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살인형량 기준 논란

똑같은 이유로 똑같이 죽여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동거녀를 살해한 뒤 암매장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3년형이 선고돼 거센 논란이 일었다. 딸을 성추행했다는 말에 분노해 교사를 살해한 어머니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된 것과 비교돼 형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 일색이다. 피해자가 사망하는 같은 결과를 초래한 사건을 놓고 법원이 선고 형량을 달리한 이유는 무엇일까.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하고 콘크리트로 암매장한 30대는 징역 3년, 고3 딸을 성추행한 상담교사를 살해한 40대 여성은 징역 10년형. 

최근 나온 두 개의 법원 판결을 놓고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누리꾼들은 동거녀 폭행치사범에게는 관대한 반면 딸이 성추행당했다는 말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어머니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을 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네티즌 울린
가혹한 처벌

동거녀를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된 30대는 항소심을 거치면서 형량이 크게 줄었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이승한 부장판사)는 지난 1일 폭행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모(39)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2012년 9월 중순께 충북 음성군 대소면의 동거녀 A(사망 당시 36세)씨 원룸서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A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인근 밭에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씨는 자신의 친동생과 함께 A씨의 시신을 암매장하고 범행을 은폐하고자 콘크리트로 덧씌우기도 했다.


범행을 벌인 지 4년 만에 꼬리가 밟힌 이씨에게 검찰은 살인죄가 아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순간적으로 분노를 참지 못해 벌인 우발적 범행으로 본 것이다.

형법상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살인죄와 달리 폭행치사죄는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원심 재판부는 폭행치사와 사체은닉죄를 합쳐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는 유족과 합의한 점을 들어 2년을 감형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하고 사체 은닉까지 했지만 유족이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씨가 징역 3년으로 감형이 선고된 배경에는 20년 넘게 연락이 끊긴 피해자 A씨의 아버지가 합의한 뒤 선처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사실상 남과 다름없는 유족의 합의가 감형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계획적이다” 중형 “합의했다” 감형
범죄 질에 상관없이 합의하면 그만?

검찰 관계자는 “법원에 합의서가 제출됐다고는 하지만 이는 가족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통상적인 합의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20년 넘게 왕래가 없었던 유족과의 합의를 양형의 요소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청주지법 형사합의11부(이현우 부장판사)는 “노래방서 성추행당했다”는 고3 딸의 말에 격분해 커피숍서 만난 고교 취업지원관(산학겸임 교사)을 흉기로 살해한 김모(46·여)씨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씨는 “딸이 성추행당했다는 말을 듣고 분노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전 피해자와 자신의 동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을 비춰보면 계획적인 살인”이라며 우발적이었다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범행 동기가 피해자에 있다 하더라도 사적인 복수는 중형을 선고하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건은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결과만 같을 뿐 범행하게 된 정황이 다르고 특히 범행이 우발적인지 계획된 것이었는지가 양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딸의 성추행이 범행의 발단이라는 점에서 정상 참작의 여지가 큰 김씨에 비해 동거녀를 숨지게 하고 콘크리트 암매장한 ‘엽기’ 범죄자인 이씨의 처벌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주장이 많다.

한 누리꾼은 “살인죄를 저질렀으면 처벌받는 게 당연하지만 동거녀를 때려 숨지게 하고 암매장까지 한 사람보다 딸 성추행범을 처단한 엄마가 3배 이상 높은 형량을 받은 것은 국민 정서상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적인 복수는 
중형선고 마땅

또 다른 누리꾼은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더라도 자식이 못된 짓을 당했다면 어느 부모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공감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사건마다 정황이 다르고, 범행 동기·과정·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리적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국민정서법’과 법원 판결이 같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상담교사를 살해한 김씨 사건은 우리 법질서에서 절대 용납하지 않는 사적 복수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원이 판단한 것 같다”며 “정상을 참작할 경우 자칫 사적 복수를 용인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어 재판부가 더욱 엄중히 판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형이 확정된 또 다른 실사례들을 살펴보자. 아들에게 지원한 주택구입 자금 1억원 때문에 평소 이 문제로 다툼이 많았던 B씨와 아내. 아내는 결국 이혼을 언급했다. 화난 B씨는 아내를 넘어뜨리고 목졸라 숨지게 했다. 이후 B씨의 자녀들이 법원에 “아버지에게 만이라도 효도하게 해달라”고 탄원했다.

C씨는 무일푼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불이 켜진 옆집에 흉기를 들고 침입했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그 집에서 자던 여성을 위협해 재갈을 물리고 양손 양발을 묶은 뒤 승용차·휴대전화·신용카드를 빼앗았다. 


C씨는 이후 여성이 강하게 저항하자 둔기로 머리를 마구 내려쳐 숨지게 했다. 범행 당시 술을 마셨지만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

D씨는 한 유부녀와 내연관계에 있었다. 이 내연녀의 남편이 D씨에게 “내 아내를 더 이상 만나지 말라.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전화하자 D씨는 욕설과 함께 찾아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D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그를 두 차례 찔렀다. 이 남성은 다음 날 숨졌다.

E씨는 술을 마시며 여러 사람과 함께 도박을 하던 중 돈을 잃은 한 남성이 화를 내며 도박판을 뒤엎었고, 둔기로 E씨의 이마를 때린 뒤 E씨의 돈 40만원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격분한 E씨는 흉기로 그 남성을 찔러 숨지게 했다. 

E씨는 이후 둔기로 맞고 돈을 빼앗긴 데 대한 정당방위임을 주장했다. B씨는 징역 4년, C씨는 7년, D씨는 12년, E씨는 30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4년형이 선고된 B씨의 범행은 참작동기 살인(동기에 있어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살인범행)으로 분류됐다. 여기에 유족인 B씨의 자녀들이 탄원한 점은 특별양형인자로서 감경요소가 됐다. 이 경우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징역 3∼5년을 권고한다. 

재판부는 B씨가 범행 직후 죄책감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꾀한 점, 고령인 B씨가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도 참작했다.


사유가 있으면
참작동기 분류

흉기를 호주머니에 넣어둔 채 내연녀의 남편이 찾아오길 기다렸던 D씨의 경우는 보통동기 살인(원한관계, 가정불화, 채권채무관계 등으로 인한 살인범행) 유형에 해당한다. 양형기준에 따라 권고되는 형의 범위는 징역 10∼13년이었는데 계획적 범행이라는 점은 특별가중요소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D씨가 피해자 아내와 불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불순한 동기서 저지른 살인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D씨가 먼저 얼굴을 한 대 맞는 폭행을 당하자 이에 대응해 몸싸움을 벌이다 다소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점, 진지한 반성이 있다는 점 등이 감경요소가 됐고 결국 징역 12년형이 선고됐다.

법조인들이 4가지 사례 가운데 가장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본 C씨의 범행은 판결문서 중대범죄 결합 살인으로 드러나 있다. 잔혹한 범행 수법 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었고 이때 권고형은 징역 25년 이상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C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소년보호처분 이외에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할 만한 사정으로 꼽았다. 판결문마다 나름의 양형 이유가 있고 상급법원서 재차 판단을 거쳐도 형량은 결국 같았다.

10명 중 8명 “양형기준이 낮다” 
반성하면 봐준다? 감경요소 애매

하지만 대검찰청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이렇게 살인범죄에 대해 제시돼 온 법원의 결론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은 살인범죄에 대한 법정형과 양형기준이 모두 낮은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국민적 법 감정만큼 돌출된 인식으로 보기에는 어렵지만 법조인들도 현재의 살인범죄 처벌 수준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사 중 51.8%는 법정형 처벌 수준이 낮다고, 68.2%는 양형기준 처벌 수준이 낮다고 응답했다. 

변호사와 교수 집단에선 법정형 처벌 수준이 적정하다는 응답 비중이 과반이었다. 다만 이들 집단에서도 위의 사례서 적당한 처벌 수준을 물었을 때는 법원의 실제 판단보다 높은 형량을 제시했다.

살인범죄는 여타의 범죄에 비해 피해 회복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중대성을 띤다. 이 살인범죄에 대한 우리나라의 법정형은 1953년 9월 형법 제정 이후 계속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라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명 훼손이라는 중대성에 비춰보면 ‘5년 이상 징역’으로 제시되는 법정형 자체가 너무 낮다는 의견이 많다.

구체적인 사례서 살인범죄 처벌에 고려돼야 할 가중요소와 감경요소는 의외로 많다. 하지만 고려할 인자가 많다고 해서 최종 처벌 수준의 판단을 현행법과 법관의 재량에만 맡겨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크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나친 작량감경(법관 재량의 형 감경)이 이뤄지는 게 아닌지 법원 스스로도 반성해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낮은 살인형량
재범률 높다

과연 사회적 안전망이 일반적인 인식만큼이나 잘 작동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은 나날이 커진다. 경제 상황의 악화와 스트레스의 가중 속에서 연쇄살인과 ‘묻지마 살인’이 계속되는 문제도 크다. 살인범죄로 무기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비중은 2011년 이후 1%대를 기록 중이다. 동시에 해마다 50명 안팎은 살인을 저질렀던 이들의 재범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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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