어 별도의 추가 비용이 없다는 점. 이렇게만 본다면 가격적인 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아가씨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하면 오히려 좀 더 후하다는 인상까지 받을 수 있다.

이곳을 즐겨 찾는다는 또 다른 한 남성의 이야기는 이 업소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있다.

“뭐랄까. 일종의 고향 같은 곳에 온다고 할까. 아가씨들과는 이제 거의 오빠 동생으로 지내고 영업상무와는 형 동생으로 지낼 정도다. 그만큼 일반 주점과는 약간 다른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내상을 입었다’는 생각이 든 적은 한 번도 없었고 그만큼 정겨운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업소를 찾았다는 느낌이 든다.”

매너만 지키면 강력한 스킨십도 허용

이곳 방이동 기생주점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간에, 분명 이곳은 기존과는 다른 콘셉트로 승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룸살롱보다는 확실하게 저렴하다는 것, 거기에 ‘기생’이라는 고전적인 아이템을 현대적으로 부활시켰다는 점, 나아가 한복과 슬립의 오묘한 조화(?)를 이뤄낸 점에서는 분명 틈새전략이자 다양한 유흥인들의 취향을 타깃팅 한 전략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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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