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야구부 탐방> ‘야구메카’ 군산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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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6.19 10:44:05
  • 호수 1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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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명수’ 제2의 부흥기 맞았다

<일요시사>가 야구 꿈나무들을 응원합니다. 야구학교와 함께 멀지 않은 미래, 그라운드를 누빌 새싹들을 소개합니다.
 

‘역전의 명수’라 불리는 군산상고 야구부로 대표되는 군산 지역은 인구수 27만명의 소도시다. 

1972년 당시 고 최관수 감독이 이끄는 군산상고가 제2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서 부산고를 맞아 9회 말까지 1대4로 패색이 짙은 경기를 하다가 마지막 공격서 5대4로 경기를 뒤집으며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이래, 이 지역은 호남 야구의 중심지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후 현재까지 3개의 초등학교 야구부와 2개의 중학교 야구부, 고등학교인 군산상고로의 연계와 진학이 잘 정비된 엘리트야구 최고의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

1972년 황금사자기 우승 당시의 주역이었던 한국프로야구 원년의 홈런왕 김봉연과 원년 및 프로야구 통산 5회의 도루왕에 빛나는 김일권과 김준환 그리고 해태타이거스의 감독을 역임했던 김성한, 오른손 최고의 교타자였던 김종모, 팔색조라 불리던 조계현, 국민우익수라 불리는 이진영 등 한국야구를 빛낸 수많은 선수들이 군산상고서 배출됐다.

군산상고 야구부는 1999년 제53회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전국 무대에서 특별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감독이 수차례 교체되는 침체기에 빠졌고, 2010년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서 준우승의 성적을 거두기까지 10년 동안 내리막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 석수철 감독 부임 이래 2013년 제4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서 우승하며 다시 한 번 부흥기를 맞았다.

한국프로야구 쌍방울레이더스에 1차 지명을 받았던 석 감독은 현역 은퇴 후 성균관대학교서 11년 동안 지도자의 길을 걸어 온 맹장이다. 부임 후 엄청난 양의 강훈련을 통해 군산상고를 다시 명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야구부에 모든 장비 일체를 지원해주는 학교와 야구부에 대한 동문들의 열정이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곳이 바로 군산이고 군산상고다. 군산지역과 명문 군산상고 야구부에 끊임없이 선수들의 공급 역할을 해주고 있는 군산지역의 초등학교 야구부를 방문해봤다.

[신풍초]

오래전부터 군산지역 초등학교 야구부의 명문이었던 군산초등학교 야구부가 해체된 후, 기존의 선수들을 모아 새로운 학교로 옮겨 가서 야구부를 새로이 창단한 곳이 바로 신풍초등학교 야구부다. 그러한 창단의 역할을 했던 지도자가 바로 현 오순택 감독이다.
 

모교인 군산상고 졸업 후, 병역을 마치고 스물다섯의 나이에 바로 감독직을 시작한 오 감독은 군산 지역의 덕장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소년체전의 우승으로 군산이라는 도시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겨 준 그의 지도력은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맹활약 중인 문규현(롯데자이언츠), 차우찬․오지환(LG트윈스), 황대진(기아타이거스), 김석진(SK와이번스) 등 많은 제자들을 배출해냈다.


엘리트야구 최고의 인프라
수많은 스타 선수들 배출

오 감독은 야구에 갓 입문한 제자들에게 훌륭한 선수 이전에 바른 인성을 심어주기를 우선시한다. 오 감독의 지도자론은 선수들을 아이답게, 선수답게 건강한 신체와 따뜻한 마음을 지니게끔 하는 것이며, 이를 훈련 과정은 물론 야구부의 생활을 함께 하며 심어주고 있다. 다음은 신풍초 야구부의 유망주들이다.

▲박찬우(6학년, 160cm/52kg) = 팀의 주장으로 리더십을 갖춘 분위기 메이커다. 투수뿐만 아니라 내야까지 오가며 안정감 있는 수비를 하는 선수다. 도루 능력과 투지가 넘친다.

▲홍주환(6학년, 150cm/45kg) = 좌완의 투수로 제구력이 뛰어나고 매우 영리한 선수다. 공격 시에도 팀의 리드오프를 맡아 정확한 작전 수행능력을 발휘한다.

▲구영준(6학년, 158cm/60kg) = 팀의 포수로 시야가 넓고 포구와 송구능력을 고루 갖췄다. 정교한 타격과 스피드까지 겸비해 작전 수행능력이 훌륭하다.

▲김진서(6학년, 156cm/52kg) = 팀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의 주력을 갖춘 선수다. 리드오프로 출루율이 높고 정확한 판단력에 의한 도루실력이 출중하며, 힘이 동반된 타격을 하는 선수다.

▲최윤호(6학년, 170cm/58kg) = 우완의 투수로 힘이 동반된 투구를 한다. 성장을 거듭할수록 그 폭이 커져가고 있는 중이다. 힘과 유연성을 갖춘 보기 드문 선수다.

▲나경수(6학년, 166cm/60kg) = 야구에 갓 입문한 선수다. 아직 세밀한 기량이 부족하지만, 팀에서 힘이 가장 좋고 특히 손목의 유연성이 뛰어나 송구능력이 탁월하다.

[군산남초]

1963년 창단된 군산남초등학교 야구부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군산상고 역전의 신화를 만들었던 1972년 황금사자기대회서 ‘스마일피처’라는 닉네임을 얻었던 투수 송상복과 한국프로야구 팔색조의 투수 조계현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야구인재들을 배출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군산지역의 경기침체와 구도심 인구유출로 인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침체기를 겪었으나 2013년 현 박준모 감독의 부임 후 다시 한 번 부흥기를 맞았다. 

박 감독은 매일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자발적으로 후원회를 조직해 성장기의 선수들에게 간식 등을 통한 영양보충에 진력하는 한편 각종 전지훈련과 대회출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학교 측은 실내야구장 건축, 훈련장 안전그물망 설치, 훈련장의 야간 조명등 보수, 야구 전광판 설치, 각종 현대식 야구장비의 구비 등 현대적인 야구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2016년부터는 야구부와 관련된 예산을 모두 학교회계에 반영하고, 매월 예산의 집행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투명하고 엄정한 예산 집행 처리로 다른 학교들에 귀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각종 대회 출전 결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속으로 3년간 전국소년체전의 지역대표로 선발, 본선 무대에 출전했다. 

2016년 제45회 전국소년체전에서는 전북을 대표한 모든 구기종목 팀 중에서 유일하게 동메달을 획득, 군산지역 야구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 밖에도 많은 전국 규모 혹은 지역대회의 우승과 입상으로 전국의 초등학교 야구부 중에서 최강 팀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전북도청의 지역 공모사업인 ‘전북의 별 육성사업’ 대상 학교로 선정돼 2000만원의 운영사업비를 지원받는 등 지차체의 지원으로 학생 체력단련실을 구축했다. 동문 및 지역의 성인 사회인 야구단으로부터 후원금 또한 지원받아 탄탄한 예산 확보를 토대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다음은 군산남초 야구부의 유망주들이다.

▲박지환(6학년, 150cm/43kg) = 팀의 주장이며 도루능력 및 순간적인 판단력이 매우 뛰어나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유격수로서 최고의 능력을 갖고 있다. 안정적인 타격감을 유지하며, 위기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 최대 장점 중의 하나다.


▲정주연(6학년, 140cm/37kg) = 빠른 발과 안정적인 수비력을 겸비한 2루수로 내야수비의 중심이다. 학업 성적도 매우 우수하며 빠른 두뇌회전으로 작전 수행능력이 훌륭하다.

▲김종후(6학년, 148cm/42kg) = 주력이 매우 좋고 시야가 넓어 내외야의 수비를 겸한다. 중견수로서 송구능력과 포구가 뛰어나고 흔치 않게 나오는 외야에서의 호수비는 팀의 사기를 높여준다. 타격실력까지 겸비한 팀의 리드오프다.

▲김은호(6학년, 151cm/44kg) = 좌완의 투수로 제구력이 매우 뛰어나 선발투수의 역할을 한다. 장타력을 갖춘 타자로 뛰어난 타격능력과 안정적인 투구능력을 겸비한 흔치 않은 선수로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최정환(6학년, 154cm/46kg) = 집중력이 뛰어나 기술 습득이 가장 빠른 선수다. 강한 정신력을 갖추어 큰 경기에 출전해도 위축되지 않으며, 뛰어난 집중력은 타격에서 장타를 뿜어낸다. 선구안이 좋아서 출루율이 높고 타격에 대한 감각이 훌륭하다.

▲유성연(6학년, 156cm/50kg) = 유연성과 힘을 고루 갖춘 우완의 투수다. 빠른 직구를 던지며 안정적인 피칭을 한다.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가 매우 뛰어나서 팀에 안정감을 준다.

▲이준우(6학년, 148cm/47kg) = 강한 하체와 유연한 어깨를 가지고 있는 포수다. 도루저지 능력이 우수하고 투수들이 안정적인 피칭을 할 수 있도록 공의 배합을 하는 매우 뛰어난 리드실력을 갖고 있다.

▲김민승(6학년, 155cm/45kg) = 팀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갖고 있다. 그러한 스피드를 바탕으로 범위가 매우 넓은 외야의 수비능력을 자랑한다. 야구 입문 시기가 조금 늦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신체능력이 탁월해 투타에서 많은 발전이 기대된다.

[중앙초]

야구부의 역사가 50년이 넘은 군산 중앙초등학교 야구부는 근래에 수급되는 선수의 부족으로 팀 운영과 존폐의 위기를 맞았었다. 현 오장용 감독이 부임했을 당시 야구부의 총 인원은 3명에 불과했으나 이런 야구부를 맡은 오 감독의 노력으로 현재 야구부원이 17명으로 불어났다. 
 

아직 팀을 운영하기에는 부족한 선수인원이지만 오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은 이 같은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 감독은 모교인 군산상고 재학 시 1999년 봉황대기 준우승 당시 포수로 활약했다. 이후 경희대를 나와 바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서울고등학교와 수원의 유신고등학교서 코치로 지도자를 시작했다. 

2004년 한국리틀야구연맹의 서울 성북구리틀야구단을 창단한 후, 창단 6개월 만에 협회장기 3위의 입상 성적을 거둔 집념의 지도자다. 다음은 중앙초 야구부의 유망주들이다.

▲이주훈(6학년, 163cm/50kg) = 팀의 2루수와 타순서의 3번 타자를 맡을 만큼 공수 양면에서 정확성을 갖춘 훌륭한 기본기의 선수다. 특히 타격의 재능이 무척이나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명현(6학년, 165cm/50kg) =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수비 범위가 넓은 중견수를 맡고 있으며 뛰어난 도루능력을 갖고 있다.

▲강주현(6학년, 167cm/50kg) = 팀의 투수이며 빠른 직구와 제구력을 갖고 있다. 변화구도 잘 던져 상대하는 타자들이 그의 예리한 변화구 각에 애를 먹게끔 한다.

▲정민성(6학년, 167cm/50kg) = 힘이 뛰어난 팀의 포수이며 포수로서의 포구와 송구, 그리고 블로킹 능력 등 기본기가 훌륭하다. 뛰어난 힘을 바탕으로 장타력을 보유하여 팀 타순의 4번 타자를 맡는다.

▲양근형(6학년, 145cm/35kg) = 팀의 유격수를 맡는다. 작은 체격조건이지만 야구의 기본기가 훌륭하고 센스가 뛰어나 작전 수행능력과 주루플레이가 출중하다. 수비범위가 넓은 훌륭한 자질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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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군산 전통의 강호 - 군산중 야구부

군산중학교는 1923년 개교한 군산지역 전통의 명문 중학교다. 야구부도 개교와 함께 창단됐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우승의 주역이었던 이진영(kt 위즈), 정대현(롯데 자이언츠), 전 해태 타이거스 감독이었던 김성한, 그리고 현재 군산상고의 감독을 맡고 있는 석수철 감독 등을 배출했다.

1928년 당시 조선체육회가 개최한 제14회 전국중등우승야구의 조선예선대회 (제8회 전조선중등학교 야구대회)에 전북지역 최초로 전국적인 규모의 야구대회에 출전한 팀으로 기록돼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해체됐으나 이듬해 당시 재직하던 정윤기 교사의 노력으로 재창단됐다. 이후 각종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거두거나 입상을 하는 등 전북지역과 군산을 대표하는 학생 야구팀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1951년 학제 개편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학교가 분리되며 야구부는 군산중에 존속하게 됐다. 현재 야구부를 이끌고 있는 한동희 감독은 군산 출신으로 군산남중과 군산상고를 거친 후 한국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에 2차 지명으로 입단해 현역 시절을 보낸 군산 출신의 야구인이다. 현역 선수 은퇴 후 유소년야구인 군산리틀야구단의 감독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2014년 12월 현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의 지도방식은 선수 개인마다 맞춤별 훈련프로그램으로 유명한데, 단거리 러닝을 위주로 하는 팀 전체 기초훈련을 빠짐없이 실시한다. 매번 세부적인 러닝 내용을 달리해 선수들이 지루함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야수와 투수들의 기술 훈련을 철저히 분리, 기초체력부터 고급기술의 습득까지 철저하고 세심하게 지도한다.

올 시즌 선수단은 총 28명으로 구성돼있다. 소년체전 중등부 지역예선의 결승에서 아쉽게도 전라중학교에게 0대2로 석패하며 본선 진출이 무산됐지만,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절치부심하며 대통령배 등 여타의 전국 규모 대회 입상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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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