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 ‘출생의 비밀’ <추적>

회장님은 ‘나라사랑’…따님은 ‘미국사람’

재계의 여풍을 주도하고 있는 한진가 막내딸 조현민씨. 조씨의 국적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30세도 안된 어린 나이에도 초고속 승진과 그룹 계열사 등기직을 잇달아 꿰차면서 그가 ‘미국 사람’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어찌된 사연일까. 조씨는 ‘대한(Korean)’자와 태극문양 로고를 달고 대한민국 대표 국적 항공사라 자부하는 대한항공 차세대 리더다. 더구나 조씨의 부친인 조양호 회장은 남다른 애국심으로 평소 ‘나라사랑’이 각별하다는 점에서 의문을 더한다.

잇단 등기이사 선임 과정서 미국 국적 사실 드러나
하와이서 태어나 시민권 취득…돌아왔다 다시 유학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IMC) 상무(보)는 ‘미국사람’이다. 언론 등을 통해 ‘조현민’이란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엄밀히 말해 국적법상 미국인이다. 미국 국적을 가진 조 상무의 실명은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 상무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올해 28세인 그는 2005년 9월 LG애드(현 HS애드)에 입사해 근무하다 2007년 3월 대한항공 광고선전부(현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2월 부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지난 4월 상무(보)에 올랐다.

조 에밀리 리
미국명으로 등기

현재 IMC 팀장을 맡아 대한항공의 광고·마케팅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조 상무의 임원 등극은 오빠 조원태 전무, 언니 조현아 전무보다 빨랐다. 조원태·조현아 전무는 각각 30세, 32세였던 2006년 상무(보)로 진급했다. 조 상무가 2∼4년 빠른 셈이다.

재계에선 이대로 가다간 조 상무가 오빠·언니를 제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조 상무는 최근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자산순위 100대 상장사 임원을 분석한 결과 최연소 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룹 측은 너무 이르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뛰어난 실력과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때만 해도 조 상무의 국적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일부만 알았을 정도다. 그룹 측은 인사 발표 보도자료에 ‘조현민’이라고만 표기했고, 언론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써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조 상무의 국적이 드러난 것은 그룹 계열사 등기직에 오르면서다. 조 상무는 2009년 4월 한진지티앤에스 등기이사를 시작으로 지난해 2월과 3월 각각 정석기업, 진에어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이들 회사는 ‘조 에밀리 리’라고 공시했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언론엔 여전히 ‘조현민’으로 나왔다.

그러던 중 조 상무의 국적 얘기가 쏟아져 나온 것은 조 상무가 한진에너지·싸이버스카이 등기이사로 등재되면서다. 한진에너지와 싸이버스카이는 지난 4월 “조 상무가 ‘조 에밀리 리’라는 미국명으로 이사 등기를 마쳤다. 조 상무는 국적법상 미국인”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도 조 상무의 이름을 바꿔 공시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금감원에 접수한 분기보고서(1분기)까지 주식소유·임원 현황 공시(1분기)란에 ‘조현민’이라고 표기했다가 다음날 접수한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1분기)엔 ‘조 에밀리 리’로 변경했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임원의 경우 외국 이름을 등재하고 있다. 일례로 미주지역본부 여객팀장으로 근무 중인 존에드워드 잭슨 상무(보)는 미국명 ‘JACKSON’으로 임원 명부에 올라 있다.

혹시 원정출산?…미스터리 증폭
조양호 회장 경영수업 중 출산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거래법상 경영의 투명성 확보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법인의 주요 사항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기업은 중요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허위 보고 또는 누락하는 등의 신고의무 위반시 형사 처분, 과징금부과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작성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쯤 되자 조 상무의 국적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조 상무는 어떻게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일까.

한진그룹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회사 관계자는 “업무와 전혀 관계가 없는 국적 문제는 다분히 개인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며 “조 상무가 미국 국적을 갖게 된 배경과 과정 등을 알지 못하고 확인해 줄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회장은 슬하에 조 상무 외 조원태(1976년 1월생)·조현아(1974년 10월생) 전무를 두고 있는데, 둘은 모두 국내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도 물론 한국이다. 오빠 언니와 달리 조 상무는 고향이 머나먼 이국땅이다.

대한항공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조 상무는 1983년 8월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났다. 이후 한국에서 초등학교와 중·고교를 졸업하고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조 상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남가주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사)을 전공했다. 조 회장과 조원태 전무도 인하대를 나와 이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부녀, 남매가 동문인 셈이다.
한진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조 상무는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나 대학 전까지 계속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서 살았다”며 “대학에 진학하면서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생활을 했고, 이를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한진가와 하와이는 인연(?)이 깊다. 한진가는 1970∼80년대 하와이에서 부동산을 대거 매입·보유해 시선을 모았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운영하는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따르면 조 회장의 숙부 조중건 대한항공 고문과 조중식 전 한일개발 부회장은 1978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아파트, 콘도 등 부동산을 매입했다. 조 고문은 1996년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하와이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상무가 태어나기 직전인 1983년 5월엔 조 회장의 동생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하와이 땅을 샀다. 한진그룹은 1974년 하와이에 있는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1968년 한진그룹이 인수해 현재 조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하대는 ‘인천’과 ‘하와이’의 첫자를 딴 이름으로, 하와이 교민이주 50주년을 기념해 하와이 동포들의 성금으로 1954년 설립됐다.

"개인적인 사안"
그룹 측 모르쇠

조 상무가 하와이 태생인 점을 감안하면 조 상무는 미국 국적을 취득한 시민권자일 가능성이 크다. 현행 미국의 이민·국적법은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준다. 미국은 50개주와 괌, 사이판 등 자치령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부모의 국적과 상관없이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는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규정한 국적법에 따라 한국 국적이 자동 소멸된다.

반대로 한국 국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참고로 해당 국가에 영원히 체류할 수 있는 영주권자는 참정권, 투표권 등 모든 공적권리를 제외하고 영구 왕래 또는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영주권자는 한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 이중국적자의 경우 현행 국적법상 22세 이전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원정출산’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인터넷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선 조 상무의 등기이사 선임 소식과 함께 국적 문제를 두고 네티즌들이 뜨거운 논쟁을 펼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조 상무가) 미국 국적인거 보니 원정출산했던 걸까요. 괜히 좀 거슬리는 대목이네요. 하긴 뭐 불법은 아니니깐”이란 반응을 보였다. 다른 네티즌은 “원정출산 1세대? 군대 갈 것도 아닌데 여성분이 뭐 하러 그랬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원정 출산이라기보다는 (부모가) 미국 유학 중에 딸을 본 것 같다”, “대한항공 같은 해외 활동이 많은 기업의 오너면 외국 생활을 할 기회야 유학이 아니라도 많았을 것” 등의 의견도 있다.

[한진-하와이 아주 특별한 인연]
▲아파트, 콘도 등 부동산 소유
▲현지에 대형 리조트호텔 운영
▲교민들이 세운 인하대도 보유

조 상무가 태어난 1980∼90년대는 원정출산 붐이 일었던 시기다. 당시 서울 강남 등지의 부유층 아이들 중 약 10%가 해외 원정출산을 통한 ‘복수국적자’란 통계가 있었을 정도였다. 2000년대 들어선 원정출산이 중산층까지 확산, 원정출산을 떠나는 한국인 임산부가 연간 최소 5000명이 넘기도 했다. 원정출산 행태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

한 원정출산 중개인은 “원정출산을 위해 3개월 정도 미국에서 체류할 경우 비용으로 최소 5000만원이 필요하다”며 “처음엔 LA, 보스턴 등 대도시가 각광을 받다 미국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자 하와이, 사이판, 괌 등 휴양지 쪽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재벌가는 앞 다퉈 만삭인 며느리·딸들을 외국행 비행기에 태우고 있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 일가는 수차례 원정출산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들 그룹은 하나같이 “외국 국적 취득을 위한 의도적인 출산이 아니다. 오너가 현지 유학 또는 파견 시절 출산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조 상무는 어떨까. 조 회장은 조 상무가 태어날 당시 한창 경영수업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조 회장은 군 제대 직후인 1973년 이재철 전 교통부 차관의 장녀 이명희씨와 결혼했다. 이듬해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 회장은 1979년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MBA 과정을 끝냈다. 즉, 조 회장의 유학 시절 조 상무가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 회장은 유학을 마친 이후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가 영업·전산·자재·인사·총무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면서 1980년 상무에 오른데 이어 1984년 전무로 승진했고 1992년 사장, 1999년 회장에 선임됐다.

조 상무의 국적을 둘러싼 또 다른 의문은 왜 지금까지 미국 국적을 놓지 않고 있느냐다. 재벌가는 자녀의 유학 기회를 비교적 쉽게 얻기 위해 불룩한 배를 움켜쥐고 바다를 건넌다. 일부는 시민권을 병역기피 수단 등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이런 목적이라 해도 경영에 참여하기 전 한국 국적으로 바꾸는 게 대부분이다. 경영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고, 혹시나 경영권 승계에 문제가 생길지 몰라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랬다. 원래 일본 국적이었던 신 회장은 불법 부동산 매입 문제가 불거지자 1996년 일본 이름 ‘시게미쓰 아키오’를 버리고 한국 국적을 얻었다. 그리고 이듬해 롯데그룹 부회장에 임명되면서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 낙점됐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시민권자가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부분적으로 제한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기업 후계자는 국적 문제로 각종 의혹과 구설수, 도덕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등 경영인으로써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인은 “현재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면 한국 국적으로 돌릴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이중국적을 허용한 국적법 개정안에 따라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만 하면 한국 국적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왜 미련 못 버리나
아킬레스건 될 수도

조 상무는 ‘대한(Korean)’자와 태극무늬 로고를 달고 대한민국 대표 국적 항공사라 자부하는 대한항공 차세대 리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적에 대한 미련(?)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더구나 조 회장은 평소 ‘나라 사랑’이 각별하다. 회사 일을 내팽개치다시피 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매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게다. 조 상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평소 국가관이 뚜렷하다. 나라를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회사가 조금 손해가 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애국심이 남다른 조 회장이 ‘검은머리 외국인’ 딸을 두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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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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