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살해 ‘무서운 남편들’ 천태만상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잠든 남편도 다시보자"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얼마전 실종됐다 50여일 만에 심하게 훼손된 변사체로 발견된 교수 부인 살해사건의 충격파가 가시질 않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잔인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다름 아닌 남편이라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교수라는 사람이 재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내를 잔인하게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것. 최근 이 같이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아내들이 늘고 있다. 홧김에 혹은 내연녀 때문에, 계획적으로 아내를 살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서운 남편들의 천태만상을 들여다봤다.

실종 50여일 교수 아내 변사체로 발견 충격
만삭 아내 살해한 의사부터 아내 목 조른 교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믿었던 가정에서, 가장 돈독한 관계라고 믿었던 부부관계에서 살인사건이 잦아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안전한 곳도, 믿을 사람도 없는 것일까. 최근 드러난 교수의 아내 살인사건은 7년이나 교제한 내연녀와 짜고 저지른 것이라 더욱 소름이 돋는다.

최근 낙동강 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박모(50·여)씨는 대학교수인 강모(53)씨와 재혼 1년여 만에 이혼 소송을 벌이던 중 지난 4월 실종됐다.

처음에는 범행 부인
추궁하면 자백 뻔한 코스

박씨의 친정 식구들은 실종 4일 만인 지난 4월5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박씨의 인상착의와 사진을 담은 광고는 물론 트위터에도 도움을 청했다.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사람에게는 자그마치 1억원의 사례금을 주겠다고 했다. 경찰의 신고포상금이 아닌 실종자 가족이 목격자나 제보자에 대해 거액의 사례금을 제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박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직후부터 남편인 강씨는 유력한 용의자 중 한 사람이었다. 당시 강씨는 박씨의 행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박모씨의 주검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박씨의 시신은 부산 사하구 을숙도대교 부근의 낙동강 주변에서 발견된 등산용 가방 속에 있었다. 시신은 크기 1m 가량의 등산용 가방 안에 토막 난 상태였고, 얼굴 등 몸 전체가 상당히 부패한 상태였다.

경찰은 박씨가 실종 50일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되자 수사를 서둘렀다. 경찰은 이미 박씨가 실종된 직후부터 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강씨의 승용차에서 발견된 혈흔, 가방 구입 경위 등 살해 증거와 시신을 유기한 증거들을 충분히 수집해 강씨를 붙잡았다. 

경찰의 계속되는 추궁에도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던 강씨는 지난달 23일 밤늦게 돌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강씨는 "지난 4월2일 해운대 모 호텔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서 아내를 만나 이혼문제로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목 졸라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강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시신을 담은 가방을 범행 며칠 전에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공범과 함께 치밀한 계획 하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던 것.

경찰의 집요한 추궁에 강씨는 결국 사실을 털어놨다. 역시 강씨에게는 또 다른 공범이 있었다. 다름 아닌 내연녀.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4월2일 밤 11시께 부산 해운대구 모 콘도 앞에서 아내 박씨를 만나 자신의 차에 태운 뒤 모 호텔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노끈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 당시 강씨의 내연녀 최모(50·여)씨는 호텔 인근에 자신의 차량을 대기 시켜 놓고 있다가 박씨의 시신을 옮겨 실었다. 이후 강씨는 자신의 집에 차를 두고 나온 뒤 인근 주점에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그 사이 최씨가 박씨의 시신을 유기하면 이들의 비밀은 영원히 묻힐 것 같았다. 하지만 최씨는 박씨의 시신이 든 가방을 혼자 힘으로 바다에 던지기 힘들었고, 결국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을숙도대교로 오게 한 뒤 함께 시신을 유기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최씨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문자를 남기기도 했다.

범행 이후 강씨는 내연녀 최씨가 가담한 흔적을 없애기 위해 서울 카카오톡 본사를 찾아가 문자메시지 삭제를 요청했지만 경찰의 복원으로 들통 났다.

강씨와 최씨의 내연관계는 벌써 7년째 계속됐다. 2004년 최씨가 대리운전기사 일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된 두 사람은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왔으며, 최씨는 강씨에게 "당신을 놓치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씨는 지난해 3월 박씨와 재혼했고, 이미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되풀이했던 강씨의 재혼생활을 순탄치 않았다. 두 사람은 자주 다퉜고, 그때마다 강씨는 최씨를 만나 고민을 털어놨다. 급기야 두 사람은 지난 3월 부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살해 방법과 유기 장소 등을 꼼꼼히 찾아 범행을 저질렀다. 완벽한 계획범죄였던 것.

하지만 경찰의 조사가 강화되자 최씨는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했고, 호주에 머물다 점점 조여오는 수사망에 부담을 느낀 것인지 얼마 전 자진 귀국해 조사를 받았다.

의사, 만삭아내 살해
엘리트가 더 무섭다

앞서 1월에도 충격적인 아내 살인사건이 발생해 사람들을 공황 상태에 빠뜨렸다. 만삭 의사부인 살해사건이 바로 그것. 출산을 한 달 여 앞둔 만삭의 여성이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엘리트 외과의사인 남편 백모씨로 밝혀졌다. 당시 백씨는 의사다운 소견을 동원해 범행 사실을 부인했지만 검찰은 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백씨가 부부싸움 도중 아내의 목 졸라 숨지게 한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백씨는 전문의 1차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하고도 새벽 3시까지 게임을 했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부인과 부부싸움을 벌이던 중 화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부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는 것.

사건 발생부터 백씨가 구속될 때까지 해당 사건은 한국판 OJ심슨 사건으로 화제가 됐었으며, 네티즌들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가설과 분석을 내놨다.

이번 교수아내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당시 범인인 남편이 의사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졌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사회적 지위에 오른 의사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것.

그런가 하면 지난 3월에는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12년간 그 시신을 집안에 보관해온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줬다.

2010년 통계, 5일에 한 명 꼴로 남편에게 살해
갈등 상황 속 아내 이견, 남성 권위 훼손 판단

1999년 6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거주하던 이모(51)씨는 다음날 이사를 앞두고 동갑내기 아내(당시 39세)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1층 단칸방으로 이사를 앞두고 아내가 "이사를 가지 않겠다"며 완강히 버틴 이유에서다.

아내를 설득하던 이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말다툼을 벌였고, 결국 우발적으로 아내의 목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씨는 아내의 시신을 흰색 비닐, 은박지 등으로 겹겹이 둘러싸 종이상자에 넣어 밀봉했고, 다음날 이사하면서 시신이 든 종이상자 역시 이삿짐인 것처럼 가장해 새 집으로 옮겼다.

이후 이씨는 당시 8살 난 딸아이와 3년 정도 생활한 뒤 집을 나가 한 달에 2~3번 정도만 집에 들렀고, 이씨의 딸(20)은 단칸방에서 어머니의 시신이 담긴 상자와 12년간 함께 생활했다.

성년이 된 이양은 이사를 앞두고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종이상자를 열어봤고 미이라 상태의 시신이 나오자 경찰에 신고했다. 지문감식과 유전자조사 결과, 발견된 시신은 이양의 친모임이 확인됐고, 경찰은 그 길로 이씨를 추적, 지난 3월15일 붙잡았다.
이씨는 범행 사실을 순순히 자백했고, "숨진 아내와 딸에게 미안해 시신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영원히 시신을 보관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4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남편들의 아내 살해
치정·무시발언 때문

도대체 아내들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기에 남편은 아내를 죽이는 것일까. 범죄심리학자들은 남편의 아내살해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치정 관계이고, 두 번째는 부부싸움 도중의 무시발언 등 평상시 얽힌 갈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치정에 의한 살인은 아내가 외도를 했을 경우와 자기 자신이 외도를 했을 경우에 모두 해당된다. 앞선 교수 아내 살인사건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부부싸움 도중 홧김에 살해는 설명이 좀 더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성의 가해행동은 상대방의 폭력에 대한 대응으로 행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남성은 자가-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남편들의 분노 폭발은 시작부터 끝까지 남편 뜻대로 라는 말이다. 아무리 말리려고 애써봤자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

쉽게 말해 남편들은 아내에게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가질 때 분노가 상승하고 이때 화를 참지 못하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평소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우던 남편이 아내와 부부싸움 도중 무시 발언을 참지 못하고 아내를 살해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0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집계한 결과, 남편 혹은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된 여성들이 최소 7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5일에 1명 꼴이다. 하지만 이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숫자에 불과하다. 때문에 실제로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는 아내의 수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

남으로 만나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인연을 맺었지만 최근 돌아가는 사회상을 보면 더 이상 남편과 부인이라는 관계가 모든 것을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관계인지 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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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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