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의 절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유 있는 ‘대망론’…내친김에 ‘대권’까지?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2009년 5월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어느 새 2주기. 올해도 어김없이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지난해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정치권엔 예년과 다른 기운이 감지됐다. ‘노풍(盧風)’을 타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망론’이 제기된 것. 당초 대망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던 그는 “도움이 된다면 피하지 않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로써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게 된 문 이사장, 그는 대체 어떤 인물일까.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대통령 최측근
원칙적이고 강직한 성격에 성실한 일처리 능력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경남고와 경희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시절 문 이사장은 학생운동에 참여해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법시험 합격통지서를 받은 그는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 졸업하고도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가 되지 못하자 부산으로 내려가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인권변호사 길에서
노 전 대통령과 인연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도 이때의 일이었다. 선배 변호사인 노 전 대통령과 경남지역 시국사건을 함께 맡으며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 27년이 흐른 후 두 사람은 각각 대통령과 비서실장으로 새로운 연을 맺었고, 화창한 5월의 토요일 운명이 갈라놓을 때까지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문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두 차례, 그리고 시민사회수석과 비서실장을 한 차례씩 맡았다. 하나같이 대통령을 최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직책들이다. 인사 배경은 확실했다.

노 전 대통령은 우선 문 이사장의 원칙적이고 강직한 성격을 높이 샀다. 자신보다 일곱 살이나 어린 그를 ‘자신이 아는 최고의 원칙주의자’로 평가할 정도였다. 실제 ‘박연차 게이트’로 노 전 대통령의 수많은 측근이 자금수수 의혹에 휩쓸리거나 사법처리 되는 가운데서도 문 이사장의 이름은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모시는 분에게 눈곱만큼이라도 누가 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그의 원칙적이고 강직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실한 일처리 능력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부산지역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선 “서류 작성은 물론 법원에 가서 서류 제출하는 것까지 직접 챙기던 노 전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문 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서는 내공을 쌓았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방패막이가 돼 준 ‘든든한 우군’이었다. 간혹 업무 영역을 넘나드는 행보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아랑곳 않았다. 문 이사장은 묵묵히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노 정부 초기에 대통령 측근 비리, 부산고속철 노선 변경, 보길도 댐 건설 논란, 한총련 합법화 및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논란 등 굵직굵직한 갈등이 터질 때마다 중재와 진화에 나선 것도 모두 문 이사장이었다.

그렇다고 대통령을 무조건 싸고돌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 앞에서 ‘노(No)’라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직언자였다는 게 전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 이사장이 개혁 의지가 충만한 대통령이 속도를 지나치게 낼 경우 이를 제어하는 ‘제동기’ 역할을 맡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노 전 대통령도 문 이사장 앞에선 그 유별난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에서 의견충돌이 일어날 경우 문 이사장의 ‘원칙’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것.

이런 문 이사장이지만 항상 노 정부 초기에 민정수석인 그가 “대통령 측근에 속한 사람 중 소문 차원의 좋지 않은 정보와 관련된 이가 있다”고 말해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의 시발점이 됐는가하면,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부산 시민들이 (우리를) 왜 부산정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가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선거 참패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변함없는 신뢰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문 이사장에 대해 “술잔을 기울이면서 심경을 토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사람을 무척 가려 만나는 것으로 알려진 노 전 대통령의 입에서 ‘평생지기’라는 말도 자주 나올 정도였다. 노 전 대통령은 문 이사장보다 사시에서 5기수나 선배지만 “노무현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 친구 노무현”이라며 돈독한 우애를 드러냈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문 이사장이지만 결코 자신을 내세우는 법이 없었다. 특히 청와대에 들어간 뒤에는 술을 끊고 인맥이나 지연, 학연을 노출하지 않고 몸을 낮췄다. 괜한 스캔들로 ‘주군’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노 전 대통령 평생지기
돈독한 우애 드러내

문 전 실장이 민정수석이 되면서 일부 검찰 인사들이 문 전 실장과 동기인 사법시험 22회 인사들과 접촉해 다리를 놓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라인이 드러나지 않아 포기했다”는 것이나, 문 전 실장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 경희대 법대 동문이 축하연을 열었는데 문 전 실장이 인사만 하고 자리를 뜨는 바람에 동문들이 주인공 없이 밥만 먹고 일어섰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문 이사장은 민정수석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빚 청산’ 얘기를 꺼냈다. 1988년 노 전 대통령에게 정치권 입문을 적극 권유, 힘겨운 정치판에 발을 들이게 한 미안함에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 문 이사장은 또 한 가지 빚을 졌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줄기차게 그를 주요 보직 혹은 지방선거 무대에 세우려 했다.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자리를 그에게 내줬고, 법무부 장관에 앉히려고도 했다.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부산지역 출마를 권유했다. 그러나 문 이사장은 끝내 노 전 대통령의 제안을 고사했다. “다음 자리를 고민하다 보면 여러 가지를 고려하게 되고, 결국 사심이 개입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문 이사장은 대신 “크게 정치력을 요구하지 않고 원리원칙대로만 하는 일, 개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하겠다”는 초심을 지켰다.

하지만 자신을 그토록 배려한 노 전 대통령의 바람을 들어주지 못한 건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노 전 대통령 강한 신뢰에도 자신 내세우지 않아
대망론 부정하면서도 “피하지 않겠다” 여운 남겨

그러던 지난 2009년 5월, 문 이사장은 빚도 제대로 갚지 못한 채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야 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문 이사장은 큰 실의에 빠졌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알리기 직전까지 애써 차분함을 유지했지만 결국 마이크를 입에 대기 전 브리핑 쪽지를 쥔 손을 떨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문 이사장은 지난 2009년 9월 출범한 노무현재단의 이사장직을 맡아 노 전 대통령에 ‘빚’을 갚아 나갔다. 이 가운데 어느새 서거 2주년을 맞았다. 전국 각지에서 50여개의 추모행사가 열렸고 각각의 행사에는 각계각층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1주기 당시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엔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됐다.

‘노풍’을 타고 ‘문재인 역할론’이 불거진 것. ‘4·27 재보선’에서 노 전 대통령의 텃밭인 ‘김해을’ 지역을 한나라당에 빼앗긴 데 따른 것이다. 김해을에 인물이 없어 패했다는 자체진단에 따라 문 이사장에게 ‘대안론’을 넘어 ‘대망론’까지 제기됐다. 특히 문 이사장이 4?27재보선을 앞두고 야권 단일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며 상당한 정치력을 보여주면서 정치참여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최근 실시된 여론조에 결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진보진영에서 거론되는 대통령 후보 중 가장 호감이 가는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에 문 이사장은 15.2%를 차지해 22.8%를 차지한 손 대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러나 문 이사장은 대망론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치세계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내공을 쌓아 경력과 능력을 검증 받은 후보들도 많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신의 대망론을 거듭 부정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게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야권 후보군이 풍부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런 논의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임해 ‘빚’ 갚아

 

하지만 문 이사장은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재인 대망론’에 대한 질문에 “급부상이니 대망론이니 그렇게 말하는 것은 과분하기도 하고 또 과장된 말씀이기도 하다”면서도 “어찌됐든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야 되는데, 우리쪽 상황이 쉬워 보이지 않고 어려우니 다들 힘을 모아야 된다는 생각에서 ‘당신도 나와서 역할을 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혹시 도움이 된다면 피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