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걸의 ‘어글리코리안’ 경험기

"한국은 성 노예를 방치하는 나라"

금발 미인들이 국내 유흥가로 몰려온다. 최근 예술관련 비자발급이 간소화되면서 댄서와 가수로 입국한 이들이 유흥가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최대 ‘인터걸(외국출신 성매매 여성) 수입국’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외국여성을 이용한 밤문화 산업이 날로 흥하는 것은 한국 남성들의 막연한 기대심리가 한몫했다. 업소 주인들은 “단속이 심해도 ‘백마’(외국여성)를 찾는 손님들이 꽤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걸들의 현주소를 파헤쳐 본다.

예술관련 비자로 국내 들어와 나이트클럽 등에서 쇼걸 생활
업주들의 강요 혹은 자의에 의해 성매매 나서는 것 시간문제

서울 강남과 이태원 인근의 한 호텔 나이트클럽 입구. 30대로 보이는 호객꾼이 기자에게 “늘씬한 러시아 아가씨 있어요”라고 속삭였다. 나이트클럽에 들어서자 화려한 춤판이 시선을 끈다. 널찍한 홀의 중앙무대엔 아슬아슬한 수영복만 걸친 금발 무희들이 춤추고 있었다. 요란한 조명 아래 열정적으로 몸을 흔드는 이국적인 아가씨들.

요란한 조명 아래
늘씬한 러시아 아가씨

그들은 ‘동양의 큰 도시’에서 춤을 팔고 있었다. 율동은 어설프고 조잡하지만 열기만은 뜨거웠다. 격렬한 춤사위가 끝나자 이번엔 하얀 가운을 입은 다른 무희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전보다 키도 늘씬하고 몸매도 풍만하다. 조용한 음악에 맞춰 뇌쇄적인 몸을 흐느적거렸다. 웨이터는 “러시아 아가씨들과 술을 마시려면 홀은 불편하다”며 기자를 룸으로 안내했다. 잠시 뒤 무대에서 춤을 추던 러시아 여성 2명이 룸으로 들어왔다.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출신이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서툰 한국말로 “나 한국에서 2년간 살았어. 부산, 대구, 의정부에서 일했어!”라고 말했다. 노래 한곡 불러 보라 권하자 그녀는 “한국의 가라오케반주엔 아는 노래가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몇 차례 더 권하자 이들은 가라오케반주곡 중 유일하게 아는 노래라며 심수봉씨가 부른 러시아 번안가요 ‘밀리오느 알르이흐 로즈’(백만 송이 진홍색 장미)를 골라 러시아어로 불렀다.

보드카로 단련된 덕분에 그녀들의 주량은 제법이었다. 얼마나 마시느냐고 묻자 ‘보드카 1병’이라고 답했다. 이번엔 폭탄주를 만들어 보이자 몇 번 경험했는지 한국말로 “폭탄주!”하며 아는 체 한다. 술이 몇 잔씩 돌자 웨이터가 들어와 “30만원이면 ‘2차(성매매)’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러시아 여자라면
깜빡 죽는 한국 남성

그에 따르면 인터걸들은 예술관련 비자로 들어와 주로 나이트클럽 무용수 또는 가수로 한국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상당수는 업주 강요에 못 이기거나 자신의 선택으로 윤락의 길로 들어선다.

두어 시간 그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한 호객꾼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러시아 아가씨와 자고 가세요”라고 넌지시 속삭였다. 그는 손님들을 자기 차에 태워 인근 호텔 객실로 안내한 뒤 러시아 여성들을 거느린 보도
방 업주에게 연락하는 방법으로 아가씨를 조달한다고 했다.

‘한국 여성들은 없느냐’는 물음에 호객꾼은 “에이! 한국 여자는 어디서나 맛(?) 볼 수 있지 않나. 또 한국 남자들은 러시아 여성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니까 데려다만 놓으면 돈이 된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서울 한 나이트클럽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국내생활 3년차 샐리(가명·
28)는 한국에 러시아 여성들이 왜 이리 많이 들어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먹고 살만한 나라 중 한국이 가장 들어오기 쉽다. 그래서 최근 해외에서 돈벌이를 원하는 러시아 여성들에게 한국은 최고 인기 국가”라고 말했다.

즉 러시아 여성들의 한국행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유럽, 일본 등지보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98년 관광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운다며 해외 예능 인력들에게 주는 예술비자발급을 간소화하고 외국연예인들을 수입하는 공연기획사의 설립도 간편해져 인터걸의 한국행이 폭발적으로 는 것이다.

샐리는 “몇 년 사이 일본, 유럽 등은 입국을 어렵게 만든 반면 한국은 더 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용경력이 전혀 없는 여성들이 댄서 흉내를 내고 사진 몇 장만 찍으면 예술흥행비자를 받을 정도로 우리의 비자발급과정은 허술하다는 설명이다.


한국 남성 호기심에 하룻밤 상대 치부 백마라 불리는 오명
성매매로 임신하면 강제 낙태수술 1주일 만에 다시 성매매

실제 아시아, 유럽의 선진국이나 중진국들이 외국윤락여성에 대한 입국장벽을 높이는 사이 우리는 오히려 그 장벽을 낮췄다. 경제사정이 나빠 대학을 나와도 저임금의 허드렛일밖에 할 수 없는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지역의 젊은 여성들에게 한국은 목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필리핀 직물공장에서 하루 3달러(3000원)씩 받았다는 엘리자베스(가명·27)는 지금 미군 상대 클럽에서 댄서로 일해 한 달에 100만원을 번다. 또 최근 윤락행위단속에 걸린 알리자(가명·24)는 “러시아에서 월 50달러(약 6만원)를 받았지만 한국에서 10배 이상 벌었다”고 털어놨다. 그녀들의 충격적인 고백은 이어졌다. 하나같이 한국을 “성 노예를 방치하는 나라”라고 입을 모았다.

3년 전 한국에 온 엘리자베스는 “월 600달러(약 70만원)를 받는 웨이트리스로 일하게 해 주겠다”는 필리핀 현지브로커의 제안을 받아 한국에 발을 들였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그녀의 바람은 그것으로 끝났다. 한국에 도착하자 미군 전용클럽 댄서로 팔려 다닌 엘리자베스는 매춘을 강요당해 몇 번을 도망쳤다가 붙잡혔다.

더구나 업주들은 “브로커에게 돈을 줬다” “통장에 한꺼번에 넣어주겠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월급도 떼어먹었다. 한 시민단체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온 엘리자베스는 1년 동안 겨우 250만원을 손에 쥐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강제출국을 감수하고 자진 신고해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대신 받아줬다.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했던 알리자는 여권을 빼앗긴 채 성매매를 강요당한 경우다. 그녀는 손님접대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업주로부터 맞기까지 했다. 그러고도 입원기간을 포함, 몇 달치 월급을 전혀 받지 못했다. 알리자는 “정신·육체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샐리는 미군 전용클럽에서 손님과 성관계를 맺고 임신하자 낙태수술까지 받는 고통을 참아내야 했다. 샐리는 “경기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할 때였다. 일을 하다 임신했는데 종교(천주교)때문에 낙태를 할 수 없다고 주인에게 사정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강제로 낙태수술을 시켰다. 심지어 수술을 받은 지 1주일 만에 또 다시 성매매를 강요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피해여성들은 정부에 제대로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성매매는 강제출국 사유에 해당하는 까닭이다. 비난여론이 커지자 법무부는 최근 체류기한이 남은 상태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여성에 대해선 강제출국을 자제하고 있다.

강제 낙태시키고
1주일 만에 성매매

일각에선 지금의 예술흥행비자를 없애고 새로운 입국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현지공관이 비자발급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자발급서류엔 문제가 없더라도 현지인터뷰를 통해 윤락 소지가 있는 여성들의 입국을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걸에 대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단속과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국내 머물고 있는 외국여성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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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