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걸의 ‘어글리코리안’ 경험기

"한국은 성 노예를 방치하는 나라"

금발 미인들이 국내 유흥가로 몰려온다. 최근 예술관련 비자발급이 간소화되면서 댄서와 가수로 입국한 이들이 유흥가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최대 ‘인터걸(외국출신 성매매 여성) 수입국’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외국여성을 이용한 밤문화 산업이 날로 흥하는 것은 한국 남성들의 막연한 기대심리가 한몫했다. 업소 주인들은 “단속이 심해도 ‘백마’(외국여성)를 찾는 손님들이 꽤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걸들의 현주소를 파헤쳐 본다.

예술관련 비자로 국내 들어와 나이트클럽 등에서 쇼걸 생활
업주들의 강요 혹은 자의에 의해 성매매 나서는 것 시간문제

서울 강남과 이태원 인근의 한 호텔 나이트클럽 입구. 30대로 보이는 호객꾼이 기자에게 “늘씬한 러시아 아가씨 있어요”라고 속삭였다. 나이트클럽에 들어서자 화려한 춤판이 시선을 끈다. 널찍한 홀의 중앙무대엔 아슬아슬한 수영복만 걸친 금발 무희들이 춤추고 있었다. 요란한 조명 아래 열정적으로 몸을 흔드는 이국적인 아가씨들.

요란한 조명 아래
늘씬한 러시아 아가씨

그들은 ‘동양의 큰 도시’에서 춤을 팔고 있었다. 율동은 어설프고 조잡하지만 열기만은 뜨거웠다. 격렬한 춤사위가 끝나자 이번엔 하얀 가운을 입은 다른 무희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전보다 키도 늘씬하고 몸매도 풍만하다. 조용한 음악에 맞춰 뇌쇄적인 몸을 흐느적거렸다. 웨이터는 “러시아 아가씨들과 술을 마시려면 홀은 불편하다”며 기자를 룸으로 안내했다. 잠시 뒤 무대에서 춤을 추던 러시아 여성 2명이 룸으로 들어왔다.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출신이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서툰 한국말로 “나 한국에서 2년간 살았어. 부산, 대구, 의정부에서 일했어!”라고 말했다. 노래 한곡 불러 보라 권하자 그녀는 “한국의 가라오케반주엔 아는 노래가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몇 차례 더 권하자 이들은 가라오케반주곡 중 유일하게 아는 노래라며 심수봉씨가 부른 러시아 번안가요 ‘밀리오느 알르이흐 로즈’(백만 송이 진홍색 장미)를 골라 러시아어로 불렀다.

보드카로 단련된 덕분에 그녀들의 주량은 제법이었다. 얼마나 마시느냐고 묻자 ‘보드카 1병’이라고 답했다. 이번엔 폭탄주를 만들어 보이자 몇 번 경험했는지 한국말로 “폭탄주!”하며 아는 체 한다. 술이 몇 잔씩 돌자 웨이터가 들어와 “30만원이면 ‘2차(성매매)’도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러시아 여자라면
깜빡 죽는 한국 남성

그에 따르면 인터걸들은 예술관련 비자로 들어와 주로 나이트클럽 무용수 또는 가수로 한국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상당수는 업주 강요에 못 이기거나 자신의 선택으로 윤락의 길로 들어선다.

두어 시간 그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한 호객꾼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그는 “러시아 아가씨와 자고 가세요”라고 넌지시 속삭였다. 그는 손님들을 자기 차에 태워 인근 호텔 객실로 안내한 뒤 러시아 여성들을 거느린 보도
방 업주에게 연락하는 방법으로 아가씨를 조달한다고 했다.

‘한국 여성들은 없느냐’는 물음에 호객꾼은 “에이! 한국 여자는 어디서나 맛(?) 볼 수 있지 않나. 또 한국 남자들은 러시아 여성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니까 데려다만 놓으면 돈이 된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서울 한 나이트클럽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국내생활 3년차 샐리(가명·
28)는 한국에 러시아 여성들이 왜 이리 많이 들어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먹고 살만한 나라 중 한국이 가장 들어오기 쉽다. 그래서 최근 해외에서 돈벌이를 원하는 러시아 여성들에게 한국은 최고 인기 국가”라고 말했다.

즉 러시아 여성들의 한국행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유럽, 일본 등지보다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98년 관광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키운다며 해외 예능 인력들에게 주는 예술비자발급을 간소화하고 외국연예인들을 수입하는 공연기획사의 설립도 간편해져 인터걸의 한국행이 폭발적으로 는 것이다.

샐리는 “몇 년 사이 일본, 유럽 등은 입국을 어렵게 만든 반면 한국은 더 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용경력이 전혀 없는 여성들이 댄서 흉내를 내고 사진 몇 장만 찍으면 예술흥행비자를 받을 정도로 우리의 비자발급과정은 허술하다는 설명이다.

한국 남성 호기심에 하룻밤 상대 치부 백마라 불리는 오명
성매매로 임신하면 강제 낙태수술 1주일 만에 다시 성매매

실제 아시아, 유럽의 선진국이나 중진국들이 외국윤락여성에 대한 입국장벽을 높이는 사이 우리는 오히려 그 장벽을 낮췄다. 경제사정이 나빠 대학을 나와도 저임금의 허드렛일밖에 할 수 없는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지역의 젊은 여성들에게 한국은 목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필리핀 직물공장에서 하루 3달러(3000원)씩 받았다는 엘리자베스(가명·27)는 지금 미군 상대 클럽에서 댄서로 일해 한 달에 100만원을 번다. 또 최근 윤락행위단속에 걸린 알리자(가명·24)는 “러시아에서 월 50달러(약 6만원)를 받았지만 한국에서 10배 이상 벌었다”고 털어놨다. 그녀들의 충격적인 고백은 이어졌다. 하나같이 한국을 “성 노예를 방치하는 나라”라고 입을 모았다.

3년 전 한국에 온 엘리자베스는 “월 600달러(약 70만원)를 받는 웨이트리스로 일하게 해 주겠다”는 필리핀 현지브로커의 제안을 받아 한국에 발을 들였다. ‘코리안 드림’을 꿈꿨던 그녀의 바람은 그것으로 끝났다. 한국에 도착하자 미군 전용클럽 댄서로 팔려 다닌 엘리자베스는 매춘을 강요당해 몇 번을 도망쳤다가 붙잡혔다.

더구나 업주들은 “브로커에게 돈을 줬다” “통장에 한꺼번에 넣어주겠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월급도 떼어먹었다. 한 시민단체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온 엘리자베스는 1년 동안 겨우 250만원을 손에 쥐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강제출국을 감수하고 자진 신고해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대신 받아줬다.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했던 알리자는 여권을 빼앗긴 채 성매매를 강요당한 경우다. 그녀는 손님접대를 제대로 못한다는 이유로 업주로부터 맞기까지 했다. 그러고도 입원기간을 포함, 몇 달치 월급을 전혀 받지 못했다. 알리자는 “정신·육체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샐리는 미군 전용클럽에서 손님과 성관계를 맺고 임신하자 낙태수술까지 받는 고통을 참아내야 했다. 샐리는 “경기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일할 때였다. 일을 하다 임신했는데 종교(천주교)때문에 낙태를 할 수 없다고 주인에게 사정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강제로 낙태수술을 시켰다. 심지어 수술을 받은 지 1주일 만에 또 다시 성매매를 강요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피해여성들은 정부에 제대로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성매매는 강제출국 사유에 해당하는 까닭이다. 비난여론이 커지자 법무부는 최근 체류기한이 남은 상태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여성에 대해선 강제출국을 자제하고 있다.

강제 낙태시키고
1주일 만에 성매매

일각에선 지금의 예술흥행비자를 없애고 새로운 입국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현지공관이 비자발급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자발급서류엔 문제가 없더라도 현지인터뷰를 통해 윤락 소지가 있는 여성들의 입국을 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터걸에 대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단속과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국내 머물고 있는 외국여성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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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