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초비상 - PD사건 또 터지나?

걸리면 끝장…“나 지금 떨고 있냐?”

PD와 연예인간 뇌물수수 및 성상납에 관한 사건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암암리에 자행되어 왔던 관행으로 좀처럼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거대한 연예계에 보이지 않는 권력과 황금만능주의의 술수가 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인 탤런트는 뇌물을 통해서라도 성상납을 해서라도 스타로 발돋움하기를 바란다. 방송계에서의 생명은 바로 인기로 점철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다.
 
연예기획사 대표 방송국 PD 5명에 향응 제공
일부 PD 금품 받고 연예인 지망생 방송 출연

최근 ‘방송사 PD와 연예기획사의 커넥션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와 연예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한 매체는 “경찰은 연예 매니저로부터 술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방송사 PD들을 불구속 입건하고 곧 소환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며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연예인 지망생 8명으로부터 총 1억7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연예기획사 대표 K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돈으로 향응을 받은 방송국 PD 5명의 혐의를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성접대 수사 진행
사태 추이에 촉각

이 매체에 따르면 MBC·KBS·SBS 등 지상파 PD와 케이블위성채널 PD 등 총 5명이 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 이들은 술집 등에서 45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고 특히 이들 가운데 1명은 총 8차례에 걸쳐 2300만원 접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혐의가 있는 PD 가운데 일부는 금품을 받고 K씨가 추천한 연예인 지망생들을 실제로 방송에 출연시켰다.

방송사 PD들을 상대로 접대를 벌인 K씨는 2000년대 초중반 여성그룹 등의 매니저로 활동해오다 최근 기획사를 차린 인물. 연예인 지망생들을 상대로 데뷔 명목으로 돈을 받아 접대비에 쓰고 일부는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연예계는 장자연 사건 이후 또 다시 연예계 인사들이 연루된 성접대 수사가 경찰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995년 1월 여의도 방송가는 뇌물 상납 및 섹스 스캔들로 PD 전원이 사표를 내는 등 사회적으로 크나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성명서를 낼 정도로 심각했던 방송PD 섹스스캔들은 성상납과 뇌물이 주류를 이뤘다. 아나운서부터 라디오 진행자, PD, 매니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졌다.

방송계의 뇌물 수수파동은 연예계 종사자들 및 연예인들에게 자성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사건. 당시 경찰은 금품수수와 매춘 등 상당한 물증을 확보해 뇌물수수사건이 얼마나 곪아 있었나를 여실히 알려주었다.

1995년 이후 PD들의 자성이 있었던지 한 건의 PD 뇌물사건은 접수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고인이 된 KBS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 연출가인 김재형 PD가 조연급 탤런트 2명에게 1612만원을 받아 1999년 11월26일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 ‘방송계의 거목’이랄 수 있는 김 PD의 뇌물수수 사건은 명예로 먹고사는 대다수 PD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지난 2008년에는 현금과 주식정보를 제공받은 MBC PD가 적발돼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MBC 인기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가수 서태지의 컴백 특집방송 등의 제작을 총괄한 A 책임프로듀서(CP)가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A CP는 팬텀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 4곳에서 연예인 출연 대가 등을 명목으로 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그는 해외에 나갈 때 기획사 관계자에게서 여행비 명목으로 한꺼번에 1만 달러를 받기도 했다. 또한 2005년 3~4월 팬텀과 이스턴테크로부터 주식 3만주씩을 시세보다 20~30%씩 싸게 사, 수개월 만에 각각 2억원과 700만원의 시세차익을 냈다.

1995년 섹스스캔들로
PD 전원이 사표

같은 해 모 방송국 출신 PD출신 B씨도 소속 연예인들을 출연시켜주는 대가로 연예기획사들로부터 2억원대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B씨는 C기획사로부터 “소속 연예인들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1550만원을 받았다. B씨는 이 기획사로부터 차명 통장까지 제공받았고, 이 통장은 B씨가 다른 기획사로부터 돈을 받거나 자신이 쓸 도박 자금을 관리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B씨는 같은 해 10월 D기획사 대표 Y씨로부터 신인 가수를 모 프로그램에 출연하도록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았고, 그 다음 달에는 같은 프로그램에서 출연 시간을 앞쪽으로 당겨준다는 명목 등으로 10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B씨는 또 비슷한 시기 E기획사 대표 H씨로부터 새 음반이 나오면 프로그램에 소개할 기회를 달라는 부탁을 받고 1000만원을 받았다.

B씨는 2005년 5월과 6월에는 F엔터테인먼트 대표 L씨로부터 뮤직비디오 방영과 소속 연예인들의 출연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받았으며, G엔터테인먼트 대표 M씨로부터도 3500만원을 챙겼다. B씨가 2004년 6월부터 1년간 받은 금액은 13회에 걸쳐 2억2050만원이었다.

지난 2010년에는 KBS PD가 연예기획사로부터 방송 출연 청탁과 함께 주식 매수 정보를 제공받아 유죄판결을 받았다.

K씨는 KBS 책임프로듀서(CP)로 일하며 인기 예능프로그램과 음악 프로그램 등을 연출하던 2005년, 연예기획업체 N사 임원한테서 소속 연예인 방송출연 및 뮤직비디오 방영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 회사 우회상장 정보를 미리 제공받은 뒤 주식을 사 시세차익 3000만원을 얻고 현금 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아 2008년 9월 재판에 회부됐다. 재판부는 현금 5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주식을 사들여 이득을 챙긴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뇌물 및 촌지
공공연하게 자행


연예기획사는 PD에게 어떤 식으로 로비를 할까.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뉜다.

첫째는 연예인의 출연 청탁과 함께 직·간접적으로 현금 등 금품을 전달받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예전에 자주 사용하던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는 PD들에게 연예기획사의 인수합병 정보를 제공해 PD들로 하여금 주식을 미리 사들여 대박을 터뜨리게 하는 ‘주식 로비’. 경영권 인수 및 합병 정보를 방송사 PD 등에게 흘려 미리 주식을 사게 한 뒤 상당한 시세차익을 올리게 하는 방식이다.

2010년 KBS PD 방송 출연 청탁 유죄판결 받아
로비 방식은 ‘금품 전달’ ‘주식 로비’ ‘도박 비용’

셋째는 카지노 도박 등 PD들의 ‘유흥’에 은밀하게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PD들이 마카오 등의 해외 카지노에 가서 도박을 하면 도박 칩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일부 PD와 탤런트, 기획사간엔 보이지 않는 먹이사슬이 공존하고 있다. 기획사는 자신의 소속연예인들을 PD에게 선보임으로써 스타로 만드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성상납과 뇌물 및 촌지는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연예기획사와 PD와의 검은 커넥션의 고리는 끊을 수 없는 것일까.

연예계 관계자들은 우선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섭외나 캐스팅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한 연예계 관계자는 “밀실 섭외, 밀실 캐스팅은 지양되어야 한다”며 “또한 PD의 개인적인 독단과 판단으로 배우나 예능인을 기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를 위해 방송사 CP, PD, 작가, 배우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캐스팅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캐스팅 이후에도 시청자들은 날카롭고 예리한 칼날을 들이대며 평가하고 응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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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