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한나라 ‘비전’ 맘껏 펼치겠다"

<창간 15주년 특별인터뷰>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나라당은 4·27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가 총 사퇴하는 쇄신을 단행했다. 이런 쇄신의 목소리는 원내대표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내 비주류로 분류됐던 황우여 의원이 주류 안경률, 이병석 두 후보를 제치고 원내사령탑에 선출되는 이변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는 ‘비주류의 반란’으로 일컬어졌다. 창간 15주년을 맞은 <일요시사>는 취임 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봤다.

“국민들이 준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무거운 책임감 느끼지만 최선 다할 것”

황 원내대표는 취임 후 첫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준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첫째도 민심, 둘째도 민심이라고 생각하겠다”며 “무엇보다 민심을 파악하고 떠받드는데 모든 정성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항상 초심을 가슴 깊이 새기고 당이 국민의 뜻 가운데 잘 머물러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을 강조했다. 국민의 뜻을 알려면 현장에서 직접 뛰어야 한다는 지론에서다.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황 원내대표는 부드러운 성품으로 일처리가 꼼꼼하고 치밀해 당 내부에서는 친이계와 친박계로 나눠진 현 상황을 잘 조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심이 가장 중요
첫째, 둘째도 민심

- 원내대표로서 당이 힘든 시점에 대표권한까지 맡아 더욱더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본다.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는.
▲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뜻이 있었기에 당 으로서는 정말 중대한 기로에서 막중한 책임을 맡겨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께서 바라는 점 하나 하나 다 채워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최근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썩 좋지 않다.
▲ 그동안 집권여당으로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국민들이 느끼기에 피부에 와 닿지 않았고, 당 내부에서 화합하지 못하는 모습에 대해서도 실망이 크다고 생각한다. 또 국회가 ‘일하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점도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고 본다.

- “새로운 한나라당에 대한 비전을 펼쳐 보일 것”이라 밝혔다. 당 개선 방안은.
▲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데 집중하겠다. 반드시 당내 화합을 이루고 국민이 원하시는 새로운 당의 리더십을 세우겠다. 그리고 선진 국회의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포용력 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 여야 간 ‘대화의 정치’를 위해 원내대표의 역할은?
▲ 상생국회를 위해서는 여당이 우선 ‘듣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야당의 입장과 생각을 충분히 듣겠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더 노력하겠다.

- 당내 계파 간 갈등을 잘 조화할 수 있을 인물로, 당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당내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 화합이라는 큰 틀에서 잘 엮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최근 소장파를 필두로 한 ‘젊은 대표론’이 거론되고 있는데.
▲ 한나라당을 변화시킬 수 있는 깨어있는 생각과 열정이 있다면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젊은 대표론이 나온 이유도 당의 변화와 개혁을 열정을 갖고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변화의 생각과 열정
나이는 중요치 않아

- 이번 7월 4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의 핵심 의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이번 전당대회는 한나라당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당 지도부를 뽑는 자리라 생각한다. 당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십에 모든 시선이 집중 될 것이다.

- 공천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완전국민경선제’가 현역의원에게는 유리하지만 참신한 신인 발굴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는데.
▲ 국민경선제가 현역의원에게만 유리하다는 것은 과거 조직 동원 선거 시절 얘기다. 현역의원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민심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거라 본다. 무조건 정치신인이 발굴되는 것이 좋은 정치는 아니다. 국민들에게 존경과 신뢰 받는 다선의원이 많이 나와야 의회정치가 성숙된다고 생각한다.

- ‘당권·대권 분리’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 현재 당 비대위에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개인입장을 얘기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고, 당 내외 다양한 의견이 종합되어 결론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박근혜 역할론’이 최고의 화제다. 원내대표로서 박 전 대표가 위기에 처한 당을 위해 어떤 입장과 행보를 보여야 한다 생각 하는지.
▲ 박근혜 전 대표는 우리당의 큰 자산이다. 반드시 당을 위해 주어진 역할을 할 것이다. 그 시기와 역할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 생각이 우선 존중되어야 할 것이기에 대화를 통해 들어보겠다.

"박근혜 전 대표는
우리당의 큰 자산"

- 내년 총선·대선에 대한 예상과 준비과정 및 대비책은.
▲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더 노력해야 한다.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살피며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드린다면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국민 개개인이 정말 필요로 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하고 실천하는데 집중하겠다.

- 감세 철회 공약을 번복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감세 철회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 감세 철회 공약을 번복한 것이 아니라, 감세 철회도 법인세와 소득세에 대해 당내 의견이 분분하고, 법인세의 경우 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추가 감세에 대해서는 많은 의원님들이 이의 제기를 했기 때문에 이념의 문제를 떠나 서민 예산을 만들어야한다는 원칙 아래 공약을 했다. 당내 의견을 종합하여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

“무엇보다 민심 최우선하는 정책에 신경”
“역지사지의 마음, 야당의견 존중위해 노력”

- 최근 국책사업 결정 과정에 대해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전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키기 위한 좋은 정책들이 지역 선정 과정에서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나라당은 지역 경쟁력 강화라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국책사업 결정 과정 전반을 점검하고 보완책을 강구해 나갈 생각이다.

- 꿈꾸는 원내대표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지.
▲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소속 의원들의 생각이 어떤지 정확히 알아야 야당과의 협상도 이뤄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당내 소통과 대야 소통을 가장 잘 해낸 원내대표로 기억되고 싶다.

생애주기별 고민해결이
원내대표 가장 큰 목표

- 원내대표 재임기간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 우리 국민은 세대별로 큰 고민 하나씩을 다 안고 있다. 20대는 일자리와 등록금 문제, 30대는 보육과 육아 문제, 40대는 내 집 마련, 50대는 노후를 걱정하고 계신다.
여당이라면 마땅히 이런 문제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생애주기별로 느끼는 고민들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여당 원내대표로서 실천하고 싶은 가장 큰 목표다.

- 창간 15주년을 맞은 <일요시사>와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진심으로 <일요시사> 창간 15주년을 축하드린다. <일요시사>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대상황을 발 빠르게 담아 오랜 동안 독자여러분의 사랑을 받아온 대표적인 시사정론지인 것으로 안다. 앞으로도 독자들과 가장 가까운 언론으로 꾸준히 발전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황우여 원내대표 프로필>

1965년 제물포고등학교 졸업

1969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69년 제10회 사법시헙 합격

1971.1월~1974.1월 해군 법무관 대위 만기 제대

1993~1996년 감사원 감사위원

1996~2000년 제15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0~2004년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4~2008년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6 한나라당 사무총장

2008~현재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11.05~현재 한나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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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