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살해 ‘무서운 남편들’ 천태만상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잠든 남편도 다시보자"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얼마전 실종됐다 50여일 만에 심하게 훼손된 변사체로 발견된 교수 부인 살해사건의 충격파가 가시질 않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잔인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다름 아닌 남편이라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교수라는 사람이 재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내를 잔인하게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것. 최근 이 같이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아내들이 늘고 있다. 홧김에 혹은 내연녀 때문에, 계획적으로 아내를 살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서운 남편들의 천태만상을 들여다봤다.

실종 50여일 교수 아내 변사체로 발견 충격
만삭 아내 살해한 의사부터 아내 목 조른 교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믿었던 가정에서, 가장 돈독한 관계라고 믿었던 부부관계에서 살인사건이 잦아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안전한 곳도, 믿을 사람도 없는 것일까. 최근 드러난 교수의 아내 살인사건은 7년이나 교제한 내연녀와 짜고 저지른 것이라 더욱 소름이 돋는다.

최근 낙동강 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박모(50·여)씨는 대학교수인 강모(53)씨와 재혼 1년여 만에 이혼 소송을 벌이던 중 지난 4월 실종됐다.

처음에는 범행 부인
추궁하면 자백 뻔한 코스

박씨의 친정 식구들은 실종 4일 만인 지난 4월5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박씨의 인상착의와 사진을 담은 광고는 물론 트위터에도 도움을 청했다.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사람에게는 자그마치 1억원의 사례금을 주겠다고 했다. 경찰의 신고포상금이 아닌 실종자 가족이 목격자나 제보자에 대해 거액의 사례금을 제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박씨의 실종신고가 접수된 직후부터 남편인 강씨는 유력한 용의자 중 한 사람이었다. 당시 강씨는 박씨의 행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박모씨의 주검이 발견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박씨의 시신은 부산 사하구 을숙도대교 부근의 낙동강 주변에서 발견된 등산용 가방 속에 있었다. 시신은 크기 1m 가량의 등산용 가방 안에 토막 난 상태였고, 얼굴 등 몸 전체가 상당히 부패한 상태였다.

경찰은 박씨가 실종 50일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되자 수사를 서둘렀다. 경찰은 이미 박씨가 실종된 직후부터 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강씨의 승용차에서 발견된 혈흔, 가방 구입 경위 등 살해 증거와 시신을 유기한 증거들을 충분히 수집해 강씨를 붙잡았다. 

경찰의 계속되는 추궁에도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던 강씨는 지난달 23일 밤늦게 돌연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강씨는 "지난 4월2일 해운대 모 호텔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 안에서 아내를 만나 이혼문제로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목 졸라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강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시신을 담은 가방을 범행 며칠 전에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공범과 함께 치밀한 계획 하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던 것.

경찰의 집요한 추궁에 강씨는 결국 사실을 털어놨다. 역시 강씨에게는 또 다른 공범이 있었다. 다름 아닌 내연녀.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4월2일 밤 11시께 부산 해운대구 모 콘도 앞에서 아내 박씨를 만나 자신의 차에 태운 뒤 모 호텔 인근 공영주차장에서 노끈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 당시 강씨의 내연녀 최모(50·여)씨는 호텔 인근에 자신의 차량을 대기 시켜 놓고 있다가 박씨의 시신을 옮겨 실었다. 이후 강씨는 자신의 집에 차를 두고 나온 뒤 인근 주점에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그 사이 최씨가 박씨의 시신을 유기하면 이들의 비밀은 영원히 묻힐 것 같았다. 하지만 최씨는 박씨의 시신이 든 가방을 혼자 힘으로 바다에 던지기 힘들었고, 결국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을숙도대교로 오게 한 뒤 함께 시신을 유기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최씨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문자를 남기기도 했다.

범행 이후 강씨는 내연녀 최씨가 가담한 흔적을 없애기 위해 서울 카카오톡 본사를 찾아가 문자메시지 삭제를 요청했지만 경찰의 복원으로 들통 났다.

강씨와 최씨의 내연관계는 벌써 7년째 계속됐다. 2004년 최씨가 대리운전기사 일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된 두 사람은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왔으며, 최씨는 강씨에게 "당신을 놓치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씨는 지난해 3월 박씨와 재혼했고, 이미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되풀이했던 강씨의 재혼생활을 순탄치 않았다. 두 사람은 자주 다퉜고, 그때마다 강씨는 최씨를 만나 고민을 털어놨다. 급기야 두 사람은 지난 3월 부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살해 방법과 유기 장소 등을 꼼꼼히 찾아 범행을 저질렀다. 완벽한 계획범죄였던 것.

하지만 경찰의 조사가 강화되자 최씨는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했고, 호주에 머물다 점점 조여오는 수사망에 부담을 느낀 것인지 얼마 전 자진 귀국해 조사를 받았다.

의사, 만삭아내 살해
엘리트가 더 무섭다


앞서 1월에도 충격적인 아내 살인사건이 발생해 사람들을 공황 상태에 빠뜨렸다. 만삭 의사부인 살해사건이 바로 그것. 출산을 한 달 여 앞둔 만삭의 여성이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엘리트 외과의사인 남편 백모씨로 밝혀졌다. 당시 백씨는 의사다운 소견을 동원해 범행 사실을 부인했지만 검찰은 법의학자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백씨가 부부싸움 도중 아내의 목 졸라 숨지게 한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백씨는 전문의 1차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하고도 새벽 3시까지 게임을 했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부인과 부부싸움을 벌이던 중 화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부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는 것.

사건 발생부터 백씨가 구속될 때까지 해당 사건은 한국판 OJ심슨 사건으로 화제가 됐었으며, 네티즌들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가설과 분석을 내놨다.

이번 교수아내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당시 범인인 남편이 의사라는 점에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졌다. 남부러울 것 없는 사회적 지위에 오른 의사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아내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것.

그런가 하면 지난 3월에는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12년간 그 시신을 집안에 보관해온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줬다.

2010년 통계, 5일에 한 명 꼴로 남편에게 살해
갈등 상황 속 아내 이견, 남성 권위 훼손 판단

1999년 6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거주하던 이모(51)씨는 다음날 이사를 앞두고 동갑내기 아내(당시 39세)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1층 단칸방으로 이사를 앞두고 아내가 "이사를 가지 않겠다"며 완강히 버틴 이유에서다.

아내를 설득하던 이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말다툼을 벌였고, 결국 우발적으로 아내의 목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씨는 아내의 시신을 흰색 비닐, 은박지 등으로 겹겹이 둘러싸 종이상자에 넣어 밀봉했고, 다음날 이사하면서 시신이 든 종이상자 역시 이삿짐인 것처럼 가장해 새 집으로 옮겼다.

이후 이씨는 당시 8살 난 딸아이와 3년 정도 생활한 뒤 집을 나가 한 달에 2~3번 정도만 집에 들렀고, 이씨의 딸(20)은 단칸방에서 어머니의 시신이 담긴 상자와 12년간 함께 생활했다.

성년이 된 이양은 이사를 앞두고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종이상자를 열어봤고 미이라 상태의 시신이 나오자 경찰에 신고했다. 지문감식과 유전자조사 결과, 발견된 시신은 이양의 친모임이 확인됐고, 경찰은 그 길로 이씨를 추적, 지난 3월15일 붙잡았다.
이씨는 범행 사실을 순순히 자백했고, "숨진 아내와 딸에게 미안해 시신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영원히 시신을 보관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결국 이씨는 지난 4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남편들의 아내 살해
치정·무시발언 때문

도대체 아내들이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기에 남편은 아내를 죽이는 것일까. 범죄심리학자들은 남편의 아내살해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뉜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치정 관계이고, 두 번째는 부부싸움 도중의 무시발언 등 평상시 얽힌 갈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치정에 의한 살인은 아내가 외도를 했을 경우와 자기 자신이 외도를 했을 경우에 모두 해당된다. 앞선 교수 아내 살인사건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부부싸움 도중 홧김에 살해는 설명이 좀 더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여성의 가해행동은 상대방의 폭력에 대한 대응으로 행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남성은 자가-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남편들의 분노 폭발은 시작부터 끝까지 남편 뜻대로 라는 말이다. 아무리 말리려고 애써봤자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

쉽게 말해 남편들은 아내에게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가질 때 분노가 상승하고 이때 화를 참지 못하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평소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우던 남편이 아내와 부부싸움 도중 무시 발언을 참지 못하고 아내를 살해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10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집계한 결과, 남편 혹은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된 여성들이 최소 7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5일에 1명 꼴이다. 하지만 이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숫자에 불과하다. 때문에 실제로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는 아내의 수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

남으로 만나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인연을 맺었지만 최근 돌아가는 사회상을 보면 더 이상 남편과 부인이라는 관계가 모든 것을 믿고 함께 할 수 있는 관계인지 의문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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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