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인수 무산위기 후폭풍

고개 숙인 ‘하나’ 여유만만 ‘론스타’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외줄 타듯 위태롭게만 보이던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전. 결국 터질 게 터졌다. 론스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보류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발표된 것. 외줄에 한쪽다리만 간신히 걸친 형국이다. 하나금융의 고개는 푹 떨어졌다. 주가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고 투자자들의 반발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다급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즉시 간담회를 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김 회장은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전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금융당국,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법원 판결 나올 때까지”
시가총액 10조8157억에서 9조1994억…1조6163억 감소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지난 3월11일 대법원이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연기되기 시작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이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만일 론스타에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자격을 잃을 수 있어서다. 그러던 지난 12일, 금융당국은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론스타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판단을 보류한다는 것이었다.

하나금융지주의 고개가 맥없이 떨어졌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표정이다. 거센 후폭풍이 휘몰아칠 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하나금융의 주가에 앞으로 다가올 재앙의 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취지 판결에 연기

금융당국의 발표 하루 뒤인 지난 13일, 주식시장에서 하나금융은 오전부터 하향 곡선을 그렸다. 그 끝에 무려 14.94% 떨어진 3만7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도 12일 10조8157억원에서 13일 9조1994억원으로 1조6163억원이나 줄었다. 하나금융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8년 11월20일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두려운 건 외환은행 인수 조건으로 유치한 투자자들의 반발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주당 4만2800원에 하나금융 주식을 매입했다. 만약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면 하나금융 주가는 외환은행 인수 프리미엄이 반영되기 전 수준(작년 11월15일 기준 3만21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가 불 보듯 뻔하다.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경우 하나금융은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3일 긴급 이사 간담회를 열고 후폭풍 차단에 나섰다.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선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낯빛은 어두웠다. 김 회장은 외환인수 추진을 끝내지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이를 위해 론스타와 계약 연장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지난해 11월 체결한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SPA)에 따르면, 지분 매매계약은 24일로 시한이 만료되며 양측 모두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투자자들 달래기에 나섰다. 김 회장이 빼든 카드는 ‘자사주 매입’이다.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재무적 투자자들을 자사주 카드로 달래 외환은행 인수 무산의 불똥이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복안이다. 김 회장은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이 파기 된다면 자사주 매입도 고려하고 있다”며 “자사주를 매입하면 재무적인 투자자들에게도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즉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연장 협의에 착수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가 보류됐지만 인수 추진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다급한 하나금융과 달리 론스타는 느긋하다. 표정에는 여유가 넘친다.

론스타는 그동안 외환은행에 2조1548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말까지 배당으로 1조2130억원, 지분 13.6% 매각대금으로 1조1928억원 등 2조4058억원을 이미 회수했다.

만약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더라도 론스타로선 별 피해가 없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현대건설 매각으로 9000억원의 특별이익을 실현했고, 하이닉스 매각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외환은행의 배당성향은 68.51%다. 매각이 결렬될 경우 론스타는 올해 2분기에 현대건설 매각대금 일부를 중간 배당을 통해 가져갈 수 있다. 지난해 배당성향을 적용해 보면 2분기 중간 배당에서 론스타가 챙길 수 있는 금액은 3000억원 이상이다.

투자자들 반발에
자사주 매입 카드

또 론스타는 하나금융과 계약이 파기될 경우 다른 상대와 재매각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법원의 판결도 부담이 없다. 문제가 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고등법원의 유죄판결로 대주주 부적격 판단이 내려질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보유 지분 중 10%초과분에 대해서 6개월내 강제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이다. 얼마든지 인수상대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메가뱅크를 추진하고 있는 산은금융지주는 시너지 차원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경영권 프리미엄 제약이나 인수대상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점도 론스타에 유리한 부분이다.

론스타로선 안달할 이유가 전혀 없다. 주도권은 론스타에 있다. 이는 하나금융이 불합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단 것을 의미한다. 론스타가 연장을 전제로 지연배상금 조건(현재 매월 주당 100원씩 증가)을 높이거나 기간을 짧게 하는 식으로 하나금융 측에 불합리한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

투자자들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예상…막대 타격 불가피
인수 무산 시 외환은행 인수와 맞물린 김 회장 거취 위태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나금융 내부에선 외환은행을 제외한 다른 대안으로 방향을 빨리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미 포기했다는 내부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승인이 없을 것이란 정부 입장이 확정된 상태에서 론스타가 조기 가격 확정 등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단 가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맺어둔 뒤 법원 판단이 나오면 가격을 최종 확정하는 식의 오픈계약이나 배당권리를 확보하는 선에서 합의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한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론스타가 다른 잠재 인수주체들의 참여를 굳이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 같은 지적을 뒤로 한 채 김 회장은 재계약을 위해 늦어도 이달 말까지 론스타 본사가 있는 미국이나 작년 11월 계약을 한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전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김 회장이 주변의 우려를 무릎 쓰고 인수를 강행하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면서 회장 연임에 안착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작업 마무리와 조직 안정화를 위해 김승유 회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추대했다”고 밝혔다. 거취가 자체가 외환은행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이는 외한은행 인수 작업이 무산될 경우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금융당국의 결정을 두고 김 회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회장 본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12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안 처리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무산 가능성이 커지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하나금융-김 회장
한 배 탄 입장

문제는 하나금융지주가 김 회장과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할 경우 김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만으로 일단락되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금융시장의 경쟁구도는 우리 KB 신한 등과 함께 자산 300조원 이상의 ‘빅4’ 금융지주 체제로 굳어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207조원(3월말 기준)에 그쳐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리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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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