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 청부받고 가수 협박?

“돈 돌려주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연예인과 조폭의 밀월 관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미지를 중시하는 연예인과 폭력을 상징하는 조폭이 겉으로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현실은 다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른바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조폭의 협박이나 폭력에 시달리며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연예인들도 있다.

트로트가수 A씨 “조양은으로부터 협박당했다” 경찰에 탄원
연예인 M양 지방조폭 협박에 팬 사인회 참석하느라 전국 돌아

한 때 국내 최대 폭력조직을 이끌었던 조양은씨가 청부를 받고 트로트가수 A씨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서울의 한 경찰서에 트로트 가수 A씨가 보낸 한 통의 탄원서가 접수됐다. 폭력조직 양은이파의 두목으로 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조양은씨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

혐의 사실 부인하고
범죄 증거 인멸 시도

조씨의 지인 K씨는 가수 A씨의 말을 듣고 주식투자를 했다가 17억 원의 큰 손해를 봤다며 이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조씨가 A씨를 불러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하고 이후에도 조직원들을 보내 A씨를 잡아오라며 위협했다는 것.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조씨가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조직원 4명과 함께 A씨를 만났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9년 8월 초 K씨에게 “A씨의 소개로 주식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봤으니 해결을 해달라”는 부탁을 듣고 해결사로 나서 A씨를 협박한 혐의다.

그렇지만 피해자인 트로트가수 A씨가 “조씨와 일면식도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데다 조씨도 “협박한 적이 없다”며 관련 혐의를 부인해 수사에 난항을 겪기도 했었다.

가수 A씨 관계자는 “본인도 모르는 이야기라고 해서 자세한 내용은 전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이 조씨와 A씨 간의 통화 내역을 확보해 수사를 재개했다. 이로써 신앙생활에 전념하며 폭력조직과의 결별을 선언했던 조씨가 다시 수사대상에 오르게 됐다.

한류 열풍 이용
해외 조폭도 개입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조직적으로 범죄 증거 인멸을 시도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며 “조사를 마치는 대로 조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조폭의 연예인 협박 사건은 그동안 종종 발생했다. 연예인들이 팬 사인회나 지방 행사, 밤무대 출연과 관련해 조폭의 협박을 받는 일은 여전히 상존 한다는 게 연예가 사람들의 증언.

서방파 두목 출신인 김태촌씨는 2006년 권상우에게 일본 팬 사인회를 강요하며 “집이 피바다가 돼도 상관없느냐”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연예인 M양의 경우 지방 조폭이 연계해 벌이는 팬 사인회에 참석하느라 전국을 돌아야 하기도 했다.

M양의 매니저는 “웬만한 매니저들은 친하든 친하지 않든 조폭 중간급 보스 정도는 알게 된다. 오랜 기간 연예계와 연관을 맺어온 사람들이어서 인맥도 상당하다”며 “정식 기획사를 차리고 이제는 사업가로만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연예계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지면 조폭과 연관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이어 “지방행사에 가면 더러 술자리를 함께 해달라는 요구를 받는데 이를 매번 묵살하고 돌아서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털어놨다.

거절했을 경우 은근한 회유와 협박이 따라붙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 물리적인 제재를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그우먼 K씨, 인기가수 C씨 등이 지방 공연 때 제대로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한 공갈협박에 시달린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K씨는 “그동안 보이지 않게 피해를 당한 연예인들이 많지만 그냥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예인 팬 사인회·지방행사·밤무대 관련 협박 비일비재
미남 탤런트 B군 소속사 K대표 “일본 조폭이 사업 제의”

연예계 관계자들은 몇몇 연예인들이 아직도 비밀리에 조폭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해 놀라움을 안겨 주고 있다.

신원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한 한 연예계 관계자는 “조폭의 협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밤무대나 행사를 중간에서 연결해 주는 소위 ‘어깨’들이 있으며 관계가 잘 끝날 수도 있지만 법정까지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관계가 어긋나는 경우 조폭들이 주로 사생활 약점을 잡아 협박을 한다”며 “대단한 내용이 아니라도 연예인들로선 사생활 자체가 거론되는 것이 큰 타격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를 들어 준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유명 연예인들의 경우도 조폭 때문에 이중계약 등을 맺고 이를 어길 경우 ‘미사리 모래에 묻어버린다’는 등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한류 열풍이 불면서 일본과 중국 등 현지 조폭도 국내 연예산업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가수들의 공연이나 배우들의 팬 사인회 등 공식 활동 외에 이벤트성의 행사에 한류 스타를 끌어들이기 위해 조폭간의 연계가 행해지고 있다.

미남 탤런트 B군 소속사 K대표는 여러 곳으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고 미팅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곱상한 외모로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B군은 일본에서도 이름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

지난해 6월 중순 어느 날. K대표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전날 밤에도 전화가 걸려왔으나 곧바로 끊어버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누구인지도 밝히지도 않고 다짜고짜 “B군의 일본 내 팬미팅 행사를 하자. 꼭 우리와 계약을 해야 한다. 다른 기획사와 계약을 하면 큰 일 날 것이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

약점 이용해 돈 뜯어내
보복 두려워 신고 못해

K대표는 “누군데 그러느냐”고 물었지만, 상대방은 “조만간 사람이 갈 것이다”는 말만 하고 끊었다. 

이후 K대표는 여러 관계자들과 미팅을 하면서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던 지난해 7월 초, 일본 계열의 모 무역회사 G대표를 만났다. G대표는 B군의 일본 진출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제시했고, K대표는 그때 비로소 G대표가 전에 전화를 했던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일단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일어선 K대표는 다양한 정보망을 이용해 G대표에 대해 알아본 결과, G대표가 일본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조폭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후 조폭과 연계를 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아는 K대표는 G대표와의 거래는 없던 일로 하고 일본 진출은 묻어두기로 했다. 

B군의 한 측근은 “이곳저곳에서 각종 사업 제안이 오는데 이중 조폭들의 제안도 섞여 있는 게 사실이다”며 “이를 걸러내려고 노력하지만 교묘하게 위장돼 있어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일본 같은 경우, 해당 기업의 신뢰등급표가 갖춰져 있어 이를 활용하고, 중국은 지명도가 있거나 확실한 보장이 있는 기업을 파트너십 상대로 선택 한다”며 “해외 조폭과의 연결 고리는 철저히 차단된 상태다”고 설명했다.

조폭은 기획사에 침투해 얻은 연예인의 사생활 정보를 악용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하지만 정작 연예인들은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보복이 두려워 조폭의 협박을 선뜻 밝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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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