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그룹 오너일가 ‘수상한 땅 거래’ 숨은 진실 <추적>

헐값 거래로 파이 키워 피붙이 입에 한 입씩 ‘쏙’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태평양그룹 오너일가의 표정이 한결같이 오묘하다. 애써 태연한 척 딱 잡아떼면서도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양새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수상한 땅 거래’ 때문이다. 합법과 탈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수법에 비판을 넘어 감탄의 목소리마저 들려올 정도다. 수법이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오너일가는 주머니 부풀리기와 절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정과 상생이 화두인 지금, 표정 관리는 필수다.

용산 일대 부동산 가격 상승 예견된 시기에 거래
실거래가 평당 4000만원 610만원에 거래…헐값 매각

때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지난 2003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태평양그룹은 회사 소유인 용산구 한남동 일대 2필지 929.6㎡(약 282평)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의 모친인 변금주 여사에게 매각했다.

이 토지의 당초 고 서성환 창업주의 셋째 딸 은숙씨의 소유였다. 은숙씨는 1979년부터 이 토지를 보유해오다 1994년 태평양개발에 명의를 넘겼다. 이어 1998년 지주사인 태평양을 거쳐 2003년 다시 변 여사에 소유권이 넘어왔다.

오너가와 회사 사이에서 이뤄진 거래라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한 게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 거래가 주목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문제는 변 여사가 회사로부터 문제의 땅을 사들인 시점이다.

부동산 최초 소유자
셋째 딸 서은숙씨

당시는 용산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요동친 시기였다. 용산 역세권을 중심으로 대대적 개발 투자가 예견된 때문이었다.

우선 서울시는 지난 2000년 용산구 일대를 재개발하는 ‘용산부도심 지구단위계획안’을 확정했다. 용산 개발 프로젝트는 용산 역 뒤편에서 한강변에 이르는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을 포함한 한강로 변 56만6800㎡부지에 600미터 높이의 국내 최대 규모 랜드마크 타워 및 상업, 주거, 문화 등 각종 시설을 조성,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심장이자 서울의 상징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시는 즉시 재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용산재개발구역은 물론 한남동, 이태원동 등 재개발 인접 지역 일대의 땅값은 그야말로 하늘 높은 줄을 몰랐다. 하루가 멀다 하고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용산 땅이 강남에 이은 ‘금싸라기’로 급부상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히, 변 여사 태평양으로부터 토지를 매입한 2003년에는 용산재개발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지던 용산미군기지의 이전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사업이 급물살을 타리란 장밋빛 전망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매입 당월인 10월은 ‘용산부도심 지구단위계획안’에 의해 KTX 용산역 민자역사가 준공된 때다. 동시에 한남뉴타운 지역선정 발표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기도 했다.

모든 상황이 맞물렸다. 부동산가 상승은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태평양개발에게 용산의 땅은 ‘그림의 떡’으로 남았다. 변 여사에 문제의 땅을 매각한 때문이다. ‘닭 쫓던 개 지붕만 바라보는’ 꼴이 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제값을 주고 판 것도 아니었다. 당시 시세에 훨씬 못 미치는 헐값에 넘겼다. 해당 부지는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인접한 배후 주거지로 이촌동과 함께 용산개발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태평양개발이 변 여사에게 받은 돈은 17억1900만원, 평당 610만원정도다.

2003년 매각 당시 이 토지의 공시지가는 평당 558만원(현재 1288만원)이었다. 하지만 이는 공시 지가 기준으로 산정한 가격일 뿐이다. 현재 이 부근의 땅은 평당 4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2003년 당시에도 가격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이 일대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을 감안하면 태평양개발의 ‘특별한 배려’로 변 여사는 7배 이상의 두둑한 수익을 챙긴 셈이다. 여기에 재개발로 인한 상승효과를 고려할 경우 변 여사가 앞으로 취할 이득은 매입대금의 수십배에 달하게 된다.

공시에 따르면 해당 부동산의 매각 목적은 ‘자산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유휴부동산 매각’이다. 그러나 뻔히 보이는 이득을 발로 찬 건 결코 효율적인 자산 활용이라고 볼 수 없다. 오너 일가에 부동산을 헐값 매각한 것을 두고 회사 기회이익의 편취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너일가의 ‘수상한 거래’가 회사의 손해는 물론 태평양그룹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시세 차익 노리고
토지 거래 의혹

그럼에도 이 거래는 아무런 잡음 없이 진행됐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태평양개발은 서 사장이 100%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인 때문이다. 애초부터 태평양개발에 거부권은 없었단 얘기다.

이 거래의 배경에 대해선 뚜렷하게 알려진 바 없다. 정황상 오너일가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토지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여기에 한 가지 의혹이 함께 제기됐다. 증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이 같은 거래를 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부동산 관련 세법에 따르면 토지 등을 시가보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거래할 경우에는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적용범위는 실거래가격 30% 이상 혹은 이하다. 변 여사도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표면상 매매로 분류돼 증여세는 피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개발, 서 사장의 사실상 개인회사…거부권 없나
세금 아끼기 위해 매매 가장한 편법증여 의혹 제기도

또 변 여사는 해당 부동산을 지난 2009년 6월 첫째 딸 송숙씨와 둘째딸 혜숙씨를 비롯해 총 13명의 자녀, 사위, 손자, 손녀들에게 증여했다. 이 중에는 올해 13살에 불과한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다.

부동산을 할머니가 손자에게 바로 증여하면 통상 30%의 할증과세가 붙는다. 그러나 한 번의 증여세와 취득등록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세 부담이 최소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너 일가가 절세를 위해 이 같은 거래를 벌였다는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 거래에 불거진 의혹들을 정리해보면 ▲서 사장의 개인회사인 태평양개발은 변 여사에 폭등이 예상되는 땅을 헐값에 매각 ▲변 여사가 이를 특수관계인들에 증여 ▲변 여사가 땅을 구입·증여한 것은 절세 목적 등이 있다. 이 같은 의혹들은 새로운 의혹을 낳으며 눈덩이처럼 불어만 가고 있다. 그러나 오너일가를 비롯한 태평양그룹은 일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굳게 다문 양 입꼬리는 한껏 올라가 있는 모습이다. 오는 2016년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완공을 앞두고 있어서다. 따라서 오너일가가 현재 보유한 있는 부동산 가격에 프리미엄이 더해져 보다 큰 시세차익을 거둘 전망이다. 그리고 그 이득은 고스란히 태평양그룹 오너일가들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리 경영 다짐
공든 탑 와르르

공교롭게도 거래가 이뤄진 2003년은 태평양이 창립 58주년을 맞아 윤리경영을 적극 실천키로 한 해다. 선포식에서 서 사장은 참석자들은 보다 성실한 자세로 생활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시스템에 따라 일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자고 다짐했다. 이때가 9월. 그로부터 불과 한 달 후 서 사장은 윤리경영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일을 벌였다.

이후 서 사장은 윤리경영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속가능경영대상 대통령상, 자랑스런 코넬 동문상, 경영학자 선정 경영자대상 등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그간 공들여 쌓아온 서 사장의 위상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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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